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기 아까운 옷, 이웃과 '물물교환' 할까요? (ft.자원순환)

시민기자 윤혜숙

발행일 2025.04.30. 15:09

수정일 2025.04.30.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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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여성동행센터가 주민기획단 '벽장탈출'팀과 협업해, 옷 교환회와 옷 수선회를 열었다. ©윤혜숙
마포여성동행센터가 주민기획단 '벽장탈출'팀과 협업해, 옷 교환회와 옷 수선회를 열었다. ©윤혜숙
저가 의류 브랜드의 등장으로 옷을 사기 위해 큰돈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 그러다 보니 옷을 쉽게 사고 또 쉽게 버릴 수 있게 되었다. 소비자로선 긍정적이긴 하다. 하지만 그렇게 버려지는 많은 옷을 폐기하려면 자원과 에너지의 손실이 있다. 버려지는 옷 처리에 따른 환경 문제를 고민하며 다음 행사에 주목해 보자.
마포여성동행센터에서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옷 교환회, 옷 수선 워크숍이다. 이 행사는 마포구 주민들이 직접 기획하고 진행하는 ‘주민기획단 – 내가 하고 말지’에 선정된 '벽장탈출'팀과 마포여성동행센터가 협업한 결과이다.

해마다 이맘 때가 되면 계절에 맞는 옷을 꺼내기 위한 옷장 정리로 분주해진다. 지난 일 년간 한 번도 꺼내 입지 않았던 옷도 여러 벌이 있다. 그런 옷을 대할 때면 옷을 버려야 할지를 두고 한참을 망설이다가 언젠가 입을 거라고 하면서 다시 옷걸이에 걸어 두기도 한다. 입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헌옷수거함에 버리기는 아까운 옷을 기부하면 어떨까?
옷을 교환하는 자리에는 시민들이 각자 가져온 옷들이 가득하다. ©윤혜숙
옷을 교환하는 자리에는 시민들이 각자 가져온 옷들이 가득하다. ©윤혜숙
버려지는 옷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한 '벽장탈출'팀은 옷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새 옷을 구매하는 부담감과 입지 않는 옷에 대한 부채감으로 시작되었다. 각자 옷장에 넣어둔 채 오랫동안 입지 않는 옷을 가져오고, 다른 사람들이 가져온 옷을 가져가는 '벽장탈출 옷 교환' 프로그램이다. 이러한 옷의 교환은 기후 위기 시대에 작은 실천이 될 수 있다.

옷 교환과 동시에 옷 수선 워크숍도 열리고 있다. 아끼는 옷을 조금만 수선해서 입을 수 있게 하면 그것도 생활의 지혜가 될 수 있다.
옷 교환회에선 내 옷을 가져오는 대신 다른 사람의 옷을 골라서 가져갈 수 있다. ©윤혜숙
옷 교환회에선 내 옷을 가져오는 대신 다른 사람의 옷을 골라서 가져갈 수 있다. ©윤혜숙
마포여성동행센터 1층에서 옷 교환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백화점 매대와도 같은 긴 테이블 위에 옷이 쌓여 있다. 사전에 행사를 공지했지만, '옷을 기부하는 사람들이 없으면 어떡하나' 하는 우려를 불식하듯 행사가 열리자마자 사람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쇼핑백에 옷을 가득 담아왔다.

기부하는 옷이어서 옷의 상태는 괜찮다. 옷을 보니 그냥 새 옷도 많이 있었다. 마음에 들어서 샀지만, 몇 번 입지 않은 옷들도 많았다. 그런 옷들을 가져와서 기부하고 또 내가 필요로 하는 옷을 가져가는 식이다. 옷을 판매하거나 구매하는 것은 아니다. 내 옷을 기부하고 다른 옷으로 교환하는 방식이다.
평소 사고 싶었던 검은색 가방을 고른 청년이 가방을 보여주고 있다. ©윤혜숙
평소 사고 싶었던 검은색 가방을 고른 청년이 가방을 보여주고 있다. ©윤혜숙
권보현 씨(28세)는 은평구에서 지인의 추천으로 행사를 알고 왔단다. “저도 옷을 좋아하고 옷을 자주 사는 편인데 저라도 옷을 덜 사야겠다고 다짐하고 실천하고 있어요. 어깨에 멜 검은색 가방이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그런 가방을 발견했어요.”라면서 가방을 보여준다. 권보현 씨는 물물교환을 통해 옷을 교환하는 것도 있지만, 이웃과 소통하는 창구 기능도 해주는 것 같아서 이런 행사가 자주 열리길 바란다고 했다.
여러 벌의 옷을 고른 여성이 마음에 드는 옷이 많다고 전했다. ©윤혜숙
여러 벌의 옷을 고른 여성이 마음에 드는 옷이 많다고 전했다. ©윤혜숙
장은주 씨(66세)는 마포여성동행센터에서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다. “마침 간절기라서 옷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어요. 공지를 보자마자 그때부터 옷장을 열어서 안 입는 옷을 분류해 두고 있었어요. 거의 40벌을 가져온 것 같아요. 이곳에 오면서 옷을 기부하는 것만으로도 좋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보니 옷들이 다 괜찮아요. 제 마음에 드는 옷을 여러 벌 가져가니 보람이 큽니다”라고 말한다.

장은주 씨는 평소 입지 않는 옷을 헌옷수거함에 버리고 있었다. 그러다 이런 행사를 알게 되면 그때부터 가져갈 옷을 차곡차곡 모아둔다고 했다. 나에겐 필요 없는 옷이지만 누군가에겐 필요한 옷일 수도 있다. 장은주 씨는 “새 옷과도 같은 옷을 버릴 때면 마음이 편치 않았어요. 오늘은 제 옷을 버리는 게 아니라서 기분 좋아요. 물물교환이 일회성이 아니라 더욱 활성화되고 정례화되길 바랍니다”라고 했다.
우연히 지나다 들렀다는 남성이 원하던 장갑을 골랐다면서 보여주고 있다. ©윤혜숙
우연히 지나다 들렀다는 남성이 원하던 장갑을 골랐다면서 보여주고 있다. ©윤혜숙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어서 우산을 쓰고 다녀야 하는 궂은 날씨였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꾸준히 옷을 가득 담은 쇼핑백을 들고 왔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가져온 옷들을 살펴보고 있다. 근처를 지나가다가 행사 안내문을 보고 들렀다는 중년 남성은 평소 자전거 타는 것을 즐긴다면서 그때 착용할 장갑을 찾았다고 좋아했다. 자기 옷을 가져오지 않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문의하는 그에게 행사 스태프가 그냥 가져가시라고 했더니 환하게 웃는다.
마포여성동행센터 3층에서 열렸던 옷수선 워크숍에서 사시코자수를 놓고 있다. ©윤혜숙
마포여성동행센터 3층에서 열렸던 '옷수선 워크숍'에서 사시코자수를 놓고 있다. ©윤혜숙
마포여성동행센터 3층에서는 옷 수선 워크숍이 열리고 있었다. 1부는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사시코자수를 놓는 시간이다. 2부는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남는 천으로 액막이 인형을 만들어보는 시간이다. 1층에서 한참 머물다 3층에 올라갔다. 각자 사시코자수를 놓느라 집중하고 있었다. 밋밋해 보이는 옷에 자수를 놓으면 마법을 부린 듯 다른 옷처럼 보인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 의류 폐기물 수출 5위에 달할 만큼 버려지는 옷이 많다. ©윤혜숙
우리나라는 전 세계 의류 폐기물 수출 5위에 달할 만큼 버려지는 옷이 많다. ©윤혜숙
오늘 행사를 주관한 ‘벽장탈출’ 주민들은 우리나라가 전 세계 의류 폐기물 수출 5위에 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 문제를 해결하면서 우리의 개성을 존중하기 위해 서로 안 입는 옷을 바꿔 입기 시작했다고 한다. 벽장탈출의 시작은 마포구 서교동에 있는 서점 ‘책방 꼴’을 대여해 가져온 옷들을 펼쳐 놓고 서로 고르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그렇게 시작한 벽장탈출이 반기에 한 번씩, 3년에 접어들었다. 이제 동네 주민들이 찾아와 옷을 두고 가져가기도 하고 SNS를 통해 많은 주민들이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내 옷을 남의 옷과 교환하는 행사로 옷 폐기물을 줄일 수 있다. ©윤혜숙
내 옷을 남의 옷과 교환하는 행사로 옷 폐기물을 줄일 수 있다. ©윤혜숙
행사를 주관했던 ‘벽장탈출’ 팀원 중 한 명인 김익준 씨는 “단순히 옷을 교환하는 것을 넘어서 옷을 수선하는 것을 배워서 직접 옷을 개성 있게 수선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했고, 모두와 그 경험을 나누고자 해당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되었습니다”라고 말했다. 
마포여성동행센터에서 열렸던 벽장탈출 프로그램은 옷 교환, 옷 수선을 통해 자원순환에 기여한다. ©윤혜숙
마포여성동행센터에서 열렸던 벽장탈출 프로그램은 옷 교환, 옷 수선을 통해 자원순환에 기여한다. ©윤혜숙
온라인에서 중고물품을 팔고 살 수 있다. 하지만 벽장탈출이 진행하는 옷 교환은 구매와는 사뭇 다르다. 각자가 입지 않는 옷을 가져오고 필요하다면 다른 사람이 가져온 옷을 가져갈 수 있다. 이른바 물물교환이다. 옷장에 걸어뒀지만 일 년 동안 한 번도 꺼내어 입지 않은 옷은 세월이 흐르면서 색도 바래어 낡은 옷이 된다. 하지만 돈과 시간을 들여서 샀던 옷이기에 그냥 내버리기엔 아깝다. 그런 옷을 필요로 하는 다른 사람이 가져간다면 자원순환이 된다.

마포여성동행센터에서 열렸던 벽장탈출 프로그램이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열리길 바란다. 또한 이런 행사가 서울 전 자치구로 확산해서 최소한 분기별로 행사를 개최할 수 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그곳을 나왔다.

마포여성동행센터

○ 위치 : 서울시 마포구 대흥로 122
○ 교통 : 지하철 6호선 대흥역 2번 출구에서 400m
○ 운영일시 : 월~금요일 10:00~18:00
○ 휴무일 : 토·일요일, 법정 공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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