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면 지하철 창문을 열고 다녔다?! 대중교통의 재밌는 여름나기 이야기

시민기자 한우진

발행일 2025.08.05. 15:00

수정일 2025.08.05. 15:54

조회 4,454

알아두면 도움되는 교통상식 (298) 대중교통과 냉방 이야기
시민기자 한우진의 알아두면 도움되는 교통상식
지하철 신규 전동차 내 설치돼 있는 공기질 개선장치 ⓒ뉴스1
지하철 신규 전동차 내 설치돼 있는 공기질 개선장치 ⓒ뉴스1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더운 여름에 밖에서 돌아다니기는 고역이다. 더워서 자가용을 이용할 수도 있지만, 환경과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게 좋다. 과거의 대중교통은 여름에 이용하기에 불편이 많았지만, 꾸준한 투자와 서울시의 노력으로 지금은 여름에도 꽤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교통수단이 되었다.
선풍기가 달린 과거의 전동차 모습 ©국가기록원
선풍기가 달린 과거의 전동차 모습 ©국가기록원

예전 지하철은 창문을 열고 다녔다?!

과거 지하철 차량의 특징은 창문이 열린다는 점이었다. 초기 전동차에는 창문을 위아래로 움직여 절반을 열 수 있는 낙창식(落窓式) 창문이 설치되어 있었다. 창문이 100% 열리지는 않고 절반이 열리는 수준이었지만, 일단 창문을 열면 많은 양의 바람이 들어왔다.

창문을 열어야 하는 이유는 실내에 열기가 많았기 때문이다. 우선 많은 승객들이 신체에서 내뿜는 열이 있다. 게다가 과거 지하철 전동차는 동력 제어 방식으로 저항제어방식을 썼는데, 이 방식은 바닥에서 열기가 올라오므로 실내가 더웠다.

하지만 이렇게 창문을 열고 다니면 문제가 많았다. 팔을 쉽게 내밀 수 있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할 수 있고, 여러 사람이 창문을 자꾸 만지기 때문에 고장이 나기도 쉬웠다. 또한 창문을 열어둔 상태에서 갑자기 비가 오면 빗물이 객실 내로 들어오는데, 차내에 승객이 별로 없었다면 창문을 닫아줄 사람도 없게 된다. 창문을 연 상태에서 지하 구간으로 들어가면 터널 내의 먼지가 객실로 그대로 들어오는 것도 문제였다.
왼쪽은 상부개폐식, 오른쪽은 낙창식 창문이 설치돼 있다. ©한우진
왼쪽은 상부개폐식, 오른쪽은 낙창식 창문이 설치돼 있다. ©한우진
그래서 그 다음에 나온 전동차는 상부의 창문을 안쪽으로 반쯤만 당겨서 여는 상부개폐식 창문을 사용하였다. 열리는 정도가 적어서 통풍 효과는 줄어들었지만, 창문이 안쪽으로 열리다 보니 낙창식의 안전 문제였던 팔을 내미는 문제는 해결될 수 있었다.

그러다가 지하철 전동차에 본격적으로 에어컨이 설치되기 시작하자, 열 수 있는 창문은 더 이상 필요가 없어졌다. 창문을 열어봤자 실내의 냉기만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창문 자리에는 통유리가 설치되었다. 통유리도 초기에는 절반씩 쪼개진 형태였지만, 후기에는 직사각형의 대형 통창으로 바뀌어 전망도 크게 좋아졌다.
전동차 상부에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 ©한우진
전동차 상부에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 ©한우진

지하철 에어컨은 언제 설치되었을까?

지금 지하철은 에어컨이 너무 세서 춥다면서 민원이 생길 정도이지만, 예전 지하철에는 에어컨 자체가 없었다. 과거 서울지하철 전동차 객실의 천장에는 목이 360도로 돌아가는 회전식 천장형 선풍기가 달려 있었다. 선풍기는 피부 표면의 땀의 증발을 강화시키고 찬 공기와 더운 공기를 섞이게 해, 시원하게 해주기는 하지만 찬바람이 나오는 것은 아니라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지하철 전동차에도 에어컨이 설치되기 시작하였다. 2호선 이후 노선은 개통 당시부터, 기존에 운행되던 1호선은 신규 차량부터 설치하거나 개조를 거쳐 도입되었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대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전동차의 에어컨은 송풍기가 객실 내 천장에 설치되고, 지붕 바깥쪽에 실외기가 설치된 형태다. 실외기는 터널 높이와 상부의 전차선(전기공급선) 때문에 납작한 형태로 설치된다. 실외기를 세워 놓고 더운 바람을 측면으로 내보내는 가정용 에어컨과 달리, 실외기를 뉘어 놓고 더운 바람을 상부로 올리는 모습이다.

실내에 설치되는 송풍기는 객실 내로 찬바람을 보내주는 역할을 한다. 과거에는 천장형 선풍기를 그대로 달아 놓고 이것을 송풍기로 쓰기도 하였다. 하지만 지금은 라인플로우팬(Line Flow Fan)이라는 길쭉한 송풍기를 천장에 매립하여 쓴다. 풍량이 훨씬 많고 좌우 회전도 가능하여 전동차 객실 같은 큰 공간에서 유리하다.
전동차 객실 내 공기흐름 모식도 ©서울시
전동차 객실 내 공기흐름 모식도 ©서울시

지하철 에어컨, 바람이 잘 나오고 안 나오는 자리가 따로 있다!

한 가지 문제는 지하철 객실 내 송풍기가 천장 모든 곳에 설치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천장을 잘 살펴보면 팬이 설치된 구멍이 없는 곳이 있으며, 당연히 이곳 아래에서는 바람을 직접 맞을 수 없으니 더운 편이다.

대체로 전동차 1칸의 양 끝 가장자리에서 바람이 많이 나오고, 중앙부는 바람이 안 나오는 곳이 많다. 그래서 전동차 1칸의 중심부쪽 좌석은 찬바람을 싫어하거나 찬바람에 약한 사람들이 앉도록 유도하고 있다. 약냉방석(弱冷房席)인 것이다. 결국 교통약자석이 있는 가장자리는 시원하고, 임산부 배려석이 있는 중앙부는 더운 형태가 되었다. 보통 노인들이 찬바람에 약하고, 여성이 임신을 하면 더위를 더 잘 느낀다는 점을 생각하면 반대로 된 느낌이 있다. 실제로 싱가포르 지하철에서는 냉기가 잘 나오는 곳 앞에 임산부석이 있다.

전동차 천장 송풍기의 아쉬운 점은 측면 출입문 바로 위에 바람 나오는 곳이 없다는 것이다. 전동차에서 출입문 앞은 역 도착 후 문이 열리자마자 냉기가 빠져나가고 열기가 들어오는 곳이라 일시적으로 가장 더워지는 곳이다. 문이 닫힌 후 이곳을 집중적으로 냉방해야 객실 내 온도를 빠르게 낮출 수 있다. 특히 출입문 바로 앞은 사람들이 더 많이 서 있는 곳이라 냉방의 필요성도 크다. 향후 새로 도입되는 전동차는 출입문 바로 상부에 송풍기가 설치되기를 기대한다.

전동차는 출입문을 열고 있으면 냉기가 대량이 빠져나가게 되는데, 승강속도를 높이기 위해 출입문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이 시발역(始發驛)에서 출발시각을 기다리면서 오랫동안 문을 열고 있을 때이다. 지하 구간이라면 괜찮지만 바깥이 더운 지상역이 문제가 된다. 그래서 전동차는 한 칸의 한쪽에 4개 달린 객실 출입문을 1개만 열고 대기하는 기능 을 갖추고 있다. 이를 반감(半減)이라고 한다. 과거 전동차는 출입문 4개 중 가운데 양쪽 2개만 열고 있어서 반감이라고 했는데 요즘은 가장자리 1개만 열고 있다. 따라서 엄밀하게는 사반감(四半減)이 맞겠지만, 과거부터 쓰던 용어라 그대로 쓰고 있다.
트램 차량 바깥에 달린 문 열림 버튼(녹색) 사례 ©한우진
트램 차량 바깥에 달린 문 열림 버튼(녹색) 사례 ©한우진
여기서 더 나아가면 시발역이 아닌 중간역에서도 필요할 때만 문을 여는 것도 가능하다. 보통 스크린도어가 없는 트램에서 쓰는 방식인데, 객실 안과 바깥에 출입문 옆에 버튼이 달려 있다. 차내에 있는 내리려는 승객은 출입문 옆의 버튼을 미리 눌러 두면 정거장 도착 시 문이 열린다. 버튼을 눌러 놓지 않았으면 정차 후에도 문이 열리지 않는다. 반대로 정거장에 기다리던 승객도 열차 정차 후 출입문 바깥의 버튼을 누르면 그제서야 문이 열리게 된다. 외국의 트램(노면전차)에서는 종종 쓰이는 방식으로(예: 체코 프라하), 꼭 필요할 때만 필요한 문을 열 수 있다.

이 방식은 전력소모를 줄이고, 차내 냉방 유지에도 도움이 되는 만큼 배터리로 동작하면서 전력을 아껴야 하는 위례선 트램 같은 곳에서 채택한다면 유익할 수 있다.

지하철 냉방에서 유의해야 할 것은, '에어컨 온도를 조절해 달라'면서 차내의 인터폰을 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차내 인터폰은 화재 같은 비상시에만 사용해야 한다. 에어컨 온도 조절 같은 것은 운전에 집중하고 있는 승무원을 호출할 일이 아니라, 지하철 운영사의 콜센터를 호출할 일이다. 가급적이면 또타지하철 앱이나 문자 메시지(1577-1234)를 사용하고, 꼭 통화를 해야겠다면 인터폰 대신 서울교통공사(1~8호선 콜센터, 1577-1234)로 전화를 걸도록 한다. ☞ [관련 기사] 여름철, 푹푹 찌는 '지하철 지상승강장'의 더위 탈출 방법은?
냉방이 완비된 서울시내버스 ©서울시
냉방이 완비된 서울시내버스 ©서울시

버스 창문에 숨은 규칙이 있다?!

서울대중교통의 또 다른 축인 버스도 과거에 비해 냉방이 크게 발전하였다. 흥미로운 것은 냉방기의 발달에 반비례하여 창문의 크기는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시내버스에는 큰 창문이 설치되어 있었지만, 지금은 창문의 크기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

특히 창문의 위아래 높이가 작아지고 위쪽에는 통창, 아래쪽에는 여닫이창이 설치된 경우가 늘었다. 그래서 과거에는 비상 시에 창문을 열고 대피가 가능했지만, 지금은 불가능하기에 비상 시엔 창문을 깨고 대피하라고 차내 곳곳에 비상용 망치가 설치되어 있다.

차량 위계에 따라 창문이 다른 것도 흥미 요소다. '마을버스→지선버스→간선버스→광역버스' 순서로 갈수록 이동성이 높아지고 접근성이 줄어드는데, 이 방향으로 갈수록 여닫이 창이 없거나 통창을 쓰는 경우가 많다.
버스 좌석 천장에 달린 송풍구 ©한우진
버스 좌석 천장에 달린 송풍구 ©한우진

전력 소모 줄인 전기버스용 에어컨 개발 필요해

버스의 에어컨 송풍구창문 위쪽에 설치되어 있다. 보통 바람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장치와 풍량을 조절할 수 있는 장치가 있다. 바람 각도를 많이 조절하기는 힘들어서 아무래도 복도 쪽에 앉으면 바람을 받기는 쉽지 않다. 대신 창가에서 멀어지면 직사광선을 피할 수 있는 장점은 있다.

또한 버스에서는 찬바람을 직접 맞기 싫어서 에어컨 송풍구를 닫아두는 경우가 많다. 버스 내 객실의 다른 공간을 통해 오는 냉기를 간접적으로 받겠다는 것으로 일종의 ‘무풍에어컨’을 원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버스 내 모든 승객이 이런 생각으로 송풍구를 닫아두다 보니, 정작 찬바람이 객실에 들어오지 않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과거 내연기관 엔진 버스시절에는 엔진의 회전동력을 활용하여 에어컨을 동작시켰다. 그런데 요즘 늘어나는 전기버스에서는 지하철 전동차처럼 전력을 직접 활용하여 동작하는 에어컨이 설치된다. 그러다 보니 여름에 에어컨을 켜면 배터리가 더 빨리 소모될 수 있다. 안 그래도 충전에 시간이 걸리는 전기버스이다 보니 이는 문제가 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관련 업체들은 전력 소모를 줄인 전기버스용 에어컨 개발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하철 역사 내 쉼터도 폭염 대피 시설이다. ©서울시
지하철 역사 내 쉼터도 폭염 대피 시설이다. ©서울시
이번 여름이 남은 생애에서 가장 시원한 여름이라는 말이 있다. 기후변화로 인하여 갈수록 여름이 더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 중인 서울 대중교통은 폭염 속에서도 승객을 편히 모시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앞으로도 서울의 지하철과 버스가 폭염 속의 오아시스와 같은 공간이 되어 주기를 기대한다. 

시민기자 한우진

시민 입장에서 알기 쉽게 교통정보를 제공합니다. 수년간 교통 전문칼럼을 연재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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