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몸에 전율이 짜릿~ 예술감성으로 물드는 DDP 지금 이 전시!

시민기자 박미선

발행일 2025.09.09. 09:07

수정일 2025.09.09. 15:50

조회 1,916

프랑스 출신의 미디어 아티스트 로랑 그라소의 ‘Panoptes - 수많은 눈동자’ ©박미선
프랑스 출신의 미디어 아티스트 로랑 그라소의 ‘Panoptes - 수많은 눈동자’ ©박미선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이하 DDP)에서는 새로운 경험을 기대하게 하는 전시들이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관람객을 빛과 움직임, 소리로 몰입시키는 다양한 뉴미디어 융복합 전시를 선보이며, ‘보는 전시’ 이상의 감각과 감정을 함께 체험하는 작품들을 소개해온 DDP가 올가을, 다시 한번 관람객의 발걸음을 이끈다.
디스트릭트의 ‘Eternal Nature’를 보면 마치 파도가 치는 듯하다. ©박미선
디스트릭트의 ‘Eternal Nature’를 보면 마치 파도가 치는 듯하다. ©박미선

① ‘서울라이트 DDP 2025 가을’, 세계 최대 미디어아트

서울의 대표적 미디어아트 축제‘서울라이트 DDP 2025 가을’이 8월 30일부터 9월 8일까지 매일 저녁 8시부터 10시까지 DDP 외벽을 빛으로 수놓았다.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이 참여한 이번 행사는 DDP의 독창적인 건축 외벽과 공공 공간을 캔버스로 삼아 관객들에게 환상적인 야경을 선사했다. ☞ [관련 기사] 가을밤, 빛의 마법에 빠지다! '서울라이트 DDP' 개막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은 작품은 프랑스 출신의 미디어 아티스트 로랑 그라소(Laurent Grasso)‘Solar Wind’였다. 오로라가 춤추듯 외벽을 타고 흐르는 장면은 도시 한복판에 초현실적인 우주를 불러온 듯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어서 그의 또 다른 작품 ‘Panoptes’는 수많은 눈들이 외벽을 가득 채우며 이리저리 움직이는 장면으로, 우리가 작품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작품 속 눈들이 우리를 지켜보는 듯한 묘한 긴장감을 안겨주었다.
최세훈 작가의 ‘The Valley and the Light’ ©박미선
최세훈 작가의 ‘The Valley and the Light’ ©박미선
이어지는 국내 대표 미디어아트 그룹 디스트릭트(d’strict)‘Eternal Nature’. 자연의 장엄함을 미디어아트로 재해석한 이 작품은 흥미진진한 비주얼과 사운드로 눈길을 끌었다. 특히 거대한 파도가 DDP 외벽을 덮치는 장면에서 실제 파도가 밀려오는 듯한 웅장한 몰입감이 들었다.

최세훈 작가‘The Valley and the Light’는 거대한 외벽 위로 반짝이는 우주가 펼쳐지고, 구름 위 호수에서 헤엄치는 사람들이 등장해 마치 꿈속에서만 가능한 환상의 한 조각을 직접 마주하는 듯했다. 티모 헬거트(Timo Helgert)‘Moon Cycle’은 수백 개의 달이 외벽을 따라 흘러가며, 초승달에서 보름달까지 끊임없이 변주하는 듯한 장면을 만들어냈다.
대만 미디어 아티스트 아카 창의 ‘Multimmersion_DDP 25’ ©박미선
대만 미디어 아티스트 아카 창의 ‘Multimmersion_DDP 25’ ©박미선
이렇게 전시가 끝난 줄 알았던 순간, DDP 미래로 다리 하부에서 또 다른 퍼포먼스가 시작되었다. 대만 미디어 아티스트 아카 창(Aka Chang)레이저 인스톨레이션 작품 ‘Multimmersion_DDP25’는 붉은빛의 레이저가 공간을 가르며 무용수처럼 움직이는 장면으로 관객의 발걸음을 붙잡았다. 마치 다른 차원으로 이어지는 빛의 다리를 건너는 듯한 환상적인 경험이 이어졌다.

이번 ‘서울라이트 DDP 2025 가을’은 단순한 축제를 넘어 역사적인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세계 최대 규모의 비정형 건축물 3D 매핑 전시로서 기네스 세계 기록에 공식 등재된 것이다. 작품 하나하나가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서울의 밤을 예술의 무대로 바꿔 놓았다.
팔거리를 지나면 ‘2025 DDP 디자인&아트’ 전시 조형물을 볼 수 있다. ©박미선
팔거리를 지나면 ‘2025 DDP 디자인&아트’ 전시 조형물을 볼 수 있다. ©박미선

② ‘2025 DDP 디자인&아트’, 움직임이 만들어내는 감각의 예술

거대한 외벽을 지나 팔거리로 걷다 보면 ‘2025 DDP 디자인&아트’전시를 볼 수 있다. 8월 28일부터 9월 14일까지 DDP 팔거리와 잔디언덕에서 볼 수 있다. ‘Movement & Senses, 움직임이 만드는 감각의 순간들’을 주제로 다양한 융복합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 [관련 기사] 분홍 구름과 초대형 벌룬 캐릭터를 품은 DDP, '디자인&아트' 개최

프랑스 키네틱 아티스트 뱅상 르로이(Vincent Leroy)‘Molecular Cloud’는 분홍빛 풍선 56개가 거대한 분자 구조처럼 회전하며 마치 하나의 생명체처럼 움직이는데 이 장면이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호주 인터랙티브 스튜디오 이너스(ENESS)‘Pool Teacher’는 움직임에 반응하는 네 개의 벌룬 캐릭터가 LED 조명과 물줄기, 소리로 관객들과 만난다. 밤이 되면 불빛이 켜지며 더 극적인 장면이 연출되는데 DDP의 밤을 더욱 풍성하게 물들이는 듯하다.
AI(인공지능) 이미지로 만들어진 얼굴들의 익숙한 표정 ©박미선
AI(인공지능) 이미지로 만들어진 얼굴들의 익숙한 표정 ©박미선

③ ‘스펙트럴 크로싱스(Spectral Crossings)’, 빛과 감정이 교차하다

DDP에서는 빛과 감정이 만나는 특별한 전시 ‘스펙트럴 크로싱스(Spectral Crossings)’가 펼쳐지고 있다. 이번 전시는 8월 14일부터 11월 16일까지 디자인쇼룸 디자인랩 3층에서 볼 수 있다.

커튼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면 마치 다른 세계로 들어간 것처럼 아나몰픽 미디어아트와 움직이는 크리스털 조형물이 어우러져 관람객을 새로운 세계로 이끄는데 어둠 속 사각 공간에 낯선 얼굴들이 하나씩 떠오른다. 알고 보니 이들은 실제 인물이 아닌, AI가 빚어낸 ‘존재하지 않는 얼굴들’이란다. 특정 누구의 얼굴은 아니지만, 그 표정 속에는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는 웃음·슬픔·그리움 같은 감정이 담겨 있어 실제 사람을 마주하는 듯하다. 낯설지만 이상하게 익숙한 얼굴을 마주하며, 관객은 자신 안에 남아 있던 감정의 조각들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된다.
파도처럼 움직이는 크리스털 ©박미선
파도처럼 움직이는 크리스털 ©박미선
빛으로 그려진 얼굴들은 이내 흩어졌다가 다시 모여, 거대한 빛의 구름을 만든다. 아래쪽으로 보이는 144개의 크리스털이 움직이며 리듬감 있게 흔들리고 서로 어우러져 반짝이는 물결을 만들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마치 빛으로 출렁이는 파도 한가운데에 서 있는 듯 느껴진다. 이 극적인 연출은 빛과 움직임을 통해 다양한 감정이 파도처럼 전해지는 듯 여운이 느껴진다. 이 전시는 곧 타인의 감정 속에서 자신의 마음을 비춰보고, 다시 세상과 이어지는 경험을 선사하는 하나의 감정 여행이다.
힐링 공간이자 산책로인 창작의 정원 ©박미선
힐링 공간이자 산책로인 창작의 정원 ©박미선

④ ‘헤리티지: 더 퓨처 판타지’, 국가유산 디지털 콘텐츠를 선보이는 이머시브 전시

DDP에 가면 놓치지 말아야 할 미디어아트 전시가 또 하나 있다. 뮤지엄 2관디자인둘레길B에서 열리고 있는 ‘헤리티지: 더 퓨처 판타지’다.

우선 전시장으로 향하는 동안 디자인둘레길을 따라 걷다 보면 길 양옆으로 ‘창작의 정원’이 펼쳐져 있다. 신진 디자이너 35인의 아트퍼니처 및 보태닉아트가 결합된 예술적 휴식 공간이다. 다양한 자연과 설치작품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어, 발걸음을 옮기는 것만으로도 시각과 감각이 즐거워진다.
조선 왕실의 의례를 기록한 ‘의궤, 영원의 서사’ 중 한 장면 ©박미선
조선 왕실의 의례를 기록한 ‘의궤, 영원의 서사’ 중 한 장면 ©박미선
‘산수, 끝없는 윤슬’ 속 자개의 반짝임 ©박미선
‘산수, 끝없는 윤슬’ 속 자개의 반짝임 ©박미선
전시장 안으로 들어가면, 마치 과거와 현재가 한 공간에서 살아 움직이는 느낌이다. 첫 번째로 마주한 섹션인 ‘의궤, 영원의 서사’에서는 조선 왕실의 의례를 기록한 의궤를 미디어아트로 재구성했다. 왕실의 의례와 길례, 흉례가 영상으로 구현되어, 실제로 과거 왕실의 행사를 보고 있는 듯한 몰입감을 준다. 눈앞에서 펼쳐지는 장면을 보고 있으면, 옛 기록이 단순한 책이나 그림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산수, 끝없는 윤슬’은 판타지 세계 속으로 들어온 듯하다. 옛 자개장 속으로 들어간다면 그곳이 이런 세상일 것 같은 공간이다. 자개와 빛을 활용한 한국 산수의 풍경이 펼쳐지며 반짝이는 빛과 움직임이 마치 실제 물결처럼 공간을 흐르고, 고요하면서도 생동감 있는 산수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유물들과 미디아아트의 만남 ©박미선
유물들과 미디아아트의 만남 ©박미선
빛으로 그린 우리 문화 예술의 공간 ©박미선
빛으로 그린 우리 문화 예술의 공간 ©박미선
세 번째 섹션 ‘장인, 무한한 울림’은 장인의 손길과 자연, 전통을 모티브로 한 흑백 미학과 추상적 움직임을 한 공간에서 보여준다. 전시물 사이사이를 산책하듯 걷다 보면 전통과 현대, 손과 기술이 하나로 만나 신기한 느낌이 든다.

다음 공간으로 넘어가는 긴 복도에는 1795년 정조의 수원행차를 담은 ‘화성행행도’의 한 장면을 볼 수 있는데 관람객은 이 긴 행렬의 일부가 된 듯 복도를 거닐며 작품을 볼 수 있다. 마지막 네 번째 섹션은 ‘유산, 이음의 물결’. 문화유산과 무형유산이 3D와 미디어 기술로 재해석된다. 과거와 현재가 연결되고, 빛과 움직임 속에서 유산의 감동이 몸으로 느껴지는 곳으로 이 전시의 하이라이트다. 전시장을 나오기 전 직접 그릇을 들고 미디어아트 작품을 완성하는 체험도 있다. 화병 앞에 있는 화면에서 어울리는 꽃이 피어나며 신비로운 여운을 느끼게 한다.

전시 전체를 돌아보며 느낀 건, 옛것과 새것, 손으로 만든 작품과 최첨단 기술이 한 공간에서 만나 눈과 마음이 동시에 즐거운 경험을 준다는 것이다. 옛 기록과 현대 예술이 어우러진 감각적인 체험을 즐길 수 있는 전시였다.
미디어아트 작품이 펼쳐지는 DDP 건물 외벽 ©박미선
미디어아트 작품이 펼쳐지는 DDP 건물 외벽 ©박미선
9월, 서울은 미술 축제와 굵직한 전시들로 가득하다. 그 속에서 단순히 작품을 보는 것을 넘어 빛과 소리, 움직임과 감각을 함께 체험할 수 있는 전시를 찾는다면, DDP만큼 완벽한 장소는 드물다. 며칠 전 막을 내린 ‘서울라이트 DDP 2025 가을’을 비롯해 ‘헤리티지: 더 퓨처 판타지’와 ‘스펙트럴 크로싱스’를 관람하고, ‘디자인&아트’ 창작의 정원을 둘러보면 가을의 미디어아트 여정을 만끽하기에 딱 좋은 시기다. 몸과 마음으로 몰입형 예술을 체험하기에 지금이 바로 적기다.

2025 DDP 디자인&아트

○ 기간 : 2025년 8월 28일~9월 14일
○ 장소 : DDP팔거리 및 야외 공간
○ 운영시간 : 10:00~22:00
○ 입장료 : 무료

스펙트럴 크로싱스(Spectral Crossings)

○ 기간 : 2025년 8월 14일~11월 16일
○ 장소 : DDP 디자인랩 3층 디자인쇼룸
○ 작가 : 더 스웨이(THE SWAY)
○ 운영시간 : 10:00~20:00
○ 입장료 : 무료

헤리티지: 더 퓨처 판타지

○ 기간 : 2025년 8월 23일~9월 17일
○ 장소 : 뮤지엄 전시2관 및 디자인둘레길 B
○ 운영시간: 화~일요일 10:00~20:00(입장 마감 19:00) 
○ 휴무 : 월요일
○ 입장료 : 무료

시민기자 박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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