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 선물, 불광천

admin

발행일 2009.02.19. 00:00

수정일 2009.02.19. 00:00

조회 1,666



시민기자 김영숙




불광천에서 처음 진객을 만난 것은 4년 전 쯤 가을로 기억됩니다. 불광천이 자연친화적인 생태하천으로 거듭나고서도 한참 지나서입니다. 그 때 개울 양편 둔치를 따라 조성된 산책로를 걷다가 약간 후미진 웅덩이에 나란히 떠있는 야생오리 한 쌍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움직이면 풀숲에 가려 잘 안보이기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조금은 경계하는 듯도 했지만 별로 놀라는 기색은 아니었습니다. 잠시 뜸을 들인 뒤 곧 유유히 유영(遊泳)을 하고, 이어서 간간이 자맥질을 하는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한동안 외국생활을 하다가 귀국해 다시 찾은 겨울 불광천에서 오리들을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무척 반가웠습니다. 이제는 전보다 훨씬 더 많은 수의 오리가 물길을 따라 흩어져 노닐고 있었습니다. 대략 헤아려도 스무 마리가 넘었습니다. 종류도 늘어 쇠오리, 청둥오리에 흰뺨검둥오리까지 섞여 있었습니다.

수중보 아래쪽 넓은 물에선 대가족인 듯 10여 마리가 무리를 지어 떠다니고, 암수가 짝을 이룬 몇몇은 좁은 수로를 찾아 오롯이 ‘데이트’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녀석들은 이따금 짝짓기를 하면서 거침없는 애정표현을 합니다. 아무쪼록 이곳 불광천에서 더 많은 오리가족이 태어나 번성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그런 마음을 알아주기라도 하듯 둔치 가까이 마른 갈대숲에 둘러싸여 물 흐름이 잔잔한 곳에선 너 댓 마리의 새끼오리들이 따로 모여 놀고 있었습니다. 이제 막 물질을 익혀 한창 재미를 붙인 듯 앙증맞은 몸놀림으로 물위를 헤젓고 있는 모습이 볼수록 귀엽기만 했습니다.

오리들이 먹이사냥을 하는 모습을 보면 누군가가 말했듯 싱크로나이즈 스위밍 모양새 그대로입니다. 엉덩이는 하늘로 치켜들고 머리는 물속으로 처박은 채 부리로 물속을 훑고 쑤십니다. 작은 물고기나 지렁이 같은 수중생물을 찾는 것이지요. 하천변엔 조, 율무 따위 향토작물과 해바라기 같은 열매 맺는 식물들을 많이 심었었기에 잡식성인 오리는 불광천에서 넉넉한 먹잇감을 얻고 있을 것입니다.

북한산 비봉(碑峰)에서 발원하여 한강으로 흘러드는 길이 9.21km의 불광천.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인근주민들의 쓰레기하치장 신세였던 불광천이 철새들이 즐겨 찾는 생태하천으로 새롭게 태어나게 된 것은 얼마나 큰 행복인지요. 불광천의 기점인 은평구 불광동으로부터 역촌, 응암, 증산동과 서대문구 북가좌동, 마포구 성산동 등 유역의 시민들에겐 삶의 질을 한껏 높여준 참으로 고마운 ‘웰빙 선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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