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딘스키와 러시아거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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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8.01.22. 00:00
시민기자 이정엽 | |
언제부터인가 서울에서는 방학시즌이 되면 블록버스터급 전시회가 개최되고 있다. 얼마 전만 해도 방학이나 명절 등 특정 시기에 블록버스터 영화가 상영됐던 것과 비교해 보면 미술전시가 대중에게 많이 가까워졌음을 실감한다. 이번 겨울에도 대형전시가 몇 개나 열리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특별히 좋아하는 고흐전을 비롯, 칸딘스키, 모딜리아니전도 개최되고 있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만한 화가들의 전시는 인기도 많아서 낮에는 물론이고 밤까지 관람객이 많다. 얼마 전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칸딘스키와 러시아거장전에 다녀왔다. 이 전시 역시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전시제목에서 칸딘스키를 내세운 것처럼 나 역시 러시아 화가들에 대해 크게 아는 바가 없었다. 이 전시는 칸딘스키 외에 말레비치, 곤차로바 등 여러 러시아 화가들의 작품을 다루고 있는데, 시기적으로 19세기에서 20세기로 넘어가는 작품이 전시돼있어 당시의 사회상 뿐 아니라 미술사적인 배경도 알 수 있어 흥미로웠다. 미술사적 지식이 없다고 해도 금방 알아차릴 수 있을 만큼 19세기의 미술과 20세기의 미술은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눈앞의 그림을 보며 파악하니 신기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의 사실적 묘사에 집중한 19세기 러시아 미술, 그리고 훨씬 추상화된 20세기 미술. 이 둘을 비교해 보는 것도 흥미로웠고, 여러 작가들의 화풍을 비교해보는 것도 전시를 보는 재미를 배가시켰다. 전시장은 초상화, 풍경화, 역사화, 풍속화 등 장르별로 구분이 되어 있어 그림을 보고 있자니 그 시대의 상황이 읽혀지는 듯 했다. 언젠가 미술계에서 한 집 한 그림 걸기 운동을 벌였던 기억이 있다. 아직 우리에게 그림을 보러 다니거나 구입을 하거나 집에 걸어두는 것은 일상화되고 대중화된 상황은 아니다. 이렇게 특정 시간, 대형전시에만 사람들이 몰리는 것이 안타까운 면도 있지만 이런 식으로 미술의 저변이 넓혀져 갈 수 있을 것이란 긍정적인 생각도 해본다. 하지만 대형기획전시는 관람료가 비쌀 수밖에 없고, 특정 작가에만 사람이 몰리는 예술적 편식을 하게 될 수 있다. 서울시가 내세우는 문화서울의 밑그림도 문화활동이 별도의 노력을 들이는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좋은 정책들이 실현되어 대형기획 뿐 아니라 소규모 전시나 공연에도 사람들이 발길이 끊이질 않았으면 좋겠다. 그것이 바로 문화서울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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