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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골한옥마을 '옥인동 가옥'에서 옛 조상들의 지혜를 배우고 몸에 좋은 약용식품을 만드는 '약선음식 만들기' 체험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백승훈 -
'약선음식 만들기' 체험 시간에 많은 국내외 관광객들과 시민들이 참가해 전통 문화에 대한 뜨거운 관심이 느껴졌다. ©백승훈 -
삼색콩다식, 약선고추장, 약선꿀 등으로 만든 건강식은 보는 것만으로 군침이 도는 것 같다. ©백승훈
흩어진 조각이 하나로 엮일 때, 예술이 된다! 남산골한옥마을 이색 전시
발행일 2025.11.03. 13:00
서울의 중심, 남산 아래 한옥의 골목길을 따라 들어서자, 시간의 결이 천천히 느려지는 듯했다. 남산골한옥마을 도편수(都片手) 이승업(李承業) 가옥 고즈넉한 기와지붕 아래에서 열린 2025 남산골 하우스 뮤지엄 <집.zip> 전시는 마치 오래된 추억이 압축파일 속에서 하나둘 풀려나듯 조용히 우리를 맞이했다.
가을 바람이 스치는 대청마루에는 천으로 만들어진 작품들이 햇살에 비쳐 반투명하게 흔들리고, 창호 틈 사이로 스며든 햇빛은 조각보 위에 따뜻한 그림자를 남겼다. 그 순간, 나는 ‘이곳이야말로 전통이 숨 쉬는 박물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시는 ‘흩어진 조각을 모아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한다’는 메시지로 시작한다. 나무, 돌, 흙이 모여 집을 짓듯, 사람의 손끝에서 이어지는 천 조각과 실 한 올 한 올이 결국 하나의 온기로 완성된다. 특히 브랜드 '온바이소이(Onn. by Soi)'의 대형 조각보 작품 앞에서는 한참을 머물렀다. 이승업 가옥의 창틀에 맞춰 새로 제작된 특대형 조각보와 곡선형 조각보 신작들이 전통 원단의 질감 속에 현대적 온기를 담아내고 있었고, 빛에 따라 색감이 미묘하게 달라지는 전통 원단의 결이 마치 오래된 이야기책을 한 장씩 넘기는 듯한 감정을 자아냈다. 천 조각 하나하나가 각자의 사연을 품은 듯 따뜻했고, 그 안에 담긴 ‘모으고, 잇고, 다시 태어나는’ 정신이 마음 깊이 와닿았다.
공예작가 최성미의 작품 공간으로 향하자, 한층 더 고요하고 섬세한 기운이 흐르고 있었다. 복주머니, 버선, 모시함 등 작은 오브제들이 가지런히 놓여있고, 그 어느 것 하나 화려하지 않지만 묵직한 존재감을 지니고 있었다. 전통적으로 여성들이 공동체를 이뤄 솜씨를 나누던 공간인 규방을 현대적 의미로 재해석한 그녀의 작품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집념’이었다. 손바느질의 리듬 속에 깃든 인내와 정성, 그리고 삶의 파편을 잇는 열정이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한 땀 한 땀 이어진 선들은 우리 어머니와 할머니 세대의 숨결, 그리고 면면히 이어져온 한국인의 정신 그 자체였다.
전시의 묘미는 ‘보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부대 행사로 입동(立冬)에 맞춰 11월 7일부터 15일까지 매주 금·토요일, 이승업 가옥 마당에서는 ‘감귤잎차 시음회’가 열려 전통의 온기를 차향으로 체험할 수 있다. 나무 향과 흙 향이 스며든 디퓨저, 감귤잎차의 따뜻한 향기까지, 이 전시는 냄새와 맛으로 기억되는 예술이 될 것이 틀림없다.
안채와 사랑채 두 공간에서 열린 오늘의 전시는 우리가 잊고 지냈던 삶의 따뜻한 중심으로서의 ‘집의 의미’를 다시 돌아보게 하는 여정이었다. 이승업 가옥의 대문을 나서며, 문득 발걸음이 느려졌다. 전통과 현대, 예술과 일상, 조각과 전체, 모든 것이 서로의 틈을 메우며 하나의 조화로운 풍경을 만들어내는 그 감각. 그것이 바로 ‘집.zip’이 전하고자 한 예술의 본질이리라. 남산골한옥마을의 조용한 가을 오후, 마음 한켠을 오래도록 따뜻하게 적시는그 온기를 오늘의 일상으로 고이 가져왔다.
이밖에도 남산골한옥마을 내 '옥인동 가옥', '윤씨 가옥', '전통공예관', '천우각' 무대 등 곳곳에서는 다양한 체험과 전시가 열리고 있으니 함께 둘러보며 우리 문화를 누려보면 좋을 것 같다.
가을 바람이 스치는 대청마루에는 천으로 만들어진 작품들이 햇살에 비쳐 반투명하게 흔들리고, 창호 틈 사이로 스며든 햇빛은 조각보 위에 따뜻한 그림자를 남겼다. 그 순간, 나는 ‘이곳이야말로 전통이 숨 쉬는 박물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시는 ‘흩어진 조각을 모아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한다’는 메시지로 시작한다. 나무, 돌, 흙이 모여 집을 짓듯, 사람의 손끝에서 이어지는 천 조각과 실 한 올 한 올이 결국 하나의 온기로 완성된다. 특히 브랜드 '온바이소이(Onn. by Soi)'의 대형 조각보 작품 앞에서는 한참을 머물렀다. 이승업 가옥의 창틀에 맞춰 새로 제작된 특대형 조각보와 곡선형 조각보 신작들이 전통 원단의 질감 속에 현대적 온기를 담아내고 있었고, 빛에 따라 색감이 미묘하게 달라지는 전통 원단의 결이 마치 오래된 이야기책을 한 장씩 넘기는 듯한 감정을 자아냈다. 천 조각 하나하나가 각자의 사연을 품은 듯 따뜻했고, 그 안에 담긴 ‘모으고, 잇고, 다시 태어나는’ 정신이 마음 깊이 와닿았다.
공예작가 최성미의 작품 공간으로 향하자, 한층 더 고요하고 섬세한 기운이 흐르고 있었다. 복주머니, 버선, 모시함 등 작은 오브제들이 가지런히 놓여있고, 그 어느 것 하나 화려하지 않지만 묵직한 존재감을 지니고 있었다. 전통적으로 여성들이 공동체를 이뤄 솜씨를 나누던 공간인 규방을 현대적 의미로 재해석한 그녀의 작품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집념’이었다. 손바느질의 리듬 속에 깃든 인내와 정성, 그리고 삶의 파편을 잇는 열정이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한 땀 한 땀 이어진 선들은 우리 어머니와 할머니 세대의 숨결, 그리고 면면히 이어져온 한국인의 정신 그 자체였다.
전시의 묘미는 ‘보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부대 행사로 입동(立冬)에 맞춰 11월 7일부터 15일까지 매주 금·토요일, 이승업 가옥 마당에서는 ‘감귤잎차 시음회’가 열려 전통의 온기를 차향으로 체험할 수 있다. 나무 향과 흙 향이 스며든 디퓨저, 감귤잎차의 따뜻한 향기까지, 이 전시는 냄새와 맛으로 기억되는 예술이 될 것이 틀림없다.
안채와 사랑채 두 공간에서 열린 오늘의 전시는 우리가 잊고 지냈던 삶의 따뜻한 중심으로서의 ‘집의 의미’를 다시 돌아보게 하는 여정이었다. 이승업 가옥의 대문을 나서며, 문득 발걸음이 느려졌다. 전통과 현대, 예술과 일상, 조각과 전체, 모든 것이 서로의 틈을 메우며 하나의 조화로운 풍경을 만들어내는 그 감각. 그것이 바로 ‘집.zip’이 전하고자 한 예술의 본질이리라. 남산골한옥마을의 조용한 가을 오후, 마음 한켠을 오래도록 따뜻하게 적시는그 온기를 오늘의 일상으로 고이 가져왔다.
이밖에도 남산골한옥마을 내 '옥인동 가옥', '윤씨 가옥', '전통공예관', '천우각' 무대 등 곳곳에서는 다양한 체험과 전시가 열리고 있으니 함께 둘러보며 우리 문화를 누려보면 좋을 것 같다.

2025 남산골 하우스뮤지엄 <집.zip> 전시가 10월 14일부터 11월 23일까지 남산골 한옥마을 도편수(都片手) 이승업(李承業) 가옥에서 열린다. ©백승훈

‘남산골 하우스뮤지엄’은 전통가옥을 전시 공간으로 활용해 현대 예술가의 작품을 선보이는 기획 전시이다. ©백승훈

전시 제목 '집.zip'은 압축파일(.zip)이 흩어진 데이터를 하나로 묶듯 한국의 지혜와 미감을 현대적으로 엮어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백승훈

‘온바이소이’는 남은 천 조각을 모아 새로운 질서를 엮는 조각보의 정신을 현대적으로 계승한 브랜드이다. ©백승훈

이승업 가옥의 창틀에 맞춰 새로 제작된 특대형 조각보와 곡선형 조각보 신작을 통해 전통 원단의 질감 속에 현대적 온기를 담아낸다. ©백승훈

최성미 작가는 전통을 현대적 미감과 실용성으로 조화시켜 규방공예의 고유한 아름다움과 마음의 울림을 선보인다. ©백승훈

작가는 오랜 전통을 이어온 규방공예 기법을 바탕으로, 자연과 인간의 내면세계를 아우르는 ‘식물적 감각’과 ‘식물적 사유’를 예술로 구현해낸다. ©백승훈

남산골 한옥마을을 찾은 관광객들이 한국 전통 '투호놀이'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백승훈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재기차기'를 하는 어린이들의 모습 ©백승훈
2025 남산골 하우스뮤지엄 <집.zip>전
○ 기간 : 10월 14일~11월 23일
○ 장소 : 남산골한옥마을(서울시 중구 퇴계로34길 28) 내 이승업 가옥(안채와 사랑채)
○ 관람일시 : 화~일요일 09:00~20:00, 매주 월요일 휴관, 매주 금요일은 '서울 문화의 밤' 주간을 맞아 21:00까지 연장 운영
○ 관람료 : 무료
○ 누리집
○ 장소 : 남산골한옥마을(서울시 중구 퇴계로34길 28) 내 이승업 가옥(안채와 사랑채)
○ 관람일시 : 화~일요일 09:00~20:00, 매주 월요일 휴관, 매주 금요일은 '서울 문화의 밤' 주간을 맞아 21:00까지 연장 운영
○ 관람료 : 무료
○ 누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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