포장 없이 알맹이만! 지구를 살리는 '알맹상점'으로 오세요

시민기자 김진흥

발행일 2023.04.28. 12:56

수정일 2023.04.28. 18:41

조회 1,702

“본인이 필요한 양만큼 한 번에 덜어가는 걸 경험하는 일을 통해 개별 포장 없이 구매해도 괜찮다는 인식을 가지셨으면 해요. 그 인식이 사회 전반의 기본값이 되길 바라고요. 많은 분께서 용기를 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매년 4월에는 지구의 날인 4월 22일을 맞이해 환경 분야 전문가들의 인터뷰를 쉽게 볼 수 있다. 여러 인터뷰 기사들을 읽다가 알맹상점 대표의 인터뷰가 눈에 들어왔다.

포장재 없이 오직 알맹이만 판매하는 '알맹상점'은 서울에서 보기 힘든 제로 웨이스트 샵이다. 서울시 공식 관광정보 누리집에도 소개되고 있는 이곳은 서울시 대표 친환경 가게다. 2018년 망원시장에서 시작된 알맹상점은 쓰레기 하나라도 줄여 보자는 마음에서 출발해 2021년 오픈한 서울역점까지 두 군데서 운영 중이다.

두 곳은 서로 다른 콘셉트로 운영되고 있다. 알맹상점 망원점화장품 및 세제 리필을 기본으로 하는 제로 웨이스트 샵인 반면, 알맹상점 서울역점은 리스테이션이라는 이름으로 재활용이 콘셉트다. ‘플라스틱 달고나’ 체험처럼 업사이클링 과정을 직접 경험해 볼 수 있다. 일회용품 없는 카페를 운영 중이어서 다회용컵을 사용하거나 텀블러 문화를 자연스레 접할 수도 있다.
일회용품 없는 카페가 운영되는 알맹상점 서울역점 Ⓒ김진흥
일회용품 없는 카페가 운영되는 알맹상점 서울역점 Ⓒ김진흥

알맹상점 대표의 말에 따르면 망원점은 리필이나 제로 웨이스트에 관심이 있어서 방문하는 시민들이 주를 이루지만, 서울역점은 방문자들의 절반 이상이 일반 시민이라고 한다. 서울역점은 더 많은 시민들이 거부감 없이 제로 웨이스트를 경험할 수 있는 장소이자 제로 웨이스트 문화를 알리는 곳으로 인식되고 있다. 

한 시민은 “서울로 7017을 걷다가 서울역 옥상에 있는 알맹상점 카페를 방문했다. 전에는 다회용컵을 사용했는데 텀블러를 가져오면 1000원 할인해 주니 종종 텀블러를 가져오는 편이다.” 라고 말했다. 

제로 웨이스트를 지속적으로 실천하고 있는 알맹상점. 그렇다면 이곳에서의 지구의 날은 어떤 모습일까.  
알맹상점에서는 포장재가 없어 직접 담아야 한다. Ⓒ김진흥
알맹상점에서는 포장재가 없어 직접 담아야 한다. Ⓒ김진흥
알맹상점에서 친환경 물건들을 쇼핑하는 시민들 Ⓒ김진흥
알맹상점에서 친환경 물건들을 쇼핑하는 시민들 Ⓒ김진흥

알맹상점은 지구의 날이었던 지난 22일, 서울역 옥상정원에서 ‘21% 파티’를 개최했다. 비영리 스타트업인 다시입다연구소와 Freaky Fox Crew(FFC)에 소속된 알맹상점이 함께 마련한 지구의 날 이벤트였다. 21%는 자체 설문조사 결과 옷장에서 잠자고 있는 옷의 비율을 뜻한다.

괴짜 여우 응원단 Freaky Fox Crew(FFC)는 지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서로를 응원하는 성장 커뮤니티 프로젝트다. 환경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어 다양한 활동들을 고민하고 실행한다.

파티 참가 준비물은 본인이 입었던 옷들이었다. 봄과 여름 시즌에 맞는, 상태 좋은 옷과 모자, 액세서리 등의 패션 잡화를 가져오면 옷 개수 만큼 티켓으로 교환해 다른 옷들을 구매 가능했다. 1인당 최대 3개까지 티켓을 받을 수 있었다.
옷을 고르고 있는 시민들 Ⓒ김진흥
옷을 고르고 있는 시민들 Ⓒ김진흥

옷을 가져온 시민들은 직접 옷의 특징들을 설명했다. 종이에 자신만의 표현 방법으로 옷을 어필했다. 시민들의 센스 있는 문구들은 구매하는 시민들에게 큰 도움이 됐다. 

파티에 참여한 20대 대학생은 “몇 년 전에 구입했던 옷들을 가져와 참여하게 됐다. 다른 물품들을 보고 있는데 판매자들의 설명이 재미있어 하나하나 보게 되는 것 같다.” 라고 말했다. 
본인이 가져온 옷의 특징을 적고 있다. Ⓒ김진흥
본인이 가져온 옷의 특징을 적고 있다. Ⓒ김진흥
옷마다 개성 넘치는 특징들이 적혀 있다. Ⓒ김진흥
옷마다 개성 넘치는 특징들이 적혀 있다. Ⓒ김진흥

의류들은 시민들이 가져온 것들뿐만이 아니었다. 한화 커넥트, 다시입다연구소, 세탁특공대에서 옷을 기부해 파티가 더 풍성해졌다. 

시민들의 만족도도 꽤 높았다. 티켓 3장으로 옷을 구매한 30대 시민은 “생각보다 상태 좋은 옷들이 많았다. 탈의실도 있어서 이것저것 입어보면서 내게 맞는 옷들을 잘 고를 수 있었다. 내년에도 하게 되면 또 오고 싶다.” 라고 소감을 전했다. 

21% 파티 외에 다른 이벤트들도 진행됐다. 파티에 음식이 빠질 수 없을 터. 서울역 옥상정원 한 켠에서는 비건 팝업숍이 열렸다. 오베흐트 도넛(비건 도넛), 마하 키친 음식(스페인 음식), 파아프랩 템페(인도네시아 발효음식)가 판매됐다. 알맹상점처럼 무포장으로 진행되어 본인만의 용기에 음식을 담아야 했다.

평소 포장재에 익숙해서인지 몇몇 시민들은 음식을 구매하면서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 손엔 옷을 들고, 한 손은 스마트폰으로 계좌 이체를 하면서도 용기가 없다 보니 음식을 어렵게 받아가는 우스꽝스러운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불편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구매자와 판매자 모두 미소를 지었다. 비건 음식을 구매한 시민은 “불편하긴 하죠. 그렇지만 조금의 불편함도 익숙해지면 좀 더 낫지 않을까요?” 라면서 환하게 웃었다.

이 외에도 쓰지 않은 휴대폰(폐휴대폰)을 가져오면 탄소중립 포인트와 전기차 응모권을 받을 수 있는 등 다양한 이벤트들이 진행됐다.
알맹상점 서울역점에서 열린 21% 파티 Ⓒ김진흥
알맹상점 서울역점에서 열린 21% 파티 Ⓒ김진흥
서울역 옥상정원에 위치한 알맹상점 서울역점 Ⓒ김진흥
서울역 옥상정원에 위치한 알맹상점 서울역점 Ⓒ김진흥

‘제로 웨이스트의 성지’로 불린다는 알맹상점에서의 지구의 날은 좀 더 특별했다. 대부분의 지구의 날 이벤트는 친환경 퀴즈를 풀거나 작은 이벤트들을 펼치지만 이곳은 친환경 문화를 몸소 체험할 수 있어서 달랐다. 무엇보다 지구의 날만이 아닌 평소에도 제로 웨이스트를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알맹상점에 방문할 것을 적극 권유한다.  

알맹상점

○ 알맹상점 리필스테이션 (망원점)
 - 위치 :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로25길 47 3층
 - 운영시간 : 화-일 12:00~20:00 (월요일 휴무)
○ 알맹상점 리스테이션(서울역점)
 - 위치 : 서울시 중구 한강대로 405 4층
 - 운영시간 : 화-일 (여름)12:00~21:00, (겨울)12:00~19:00 (월요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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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 김진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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