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곽 드러난 '노후계획도시법', 서울에 어떤 영향 있을까?

채상욱 애널리스트

발행일 2023.03.08. 15:35

수정일 2023.03.08. 15:59

조회 5,142

애널리스트 채상욱의 '내 손안에 부동산' (11) 노후계획도시법
애널리스트 채상욱의 '내 손안에 부동산'
목동의 아파트 단지
목동의 아파트 단지

애널리스트 채상욱의 '내 손안에 부동산' (11) 노후계획도시법

정부는 2월7일 노후계획도시법의 발의에 앞서, 개념을 설명하는 자료를 냈다. 이 법은 1기 신도시를 포함한, 20년 넘은 택지지구 중에서 기초단체장이 지정하는 지역을 특별정비구역으로 지정하고, ‘특별정비구역’이 되면 안전진단 면제와 용적률 상향을 포함하는 인센티브를 부여해서, 노후계획도시의 재건축을 활성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주요내용(국토교통부 2.7)

당초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공약에 ‘1기 신도시 재건축 특별법’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이 법의 대상이 협소하고 형평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대상을 1기 신도시에서 ‘노후계획도시’로 변경하여 그 대상을 넓혔다. 물론 그럼에도 노후계획도시의 적용을 받을 수 있는 지역과 받지 못하는 지역 간의 형평성 문제는 앞으로 이 법이 풀어야 할 큰 숙제라 할 것이다.
노후계획도시정비 추진체계도

도시정비법 있는데, ‘노후계획도시법’ 왜 만들까?

그런데 이미 도시정비법을 포함한 여러 도시재생과 관련한 법률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후계획도시법이 제정되어야 하는 이유가 중요하다. 이 법은 90년대에 준공된 아파트들이 ‘동시에’ 또 ‘대규모’로 준공된 점 때문에 이주계획이 필수가 되어야만 정비사업을 진행할 수 있음을 진단하고, 특별정비구역으로 지정하면서 동시에 ‘이주계획을 수립하고 추진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 법은 90년대에 준공된 아파트들이 
‘동시에’ 또 ‘대규모’로 준공된 점 때문에

특별정비구역으로 지정하면서 
동시에 이주계획을 수립하고 추진할 것을 
의무화 하고 있다.

관건은 현재까지의 도시정비에서는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실제 이주계획을 현실적으로 수립하거나 추진하지 못하고, 민간 임대시장에 그대로 이주수요를 풀어놓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그래서 해당 단지의 관리처분인가 후 멸실과정에서 주변 단지들의 임차료가 불안해지는 형태를 감안하면서 정비사업이 진행되어왔다.

대규모 정비가 예상되는 1기 신도시 지역 등도 이렇게 진행되는 경우, 더욱 임차료가 불안해질 수 있기 때문에 이주계획이 필수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주계획의 실제 담당은 기초단체가 주도해야 하는 관계로, 다수의 기초단체에서는 이주계획을 위한 이주단지 조성은 언감생심 꿈도 못 꾸고, 이주비 지원 역시 상당한 재원 부담을 호소하는 형국이다. 실제 2.7 정책발표 후 국토부장관 주도로 1기 신도시 기초단체장 5인이 모여서 회의를 했고, 그 자리에서도 이주계획에 대한 지자체 부담이 호소되었다.

80~90년대 준공 아파트 300만호가 잠재적 재건축 후보지…‘이주대란’ 가능성 커

서울 역시 노후계획도시 지역들이 있다. 바로 목동지구, 상계-중계지구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목동지구를 만약 특별정비구역으로 지정한다면, 안전진단은 면제시킬 수 있으나 이주계획을 수립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2만6,000여 가구에 이르는 목동지구의 이주를 어디에 어떤 규모로 할 것인지, 서울시가 이런 이주계획을 수립하고 감당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그동안 도시정비사업이 어마어마한 규모로 진행됐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사실은 1971년부터 1980년까지 준공된 약 40여만호의 아파트가 재건축됐을 뿐이다. 지난 2000년부터 본격화되었다고 한다면, 20여년간 40여만호가 재건축된 셈이다.

현재는 1981~85년에 준공된 40여만호 중 일부가 재건축 진행과정에 있다. 목동지구-상계-중계지구의 경우 1986~90년 준공된 단지로, 이 시기 준공 규모만 전국 80만호다. 즉, 80년대 준공단지가 전국에 약 120만호가 있다.

90년대로 가면 더 지수적으로 증가하는데, 1991~95년 준공된 아파트가 총 180만호에 이르기 때문에, 1981~95년까지 15년간 준공된 300만호의 아파트를 잠재적으로 재건축 후보지로 돌리게 되는 ‘노후계획도시법’이 현실화 되는 경우, 말 그대로 ‘이주대란’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1981~95년까지 15년간 준공된 300만호의 아파트를 
잠재적으로 재건축 후보지로 돌리게 되는 
'노후계획도시법'이 현실화 되는 경우, 
말 그대로 '이주 대란'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노후주택 유입 속도 고려한 순차적 재정비 필요

순차적으로 재정비를 해가더라도, 노후주택의 유입 속도가 이처럼 빠른 시기에 90년대 아파트까지 '일부러' 특별정비구역에 편입해서라도 재정비를 하겠다고 입법을 하는 것은, 한국의 주거 상태를 보았을 때 다소 시기상조가 아닌가 한다. 노후주택의 재정비는 필요하다면 해야 하고 제도도 이에 맞춰 재정비할 일이겠으나, 이것이 지금 당장 하지 않으면 큰일 나는 것처럼 묘사되는 것만은 지양하는 것이 어떤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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