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적북적 청소년 행복장터
admin
발행일 2010.05.10. 00:00
5월 8일 어버이날! 오랜만에 날씨도 좋고 주말 휴일인지라 자전거를 끌고 나가보려던 참이었다. 큰 아이가 “아빠, 잠깐” 하며 몸 뒤에 무엇인가 숨기고는 웃었다. 그리고는 넥타이를 하나 꺼내 메고 가라고 했다. 뒤이어 작은 아이가 또 종이에 포장된 소형상자를 들고 오더니 아빠 선물이라며 건네 주었다. 아담하고 예쁜 컵이었다. 일전 어린이날에는 아이들과 가까운 공원에서 어린이날 프로그램에 참석해 반나절 놀다온 게 전부였다. 그런데도 용돈을 차곡차곡 모아 엄마아빠 선물을 마련해 준 것이 정말 기특하고 키운 보람이 있었다. 어버이날에 아이들에게 감사하고픈 마음이 들었다. 집에서 보라매공원까지는 도림천 자전거도로를 따라 20분 정도의 거리다. 아이들에게 선물을 받으니 하이킹 코스에 접어들자마자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아름다운 향기와 싱그러운 맞바람이 온몸을 덮칠 때마다 짜릿한 전율마저 느끼게 했다. 공원에 다가가자 입구에서부터 늘어선 여가 시민들의 행렬이 길게 이어졌다. 이른 오전 시간이었는데도 수많은 시민들이 미리부터 와 숲속 벤치와 잔디밭에 돗자리를 깔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공원을 들어서니 푸른 숲과 울긋불긋한 꽃들이 빛나는 햇살에 반사되어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그뿐인가. 호수 중앙에 설치된 음악분수에서는 경쾌한 음악소리에 맞추어 내뿜는 물줄기가 하트를 만들고 하늘로 치솟는가 하면 옆으로 어깨동무를 하며 춤을 춰 나그네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그런데 바로 옆 청소년수련관 광장에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어 무슨 일인가 싶어 달려갔다. 다름 아닌 청소년들이 주최가 된 ‘청소년 행복장터 벼룩시장’이었다. 노란 조끼를 착용한 초등학교 4학년에서부터 고등학생에 이르기까지 100여 명의 청소년들이 각자 가지고 온 물품을 보기 좋게 진열해 놓고 고객을 맞고 있었는데, 발디딜 틈조차 없을 정도로 붐볐다. 물건을 사이에 두고 사고 파는 사람들 간 흥정하는 모습은 일반 시장의 광경과 다를 바 없었다. 다른 점이라면 판매 주체가 어린 청소년이고, 그 소비자는 주로 부모들이었다는 점이다. 진열된 물품을 살펴보니 동화책이나 전집 등의 도서류, 각종 의류, 신발, 모자, 액세서리, 장난감, 지갑, 학용품 문구세트, 가방, 손목시계 등등 청소년들이 선호하는 다양한 상품이 구경나온 시민들을 유혹하기에 충분했다. 부모를 따라 나온 아이들은 물건을 가리키며 이것저것 사달라고 생떼를 쓰고 있었다. 머리카락이 희끗하신 한 할아버지는 “어린이날 손자 녀석에게 선물을 주지 못해 할아버지 체면이 말이 아니었는데 마침 벼룩시장이 열려 손자가 좋아할 것 같은 용품을 싼값에 몇 개 샀다. 손자뻘 되는 청소년들이 기특하다”며 구입한 물품을 높이 들어보이셨다. 일부 청소년들은 자기의 물건을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 적극적인 홍보와 가격 흥정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공릉중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인 윤정 학생은 행복장터 벼룩시장 판매 현황표에 수첩, 세계명작, 지갑, 필통, 옷 등 수십 종의 품목을 적어 놓고, 자신이 매긴 가격과 실제 판 금액을 적으며 제법 운영을 잘하고 있었다. "밤늦게까지 준비하고 직접 만들며 힘들기도 했는데, 막상 시장에 내놓으니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물건 판 금액은 어디에 쓸거냐는 질문에 선뜻 기부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서울특별시립 ‘청소년활동진흥센터’ 박진호 봉사교육팀장은 이 행사의 취지로 “청소년 자신이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직접 가지고 와 판매하고 물물교환을 통해 경제 개념을 일찍부터 눈뜨게 하고, 나아가 나눔의 미덕을 함양해 나갈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삼고 있다”고 했다. 또 “장터운영시간 종료 후 실제 판매금액을 물품판매 리스트에 작성하고 판매금액의 50%이상을 기부하도록 하고 있으며, 기부한 학생들에게는 일정시간의 봉사활동이 인정되어 확인서가 발급된다”고 했다. 강서구 화곡동에서 왔다는 김필구(45) 씨는 “어린 청소년들이 대견스럽기만 하다. 경제교육의 산지식을 배울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 다음 기회에는 우리 아이도 꼭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말도 했다. 진열된 물건 가격대는 500원에서 비싼 것이라야 3,000원 정도. 가끔 싸게 물건을 사고도 더 깎아달라며 생떼를 쓰거나 덤으로 다른 물건까지 집어가는 엄마들이 보여 얄밉기도 했지만, 이날 가장 신이 난 사람들은 학부모들이었다. 한 아버지는 장터를 지나가다 진열장 앞에 앉더니 급히 전화를 해 아내에게 아이 몸 사이즈를 묻고 옷을 여러 벌 사가기도 했다. 물건이 다 깨끗하고 쓸 만해 기자 역시 아이 선물용으로 몇 가지를 샀다. 장터행사는 12시 30분에 시작하여 오후 2시 30분까지 계속 됐다. 참가 청소년들 모두 뙤약볕 아래에서 힘들어 보이긴 했지만 모두들 큰 보람을 얻은 기쁨에 다소 들떠 있는 모습이었다. 올 가을 9월 11일에 2차 활동이 운영될 계획이며, 한 달 전부터 센터 홈페이지(http://www.sy0404.or.kr/default.asp)를 통해 신청하여 참가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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