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속 주인공 찾아 떠나는 한양도성 성곽길 투어(ft. 낙산구간)

시민기자 최용수

발행일 2025.05.23. 14:08

수정일 2025.05.23. 17:27

조회 2,767

‘물미’와 함께 걷는 600년 역사의 숨결 한양도성 낙산 구간의 매력
‘물미가 트였다 / 물미를 안다 / 물미가 없다.’ 

어른들로부터 가끔 물미란 말을 듣곤 한다. 물미는 ‘사물을 관찰하고 인식하는 지혜’를 표현할 때 쓰는 순우리말이다. 어떻게 이런 말이 생겨났을까?
‘물미’는 조선왕조실록을 기반으로 상상력을 더해 쓴 동화 '성을 쌓는 아이'(작가 안선모)의 주인공 이름이다. 여진족 여자아이 ‘물미’는 성(城)을 쌓으러 떠난 아버지를 찾아 함경도에서 한양으로 올라온다. 아버지를 만난 물미는 함께 한양도성을 쌓는다. 마지막 커다란 덮개돌 작업 때 지렛대 원리를 이용하자 주변 사람들이 ‘물미’의 지혜에 놀란다. 이때부터 사람들은 ‘사물을 관찰하고 인식하는 지혜’를 ‘물미’라 하였다. 소문을 들은 세종은 ‘물미’라는 이름을 성석에 새기게 하여 각자성석을 남긴다.
한양도성 낙산 구간 각자성석 모습, 축성 담당 감독관, 기술자 등의 이름을 새긴 일종의 공사실명제이다 ⓒ최용수
한양도성 낙산 구간 각자성석 모습, 축성 담당 감독관, 기술자 등의 이름을 새긴 일종의 공사실명제이다 ⓒ최용수
가톨릭대학 뒤 외부 성곽길에서 만나는 한양도성 성벽, 공사 시기별 성의 크기의 다름을 알 수 있다 ⓒ최용수
가톨릭대학 뒤 외부 성곽길에서 만나는 한양도성 성벽, 공사 시기별 성의 크기의 다름을 알 수 있다 ⓒ최용수
한양도성(漢陽都城)은 한성부의 경계 표시와 왕조의 권위, 외침을 방어하기 위해 한양의 내사산(內四山, 백악·낙타·목멱·인왕) 능선을 이어 쌓은 성곽이다. 최초 도성은 길이 18.6km, 평균 5~8m 높이로 1396년 태조 5년에 완공된다. 이후 세종 때 토성구간을 석성으로 바꾸었고, 숙종 때 대대적인 개·보수작업을 진행한다. 공사 구간마다 동화 속 ‘물미’처럼 각자성석(刻字成石)으로 책임시공 공사 실명제를 시행한다.
한양도성 순성길 중 아이들과 걷기 좋은 코스는 험하거나 경사가 급하지 않은  제2구간(낙산 구간)을 추천한다 ⓒ최용수
한양도성 순성길 중 아이들과 걷기 좋은 코스는 험하거나 경사가 급하지 않은 제2구간(낙산 구간)을 추천한다 ⓒ최용수
동화 속 주인공을 찾아 한양도성 성곽길 나들이를 떠나보자. 아이들과 걷기에는 한양도성 순성길 제2구간(낙산구간)을 추천한다. 높이 124m의 나지막한 낙산 정상에서 완만하게 내려 뻗은 능선길이라 아이들은 물론이고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해도 더 없이 좋은 구간이다.
한양도성 순성길 중 가장 많은 시민들이 찾는 구간은 제2구간 낙산 구간이다 ⓒ최용수
한양도성 순성길 중 가장 많은 시민들이 찾는 구간은 제2구간 낙산 구간이다 ⓒ최용수
낙산 구간의 외부 성곽길의 오르막을 지나면 낙산 공원, 낙산 정상으로 이어진다 ⓒ최용수
낙산 구간의 외부 성곽길의 오르막을 지나면 낙산 공원, 낙산 정상으로 이어진다 ⓒ최용수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 4번 출구, 창경궁 방향으로 도보 3분 정도 오면 오른쪽 언덕에서 우뚝 선 혜화문(惠化門)을 만난다. 혜화문은 한양도성 축성 당시 이름은 홍화문(弘化門)이었다. 1483년(성종 4) 창경궁을 창건하면서 동문 이름을 홍화문(弘化門)으로 하여 혜화문으로 바뀌게 되었다. 당시 4대문 중 하나인 숙정문은 일반인 통행이 금지되어 혜화문이 양주·포천 방면으로 오가는 출입문 역할을 대신했다. 참고로 현재의 혜화문은 1992년에 복원한 것이다.
한성대입구역에서 도보 3분이면 한양도성 낙산 구간 시작점 혜화문에 도착한다 ⓒ최용수
한성대입구역에서 도보 3분이면 한양도성 낙산 구간 시작점 혜화문에 도착한다 ⓒ최용수
한양도성 낙산 구간 날머리 흥인지문공원에서 바라본 흥인지문 옹성 ⓒ최용수
한양도성 낙산 구간 날머리 흥인지문공원에서 바라본 흥인지문 옹성 ⓒ최용수
혜화문에서 길을 건너 나무계단을 오르면 낙산 구간 외부 성곽길 들머리이다. 초입부터 웅장한 성벽이 탐방객에게 위엄을 자랑한다. 고색이 짙은 다양한 크기의 성석(城石)들, 저마다 축성된 연대를 말해준다. 축성 당시는 자연석 형태의 돌과 일부 토성구간을 석성으로 바꾼 세종 때의 30cm 크기 성석, 대대적으로 개·보수한 숙종 때의 대형 장방형 성석이 시대의 다름을 비교해준다. 가톨릭대학 뒷길은 시대별 축성을 설명하는 현장의 역사 교과서이다.
한양도성 성벽의 속살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 낙산 구간 외부 성곽길이다 ⓒ최용수
한양도성 성벽의 속살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 낙산 구간 외부 성곽길이다 ⓒ최용수
한양도성 낙산 구간은 가족 단위로 걷기 좋은 서울의 대표적 장소 중 하나이다.(건물은 한양도성박물관) ⓒ최용수
한양도성 낙산 구간은 가족 단위로 걷기 좋은 서울의 대표적 장소 중 하나이다.(건물은 한양도성박물관) ⓒ최용수
가톨릭대학 뒤 외부 성곽길을 걷다 보면 ‘369마을’‘장수마을’을 만난다. 우선 ‘369마을’ 이름은 주소가 삼선동 369번지 일대라서 붙여진 이름이다. 낡은 담벼락과 계단, 심지어 버려진 공간에까지 개성 넘치는 예술가의 갤러리로 변신했다.

이어서 만나는 ‘장수마을’, 한국전쟁 후 움막 천막집 무허가 판잣집으로 삶의 터전 삼은 서민들의 마을, 60세 이상 장수한 주민이 많아 ‘장수마을’이란 이름을 갖게 되었다. 마을활동가 주축으로 공동체 기반을 다지고 지속 가능한 마을로 거듭난 점을 평가받아 2013년 서울시 미래유산으로 선정된 마을이다. 단순한 이름이지만 그 속에 넉넉한 인정과 사랑이 가득 찬 특별한 마을이다.
성북구 삼선동 369번지 일대의 성곽마을인 369마을 안내 입간판 ⓒ최용수
성북구 삼선동 369번지 일대의 성곽마을인 369마을 안내 입간판 ⓒ최용수
한양도성 낙산 구간 성곽마을 장수마을을 산책하는 시민 모습 ⓒ최용수
한양도성 낙산 구간 성곽마을 장수마을을 산책하는 시민 모습 ⓒ최용수
출발하여 20분쯤 지났을까, 성곽 아래 ‘낙산공원’이란 커다란 흰 간판이 보인다. 외부 성곽길이 끝나고 성곽 안으로 들어간다. 사통팔달 버스·택시도 성안으로 들어오는데 문제없다. 놀이마당을 지나 몇 계단 오르니 어느새 124m 높이의 낙산 정상, 낙산 구간 최고의 뷰포인트이다. 멀리 북한산 수락산 남산은 물론이고 발아래 서울 도심 풍경은 과히 일품이다. 특히 일출이나 일몰 또는 밤이 되면 사진작가들의 출사 경쟁 포인트가 된다.
한양도성 낙산 구간 성 안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설치된 낙산공원 표지판 ⓒ최용수
한양도성 낙산 구간 성 안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설치된 낙산공원 표지판 ⓒ최용수
낙산공원 정상 조망 포인트에 오르면 멀리 북한산까지 조망할 수 있다 ⓒ최용수
낙산공원 정상 조망 포인트에 오르면 멀리 북한산까지 조망할 수 있다 ⓒ최용수
정상에서 흥인지문 방향으로 걸음을 옮기면 ‘이화벽화마을’을 지난다. 이화동은 조선 시대 쌍계동(雙溪洞)이라 불리며, 풍류를 즐기던 양반들의 도성 내 5대 명소 중 한 곳이었다. 2006년 9월부터 12월까지 주민과 예술인, 대학생, 자원봉사자의 참여로 이화마을에 벽화가 그려졌다. 이후 이 마을은 이화벽화마을이란 별칭을 갖게 된다.

각종 드라마나 영화의 배경으로 등장하면서 국내외 관광객들이 찾는 명소가 되었지만 소음과 사생활 침해 등 과도관광(overtourism)의 피해를 견디지 못한 주민들은 2016년 4월 일부 벽화를 철거하게 된다. 미술 프로젝트 도시재생사업이 가져올 문제에 대한 시사점을 주는 이화벽화마을이다.
한양도성 낙산 구간 성안 마을인 이화벽화마을, 조용히 지나가는 배려가 필요하다 ⓒ최용수
한양도성 낙산 구간 성안 마을인 이화벽화마을, 조용히 지나가는 배려가 필요하다 ⓒ최용수
낙산공원 조망 지점에서 바라본 남산과 서울N타워 모습 ⓒ최용수
낙산공원 조망 지점에서 바라본 남산과 서울N타워 모습 ⓒ최용수
이화마을에서 내려오면 한양도성박물관을 만난다. 조선 시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양도성의 역사와 문화를 담은 박물관으로 무료이다. 박물관을 지나면 낙산 구간의 마지막 볼거리 흥인지문을 조망할 수 있는 흥인지문공원 성곽길 끝자락이다.

흥인지문은 한양도성 4대문 중 동쪽 출입문이다. 돌을 쌓아 만든 아치 모양의 홍예문, 멋스러운 2층 문루, 반달 모양의 튼튼한 옹성(甕城) 등 가까이서 자세히 관찰할 수 있는 포인트이다. 한양도성 8개 문 중 흥인지문에만 있는 유일한 옹성, 상대적으로 지대가 낮아 외침(外侵)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설치한 일종의 ‘겹성(이중성)’이다. 조상들의 지혜가 돋보인다.
한양도성 4대문 중 유일하게 반달 모양의 옹성을 가진 흥인지문(동대문)의 멋스러운 자태 ⓒ최용수
한양도성 4대문 중 유일하게 반달 모양의 옹성을 가진 흥인지문(동대문)의 멋스러운 자태 ⓒ최용수
낙산 구간 탐방은 흥인지문에서 끝난다. 혜화문을 출발하여 나무계단~가톨릭대학 뒷길~369마을~장수마을~낙산공원 놀이마당~낙산 정상~이화마을~한양도성박물관~흥인지문까지 약 2.1km 구간, 쉬엄쉬엄 조망을 즐기며 걸어도 1.5~2시간이면 넉넉하다.
한양도성 순성길 낙산 구간 카톨릭대학 뒷길에서 바라본 혜화문 전경 ⓒ최용수
한양도성 순성길 낙산 구간 카톨릭대학 뒷길에서 바라본 혜화문 전경 ⓒ최용수
나들이 뒤풀이는 ‘창신골목시장’이나 창신동 완구거리를 둘러봐도 좋다. 국수, 순대, 족발, 튀김, 해장국 등 먹거리가 풍성하고 아이들의 천국 완구거리 구경도 빼놓을 수 없는 재미를 선물할 것이다. 지하철 1, 4호선 동대문역 인근이라 귀가 교통편도 편리하다.
낙산 구간 탐방의 뒤풀이는 먹거리가 풍부한 지하철 1,4호선 동대문역  인근 창신골목시장이 좋다 ⓒ최용수
낙산 구간 탐방의 뒤풀이는 먹거리가 풍부한 지하철 1,4호선 동대문역 인근 창신골목시장이 좋다 ⓒ최용수
5월은 가정의 달, 어느덧 하순으로 향하고 있으니 어느 날 불쑥 여름이 나타날까 조급해진다. 그동안 바쁜 일상으로 아이와 함께 봄나들이를 놓쳤다면 한양도성 낙산 구간으로 나들이 계획 세워보면 어떨까? 멀리 지방까지 가지 않고도 역사와 문화, 풍성한 이야기를 품을 산책길이 서울에서도 넉넉하니 말이다. ‘한양도성 순성길’이 그런 나들이 장소 중 하나이다.
한양도성 낙산 구간은 국내외 많은 관광객이 찾는 서울관광의 새로운 랜드 마크로 자리매김 중이다 ⓒ최용수
한양도성 낙산 구간은 국내외 많은 관광객이 찾는 서울관광의 새로운 랜드 마크로 자리매김 중이다 ⓒ최용수

한양도성 순성길 제2구간(낙산구간)

○ 거리 : 2.1km
○ 소요시간 : 약 1시간(도보)
○ 이용시간 : 24시간 개방
○ 경로 : 한성대입구역 4번출구→혜화문→나무계단→가톨릭대학 뒷길→장수마을→낙산공원 놀이마당→낙산정상→이화마을→한양도성박물관→흥인지문공원→흥인지문
누리집

시민기자 최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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