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추만 크는 줄 알았던 스마트팜, 도시의 가능성도 함께 자란다
박한슬 작가
발행일 2025.06.19. 14:58


스마트팜에서 자라는 채소들.
박한슬 작가의 숫자로 보는 서울 이야기 (4) 콘크리트에 뿌리내린 도시농업
‘농사’라고 하면 으레 흙을 떠올린다. 비를 머금고, 뿌리를 지탱하며, 작물을 길러내는 우리 농업의 토대. 그러나 머지않은 미래, 이 익숙한 풍경은 그리 당연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흙이 없는 농장, 볕이 들지 않는 재배지, AI가 병해충을 관리하는 서울 한복판의 농업이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도심형 스마트팜이란 이름은 좀 낯설 수 있다. 그렇지만 스마트팜이 자리잡은 공간은 절대 낯설지 않다. 지하철역 유휴공간이나 복지관 창고처럼 우리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공간이 주된 설치 장소기 때문이다. 흙 한 줌 없는 공간에, LED 조명과 양액 순환 시스템으로 작물을 길러내는 이 농장들은 얼핏 보면 실험실이나 반도체 공장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곳에서 재배되는 건 분명 상추, 청경채, 적근대 같은 쌈채류다.
그렇다면 왜 하필 상추일까. 단순한 선택은 아니다. 상추를 포함한 엽채류는 본래 유통에 취약한 작물이다. 쉽게 시들고, 냉장 상태에서도 3~5일이면 신선도가 급격히 떨어진다. 장거리 운송에는 적합하지 않으니 수입 의존도가 낮고, 결국 국내에서 길러 국내에서 소비해야 한다. 그런데 이 국내 생산 기반이 이미 불안정하다. 우리나라 농가의 평균 경지 규모는 1.6헥타르로 OECD 회원국 중 최하위다. 농업인의 60% 이상은 65세 이상 고령자이며, 다수가 영세한 자가농에 의존하고 있다. 인건비는 매년 오르고, 농업노동력은 줄어들고 있다. 상추처럼 수익이 낮고 노동집약적인 작물은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다. 재배 단가는 오르고, 공급은 불안정해진다. 농촌에만 맡기기엔 도시에서 소비되는 채소의 생산량을 맞추기 어려운 시점이 다가오고 있단 얘기다.
도심형 스마트팜은 이 구조적 공백을 메우는 실험이다. 서울시는 2024년부터 중구, 성동구, 동대문구, 은평구, 서대문구, 송파구 등 6개 자치구에서 ‘도심형 스마트팜’을 시범 운영 중이다. 이 모델의 핵심은 도시의 유휴공간을 작물 생산의 거점으로 바꾼다는 데 있다. 복지관, 문화센터, 동주민센터, 도서관처럼 시민 누구나 드나드는 공공시설 내부에서, 일정 면적의 빈 공간을 파악해 수직형 실내농장을 조성한다.
지하철 7호선 상도역에는 394제곱미터 규모의 스마트팜이 설치돼 하루 약 50킬로그램의 채소를 수확한다. 노지 재배보다 물 사용은 90% 가까이 줄고, 병충해가 거의 없어 농약도 필요 없다. LED 조명은 작물별로 파장을 조절하고, 양액은 생육 주기에 따라 자동 투입된다. 온도와 습도는 실시간으로 제어된다.
그렇다면 왜 하필 상추일까. 단순한 선택은 아니다. 상추를 포함한 엽채류는 본래 유통에 취약한 작물이다. 쉽게 시들고, 냉장 상태에서도 3~5일이면 신선도가 급격히 떨어진다. 장거리 운송에는 적합하지 않으니 수입 의존도가 낮고, 결국 국내에서 길러 국내에서 소비해야 한다. 그런데 이 국내 생산 기반이 이미 불안정하다. 우리나라 농가의 평균 경지 규모는 1.6헥타르로 OECD 회원국 중 최하위다. 농업인의 60% 이상은 65세 이상 고령자이며, 다수가 영세한 자가농에 의존하고 있다. 인건비는 매년 오르고, 농업노동력은 줄어들고 있다. 상추처럼 수익이 낮고 노동집약적인 작물은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다. 재배 단가는 오르고, 공급은 불안정해진다. 농촌에만 맡기기엔 도시에서 소비되는 채소의 생산량을 맞추기 어려운 시점이 다가오고 있단 얘기다.
도심형 스마트팜은 이 구조적 공백을 메우는 실험이다. 서울시는 2024년부터 중구, 성동구, 동대문구, 은평구, 서대문구, 송파구 등 6개 자치구에서 ‘도심형 스마트팜’을 시범 운영 중이다. 이 모델의 핵심은 도시의 유휴공간을 작물 생산의 거점으로 바꾼다는 데 있다. 복지관, 문화센터, 동주민센터, 도서관처럼 시민 누구나 드나드는 공공시설 내부에서, 일정 면적의 빈 공간을 파악해 수직형 실내농장을 조성한다.
지하철 7호선 상도역에는 394제곱미터 규모의 스마트팜이 설치돼 하루 약 50킬로그램의 채소를 수확한다. 노지 재배보다 물 사용은 90% 가까이 줄고, 병충해가 거의 없어 농약도 필요 없다. LED 조명은 작물별로 파장을 조절하고, 양액은 생육 주기에 따라 자동 투입된다. 온도와 습도는 실시간으로 제어된다.

서울시는 도심형 스마트팜 6곳을 운영하고 있다.
기술적인 이점도 있지만, 실제로 이런 도심형 스마트팜의 가장 큰 장점은 생산지와 소비지가 사실상 동일한 공간이라는 점이다.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시범 스마트팜의 수확물 중 30~50%는 인근 복지관 급식이나 취약계층 나눔 프로그램으로 곧장 공급된다. 나머지는 시민 체험, 교육, 커뮤니티 프로그램 등에 활용된다. 수확 후 평균 몇 시간 안에 소비되는 구조가 가능하며, 식재료가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이동 거리를 의미하는 ‘푸드마일’이란 개념 자체가 무색해질 정도로 유통 거리가 짧아진다. 자연스레 냉장 물류 의존도도 크게 줄어들고, 탄소배출량도 감소한다.
생산 효율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수직농장은 바닥 면적이 아닌 공간 전체를 입체적으로 활용하기에, 동일 면적 대비 노지보다 최소 10배 이상 많은 수확이 가능하다는 실측 결과도 있다. 연간 수확 횟수는 30회를 넘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 모든 과정이 토지 소유나 농업 기반 없이도 구현된다는 사실이다. 땅 없이도 농업이 가능하다는 것. 그것도 대도시 한복판에서 말이다.
생산 효율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수직농장은 바닥 면적이 아닌 공간 전체를 입체적으로 활용하기에, 동일 면적 대비 노지보다 최소 10배 이상 많은 수확이 가능하다는 실측 결과도 있다. 연간 수확 횟수는 30회를 넘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 모든 과정이 토지 소유나 농업 기반 없이도 구현된다는 사실이다. 땅 없이도 농업이 가능하다는 것. 그것도 대도시 한복판에서 말이다.

서울시 도심형 스마트팜에서 체험, 일자리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하지만 서울의 도심형 스마트팜이 ‘똑똑한 농장’에 그치지 않는 이유는 따로 있다. 결국 이 실험의 핵심은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다. 단순히 채소를 키우는 공간이 아니라, 일자리와 교육, 복지와 체험이 얽혀 있는 플랫폼으로 기능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구의 복지관에서는 ‘시니어 온실 클래스’가 운영된다. 노인들이 스마트팜의 생육 환경을 관리하고, 직접 수확한 채소를 지역 경로당에 전달한다. 일정 수당도 지급된다. 서대문구에서는 청소년들이 식물 생장 원리를 배우고, 공유주방에서 샐러드와 샌드위치를 만들어보는 체험 교실이 운영된다. 송파구는 생태교육 중심 프로그램을, 성동구는 물고기 배설물을 양분으로 활용하는 아쿠아포닉스를 실험 중이며, 은평구는 도서관 내 스마트팜을 4차 산업 직업군 체험과 연결하고 있다. 일부 자치구는 발달장애인을 위한 원예치유 프로그램도 병행한다. 도심 속의 작은 스마트 농장이 복지와 교육, 공동체 회복이라는 쌈채보다 더 중요한 걸 기르는 토양이 되는 식이다.
도시는 오랫동안 ‘소비의 공간’으로만 이해되어 왔다. 식량도, 에너지 자원도 대부분 외부에서 들여오는 구조라서다. 농업은 시골의 일이고, 도시는 그 산물을 소비하는 장소일 뿐이라는 이원론적인 접근이다. 하지만 기술이 작물의 생존 조건을 바꾸고, 도시의 유휴 공간이 다시 쓰이기 시작하면서, 이 구분은 점점 무너지고 있다. 도심의 비싼 땅을 따로 농지로 할당하지 않더라도, 일정 수준의 식량 자급은 가능하다. 게다가 이 공간이 교육과 만남, 돌봄과 일자리로 이어진다면, 도시라는 공간의 정의 자체가 바뀌게 된다. 도심형 스마트팜은 그 가능성을 보여주는 가장 작은 단위이자, 동시에 도시의 회복탄력성을 시험하는 가장 앞선 실험이다.
도시라는 공간이 얼마나 유연하게 진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공간에서 가족들과 함께 농산물을 이용한 체험을 해보는 건 어떨까. 농업과 우리 삶이 얼마나 밀접한지, 또 얼마나 보람찬 경험인지도 배울 거라 믿는다.
누리집 : 서울도시농업
도시는 오랫동안 ‘소비의 공간’으로만 이해되어 왔다. 식량도, 에너지 자원도 대부분 외부에서 들여오는 구조라서다. 농업은 시골의 일이고, 도시는 그 산물을 소비하는 장소일 뿐이라는 이원론적인 접근이다. 하지만 기술이 작물의 생존 조건을 바꾸고, 도시의 유휴 공간이 다시 쓰이기 시작하면서, 이 구분은 점점 무너지고 있다. 도심의 비싼 땅을 따로 농지로 할당하지 않더라도, 일정 수준의 식량 자급은 가능하다. 게다가 이 공간이 교육과 만남, 돌봄과 일자리로 이어진다면, 도시라는 공간의 정의 자체가 바뀌게 된다. 도심형 스마트팜은 그 가능성을 보여주는 가장 작은 단위이자, 동시에 도시의 회복탄력성을 시험하는 가장 앞선 실험이다.
도시라는 공간이 얼마나 유연하게 진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공간에서 가족들과 함께 농산물을 이용한 체험을 해보는 건 어떨까. 농업과 우리 삶이 얼마나 밀접한지, 또 얼마나 보람찬 경험인지도 배울 거라 믿는다.
누리집 : 서울도시농업
서울 도심형 스마트팜 조성 현황
자치구 | 조성장소 | 주소 | 문의처 | 특징 |
---|---|---|---|---|
중구 | 중구 시니어클럽 | 서울 중구 퇴계로80길 52 | 02-2235-3566 | 어르신들이 시설 관리, ‘시니어 온실 클래스’ 운영 |
성동구 | 4차산업혁명체험센터 | 서울 성동구 살곶이길 327 | 02-2286-6145 | 물고기 배설물 활용하는 아쿠아포닉스 특화 시설 운영 |
동대문구 | 장안종합사회복지관 | 서울 동대문구 한천로18길 48 | 02-2127-4988 | 어르신과 느린 학습자 대상 프로그램 진행 |
은평구 | 은평구립도서관 | 서울 은평구 통일로78가길 13-84 | 02-351-8033 | 은평구립도서관 4차산업 체험센터 ‘스마트리움’에 조성 |
서대문구 | 서대문문화체육회관 | 서울 서대문구 백련사길 39 | 02-330-4997 | 청소년 대상 스마트팜 진로 탐색 기회 제공 |
송파구 | 송파구 | 서울 송파구 동남로 397 | 02-2147-3402 | 물고기 배설물 활용하는 아쿠아포닉스 체험 프로그램 진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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