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면 지하철 창문을 열고 다녔다?! 대중교통의 재밌는 여름나기 이야기
시민기자 한우진
발행일 2025.08.05. 15:00


예전 지하철은 창문을 열고 다녔다?!
창문을 열어야 하는 이유는 실내에 열기가 많았기 때문이다. 우선 많은 승객들이 신체에서 내뿜는 열이 있다. 게다가 과거 지하철 전동차는 동력 제어 방식으로 저항제어방식을 썼는데, 이 방식은 바닥에서 열기가 올라오므로 실내가 더웠다.
하지만 이렇게 창문을 열고 다니면 문제가 많았다. 팔을 쉽게 내밀 수 있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할 수 있고, 여러 사람이 창문을 자꾸 만지기 때문에 고장이 나기도 쉬웠다. 또한 창문을 열어둔 상태에서 갑자기 비가 오면 빗물이 객실 내로 들어오는데, 차내에 승객이 별로 없었다면 창문을 닫아줄 사람도 없게 된다. 창문을 연 상태에서 지하 구간으로 들어가면 터널 내의 먼지가 객실로 그대로 들어오는 것도 문제였다.

그러다가 지하철 전동차에 본격적으로 에어컨이 설치되기 시작하자, 열 수 있는 창문은 더 이상 필요가 없어졌다. 창문을 열어봤자 실내의 냉기만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창문 자리에는 통유리가 설치되었다. 통유리도 초기에는 절반씩 쪼개진 형태였지만, 후기에는 직사각형의 대형 통창으로 바뀌어 전망도 크게 좋아졌다.
지하철 에어컨은 언제 설치되었을까?
그래서 지하철 전동차에도 에어컨이 설치되기 시작하였다. 2호선 이후 노선은 개통 당시부터, 기존에 운행되던 1호선은 신규 차량부터 설치하거나 개조를 거쳐 도입되었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대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전동차의 에어컨은 송풍기가 객실 내 천장에 설치되고, 지붕 바깥쪽에 실외기가 설치된 형태다. 실외기는 터널 높이와 상부의 전차선(전기공급선) 때문에 납작한 형태로 설치된다. 실외기를 세워 놓고 더운 바람을 측면으로 내보내는 가정용 에어컨과 달리, 실외기를 뉘어 놓고 더운 바람을 상부로 올리는 모습이다.
실내에 설치되는 송풍기는 객실 내로 찬바람을 보내주는 역할을 한다. 과거에는 천장형 선풍기를 그대로 달아 놓고 이것을 송풍기로 쓰기도 하였다. 하지만 지금은 라인플로우팬(Line Flow Fan)이라는 길쭉한 송풍기를 천장에 매립하여 쓴다. 풍량이 훨씬 많고 좌우 회전도 가능하여 전동차 객실 같은 큰 공간에서 유리하다.

지하철 에어컨, 바람이 잘 나오고 안 나오는 자리가 따로 있다!
대체로 전동차 1칸의 양 끝 가장자리에서 바람이 많이 나오고, 중앙부는 바람이 안 나오는 곳이 많다. 그래서 전동차 1칸의 중심부쪽 좌석은 찬바람을 싫어하거나 찬바람에 약한 사람들이 앉도록 유도하고 있다. 약냉방석(弱冷房席)인 것이다. 결국 교통약자석이 있는 가장자리는 시원하고, 임산부 배려석이 있는 중앙부는 더운 형태가 되었다. 보통 노인들이 찬바람에 약하고, 여성이 임신을 하면 더위를 더 잘 느낀다는 점을 생각하면 반대로 된 느낌이 있다. 실제로 싱가포르 지하철에서는 냉기가 잘 나오는 곳 앞에 임산부석이 있다.
전동차 천장 송풍기의 아쉬운 점은 측면 출입문 바로 위에 바람 나오는 곳이 없다는 것이다. 전동차에서 출입문 앞은 역 도착 후 문이 열리자마자 냉기가 빠져나가고 열기가 들어오는 곳이라 일시적으로 가장 더워지는 곳이다. 문이 닫힌 후 이곳을 집중적으로 냉방해야 객실 내 온도를 빠르게 낮출 수 있다. 특히 출입문 바로 앞은 사람들이 더 많이 서 있는 곳이라 냉방의 필요성도 크다. 향후 새로 도입되는 전동차는 출입문 바로 상부에 송풍기가 설치되기를 기대한다.
전동차는 출입문을 열고 있으면 냉기가 대량이 빠져나가게 되는데, 승강속도를 높이기 위해 출입문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이 시발역(始發驛)에서 출발시각을 기다리면서 오랫동안 문을 열고 있을 때이다. 지하 구간이라면 괜찮지만 바깥이 더운 지상역이 문제가 된다. 그래서 전동차는 한 칸의 한쪽에 4개 달린 객실 출입문을 1개만 열고 대기하는 기능 을 갖추고 있다. 이를 반감(半減)이라고 한다. 과거 전동차는 출입문 4개 중 가운데 양쪽 2개만 열고 있어서 반감이라고 했는데 요즘은 가장자리 1개만 열고 있다. 따라서 엄밀하게는 사반감(四半減)이 맞겠지만, 과거부터 쓰던 용어라 그대로 쓰고 있다.
이 방식은 전력소모를 줄이고, 차내 냉방 유지에도 도움이 되는 만큼 배터리로 동작하면서 전력을 아껴야 하는 위례선 트램 같은 곳에서 채택한다면 유익할 수 있다.
지하철 냉방에서 유의해야 할 것은, '에어컨 온도를 조절해 달라'면서 차내의 인터폰을 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차내 인터폰은 화재 같은 비상시에만 사용해야 한다. 에어컨 온도 조절 같은 것은 운전에 집중하고 있는 승무원을 호출할 일이 아니라, 지하철 운영사의 콜센터를 호출할 일이다. 가급적이면 또타지하철 앱이나 문자 메시지(1577-1234)를 사용하고, 꼭 통화를 해야겠다면 인터폰 대신 서울교통공사(1~8호선 콜센터, 1577-1234)로 전화를 걸도록 한다. ☞ [관련 기사] 여름철, 푹푹 찌는 '지하철 지상승강장'의 더위 탈출 방법은?

버스 창문에 숨은 규칙이 있다?!
특히 창문의 위아래 높이가 작아지고 위쪽에는 통창, 아래쪽에는 여닫이창이 설치된 경우가 늘었다. 그래서 과거에는 비상 시에 창문을 열고 대피가 가능했지만, 지금은 불가능하기에 비상 시엔 창문을 깨고 대피하라고 차내 곳곳에 비상용 망치가 설치되어 있다.
차량 위계에 따라 창문이 다른 것도 흥미 요소다. '마을버스→지선버스→간선버스→광역버스' 순서로 갈수록 이동성이 높아지고 접근성이 줄어드는데, 이 방향으로 갈수록 여닫이 창이 없거나 통창을 쓰는 경우가 많다.

전력 소모 줄인 전기버스용 에어컨 개발 필요해
또한 버스에서는 찬바람을 직접 맞기 싫어서 에어컨 송풍구를 닫아두는 경우가 많다. 버스 내 객실의 다른 공간을 통해 오는 냉기를 간접적으로 받겠다는 것으로 일종의 ‘무풍에어컨’을 원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버스 내 모든 승객이 이런 생각으로 송풍구를 닫아두다 보니, 정작 찬바람이 객실에 들어오지 않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과거 내연기관 엔진 버스시절에는 엔진의 회전동력을 활용하여 에어컨을 동작시켰다. 그런데 요즘 늘어나는 전기버스에서는 지하철 전동차처럼 전력을 직접 활용하여 동작하는 에어컨이 설치된다. 그러다 보니 여름에 에어컨을 켜면 배터리가 더 빨리 소모될 수 있다. 안 그래도 충전에 시간이 걸리는 전기버스이다 보니 이는 문제가 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관련 업체들은 전력 소모를 줄인 전기버스용 에어컨 개발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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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입장에서 알기 쉽게 교통정보를 제공합니다. 수년간 교통 전문칼럼을 연재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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