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한옥, 현대공예를 품다…남산골 하우스뮤지엄 '집.zip'

시민기자 정향선

발행일 2025.10.20. 14:04

수정일 2025.10.20. 17:33

조회 2,760

고즈넉한 한옥에서 만끽하는 예술적 영감! 남산골 하우스뮤지엄 ‘집.zip’

고풍스러운 한옥이 통째로 예술 작품이 되는 2025 남산골 하우스뮤지엄 ‘집.zip’이 열린다는 소식에 고즈넉한 남산골한옥마을의 문턱을 넘어섰다. 오랜만에 가슴 한구석이 벅차오르는 설렘을 안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전시의 무대가 된 ‘이승업가옥’의 안채와 사랑채에 들어서는 순간, 시간은 과거와 현재 사이의 몽환적인 안개 속으로 이끌었다. 문 틈새로 스며드는 가을 햇살은 작품들 위로 고요히 내려앉아, 마치 한 편의 서정시를 읊조리는 듯했다. 흩어진 조각들이 모여 하나의 온전한 아름다움을 이루는 전통 공예의 지혜, 바로 ‘조각의 통합’이라는 메시지가 한옥이라는 따뜻한 품 안에서 더욱 생생하게 울려 퍼지는 듯했다.

특히 홈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온바이소이(Onn. by Soi)’가 이승업가옥의 창틀에 맞춰 특별 제작한 조각보 작품들은 탄성을 자아냈다. 남은 천 조각들이 섬세한 손길로 이어져, 현대적인 감각과 어우러진 특대형, 곡선형 조각보로 재탄생하는 모습은 마치 도시 생태계의 작은 조각들이 모여 거대한 숲을 이루는 것처럼 느껴졌다. 전통 원단의 익숙한 질감 속에서 피어나는 현대적인 온기는, 한옥의 단아한 선과 어우러져 공간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었다. 조각보의 고요한 리듬감이 마음속까지 잔잔하게 퍼져 나가는 경험이었다.

공예작가 최성미의 작품들은 ‘집념의 미학’이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을 만큼 정성과 혼이 담겨 있었다. 전통 손바느질로 한 땀 한 땀 구현된 모빌과 모시함은 그저 장식품이 아니라, 작가의 삶의 파편과 인고의 시간이 농축된 작은 우주 같았다. 복주머니와 버선 같은 전통적 요소들이 현대적 감각으로 재구성되어 공중에 매달려 있는 모습은, 과거의 유산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음을 증명하는 듯했다.

공간 곳곳에 은은하게 퍼지던 나무, 돌, 흙의 향기는 고요한 한옥의 정취를 더욱 깊게 했고, 입동에 맞춰 마련된 ‘감귤 잎차 시음회’는 차향과 함께 따뜻한 온기를 선사했다. 순간의 감동을 기록하며, 전통과 현대, 자연과 예술이 절묘하게 조화되는 감각적인 순간들을 온전히 제 것으로 만들었다.

‘집’이 지닌 따뜻한 온기장인 정신이 현대 공예 언어로 풀어지는 과정을 통해, 잊고 지냈던 한국적인 미의 원형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한옥의 고즈넉함 속에서 펼쳐지는 현대 공예의 이야기가 많은 시민들의 마음에 따뜻한 울림을 선사하길 바라본다.
푸릇한 나무와 한옥이 조화를 이루는 남산골한옥마을 정원 ©정향선
푸릇한 나무와 한옥이 조화를 이루는 남산골한옥마을 정원 ©정향선
11월 23일까지 남산골한옥마을에서 2025 남산골 하우스뮤지엄 ‘집.zip’이 열린다. ©정향선
11월 23일까지 남산골한옥마을에서 2025 남산골 하우스뮤지엄 ‘집.zip’이 열린다. ©정향선
조각보의 정신을 현대적으로 계승한 브랜드, 온바이소이 ©정향선
조각보의 정신을 현대적으로 계승한 브랜드, 온바이소이 ©정향선
전시는 ‘한국의 전통’을 주제로 ‘오감’을 활용한 체험으로 구성됐다. ©정향선
전시는 ‘한국의 전통’을 주제로 ‘오감’을 활용한 체험으로 구성됐다. ©정향선
이승업가옥 창틀에 맞춘 특대형·곡선형 조각보로 전통 원단에 현대적 온기를 더했다. ©정향선
이승업가옥 창틀에 맞춘 특대형·곡선형 조각보로 전통 원단에 현대적 온기를 더했다. ©정향선
  • 최성미 작가는 전통 손바느질로 ‘집념의 미학’을 구현한다. ©정향선
    최성미 작가는 전통 손바느질로 ‘집념의 미학’을 구현한다. ©정향선
  • 복주머니, 버선 등 전통 장식과 여의주 문양의 모시함 신작이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됐다. ©정향선
    복주머니, 버선 등 전통 장식과 여의주 문양의 모시함 신작이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됐다. ©정향선
  • 최성미 작가는 전통 손바느질로 ‘집념의 미학’을 구현한다. ©정향선
  • 복주머니, 버선 등 전통 장식과 여의주 문양의 모시함 신작이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됐다. ©정향선
  • 남산골한옥마을 전통공예관에서 선보인 ‘나랏말싸미’의 한글 원고 영상이 감동을 전한다. ©정향선
    남산골한옥마을 전통공예관에서 선보인 ‘나랏말싸미’의 한글 원고 영상이 감동을 전한다. ©정향선
  • 우리 글자의 아름다움을 현대 미디어로 재현해 세대 간 문화 흐름을 잇는다. ©정향선
    우리 글자의 아름다움을 현대 미디어로 재현해 세대 간 문화 흐름을 잇는다. ©정향선
  • 남산골한옥마을 전통공예관에서 선보인 ‘나랏말싸미’의 한글 원고 영상이 감동을 전한다. ©정향선
  • 우리 글자의 아름다움을 현대 미디어로 재현해 세대 간 문화 흐름을 잇는다. ©정향선
열쇠고리 만들기는 개성을 담은 소품을 직접 제작하는 창의적인 취미다. ©정향선
열쇠고리 만들기는 개성을 담은 소품을 직접 제작하는 창의적인 취미다. ©정향선
풀짚 공예는 자연에서 채취한 풀과 짚으로 생활용품과 예술품을 만드는 전통 공예다. ©정향선
풀짚 공예는 자연에서 채취한 풀과 짚으로 생활용품과 예술품을 만드는 전통 공예다. ©정향선
전통문화 공간에서는 약선음식 만들기 체험을 통해 건강한 한식을 경험할 수 있다. ©정향선
전통문화 공간에서는 약선음식 만들기 체험을 통해 건강한 한식을 경험할 수 있다. ©정향선
‘2025 서울태권도’ 상설 공연은 태권도의 아름다움과 힘을 실감나게 보여주는 무대다. ©정향선
‘2025 서울태권도’ 상설 공연은 태권도의 아름다움과 힘을 실감나게 보여주는 무대다. ©정향선
외국인 관광객과 유학생들이 투호놀이를 체험하며 한국의 전통문화를 직접 느끼고 있다. ©정향선
외국인 관광객과 유학생들이 투호놀이를 체험하며 한국의 전통문화를 직접 느끼고 있다. ©정향선
제기는 놀이를 통해 순발력과 집중력을 기를 수 있다. ©정향선
제기는 놀이를 통해 순발력과 집중력을 기를 수 있다. ©정향선
활기찬 전통 무대 한구석에서 귀여운 캐릭터들이 손을 흔들며 방문객들을 반긴다. ©정향선
활기찬 전통 무대 한구석에서 귀여운 캐릭터들이 손을 흔들며 방문객들을 반긴다. ©정향선

2025 남산골 하우스뮤지엄 ‘집.zip’

○ 기간 : 2025년 10월 14일~11월 23일
○ 장소 :남산골한옥마을 내 이승업가옥(안채와 사랑채)
○ 운영시간 : 화~일요일 09:00~20:00
※ 매주 금요일은 '서울 문화의 밤' 주간을 맞아 오후 9시까지 연장 운영
○ 휴무 : 월요일
○ 관람료 : 무료
남산골한옥마을 누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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