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에 새롭게 탄생한 초록빛 쉼터…'한국숲정원'을 걷다

시민기자 조수연

발행일 2026.07.09. 13:00

수정일 2026.07.09. 15:53

조회 38

한국숲정원 내 소나무 군락.
한국숲정원 내 소나무 군락. ©조수연
2년 전, 친구들과 함께 전라남도 일대로 여름 휴가를 떠났었다. 당시 담양과 화순 등을 다녀왔는데 그중 죽녹원을 걸으며 대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고, 소쇄원의 고즈넉한 정취 속에서 잠시 일상을 잊었던 시간은 아직도 여운으로 남는다. 특히, 서울에서는 쉽게 만날 수 없는 남도의 자연과 전통 정원이 주는 여유가 인상적이었다.
담양 죽녹원.
담양 죽녹원. ©조수연
그런데 최근 서울 한복판에서도 우리나라의 정원문화를 만날 수 있는 공간이 조성됐다. 바로 서울시가 남산 야외식물원 일대를 새롭게 조성‘한국숲정원’이다. 서울시는 전국의 대표적인 숲과 정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는데, 담양에서 느꼈던 풍경을 서울에서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하는 기대를 안고 남산을 찾았다. ☞ [관련 기사] 남산에서 만나는 '담양·제주 전통숲'…한국숲정원 개방

서울을 한눈에 품는 전망 공간, 남산마루

먼저 향한 곳은 한국숲정원의 전망 공간남산마루였다. 숲길을 따라 오르자 넓은 전망 데크가 나타났고, 투명한 난간 너머로 서울 도심이 한눈에 펼쳐졌다. 남산타워와 도심의 빌딩, 멀리 이어지는 산세까지 한 화면에 담기는 풍경은 잠시 발걸음을 멈추게 만들었다.
남산마루에서 바라본 서울의 도심.
남산마루에서 바라본 서울의 도심. ©조수연
철제 그레이팅 바닥과 유리 난간 덕분에 마치 숲 위에 떠 있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아래로는 울창한 숲이 이어지고, 시선을 조금만 들어 올리면 서울의 스카이라인이 펼쳐졌다. 자연과 도시를 동시에 감상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설계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전망 데크에는 이미 시민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누군가는 책을 읽고 있었고, 누군가는 커피 한 잔과 함께 서울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남산 정상까지 오르지 않아도 이런 전망을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휴식 공간이 하나 더 생긴 느낌이었다.
  • 남산 마루 전경.
    남산 마루 전경. ©조수연
  • 남산 마루에 시민이 의자에 앉아 있다.
    남산 마루에 시민이 의자에 앉아 있다. ©조수연
  • 남산 마루 전경.
  • 남산 마루에 시민이 의자에 앉아 있다.

담양의 정취를 담아낸 영지원

다음으로 찾은 곳은 영지원이다. 담양 명옥헌을 모티브로 조성된 정원답게 잔잔한 연못과 배롱나무가 어우러진 모습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맑은 물속에는 연잎이 떠 있었고, 분홍빛 연꽃이 고요한 수면 위에서 여름의 풍경을 완성하고 있었다.

연못 주변은 자연석을 활용해 꾸며져 인위적인 느낌이 거의 없었다. 물속이 훤히 들여다보일 만큼 맑은 수질과 주변 숲이 함께 어우러져 도심이라는 사실을 잠시 잊게 만들었다. 담양에서 만났던 한국 정원의 분위기를 서울식으로 재해석한 공간이라는 설명이 자연스럽게 이해됐다.
  • 영지원의 모습.
    영지원의 모습. ©조수연
  • 담양에서 만났던 한국 정원의 분위기를 잘 표현했다.
    담양에서 만났던 한국 정원의 분위기를 잘 표현했다. ©조수연
  • 영지원의 모습.
  • 담양에서 만났던 한국 정원의 분위기를 잘 표현했다.
천천히 연못을 따라 걸으며 바라본 풍경은 화려하기보다 차분했다. 사진을 찍기 위해 찾는 공간이라기보다 잠시 걸음을 늦추고 머물며 풍경을 감상하기 좋은 장소였다. 한국 정원이 가진 ‘여백의 미’가 무엇인지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었다.
영지원에 핀 작은 연꽃 한 송이.
영지원에 핀 작은 연꽃 한 송이. ©조수연

남산 소나무 숲이 품은 쉼터, 솔숲원

‘남산 위에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이라는 애국가의 가사처럼 소나무는 남산을 대표하는 풍경 가운데 하나다. 솔숲원은 이러한 남산의 자연을 그대로 활용해 조성한 공간이다. 굽이굽이 자란 소나무들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수형은 남산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매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굽이굽이 자란 소나무.
굽이굽이 자란 소나무. ©조수연
숲 안으로 들어서자 도심의 소음은 어느새 멀어졌다. 소나무 사이로 스며드는 햇빛과 바람이 만들어내는 분위기는 한여름에도 시원함을 느끼게 했다. 곳곳에는 흙길이 조성돼 시민들이 자연을 더욱 가까이에서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남산의 오래된 소나무는 단순한 조경수가 아니라 오랜 시간 서울을 지켜온 자연유산이다. 새롭게 꾸며진 정원은 이러한 기존 숲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시민들이 더욱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정비한 점이 인상 깊었다.
  • 전국 팔도의 소나무를 만날 수 있다.
    전국 팔도의 소나무를 만날 수 있다. ©조수연
  • 아래 비석을 통해 어디서 왔는지 확인할 수 있다.
    아래 비석을 통해 어디서 왔는지 확인할 수 있다. ©조수연
  • 전국 팔도의 소나무를 만날 수 있다.
  • 아래 비석을 통해 어디서 왔는지 확인할 수 있다.

전통 정원의 풍류를 담은 지당원

한국숲정원에서 가장 한국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던 곳은 지당원이다. 담양 소쇄원을 모티브로 만든 공간답게 전통 정자와 연못, 계류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유리 지붕을 적용한 현대식 정자는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었다.
담양 소쇄원을 모티브로 한 지당원.
담양 소쇄원을 모티브로 한 지당원. ©조수연
정자에 앉아 바라보는 풍경은 마치 한 폭의 동양화를 떠올리게 했다. 작은 물길이 흐르고 대숲이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은 복잡한 서울 한복판이라는 사실을 잊게 만들었다. 실제로 시민들도 정자에 앉아 휴식을 취하거나 사진을 남기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전통 정원은 단순히 예쁜 공간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연을 바라보고 즐기는 방식을 담아낸다. 지당원 역시 화려한 조형물보다 숲과 물, 바람이 어우러지는 풍경 자체를 감상하도록 설계돼 있었다.
  • 지당원 앞 연못.
    지당원 앞 연못. ©조수연
  • 지당원을 감싸는 대나무. 바로 죽림원으로 이어진다.
    지당원을 감싸는 대나무. 바로 죽림원으로 이어진다. ©조수연
  • 지당원 앞 연못.
  • 지당원을 감싸는 대나무. 바로 죽림원으로 이어진다.

대숲 사이를 걷는 또 하나의 죽녹원, 죽림원

개인적으로 가장 반가웠던 공간은 죽림원이다. 담양 죽녹원을 떠올리게 하는 대나무 숲길이 길게 이어졌기 때문이다. 친구들과 함께 걸었던 담양의 추억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담양 죽녹원 전경.
담양 죽녹원 전경. ©조수연
높게 뻗은 대나무 사이로 햇살이 스며들고, 바람이 불 때마다 들려오는 대나무 잎 소리는 도심에서는 쉽게 경험하기 어려운 풍경이었다. 나무 데크를 따라 천천히 걷다 보니 몸과 마음이 함께 차분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높게 뻗은 죽림원의 대나무.
높게 뻗은 죽림원의 대나무. ©조수연
물론 담양 죽녹원의 규모를 그대로 옮겨놓은 것은 아니지만, 서울에서도 대숲이 주는 고요함과 여백의 미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서울에서 잠시 자연 속 산책을 즐기고 싶은 시민들에게는 새로운 명소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조금 더 자라야 할 것 같았다.
    조금 더 자라야 할 것 같았다. ©조수연
  • 그럼에도 정말 시원한 죽림원.
    그럼에도 정말 시원한 죽림원. ©조수연
  • 조금 더 자라야 할 것 같았다.
  • 그럼에도 정말 시원한 죽림원.

한국숲정원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우리 꽃, 무궁화원

한국숲정원을 한 바퀴 둘러본 뒤 마지막으로 만난 곳은 무궁화원이다. 이름 그대로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꽃인 무궁화를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아직 모든 꽃이 활짝 피지는 않았지만, 봉오리를 머금은 모습과 이미 피어난 무궁화가 여름이 깊어질수록 더욱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낼 것이라는 기대를 품게 했다.
무궁화원 전경.
무궁화원 전경. ©조수연
한국숲정원이 전국의 숲과 정원을 모티브로 한국의 자연을 담아낸 공간이라면, 무궁화원은 그 의미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소였다. 외국의 정원 양식을 모방한 공간이 아니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꽃을 통해 '한국다운 정원'이라는 정체성을 자연스럽게 완성하고 있었고, 곳곳을 걷다 보면 화려함보다는 담백함, 인위적인 연출보다는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이 더 오래 기억에 남았다.
  • 우리나라의 국화, 무궁화.
    우리나라의 국화, 무궁화. ©조수연
  • 우리나라의 국화, 무궁화.
    우리나라의 국화, 무궁화. ©조수연
  • 우리나라의 국화, 무궁화.
    우리나라의 국화, 무궁화. ©조수연
  • 곳곳에 무궁화가 피어있다.
    곳곳에 무궁화가 피어있다. ©조수연
  • 우리나라의 국화, 무궁화.
  • 우리나라의 국화, 무궁화.
  • 우리나라의 국화, 무궁화.
  • 곳곳에 무궁화가 피어있다.
남산은 오래전부터 서울을 대표하는 산이지만, 이제는 한국의 정원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새로운 매력까지 갖게 됐다. 특히, 친구들과 함께 담양 죽녹원을 걸으며 느꼈던 고즈넉한 풍경과 여유를 서울 한복판에서도 만날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서울을 찾는 관광객은 물론, 일상에 지친 시민이라면 새롭게 문을 연 한국숲정원을 걸어보자. 우리나라 자연이 가진 아름다움과 풍류를 직접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남산 한국숲정원

○ 위치 :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259-16 (기존 남산 야외식물원 일대)
○ 개방일 : 2026. 6. 27.~
○ 구성 : 3만 ㎡ 규모 (▴전통과 문화 ▴자연과 생태 ▴휴양과 휴식 3개 테마, 11개 정원)
○ 누리집 : 서울의공원

시민기자 조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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