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백에 담긴 것은 '온기'더라" 창신동 쪽방촌에서 느낀 따뜻한 동행

시민기자 최윤정

발행일 2026.02.19. 09:22

수정일 2026.02.19. 15:35

조회 313

매주 화·목요일에 열리는 창신동 온기창고 ©최윤정
매주 화·목요일에 열리는 창신동 온기창고 ©최윤정

여름은 너무 덥고 겨울은 너무 추운 쪽방촌

한두 사람이 겨우 들어갈 수 있도록 여러 개의 방으로 나뉜 쪽방촌의 방 크기는 평균 6㎡ 안팎이다. 보증금 없이 월세로 운영되는 점도 쪽방촌의 특징 가운데 하나다. 서울 도심 주거 환경 중에서도 가장 작은 규모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작은 규모만큼 주거 환경도 열악하다. 여름에는 극심한 더위에 시달리고, 겨울에는 난방이 충분하지 않아 추위를 견뎌야 한다. 세탁기나 건조기 같은 기본적인 생활 편의시설을 갖추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통계에 따르면 서울 4개 구에 약 3,500개의 쪽방이 있으며, 이곳에 약 3,000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 거주민의 절반 이상은 노인과 장애인, 1인 가구로,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적 고립 문제 역시 적지 않은 상황이다.
경제적 자활과 사회적 동행을 도모하는 창신동쪽방촌상담소 ©최윤정
경제적 자활과 사회적 동행을 도모하는 창신동쪽방촌상담소 ©최윤정

창신동쪽방촌상담소

서울 시내 쪽방촌은 창신동, 돈의동, 남대문5가, 동자동, 영등포 등에 위치해 있다. 이 가운데 창신동 쪽방촌은 약 180명이 거주하고 있어, 다른 지역에 비해 비교적 규모가 작은 편으로 알려졌다.

쪽방촌 주민에 대한 복지 지원뿐 아니라 경제적 자립과 사회적 통합을 돕기 위해 2018년부터 창신동쪽방촌상담소가 운영되고 있다. 명절을 앞두고 상담소에서 준비한 따뜻한 점심 식사 현장과 주 2회 문을 여는 ‘온기창고’를 찾았다.
명절을 맞이하여 주민들에게 특별한 식사를 준비한 상담소 ©최윤정
명절을 맞이하여 주민들에게 특별한 식사를 준비한 상담소 ©최윤정

서울시 동행식당에서 맛있는 식사시간

쪽방촌 인근에는 주민들이 하루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도록 서울시가 지원하는 ‘동행식당’이 운영되고 있다. 이 가운데 규모가 큰 두 곳에서는 이날 특별식이 제공됐다. 메뉴는 모두 갈비탕으로, 명절을 앞두고 마련된 특식이다.

식당 관계자들은 매일 방문하는 주민들에게 익숙한 듯, 테이블 번호 대신 이름을 부르며 신속하고 원활하게 음식을 서빙했다. 현장에는 따뜻한 식사와 함께 정겨운 대화가 오갔다.

식사 후에는 행운권 추첨이 이어졌다.

“00번 당첨입니다. 뽑히신 분이 다음 분을 추첨해보세요.”
“우리 테이블에서 나만 안 됐어.”
“아이쿠, 나도 됐네.”

무엇이 담겼는지는 알 수 없지만, 쇼핑백을 받아 든 주민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번졌다. 행운권 추첨만으로도 현장은 한층 더 밝아진 분위기였다.
식사 후 행운권추첨, 장소는 서울시동행식당! ©최윤정
식사 후 행운권 추첨. 장소는 서울시동행식당! ©최윤정

하루 24시간이 모자라요

창신동쪽방상담소의 하루는 24시간으로도 모자라고, 1년 365일도 부족해 보인다. 매일 180여 가구를 직접 방문하는 것만으로도 벅찬 일정이지만, 그 외에도 이미용 봉사, 공동주방 운영, 세탁물 수거·배달, 영화 관람, 소방안전 교육, 원예 수업, 나들이, 농촌 체험 등 계절에 따라 다양한 프로그램을 쉼 없이 진행하고 있다.

상담소 내부 공간은 주민들의 쉼터로 활용되는 동시에 경제적 자활을 도모할 수 있는 작업장 역할도 한다. 간단한 수작업을 통해 소득을 창출할 수 있도록 돕고, 외부 활동에 대한 의욕을 높이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세탁,건조 시설이 부족한 쪽방촌을 위한 공동 세탁장 ©최윤정
세탁,건조 시설이 부족한 쪽방촌을 위한 공동 세탁장 ©최윤정

온기창고는 사람들의 '온기'가 필요합니다

쪽방촌 특화형 푸드마켓인 ‘온기창고’는 후원받은 생필품을 매장에 진열해 두고, 쪽방 주민이 개인별로 배정받은 적립금 한도 내에서 필요한 물품을 직접 선택해 가져가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온기창고가 도입된 이후에는 후원 물품을 배분할 때 발생하던 선착순 경쟁과 줄 서기가 사라졌다. 장시간 대기로 인한 불편과 자존감 하락 문제는 물론, 중복 수령이나 배분 과정에서 건강 취약자·거동 불편자가 겪던 어려움도 크게 개선됐다.

지난해 12월에는 창신동쪽방촌에 ‘온기창고 4호점’이 문을 열었다.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이면 온기창고를 찾는 주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진다. 주민들은 매주 제공되는 2만 포인트 범위 내에서 식료품과 방한용품, 생활용품 등을 선택할 수 있다. 특히 어르신들 사이에서는 죽이 인기 품목이다. 치아가 좋지 않거나 복용 중인 약이 많은 주민들이 밥보다 죽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1주에 제공되는 2만포인트로 무엇을 구매할까? ©최윤정
1주에 제공되는 2만포인트로 무엇을 구매할까? ©최윤정
필요한 것을 적어주세요! 겨울에는 방한용품이 딱이죠 ©최윤정
필요한 것을 적어주세요! 겨울에는 방한용품이 딱이죠 ©최윤정
물품 후원은 인근 교회와 기업체가 주축을 이루지만, 자원봉사자나 학생 등 개인의 따뜻한 마음이 더해지기도 한다. 물품 지원뿐 아니라 도배·장판 교체 봉사 역시 주민들에게 꼭 필요한 지원 분야다. 한 유학생은 해외로 떠나는 날, 쪽방촌 주민들을 위해 음료를 마련해 달라고 부탁하며 후원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또한 쪽방촌을 떠난 한 주민이 남아 있는 이웃들을 위해 후원에 나섰다는 이야기도 전해졌다.

이를 통해 후원은 반드시 넉넉한 형편에서만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금 느끼게 된다. 불경기로 지갑이 쉽게 열리지 않는 요즘이지만, 작은 온기가 모이면 누군가에게는 큰 힘이 된다. 차가운 겨울날 손을 녹이는 작은 입김처럼, 사람의 마음에서 시작된 ‘온기’가 모여 누군가의 희망이 되길 기대해본다.

시민기자 최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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