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되니 보이는 것들! 알찬 틈새 복지 '시간제전문 어린이집'
박한슬 작가
발행일 2025.08.21. 15:10


박한슬 작가의 ‘숫자로 보는 서울 이야기’ (8) 육아의 빈틈 메우는 시간제 어린이집
만성적 공급부족 겪는 국공립 어린이집
첫 번째는 경제적 이유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부모에겐 정부에서 누리과정 지원금을 지급하긴 하지만 사설 어린이집은 이 비용 외에 부모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추가 비용이 만만찮게 발생한다. 월 수백만 원까지 올라가는 영어유치원까진 아니더라도 부담이 생길 수밖에 없다. 두 번째는 보다 현실적인 운영시간 문제다. 어린이집의 정규 운영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다. 원래는 그 이후에 아이를 찾아가야 한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직장인이 그 시간에 아이를 데리러 가긴 어려우므로, 대부분의 학부모는 오후 4시 이후에 진행되는 연장보육을 추가한다. 법적으로 모든 어린이집에서 이용할 수 있는 제도지만, 담당 어린이집 선생님이 그 시간까지 추가 근무를 하는 상황이라면 현실적으로는 ‘눈치’가 보일 수밖에 없다. 돈 문제만이 아니라도 국공립을 선호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상황이 이러니 전일제로 아이를 맡기기 어려운 경우엔 주로 어머니 혼자 아이를 돌볼 수밖에 없다. 가까운 거리에 친인척이 거주하는 경우엔 잠시간 맡길 수라도 있지만, 같은 서울 내에 살아도 직장이나 주택 문제 등의 이유로 가족과 먼 거리에 터를 잡는 경우가 많으니 이런 선택지를 쓸 수 있는 사람도 그리 많지는 않다. 산후 도우미 업체는 최소 주 단위로 계약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 데다, 비용도 5일 기준 70만 원에 달하니 쉽게 손을 내밀긴 어렵다. 육아에 필요한 잠시간의 틈을 채울 방법이 마뜩잖은 것이다. 방법이 없을까.
가장 좋은 건 국공립 어린이집을 새로 신설하는 것일 테다. 그렇지만 국공립 어린이집 신설은 그리 쉽게 추진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기존에 터를 잡고 있는 어린이집들을 몰아내는 일이 될 수도 있는 데다, 새로 어린이집을 여는 데 필요한 부지를 매입해 건물을 짓는데도 시간과 비용이 막대하게 든다. 학부모들의 국공립에 대한 선호를 몰라서가 아니란 얘기다.
이렇게 꽉 막힌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도입된 게 서울형 ‘시간제전문 어린이집’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어린이집을 새로 만드는 게 아니라, 기존에 인가받은 어린이집에 남은 유휴 보육실을 활용하는 방식이라서다. 예컨대 특정 시간대에만 사용되는 특별실은 평소에는 비어 있다. 그리고 오후 4시에 종일제 반 운영이 종료되면, 원아들이 통합실로 이동하기에 종일제 반 공간이 빈다. 그러니 이런 유휴 공간을 시간제로 이용할 수 있게 추가 배당하는 식으로 육아에서 생길 수밖에 없는 빈틈을 메워주자는 것이다.

전날 예약으로 이용하는 시간제 어린이집
대상 아동의 연령은 생후 6개월부터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고, 운영 시간은 일반 어린이집보다 이른 오전 7시 30분부터, 국공립 어린이집의 확고한 장점인 오후 7시 30분까지의 늦은 시간까지 이용이 가능하다.
물론 무제한으로 이용 가능한 제도는 아니다. 한 아이당 월 이용 한도가 최대 60시간이기 때문이다. 통상적인 전일제 어린이집처럼 이용하기엔 부족한 시간이지만, 아이를 돌보다 급하게 자리를 비울 때 쓰기엔 넉넉한 정도다. 시간당 이용요금 2,000원으로 누릴 수 있는 알찬 틈새 복지다.
서비스 이용 방법도 그리 어렵지 않다. 서비스를 처음 이용하는 경우, '서울시보육포털'에 접속하여 회원가입 후 자녀 정보를 등록하는 게 첫 단계다. 만약 예정된 일정에 따라 아이를 맡길 경우, 이용일 기준 14일 전부터 하루 전까지 온라인으로 예약할 수 있다. 해당 시간에 해당 시설에서 맡을 수 있는 아이 수를 초과하지만 않는다면 이용에는 거의 제약이 없는 셈이다. 특히나 병원 방문 등 갑작스러운 용무가 발생했을 때는, 이용 당일 오전 12시(정오)까지 희망하는 어린이집에 직접 전화하여 예약 가능 여부를 확인하고 신청할 수도 있다.
운영 프로그램 역시 단기 이용에 맞춰 구성됐다. 대표적인 것이 ‘아이꿈놀이터’다. 6개 주제의 감각·놀이 모듈로 구성돼, 처음 방문하는 아동도 쉽게 몰입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물론 시간제로 운영하는 형태다 보니, 같은 연령대의 아이만 모은 종일제 반과 같은 운영은 어렵다. 급한 보육 필요가 생길 시 믿고 맡길 수 있는 단기 시설이라고 이해해야지, 일상적 보육시설이라고 이해해선 안 된다. 그래도 직장인이 연차를 쓰거나, 자영업자가 가게 문을 닫는 것 같은 생산성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임시 보호라는 점에선 부족함이 없다. 긴 대기시간 없이도 국공립 어린이집의 우수한 환경을 시간제로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최종 목표는 연내 서울시 25개 모든 자치구에 최소 1개소 이상의 시간제전문 어린이집을 설치하여, 서울 어디서나 시민들이 편리하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약자와의 동행이란 구호가 말로 그치지 않고, 사회 곳곳에 자리 잡은 돌봄 공백을 채워나간다는 게 서울 시민으로서 참 다행스럽다.

서울형 시간제전문 어린이집
○ 이용시간 : 월요일~금요일 07:30~19:30
※공휴일 및 주말이용은 365열린 또는 주말어린이집 이용 가능
○ 이용방법 : 서울시보육포털서비스에서 온라인 신청
※이용 14일 전부터 예약 가능
○ 이용료 / 이용기준 : 시간당 2,000원 / 월 60시간 한도
기사 관련 태그
태그
#박한슬 #숫자로본서울이야기 #시간제전문 어린이집 #어린이집 #국공립 #유휴공간 #시간제전문어린이집 #육아 #양육 #어린이 #영유아 #미취학아동 #일시돌봄 #돌봄 #돌봄공백해소함께 보면 좋은 뉴스
-
K-컬처부터 심리, 과학까지! '내 손안에 서울' 전문칼럼 풍성
내 손안에 서울


댓글은 자유로운 의견 공유의 장이므로 서울시에 대한 신고, 제안, 건의 등
답변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전자민원 응답소 누리집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상업성 광고, 저작권 침해, 저속한 표현, 특정인에 대한 비방, 명예훼손, 정치적 목적,
응답소 누리집 바로가기유사한 내용의 반복적 글, 개인정보 유출,그 밖에 공익을 저해하거나 운영 취지에 맞지
않는 댓글은 서울특별시 조례 및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