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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학기행 김수영 시인편이 시작된 탑골공원 앞 ©조성희 -
2025 서울문학기행 프로그램 안내 리플릿 ©조성희
서울의 기억을 걷다! 김수영 시인의 시선을 따라…'2025 서울문학기행'
발행일 2025.11.03. 09:35

서울 도심을 걷는 ‘2025 서울문학기행’ 프로그램 참가자들 ©조성희
도성의 옛 자취를 따라 걷는 길 위에서, 문학은 시대의 기록을 넘어 인간의 감정과 사유를 되살리는 힘으로 살아난다. ‘역사, 도시, 삶의 기억’을 주제로 한 ‘2025 서울문학기행’은 시인 김수영의 시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를 중심으로, 서울의 시간 속에 남은 문학의 흔적을 이어가는 여정이었다.
이번 서울문학기행은 김경식 해설사의 세밀한 설명과 함께 진행되었으며, 한양도성의 역사부터 김수영의 시 세계까지 서울의 정신을 되짚는 시간이었다.
이번 서울문학기행은 김경식 해설사의 세밀한 설명과 함께 진행되었으며, 한양도성의 역사부터 김수영의 시 세계까지 서울의 정신을 되짚는 시간이었다.

탑골공원 삼일문에서 시작된 ‘2025 서울문학기행’ ©조성희
2025년 10월, 걷기 좋은 가을바람을 맞으며 탑골공원에서 서울문학기행 ‘김수영 시인 편’이 시작됐다. 약 30명이 모였고, 참가자들은 물과 안내 책자, 수신기를 받았다. 모두 편안한 복장에 기대 어린 표정으로 탑골공원에 모였다. 삼일문 안쪽에서 출발해 종로의 골목을 지나 종로5가까지 걷는 여정에 대한 안내와 안전 수칙도 들었다. 평소 익숙한 길이었지만, 이날만큼은 서울의 시간을 되짚고 문학의 흔적을 따라 걷는 발걸음이 한층 가벼웠다.

김수영 시인 생가 터에 마련된 표지석 ©조성희
탑골공원에서 모인 이유는 맞은편 골목 안쪽에 위치한 김수영 생가 터 표지석이 있기 때문이다. 이곳은 김수영 시인이 1921년 11월 27일에 태어난 생가 터로 추정되며, 서울문학기행의 출발지로서 의미 있는 장소다. 해설은 탑골공원에서 시작되었고, 김경식 해설사가 김수영이 바라본 '고궁'에 대해 설명하며 여정을 열었다.
한양도성은 조선 건국 후 개경에서 천도하며 세워진 약 700만 평 규모의 성곽 도시다. 풍수지리 사상에 따라 정중앙에 궁궐을 두고, 동서남북으로는 '인의예지'를 상징하는 성문을 세웠다. 도성은 단순한 수도를 넘어 백성과 왕 그리고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공간이었다. 그 속에서 종묘와 사직은 나라의 근본을 상징하는 중요한 자리였으며, 특히 종묘는 왕실의 조상을 모시는 신성한 공간으로서 국가의 정신과 시민의 예의가 머무는 곳이었다. 이러한 전통적 공간의 의미는 김수영이 바라본 ‘고궁’의 배경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한양도성은 조선 건국 후 개경에서 천도하며 세워진 약 700만 평 규모의 성곽 도시다. 풍수지리 사상에 따라 정중앙에 궁궐을 두고, 동서남북으로는 '인의예지'를 상징하는 성문을 세웠다. 도성은 단순한 수도를 넘어 백성과 왕 그리고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공간이었다. 그 속에서 종묘와 사직은 나라의 근본을 상징하는 중요한 자리였으며, 특히 종묘는 왕실의 조상을 모시는 신성한 공간으로서 국가의 정신과 시민의 예의가 머무는 곳이었다. 이러한 전통적 공간의 의미는 김수영이 바라본 ‘고궁’의 배경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김수영 시인이 살았던 골목으로 들어서고 있다. ©조성희
김수영 시인은 서울 종로에서 태어나 유년 시절을 보냈다. 일본과 중국에서의 체류를 거친 후 다시 종로로 돌아와 시인 박인환이 운영한 ‘마리서사’ 서점에서 문학적 교류를 이어갔다.
해방과 전쟁, 분단의 암흑기를 겪으며 그는 인간의 자유와 존엄, 시민의 언어로 시대를 기록하는 예언자의 목소리를 냈다. 4·19 혁명을 거쳐 박정희 정권이 들어서던 1960년대, 그는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를 통해 권력과 사회의 위선에 대한 분노 그리고 소시민으로서 느낀 무력감을 담았다. 그가 묘사한 갈비탕집의 기름 덩어리, 방범비를 독촉하는 야경꾼의 목소리는 단순한 일상의 풍경이 아니라 부조리한 사회에 맞서는 작가의 목소리이기도 했다.
해방과 전쟁, 분단의 암흑기를 겪으며 그는 인간의 자유와 존엄, 시민의 언어로 시대를 기록하는 예언자의 목소리를 냈다. 4·19 혁명을 거쳐 박정희 정권이 들어서던 1960년대, 그는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를 통해 권력과 사회의 위선에 대한 분노 그리고 소시민으로서 느낀 무력감을 담았다. 그가 묘사한 갈비탕집의 기름 덩어리, 방범비를 독촉하는 야경꾼의 목소리는 단순한 일상의 풍경이 아니라 부조리한 사회에 맞서는 작가의 목소리이기도 했다.

종묘에서 김경식 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조성희
종묘 인근은 김수영에게 특별한 장소였다. 그곳은 왕의 제사를 올리던 공간이자, 시대의 기억이 쌓인 장소였다. 시인은 종묘의 고요함 속에서 민중의 감정과 사회의 긴장을 동시에 느꼈을 것이다.
그는 6·25 전쟁 중 인민군에 끌려가고, 거제도 포로수용소에 수감된 경험을 통해 ‘인간의 존엄’과 ‘삶의 부조리’를 깊게 깨달았다. 이러한 극단적 체험은 그의 시에 예리한 현실 인식과 냉철한 자의식을 남겼다. 김수영의 문학은 분노, 사유, 자기반성으로 엮인 인간 내면의 탐구이자 시대의 초상이었다.
그는 6·25 전쟁 중 인민군에 끌려가고, 거제도 포로수용소에 수감된 경험을 통해 ‘인간의 존엄’과 ‘삶의 부조리’를 깊게 깨달았다. 이러한 극단적 체험은 그의 시에 예리한 현실 인식과 냉철한 자의식을 남겼다. 김수영의 문학은 분노, 사유, 자기반성으로 엮인 인간 내면의 탐구이자 시대의 초상이었다.

김수영 시인이 다녔던 서울 효제초등학교 ©조성희
이번 서울문학기행은 김수영의 삶터였던 종로 일대와 그가 다녔던 효제초등학교 주변을 따라 걸으며 진행되었다. 그러나 현재 김수영 시인이 다녔던 효제초등학교는 평일 개방이 어려운 상황이라 교문 밖에서 시인의 어린 시절을 상상해 봤다. 다만 이곳에 시인의 흔적을 상징하는 표지석조차 없었다. 학교 앞에 시비나 표지석이라도 있으면 서울 시민들이 이곳을 지날 때 김수영 시인의 흔적을 알 수 있을 텐데 좀 아쉬웠다.
문학사적으로 중요한 인물임에도, 서울 도심에서 그의 흔적을 찾기란 쉽지 않다. 현장의 참여자들은 이러한 현실에 아쉬움을 표하며, 김수영의 문학과 사상을 기념하는 곳에 대한 관심이 더 적극적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의견을 나누었다. 문학이 시민의 기억 속으로 들어가려면, 장소의 복원과 스토리텔링이 함께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학사적으로 중요한 인물임에도, 서울 도심에서 그의 흔적을 찾기란 쉽지 않다. 현장의 참여자들은 이러한 현실에 아쉬움을 표하며, 김수영의 문학과 사상을 기념하는 곳에 대한 관심이 더 적극적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의견을 나누었다. 문학이 시민의 기억 속으로 들어가려면, 장소의 복원과 스토리텔링이 함께해야 한다는 것이다.

종로6가 116번지, 김수영 시인이 살았던 곳으로 추측되는 곳이다. ©조성희
김수영은 변혁의 시대에 시로 저항했으며, 그의 정신은 이후 김지하, 신경림 등 1970년대 진보 문학으로 이어졌다. ‘풀’로 대표되는 그의 시는 짧지만 강렬한 생명력으로 한국 현대시의 정신적 토대를 이뤘다. 그는 가난 속에서도 시에 대한 엄격함과 자기 성찰을 잃지 않았고, 시대의 억압을 정직하게 마주했다.
해설사 김경식은 “김수영이 1965년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를 썼다는 것은 체포될 위험을 감수하고 진실을 말한 용기의 표현”이라며, “그의 시적 태도는 지금의 언론 자유와 표현의 자유가 어떻게 쟁취되었는지를 일깨운다”고 강조했다.
해설사 김경식은 “김수영이 1965년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를 썼다는 것은 체포될 위험을 감수하고 진실을 말한 용기의 표현”이라며, “그의 시적 태도는 지금의 언론 자유와 표현의 자유가 어떻게 쟁취되었는지를 일깨운다”고 강조했다.

연강홀 두산아트센터 앞에서 해설을 듣고 있는 참가자들 모습 ©조성희
가을 산책을 마무리하며 참가자들은 “작은 일에만 분노하기보다, 역사에서 배워 현재를 가치 있게 살아가는 것이 진정한 문학의 길”이라는 해설사의 말을 오래도록 되새겼다.
탑골공원과 종묘, 문학의 역사가 깃든 서울의 큰길과 골목길을 걸으며 마주한 ‘역사, 도시, 삶의 기억’은 단순한 추억이 아니라, 현재를 돌아보고 미래를 모색하는 문학적 실천의 시간이 되었다. 서울문학기행은 그렇게 한 도시의 기억 속에서 다시 ‘우리의 삶을 읽는 법’을 일깨워준 여정이었다. 익숙했던 서울의 길도 이제는 또 다른 문학적 의미로 다가온다.
탑골공원과 종묘, 문학의 역사가 깃든 서울의 큰길과 골목길을 걸으며 마주한 ‘역사, 도시, 삶의 기억’은 단순한 추억이 아니라, 현재를 돌아보고 미래를 모색하는 문학적 실천의 시간이 되었다. 서울문학기행은 그렇게 한 도시의 기억 속에서 다시 ‘우리의 삶을 읽는 법’을 일깨워준 여정이었다. 익숙했던 서울의 길도 이제는 또 다른 문학적 의미로 다가온다.
2025 서울문학기행 프로그램은 서울시 공공서비스예약 누리집에 접속해 로그인한 뒤, 검색 창에 ‘서울문학기행’을 입력해 원하는 프로그램을 선택하고 신청할 수 있다. 11월까지 기행 프로그램 총 25회 차, 강연 프로그램 총 5회 차로 진행된다. 선착순 30명까지 무료로 신청할 수 있다. 걷기 좋은 가을, 서울 도심 속 문학의 흔적을 따라 뜻깊은 나들이를 떠나보자.
2025 서울문학기행 11월 프로그램
○ 기간 : 2025년 11월 1~22일(※시간 및 장소는 회차별 상이)
○ 참가인원 : 매회 선착순 30명(※서울 시민 누구나 신청 가능, 현장 접수 불가)
☞ 서울시 공공서비스예약 바로가기
○ 참가인원 : 매회 선착순 30명(※서울 시민 누구나 신청 가능, 현장 접수 불가)
☞ 서울시 공공서비스예약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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