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가구 청년들이 숲으로 향한 이유? '집콕 말고 숲콕'

시민기자 김경희

발행일 2026.05.08. 15:30

수정일 2026.05.08. 17:09

조회 78

‘집콕 말고 숲콕’ 스페셜 프로그램에 참가한 1인가구 참여자들 ©김경희
지난 4월 29일 ‘집콕 말고 숲콕’ 프로그램 참가자 11명이 상계동 나들이 철쭉동산에 모였다. 이날은 토요일에 운영되던 1인가구 청년 대상 숲 체험을 평일로 넓혀보는 자리로, 서울둘레길 3코스 일원에서 진행됐다. 산머루산다래암장으로 올라가 암벽을 체험하고 매듭 묶기도 배워보는 일정이었다.

‘집콕 말고 숲콕’에는 요즘 청년들의 생활감이 배어 있다. 혼자 사는 청년에게 집은 쉼터이면서도 때로는 고립이 깊어지는 공간이다. 쉬는 날 약속이 없으면 하루를 집 안에서 보내기 쉽고, 평일의 피로는 몸속에 층층이 쌓인다. 서울시는 이런 청년들이 숲길을 걸으며 긴장을 풀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왔다.
‘집콕 말고 숲콕’ 스페셜 프로그램의 암벽 등반 참여자들이 불암산을 오른다. ©김경희
‘집콕 말고 숲콕’ 스페셜 프로그램의 암벽 등반 참여자들이 불암산을 오른다. ©김경희
서울 여러 지역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해당 구에서 청년이 직접 오지 못한 경우에는 1인가구지원센터 담당자가 대신 참여했다. 담당자가 먼저 체험해 본 뒤 그 생생함을 지역 청년들에게 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체험에 앞서 서울둘레길 운영팀장 홍종길 씨는 암벽 체험을 할 때 긴장할 수밖에 없다며 생수와 이온음료를 반드시 챙기라고 당부했다. 처음 만난 참가자들이 나란히 걷는 일이 어색해서인지 초반에는 말이 거의 없었다. 3코스로 향하는 동안 서울둘레길 안내자의 설명이 이어졌다.

“서울둘레길은 주황색 리본만 있다고 생각하시죠? 주황색 리본 끝부분이 초록색이면 이미 둘레길에 들어선 게 아니라, 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뜻이에요.” 새로운 사실에 참가자들의 눈이 하나같이 동그래졌다.
서울둘레길 리본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김경희
서울둘레길 리본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김경희
산머루산다래암장에 도착하니 이미 모든 준비가 완벽하게 갖춰져 있었다. 새소리까지 맑게 울려 퍼졌다. 서울둘레길 방재형 팀장이 프로그램의 취지와 안전 수칙을 설명했고, 체험을 도울 전문 산악 강사 네 명도 소개됐다. 강사들은 안전모와 하네스 착용법, 로프 매듭, 오르는 자세와 내려오는 동작까지 차근차근 알려주었다.
  • 점점 숲길이 깊어지니 하늘도, 암벽도 올려다보며 걷는 참여자들 ©김경희
    점점 숲길이 깊어지니 하늘도, 암벽도 올려다보며 걷는 참여자들 ©김경희
  • 암벽에 오르기 전 강사의 설명에 헬멧도 점검, 운동화 끈 다시 고쳐 매기 ©김경희
    암벽에 오르기 전 강사의 설명에 헬멧도 점검, 운동화 끈 다시 고쳐 매기 ©김경희
  • 암벽 등반을 지도하고 도와줄 전문 산악 강사를 보니 마음이 놓인다. ©김경희
    암벽 등반을 지도하고 도와줄 전문 산악 강사를 보니 마음이 놓인다. ©김경희
  • 점점 숲길이 깊어지니 하늘도, 암벽도 올려다보며 걷는 참여자들 ©김경희
  • 암벽에 오르기 전 강사의 설명에 헬멧도 점검, 운동화 끈 다시 고쳐 매기 ©김경희
  • 암벽 등반을 지도하고 도와줄 전문 산악 강사를 보니 마음이 놓인다. ©김경희
노란색, 보라색, 빨간색 안전모가 불암산 숲속에서 선명하게 빛났다. 암벽은 높이보다 먼저 ‘믿음’을 요구했다. 몸을 믿고, 장비를 믿고, 아래에서 줄을 잡아주는 강사를 믿어야 한 걸음을 내디딜 수 있었다. 두 사람씩 나란히 암벽에 올랐고, 무서워 발을 떼지 못하는 참가자도 있었다. 암벽에는 나무가 없어 땡볕이 그대로 내리쬐었다.

서울둘레길 차미숙 센터장은 햇볕이 쏟아지는 암벽 중간 지점에서 내내 “파이팅!”을 외쳤다. 묵직한 카메라를 어깨에 멘 채 연신 용기를 보탰다. 한 발 또 한 발 바위를 디디며 꼭대기에 오르는 사람들. 산에 오를 때만 해도 서먹했던 이들이 뒤에서 차례를 기다리며 한목소리로 응원했다. “잘하고 있어요”, “대단해요”, “멋져요!” 숲속 골짜기에 메아리가 퍼졌다.

응원도 하며 직접 체험에 나섰다. 줄이 팽팽해지자 11자 걸음으로 발을 떼며 올라갔고, 점점 꼭대기가 눈앞에 다가왔다. 내려올 때는 줄을 믿고 몸을 자연스럽게 뒤로 젖히라는 강사의 말을 따랐다. 몇 번 더 오르고 싶을 만큼 체험은 즐거웠다. 몸을 맡기고 내려온 뒤에는 가슴이 시원하게 트였다. 벌레들이 연한 나뭇잎을 갉아 먹는 시기라 옷과 장비에 달라붙어 참가자들을 멈칫하게도 했지만, 그 소동마저 숲에 들어왔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했다.

체험은 두 조로 나누어 진행됐다. 1조가 암벽에 오르는 동안 2조는 산행에 유용한 매듭법을 배웠다. 암벽 타기처럼 긴장할 일이 없는 매듭 묶기 체험에서는 강사의 손끝을 집중해 따라 하니 매듭이 척척 완성됐다.
암벽 등반이 처음이어도 설명을 듣고 안정감 있는 자세로 오른다. ©김경희
암벽 등반이 처음이어도 설명을 듣고 안정감 있는 자세로 오른다. ©김경희
집에서 벗어나 ‘숲콕’ 하며 암벽에 오르니 스트레스가 날아간다. ©김경희
집에서 벗어나 ‘숲콕’ 하며 암벽에 오르니 스트레스가 날아간다. ©김경희
등반을 마친 뒤 참가자들은 둥글게 모여 소감을 나누었다. 처음 해봐서 무섭기도 했지만, 짜릿함 덕분에 스트레스가 풀렸다는 이야기가 이어졌다. 꼭대기까지 오를 수 있을지 걱정했는데 전문 강사의 안내대로 하니 초보자도 충분히 해볼 만했다고 했다. 안 쓰던 근육을 쓰고 나니 기분 전환이 되고 스트레스도 한결 가벼워졌다는 등 목소리들이 밝아져 있었다.

‘서울둘레길’ 운영은 단순히 길만 내어주는 데서 그치지 않았다. 처음 온 사람도 안심하고 몸을 맡길 수 있도록 구조와 안전 체계를 함께 마련했다. 서울시가 큰 틀을 기획하고, 서울둘레길안내센터와 전문 운영 인력이 현장에서 코스를 구성하며 안전을 챙겼다. 인솔 대장, 숲길 지도 인력, 산악 강사와 안전요원이 함께 움직이니 낯선 길과 체험에도 보다 편안하게 들어설 수 있었다.
  • 색마다 다른 매듭법, 참가자들은 암벽 등반을 마치고 매듭법도 체험하다. ©김경희
    색마다 다른 매듭법, 참가자들은 암벽 등반을 마치고 매듭법도 체험하다. ©김경희
  • 암벽 등반 소감을 나누고 무사히 해낸 자신을 각자 칭찬하다. ©김경희
    암벽 등반 소감을 나누고 무사히 해낸 자신을 각자 칭찬하다. ©김경희
  • 색마다 다른 매듭법, 참가자들은 암벽 등반을 마치고 매듭법도 체험하다. ©김경희
  • 암벽 등반 소감을 나누고 무사히 해낸 자신을 각자 칭찬하다. ©김경희
1인가구 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거창한 위로만은 아닐 것이다. 집 밖으로 나올 분명한 계기, 자연스럽게 섞일 수 있는 작은 모임, 몸을 움직이며 긴장을 풀 시간이 더 직접적인 도움이 된다. ‘집콕 말고 숲콕’ 스페셜 프로그램은 바로 그 지점을 짚고 있었다. 이번 프로그램은 참여자 후기와 운영 결과를 바탕으로 홍보와 개선 방안에 반영될 예정이다. 평일형 프로그램이 더 활발해진다면 토요일 참여가 어려운 직장인 청년들에게도 숲길은 한층 가까운 선택지가 될 듯하다.

3시간 남짓한 체험을 마치고 불암산 숲길을 내려올 때, 참가자들의 걸음은 한결 가벼워 보였다. 손끝에 닿은 바위의 감촉, 로프에 몸을 맡기던 순간, 곁에서 건네진 응원과 숲속에 번진 웃음이 그 걸음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집 안에 웅크렸던 마음이 그날만큼은 숲의 공기를 따라 환하게 펴졌을 것이다.

서울둘레길 ‘집콕 말고 숲콕’

○ 장소 : 서울둘레길 12개 코스
○ 모집대상 : 서울시 1인가구 청년층
○ 모집인원 : 회차별 20명(총 12회 진행)
○ 모집방법 : 서울시공공서비스예약을 통해 모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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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 김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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