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오스크 어렵다면, 주황색 조끼 '디지털 안내사'를 찾으세요

시민기자 조수연

발행일 2023.02.10. 15:12

수정일 2023.11.07. 14:37

조회 2,480

종로3가역에서 승차권을 발권하는 어르신들 Ⓒ조수연
종로3가역에서 승차권을 발권하는 어르신들 Ⓒ조수연

5년 전, KTX 서울역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했을 때, 어르신들은 ‘키오스크(Kiosk, 공공장소에 설치된 무인 정보 단말기)’ 앞에서 땀을 흘리고 있었다. 열차표를 끊어야 하는데 자꾸 화면이 넘어간다며, 서울역에서 평택역으로 가는 무궁화호 열차의 승차권을 끊어달라고 했다.

서울역 안 패스트푸드점에서도, 어르신들은 키오스크 앞에서는 돌처럼 굳었다. 이리저리 화면을 눌러보지만 키오스크 이용을 어려워 하는 분들이 많았다.

현재도 키오스크 앞에서 두려움을 느끼는 어르신들이 많다. 열차표를 끊어야 하는 지하철과 기차역에서도, 어르신들이 많이 찾는 병원에서도, 대형마트나 음식점에서도 키오스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키오스크는 어느새 우리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지하철 승차권도 키오스크로 발권한다. Ⓒ조수연
지하철 승차권도 키오스크로 발권한다. Ⓒ조수연

키오스크를 쉽게 익힐 수 없는 까닭은 매장마다 다른 키오스크라 쉽게 적응할 수 없고, 어르신들은 디지털 세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는 ‘2021 디지털정보격차실태보고서’에서도 나타났다. 일반 국민의 평균 수준을 100으로 했을 때, 연령별 디지털정보화 수준은 60대가 77.1, 70대 이상이 46.6으로 집계됐다.

이러한 악순환이 계속되는 까닭은 무엇일까. ‘서울시50플러스재단’의 조사에 따르면 1955~1963년생 서울 시민의 대부분은 키오스크와 같은 디지털 기기의 사용법을 가족·친구·지인·회사 동료 등(100.8%, 중복선택)에게 어깨 너머로 배웠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디지털 교육을 받을 기회가 없었던 것이다.

이에 서울시는 2022년부터 ‘디지털 안내사’를 운영하고 있다. ‘약자 동행 특별시’를 위해 올해 '제2기 디지털 안내사'로 돌아왔다. 디지털 안내사는 기차역, 지하철역, 대형마트 등 어르신들이 주로 찾는 지역의 다중이용시설을 다니면서 무인단말기 및 스마트폰 이용법 등을 안내 해 준다. ☞ [관련 기사] “천천히 해도 괜찮아요” 키오스크 사용법 이렇게 배우세요

2기 디지털 안내사 사업에서는 키오스크가 설치된 생활 현장 100개 지점을 신설하고, 1기보다 50명 증원된 총 150명의 디지털 안내사를 확대·운영하고 있다.
디지털 안내사가 길을 찾는 시민에게 안내하고 있다. Ⓒ조수연
디지털 안내사가 길을 찾는 시민에게 안내하고 있다. Ⓒ조수연

올해 디지털 안내사는 지난 2월 7일부터 본격적으로 현장에 배치됐다. 서울역, 청량리역과 같은 기차역과 종로3가역, 탑골공원, 전통시장 등 어르신이 많이 찾는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디지털 안내사는 주황색 근무복을 입고 있어 눈에 쉽게 띄는데, 필자는 지하철 1·4호선 서울역에서 활동 중인 디지털 안내사를 만날 수 있었다. 어르신 또래의 디지털 안내사도 보였고 사회복지사를 꿈꾸는 20대 청년도 보였다.

연령은 매우 다양했지만 키오스크 앞에서 지하철 승차권 발권을 설명하고, 어르신의 길 찾기에 도착 지점까지 동행하는 등 디지털 약자를 위해 봉사하고 친절하게 안내하는 디지털 안내사들의 모습은 똑같았다.
디지털 안내사가 외국인에게 키오스크로 승차권을 발매하는 법을 설명하고 있다. Ⓒ조수연
디지털 안내사가 외국인에게 키오스크로 승차권을 발매하는 법을 설명하고 있다. Ⓒ조수연

이 날 현장에서 만난 구희선 디지털 안내사는 사회복지사를 준비하는 청년으로, 디지털 약자를 도와드리는 일이 곧 복지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하여 활동하게 됐다고 말했다.

카카오톡에서 친구를 추가하거나 선물을 보내는 등의 기본적인 스마트폰 앱 활용과 키오스크를 안내하고 있다며, 처음에는 스마트폰이나 키오스크의 사용을 어려워 하다가도 활용 방법을 알게 되면 기뻐하는 시민들의 모습에 뿌듯하다고 전했다.

구희선 디지털 안내사는 “키오스크나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 잘 모른다면, 거리에 보이는 주황색 조끼 입은 사람들에게 편안하게 물어봐 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최원석 디지털 안내사가 키오스크 앞에서 설명하고 있다. Ⓒ조수연
최원석 디지털 안내사가 키오스크 앞에서 설명하고 있다. Ⓒ조수연

1기에 이어 2기에도 활동 중인 최원석 디지털 안내사도 만났다. “어르신 세대는 젊은 세대보다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못하니까 일종의 약자입니다. 빨리 생각도 나지 않고, 자주 잊어버려요. 빨리 하려고 하니까 더 당황하게 됩니다. 천천히 해도 괜찮으니까 기억을 잘 살려서 해보세요.”

2기에도 계속 활동하는 이유를 묻자, "1기에서 경험한 ‘보람’ 때문"이라고 답했다. 본인도 "만 65세가 넘어 누구보다 디지털 약자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어 더 쉽고 친근하게 다가가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디지털 약자’, ‘디지털 소외자’의 문제는 우리 사회가 반드시 짊어지고, 해결해야 할 문제 중 하나다. 디지털 세상에서 소외받는 디지털 약자를 위해 서울 시내 곳곳에서 발 벗고 나서는 디지털 안내사들이 있어 다행이다. 더 많은 디지털 안내사들의 활약으로 모든 시민이 디지털 강자가 되길 바란다.

2023년 디지털 안내사

스마트서울포털
○ 문의 : 070-4640-2274

시민기자 조수연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랐고, 서울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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