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가에 부는 일본 애니메이션 열풍…그 시작과 이유는?
임명묵 작가
발행일 2025.11.20. 14:55

극장가를 찾은 시민들
9화 일본 애니메이션 열풍의 원인은?
올 한해 극장가의 화제는 단연코 ‘일본 애니메이션 붐’일 것이다. 지난 8월 국내에 개봉한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은 11월까지 559만 명의 관객을 동원해 한국 극장에서 개봉한 일본 애니메이션 중 흥행 1위 기록을 갈아치웠다. 올해 한국 극장가 박스오피스 1위 작품이 관람객 563만 명을 기록한 ‘좀비딸’인 바, 어쩌면 2025년 극장가 흥행 1위 작품 자체도 일본 애니메이션이 차지할지도 모르는 분위기다. 일본 애니메이션에 대한 폭발적인 인기는 9월 말 개봉한 ‘극장판 체인소맨: 레제편’이 이어받았다. 극장판 체인소맨 역시 11월에 접어들어 관객수 290만 명을 넘게 되며 올해 극장 개봉 영화 중 흥행 7위를 기록했다.
극장가에서 일본 애니메이션의 흥행은 새삼 놀라운 일도 아니다. 2023년 ‘슬램덩크’, ‘스즈메의 문단속’,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와 같은 작품들 역시 수백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몰이를 이어갔기 때문이다. 이제는 시일이 많이 흐르기도 했지만 그래도 2019년의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인 ‘노재팬 운동’의 기억이 여전히 생생한 것을 생각해보면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만화와 애니메이션으로 대표되는 일본 서브컬처(하위문화)는 어떻게 이런 거대한 인기를 획득하게 된 것일까?
물론 한국에서 일본 문화 열풍 자체는 새로운 일이 아니다. 한국과 일본은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고, 역사적으로도 오랜 기간 문화를 교류해 왔기 때문에 일본 문화는 우리에게 익숙하면서도 색다르게 느껴졌다. 거기에 일본이 한국보다 먼저 선진국이 되었기에 일본 문화가 현대적인 대중문화를 발전시켜 온 역사도 더 길었다. 이런 이유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일본 문화 개방이라는 선택을 하기 전에도 한국 대중문화는 일본의 영향을 알게 모르게 받아왔고, 그 이후에는 일본 문화가 한국 문화보다 ‘더 세련된 것’이라고 여기는 인식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일본 문화는 한일 양국의 민감한 역사와 정치 문제가 겹치며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게다가 한국에서 일본 문화의 수용이 주로 서브컬처 위주로 이루어지기에, 사회적으로 곱지 못한 시선을 받아온 것도 사실이었다.
그런 점에서 최근의 일본 문화 붐은 서브컬처가 청년층을 중심으로 대중적인 인기몰이를 하며 문화 소비의 전면에 등장했다는 점에서 이전과는 구별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런 변화는 어떻게 가능했던 것일까?
극장가에서 일본 애니메이션의 흥행은 새삼 놀라운 일도 아니다. 2023년 ‘슬램덩크’, ‘스즈메의 문단속’,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와 같은 작품들 역시 수백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몰이를 이어갔기 때문이다. 이제는 시일이 많이 흐르기도 했지만 그래도 2019년의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인 ‘노재팬 운동’의 기억이 여전히 생생한 것을 생각해보면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만화와 애니메이션으로 대표되는 일본 서브컬처(하위문화)는 어떻게 이런 거대한 인기를 획득하게 된 것일까?
물론 한국에서 일본 문화 열풍 자체는 새로운 일이 아니다. 한국과 일본은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고, 역사적으로도 오랜 기간 문화를 교류해 왔기 때문에 일본 문화는 우리에게 익숙하면서도 색다르게 느껴졌다. 거기에 일본이 한국보다 먼저 선진국이 되었기에 일본 문화가 현대적인 대중문화를 발전시켜 온 역사도 더 길었다. 이런 이유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일본 문화 개방이라는 선택을 하기 전에도 한국 대중문화는 일본의 영향을 알게 모르게 받아왔고, 그 이후에는 일본 문화가 한국 문화보다 ‘더 세련된 것’이라고 여기는 인식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일본 문화는 한일 양국의 민감한 역사와 정치 문제가 겹치며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게다가 한국에서 일본 문화의 수용이 주로 서브컬처 위주로 이루어지기에, 사회적으로 곱지 못한 시선을 받아온 것도 사실이었다.
그런 점에서 최근의 일본 문화 붐은 서브컬처가 청년층을 중심으로 대중적인 인기몰이를 하며 문화 소비의 전면에 등장했다는 점에서 이전과는 구별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런 변화는 어떻게 가능했던 것일까?

팬데믹 시대가 끝나면서, 일본 여행이 급증했다.
일본 문화를 바라보는 시선, 왜 달라졌나?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세대적인 문제와 시대적인 문제다. 우선 현재 10대 청소년과 20대 청년층은 어렸을 때부터 ‘선진국 한국’을 당연하게 여겼다는 특징이 있다. 게다가 2010년대부터 한류가 일본에서 열광적 인기를 얻어내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보았던 이들이기도 하다. 한일 양국 문화에 대해 이전 세대가 느꼈던 일종의 ‘격차 감각’이 없다 보니, 청년 세대로 내려올수록 더 편하게 일본 문화를 소비할 수 있는 여유를 갖출 수 있었다.
시대적으로는 코로나19 팬데믹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사실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만화와 애니메이션은 ‘보는 사람들만 보는’ 명실상부한 서브컬처였다. 하지만 방역 기간 동안 실내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넷플릭스를 비롯한 OTT, 유튜브나 여타 인터넷 커뮤니티 소비가 폭발하면서 서브컬처가 주류 문화의 영역으로 그야말로 쇄도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게다가 팬데믹 시대가 끝나면서, 그간 막혀 있었던 해외여행에 대한 반동으로 해외여행도 폭발했다. 거리가 가깝고, 문화적으로도 친숙한 일본 여행이 급증하며 일본 여행 경험 자체가 이제는 일상적인 대화 주제가 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끝으로, ‘팬덤 문화’ 자체가 일상화된 것도 중요하게 작용했다. 과거 일본 서브컬처를 애호하는 일은 ‘사회적인 정상성’을 따르지 않는 것으로 여겨지며 조롱의 빌미가 되기 일쑤였다. 지금도 일본 서브컬처가 사회적으로 대단한 주류 문화로 인정받은 것은 아니지만, 반대로 미디어가 파편화되면서 국민 모두가 즐기는 주류 문화의 존재 자체가 흐릿해지기도 했다. 이제 사람들은 각자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드러내며, 팬덤의 일원, 즉 ‘팬’으로서 자기 자신의 정체성을 이야기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어졌다. 이런 문화 인식의 변화는 일본 서브컬처 소비에 대한 사회적 거부감을 낮추는 데 크게 기여했다.
시대적으로는 코로나19 팬데믹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사실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만화와 애니메이션은 ‘보는 사람들만 보는’ 명실상부한 서브컬처였다. 하지만 방역 기간 동안 실내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넷플릭스를 비롯한 OTT, 유튜브나 여타 인터넷 커뮤니티 소비가 폭발하면서 서브컬처가 주류 문화의 영역으로 그야말로 쇄도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게다가 팬데믹 시대가 끝나면서, 그간 막혀 있었던 해외여행에 대한 반동으로 해외여행도 폭발했다. 거리가 가깝고, 문화적으로도 친숙한 일본 여행이 급증하며 일본 여행 경험 자체가 이제는 일상적인 대화 주제가 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끝으로, ‘팬덤 문화’ 자체가 일상화된 것도 중요하게 작용했다. 과거 일본 서브컬처를 애호하는 일은 ‘사회적인 정상성’을 따르지 않는 것으로 여겨지며 조롱의 빌미가 되기 일쑤였다. 지금도 일본 서브컬처가 사회적으로 대단한 주류 문화로 인정받은 것은 아니지만, 반대로 미디어가 파편화되면서 국민 모두가 즐기는 주류 문화의 존재 자체가 흐릿해지기도 했다. 이제 사람들은 각자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드러내며, 팬덤의 일원, 즉 ‘팬’으로서 자기 자신의 정체성을 이야기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어졌다. 이런 문화 인식의 변화는 일본 서브컬처 소비에 대한 사회적 거부감을 낮추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일본 도쿄의 한인타운인 신오쿠보의 상점가
상호 교류를 통해 발전하는 문화
이쯤에서 “K컬처와 서울”을 다루는 글에서 왜 일본 문화 얘기가 주된 소재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문화는 국가에 따라서 고립된 것이 아니라 언제나 상호 간 교류를 통해 발전하는 것이었다.
매너리즘에 빠져있던 일본 대중문화가 한류 붐에 자극을 받아 최근 게임, 대중음악,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기를 다시 띠고 있듯이, 최근 K컬처도 일본 대중문화의 영향력이 만만찮게 감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대한민국의 문화 중심지인 서울의 풍경에도 명백히 반영되고 있다. 홍대와 연남동 일대는 일본 만화와 애니메이션 관련 상품(굿즈)을 판매하는 매장이 가득하며, 한글 대신 일본어만 적혀 있는 간판도 심심찮게 볼 수 있을 정도로, ‘서울 속 작은 일본’을 형성하고 있다. 최근 용산역에 새로 개관한 체험형 놀이공간 ‘도파민 스테이션’ 역시 그 규모가 말해주듯, 최근의 문화 소비 트렌드를 가늠할 수 있게 해준다는 면에서 주목할 만하다.
지정학적 상황과 시대, 세대의 변화에 따른 문화적 교류의 활성화로 인하여 앞으로도 한국과 일본의 체감 거리는 훨씬 더 가까워질 수밖에 없다. 일식집들도 ‘노재팬’을 걸어 붙여야 했던 시기가 그리 멀지 않은 과거였음을 생각하면, 어쩌면 노재팬은 한일 문화의 밀착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앓았던 마지막 열병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서울 속 작은 일본인 홍대와, 도쿄 속 작은 한국인 신오쿠보를 오가는 양국 청년층이 아시아의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낼 수 있기를 기대해 보자.
매너리즘에 빠져있던 일본 대중문화가 한류 붐에 자극을 받아 최근 게임, 대중음악,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기를 다시 띠고 있듯이, 최근 K컬처도 일본 대중문화의 영향력이 만만찮게 감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대한민국의 문화 중심지인 서울의 풍경에도 명백히 반영되고 있다. 홍대와 연남동 일대는 일본 만화와 애니메이션 관련 상품(굿즈)을 판매하는 매장이 가득하며, 한글 대신 일본어만 적혀 있는 간판도 심심찮게 볼 수 있을 정도로, ‘서울 속 작은 일본’을 형성하고 있다. 최근 용산역에 새로 개관한 체험형 놀이공간 ‘도파민 스테이션’ 역시 그 규모가 말해주듯, 최근의 문화 소비 트렌드를 가늠할 수 있게 해준다는 면에서 주목할 만하다.
지정학적 상황과 시대, 세대의 변화에 따른 문화적 교류의 활성화로 인하여 앞으로도 한국과 일본의 체감 거리는 훨씬 더 가까워질 수밖에 없다. 일식집들도 ‘노재팬’을 걸어 붙여야 했던 시기가 그리 멀지 않은 과거였음을 생각하면, 어쩌면 노재팬은 한일 문화의 밀착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앓았던 마지막 열병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서울 속 작은 일본인 홍대와, 도쿄 속 작은 한국인 신오쿠보를 오가는 양국 청년층이 아시아의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낼 수 있기를 기대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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