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국가유산 발견! '이상범 가옥과 화실'에서 전시와 체험까지

시민기자 박지영

발행일 2025.04.30. 11:14

수정일 2025.04.30. 16:38

조회 361

누하동 골목 안 깊이 자리하고 있는 이상범 가옥과 화실 ©박지영
누하동 골목 안 깊이 자리하고 있는 이상범 가옥과 화실 ©박지영
우리 주변엔 잘 알지 못하지만 의미와 가치를 두루 지닌 장소들이 많다. 찾는 사람이 없으면 아무리 좋은 곳이라도 유지될 수 없기에, 이 장소들을 홍보하는 다양한 기획 프로그램들이 수시로 진행된다.

서울 종로구 누하동에 있는 이상범 가옥화실도 한국화의 거목 청전 이상범 화백이 실제 거주했던 고택으로, 2005년 4월 15일 국가등록유산으로 지정됐을 만큼 의미도 깊고 가치도 높다. 볼거리 많은 서촌에서도 골목길을 비집고 들어와야 만날 수 있는 이곳에서는 고택 무료 관람은 기본이고 ‘우리고장 국가유산 활용사업’의 일환으로 전시와 알찬 체험도 무료로 즐길 수 있다.
가옥 대문과 벽면엔 장소의 의미를 상징하는 표지들이 있다. ©박지영
가옥 대문과 벽면엔 장소의 의미를 상징하는 표지들이 있다. ©박지영

‘누하동천’이라 부른 한국화 거장 청전 이상범 화백의 집과 화실

청전 이상범 가옥은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내려 도보로 10여 분 정도 서촌 깊숙이 들어간 좁은 골목 끝에 자리하고 있다. 지도 앱을 따라 가도 애매한 위치로 안내될 정도로 골목 안에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경복궁역 2번 출구로 나온 후 세종마을음식문화거리 끝까지 나와 십자로에서 오른쪽 방향으로 대로를 따라 걸으면 비교적 쉽게 찾을 수 있다. 골목 입구에서도 ‘여기가 맞나’ 갸웃 거릴 정도로 여느 골목과 큰 차이는 없지만 몇 걸음만 더 들어가면 이내 이상범 가옥과 화실임을 알리는 표지와 마주하게 된다.
이상범 가옥은 운영시간 내엔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박지영
이상범 가옥은 운영시간 내엔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박지영
고택 관람은 골목 끝 정면에 있는 대문을 통해 들어가면 시작된다. 대문과 중문을 거쳐 안마당에 들어서면 그리 크지 않은 안마당과 도시 한옥이 드러난다. 안채와 행랑으로 구성된 전형적인 근대 도시 한옥으로, 이상범 화백은 가옥과 연결된 청전화숙에서 주로 그림을 그렸고, 가옥에서는 가족들과 함께 생활했다고 한다. 독자적인 필묵법‘청전양식’이란 자신의 수묵화 브랜드를 남긴 이상범 화백은 40여 년간 이곳에서 생활했고 여기서 생을 마감하셨다.
선경(仙境)의 의미를 담은 ‘누하동천(樓下洞天)’이란 현판이 눈길을 끈다. ©박지영
선경(仙境)의 의미를 담은 ‘누하동천(樓下洞天)’이란 현판이 눈길을 끈다. ©박지영
규모가 크진 않지만 도시 한옥에서 드물다는 찬마루가 있고, 유리문, 대청, 장독대, 응접실 등 구성이 다채롭다. 국가유산포털에는 가옥의 연대가 1929년으로 추정하고 있고, 화실은 1938년으로 기재되어 있다.

두 채의 집이지만 내부에선 하나의 공간처럼 느껴지는데, 가옥에서 화실로 가는 복도의 단차를 통해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더 갖고 싶던 이상범 화백이 옆집을 구매한 후 리모델링을 거쳐 현재의 모습이 된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2006년 서울시에서 이 집을 매입 후 2008년부터 복원 공사를 시작해 2012년 7월에 완공 이후 시민들에게 개방되었고, 종로구에서 관리하고 있다.
대청마루에 앉아 마당을 바라보며 조용한 사색에 잠겨본다. ©박지영
대청마루에 앉아 마당을 바라보며 조용한 사색에 잠겨본다. ©박지영
응접실 벽면에 걸린 이상범 화백의 작품이 보인다. ©박지영
응접실 벽면에 걸린 이상범 화백의 작품이 보인다. ©박지영
아기자기한 장독대가 운치를 더한다. ©박지영
아기자기한 장독대가 운치를 더한다. ©박지영
이상범 가옥에서 가장 깊숙이 자리 잡은 화실은 생전 이상범 화백이 사용했던 그 모습을 유지 중이다. 화실에는 홍대 교수로 재직 당시 이상범 화백의 사진도 있고, 그의 삶을 읽을 수 있는 흔적들이 많다. 이상범 화백의 호를 따 ‘청전화숙’이라 불리는 이곳에선 작업도 하고 제자들도 양성했는데, 그의 제자였던 박노수 화백의 작품을 볼 수 있는 종로구립 박노수미술관이 이곳에서 도보 10여 분 거리라 함께 둘러보면 좋을 듯하다.
화실 내부에서는 이상범 화백의 작품을 볼 수 있다. ©박지영
화실 내부에서는 이상범 화백의 작품을 볼 수 있다. ©박지영
일상의 기록물을 발견하는 즐거움도 있다. ©박지영
일상의 기록물을 발견하는 즐거움도 있다. ©박지영
화실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추억 여행이 된다. ©박지영
화실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추억 여행이 된다. ©박지영

도심 속 한옥에서 무료로 즐기는 국가유산 활용 프로그램들

청전 이상범 가옥은 운영시간 내엔 누구나 들러서 고택 내부를 관람할 수 있다. 공간 해설을 제공하진 않지만 입구에 들어서면 간략하게 정리된 설명판이 있어 참고가 된다. 현재 이곳에선 지역 발전 자원 활용 지원 공모에 선정된 종로구가 고택 종갓집을 활용국가유산 활용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대문을 열고 들어서면 공간을 간략하게 정리한 설명판이 있다. ©박지영
대문을 열고 들어서면 공간을 간략하게 정리한 설명판이 있다. ©박지영
이상범 가옥과 화실에선 4월부터 11월까지 ‘누하동천 안의 시간, 기억, 추억’이란 주제로 체험, 전시, 공연, 학술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4월에 시작해 6월까지 진행되는 상반기 체험 프로그램은 매주 수·목·금·토요일 오후 2시와 4시에 진행된다. 오후 2시에는 수묵화 부채를 만들어 보는 ‘부채 그림 그리기’를, 오후 4시에는 자연과 조화롭게 사는 삶을 체험해 보는 ‘테라리움 만들기’가 진행된다.
체험에 참여해 완성한 테라리움 ©박지영
체험에 참여해 완성한 테라리움 ©박지영
인원수에 따른 준비물이 필요하기에, 신청은 최대 8인까지 사전 예약을 받는다. 모든 프로그램은 먼저 고택에 관한 설명 10여 분, 당일 진행될 프로그램에 대한 설명 10여 분, 그리거나 만들기 체험 30분, 소감 및 만족도 조사로 약 1시간 정도 진행된다.

체험은 간단하지만 고택에서 직접 만들어 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경험이 되다 보니, 아이부터 어른까지 참여자들 반응이 좋다. 모든 재료가 무료로 제공되는 것도, 소수 정예로 서로의 의견을 나누는 시간이 있는 것도 인기 이유다. 상반기 체험이 끝난 후엔 혹서기를 피한 후 하반기에 전통등 만들기 및 한국 근대기 양력 달력 제작 체험이 이어질 예정이다.
체험 프로그램은 간단한 설명과 체험으로 구성되어 알차다. ©박지영
체험 프로그램은 간단한 설명과 체험으로 구성되어 알차다. ©박지영
모든 재료를 무료로 제공해 준다. ©박지영
모든 재료를 무료로 제공해 준다. ©박지영
이상범 화백 작품현대 한국화 전시도 진행된다. 5월 9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11월 27일까지 고택 관람 시 손동현 작가의 ‘석양에 내려앉은 눈’ 전시도 함께 관람할 수 있다.

한편, 국악 공연도 있다. 5월 9일 개막 공연을 시작으로 5월 14일과 5월 16일, 5월 21일 , 5월 23일 양은희의 ‘청출어람’, 무아무용단의 ‘몸짓’ 등 국악 공연이 30분간 무료로 진행된다.
다양한 무료 프로그램들이 5월 내내 진행된다. ©종로구청
다양한 무료 프로그램들이 5월 내내 진행된다. ©종로구청
한국 근현대 미술 세미나도 진행된다. 이상범과 청전화숙이 한국 화단에 미친 영향 등을 조망하는 시간으로, 5월 13일부터 23일까지 화요일, 수요일, 금요일마다 다른 주제로 강연이 이뤄진다. 참가를 원하는 분은 사전 예약을 해야 하며, 당일 공석에 한해 현장 접수가 가능하다. 화사한 5월에 다양한 문화 체험을 즐기고 싶다면, 사전 예약을 통해 풍성한 문화 체험도 하고 고즈넉한 서촌의 골목길도 여유롭게 걸어보기 바란다.

서울 누하동 이상범 가옥과 화실

○ 위치 : 서울시 종로구 필운대로 31-7
○ 교통 :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2번 출구에서 도보 622m
○ 운영시간 : 화~일요일 3~10월 09:00~18:00, 11~2월 09:30~17:30
○ 휴무 : 월요일
○ 입장료 : 무료

시민기자 박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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