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물방울 화가의 작업실은 어떨까? '김창열 화가의 집' 개관

시민기자 최정윤

발행일 2026.07.06. 14:11

수정일 2026.07.06. 15:42

조회 65

김창열 화백의 삶의 태도와 시간을 느낄 수 있는 '김창열 화가의 집' ©최정윤
김창열 화백의 삶의 태도와 시간을 느낄 수 있는 '김창열 화가의 집' ©최정윤
서울 종로구 평창동 언덕길을 오르다 보면 어느새 도심의 분주함은 잦아들고 조용한 주택가가 펼쳐진다. 그 길 끝에서 만나는 '종로구립 김창열 화가의 집'세계적인 물방울 화가 김창열 화백(1929~2021)이 30여 년간 생활하며 작품 활동을 이어온 자택이다. 자연과 조화를 이룬 건축적 가치와 예술성을 인정받아 서울시우수건축자산으로 지정됐으며, 종로구가 공공 문화공간으로 조성하고 유가족이 작품과 자료를 기증하면서 5월 말, 일반 시민에게 공개되었다.
  • 평창동 언덕길, 북한산 기슭에 위치한 '김창열 화가의 집' 입구 ©최정윤
    평창동 언덕길, 북한산 기슭에 위치한 '김창열 화가의 집' 입구 ©최정윤
  • 예술가의 집을 방문하는 마음으로 실내화로 갈아 신고 입장했다. ©최정윤
    예술가의 집을 방문하는 마음으로 실내화로 갈아 신고 입장했다. ©최정윤
  • 평창동 언덕길, 북한산 기슭에 위치한 '김창열 화가의 집' 입구 ©최정윤
  • 예술가의 집을 방문하는 마음으로 실내화로 갈아 신고 입장했다. ©최정윤

예술가의 삶을 걷는 공간

이곳은 세계적인 물방울 화가 김창열 화백(1929~2021)이 1988년부터 서울과 파리를 오가며 30여 년간 생활하며 작품 활동을 이어온 공간이다. 대개 미술관은 완성된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이라면, '김창열 화가의 집'은 작가가 실제 생활하고 창작했던 공간을 보존한 '하우스뮤지엄(House Museum)'이다. 화려한 전시 연출이나 많은 작품을 감상하는 곳이라기보다, 예술가의 삶과 창작의 흔적을 공간 전체를 통해 경험하는 데 의미가 있다.

지하 작업실에는 화백이 사용하던 이젤과 화구, 손때 묻은 책과 가구 등이 생전의 모습에 가깝게 복원되어 있다. 관람객은 작품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거장이 어떤 공간에서 고민하고 사유하며 물방울을 그렸는지 함께 마주하게 된다.

관람 방식 또한 이러한 공간의 성격을 반영한다. 작업 공간의 원형을 보존하기 위해 관람객은 입구에서 신발을 벗고 실내화로 갈아 신는다. 전시장을 둘러보기보다 예술가의 집을 조심스럽게 방문하는 마음으로 공간을 걸을 때, 비로소 이곳이 전하고자 하는 의미를 더욱 깊이 느낄 수 있다.
  • 김창열 화백이 사용하던 생활용품들이 그대로 전시돼 있는 아카이브실 ©최정윤
    김창열 화백이 사용하던 생활용품들이 그대로 전시돼 있는 아카이브실 ©최정윤
  • 벽난로 옆, 김창열 화백의 작업도구들 ©최정윤
    벽난로 옆, 김창열 화백의 작업도구들 ©최정윤
  • 치밀하고 치열했던 작업의 시간이 느껴지는 테이블 ©최정윤
    치밀하고 치열했던 작업의 시간이 느껴지는 테이블 ©최정윤
  • 김창열화백이 작업하던 미완의 대형 캔버스 ©최정윤
    김창열화백이 작업하던 미완의 대형 캔버스 ©최정윤
  • 김창열 화백이 사용하던 생활용품들이 그대로 전시돼 있는 아카이브실 ©최정윤
  • 벽난로 옆, 김창열 화백의 작업도구들 ©최정윤
  • 치밀하고 치열했던 작업의 시간이 느껴지는 테이블 ©최정윤
  • 김창열화백이 작업하던 미완의 대형 캔버스 ©최정윤

물방울에 담긴 예술가의 삶

김창열 화백의 물방울은 뛰어난 사실 묘사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그의 작품 세계를 온전히 이해하려면 그 안에 담긴 삶과 철학까지 함께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한국전쟁을 겪으며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온 그는 물방울을 반복해서 그리며 기억을 씻어내고, 비우고, 다시 자신을 돌아보는 수행의 과정을 이어갔다. 이후 천자문 위에 물방울을 표현한 '회귀(回歸)' 연작은 동양적 철학과 현대미술을 연결한 대표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같은 예술 세계는 공간에도 고스란히 스며 있다. 세계적인 건축가 우규승이 설계한 이 집은 김 화백의 예술세계를 시각적으로 담아낸다. "빛을 아틀리에 안에 들이지 않고 동굴 같은 곳에서 내면의 빛에 의지한다"는 작가의 생각을 반영해 지하 작업실은 원형 천창 하나로 최소한의 간접광만 스며들도록 설계했다.

종로구가 이 집을 매입해 전시공간으로 리모델링 할 때도 원형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김 화백의 대표 연작인 '회귀(回歸)'의 정신을 공간에 녹여냈다. 관람 동선을 ㅁ자형 순환 구조로 구성해 시작과 끝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했다. 관람객은 공간을 한 바퀴 돌아 나오며 작품과 삶, 그리고 사유가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작품과 공간, 그리고 작가의 삶이 하나로 이어진다.
  • 평창동과 제주도가 연결된 듯한 느낌을 주는 정원 ©최정윤
    평창동과 제주도가 연결된 듯한 느낌을 주는 정원 ©최정윤
  • 물방울 모양의 투명 유리 오므제들이 정원 곳곳에 놓여져 있다. ©최정윤
    물방울 모양의 투명 유리 오므제들이 정원 곳곳에 놓여져 있다. ©최정윤
  • ㅁ자 중정 가운데 놓여 있는 작업실의 원형 천창 ©최정윤
    ㅁ자 중정 가운데 놓여 있는 작업실의 원형 천창 ©최정윤
  • 평창동과 제주도가 연결된 듯한 느낌을 주는 정원 ©최정윤
  • 물방울 모양의 투명 유리 오므제들이 정원 곳곳에 놓여져 있다. ©최정윤
  • ㅁ자 중정 가운데 놓여 있는 작업실의 원형 천창 ©최정윤

시민에게 열린 예술의 공간

'김창열 화가의 집'은 단순히 유명 화가가 살았던 집을 공개한 곳이 아니다. 작품이 탄생한 삶의 현장을 보존하고, 그 시간을 시민과 함께 나누는 공공문화자산이라는 데 이번 공간 재생의 의미가 있다. 이곳을 찾는다면 작품을 감상하는 데서 그치지 말고 예술가가 머물던 공간을 천천히 걸어보길 권한다. 그 걸음 끝에서 김창열 화백이 평생 물방울에 담아낸 비움과 사유의 의미가 한층 깊게 다가올 것이다.
  • 차를 좋아했던 화백이 손님을 맞이하듯 가장 풍경 좋은 곳에 위치한 카페 ©최정윤
    차를 좋아했던 화백이 손님을 맞이하듯 가장 풍경 좋은 곳에 위치한 카페 ©최정윤
  • 집 밖의 풍경과 전시된 그림이 어우러져 새로운 그림을 만들어낸다. ©최정윤
    집 밖의 풍경과 전시된 그림이 어우러져 새로운 그림을 만들어낸다. ©최정윤
  • 차를 좋아했던 화백이 손님을 맞이하듯 가장 풍경 좋은 곳에 위치한 카페 ©최정윤
  • 집 밖의 풍경과 전시된 그림이 어우러져 새로운 그림을 만들어낸다. ©최정윤
현재 종로구립 김창열 화가의 집에서는 개관기념 특별전 <김창열, 물방울의 흔적>이 진행 중이다. 197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이어진 작품 세계의 변화를 시기별로 관람할 수 있다. 작가의 집이자, 작업실이자, 전시장인 '김창열 화가의 집'에서 김창열 화백의 예술세계를 좀 더 가까이서 만나 보자.

김창열 화가의 집

○ 위치 : 서울시 성북구 평창7길 74
○ 교통 : 지선 8003 버스 ‘김창열,윤명로 화실’정류장 하차
○ 운영일시 : 화~일요일 10:00-18:00 (입장마감 17:30)
○ 휴관일 : 월요일 1월 1일 , 설 및 추석 당일
○ 개관전 <김창열, 물방울의 흔적>
 - 전시기간 : 5월 29일~8월 23일 ☞소개
 - 관람료 : 어른 5,000, 청소년 3,000, 어린이 2,000, 6세 이하 및 65세 이상, 국가유공자 무료, 종로구민 및 한복 착용자, 문화가 있는 날(매주 수요일) 50% 요금 감면
○ 이용정보 : 별도의 주차 공간이 없어 대중교통 권장, 건축물 보호와 실내 환경 유지를 위해 전시실 입장 시 비치된 실내화로 갈아 신고 관람
종로문화재단 블로그

시민기자 최정윤

'호기심'과 '관심'으로 서울시민에게 유용한 가치를 전하는 다정한 이웃 같은 서울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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