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클래식 선율로 지친 일상에 따스함을! 서울시향 퇴근길 토크 콘서트

시민기자 정수민

발행일 2025.05.01. 09:08

수정일 2025.05.01.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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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퇴근길 토크 콘서트'가 열린 남대문교회 ©정수민
'2025 퇴근길 토크 콘서트'가 열린 남대문교회 ©정수민
4월의 마지막 금요일, 서울 도심의 고즈넉한 교회당 건물에 아름다운 클래식 선율이 울려 퍼졌다. 퇴근길에 시민 누구나 양질의 클래식 콘서트를 저렴한 가격으로 즐길 수 있는 '서울시향 퇴근길 토크 콘서트'다. 2016년부터 시작된 이 공연은 올해로 10년째를 맞이했다.

2025년 서울시향 퇴근길 토크 콘서트는 '식탁 위의 클래식'이라는 주제로, 요리를 만드는 주방 도구부터 애피타이저, 본식, 식사에 곁들이는 술, 소화제까지 음악으로 차린 한 상을 선보였다.
음악과 요리…. 언뜻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이 조합이 궁금했기에 오랫동안 마음에 담아두었던 퇴근길 토크 콘서트를 찾았다. 4월 25일 남대문교회를 방문한 순간, 서울 도심 한복판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고요하고 중후한 고딕 양식의 석조 건물이 마천루 사이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곳은 2013년 서울미래유산에 등재된 역사 깊은 건물이기도 하다.
시민 누구나 양질의 클래식 콘서트를 즐길 수 있는 서울시향 퇴근길 토크 콘서트 ©정수민
시민 누구나 양질의 클래식 콘서트를 즐길 수 있는 서울시향 퇴근길 토크 콘서트 ©정수민
공연은 경희대학교 조은아 교수와 푸드라이터로도 활동 중인 정재훈 약사의 해설로 진행되었다. 첫 번째로 차려진 음악은 영국 작곡가 본 윌리엄스의 '말벌' 중 주방 도구의 행진. 보통 행진곡은 왕이나 군대의 장엄한 모습을 묘사하는 경우가 많은데, 윌리엄스는 일상 속 주방 도구를 소재로 삼았다. 피콜로 같은 높은 음역대의 악기는 티스푼을, 심벌즈는 바닥에 떨어진 냄비뚜껑을 연상시키는 등, 악기의 음색으로 주방을 다채롭게 묘사한 것이 특징이다. 윌리엄스는 사실적인 묘사보다는 음향적 상상력을 자극하고 싶었다고 한다.
공연을 준비하는 단원들 ©정수민
공연을 준비하는 단원들 ©정수민
주방 도구로 요리를 완성했다면, 이제 음식을 즐길 시간입니다. 애피타이저는 로시니의 <이탈리아의 터키인> 서곡, 본식은 하이든의 교향곡 제85번 '암탉' 1악장이 이어졌다.

로시니는 오페라 작곡가로 유명하지만, 미식가로도 잘 알려져 있다. 젊은 시절, 오페라로 번 돈으로 은퇴해 평생 미식가의 삶을 살았던 인물이다. 로시니의 이름을 딴 스테이크까지 있을 정도로, 음식에 대한 애정이 깊었다.

본식은 하이든의 '암탉'으로, 하이든의 곡에는 청중이 느낀 인상을 담은 별명이 붙었다. 경쾌한 바이올린, 그리고 오보에와 플루트의 반복적인 리듬이 마치 암탉이 땅을 쪼는 모습을 연상시켜 이 곡은 '암탉'이라는 부제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멋진 음악을 들려준 연주자들과 지휘자에게 커튼콜을~. ©정수민
멋진 음악을 들려준 연주자들과 지휘자에게 커튼콜을~. ©정수민
식사에 곁들이는 반주는 베토벤 교향곡 제7번 1악장이었다. 로시니가 미식가였다면 베토벤은 애주가로 유명했다. 매 끼니마다 와인 1병 이상을 마셨고, 심지어 아침 식사에도 술을 마셨다고 전해진다. 교향곡 제7번은 술에 취해 작곡했다는 설도 있는데 그래서일까. 베토벤의 9개 교향곡 중 특히 리듬감이 뛰어나다. 느린 도입부를 지나 비바체로 전개된 이후, 주부에서 반복되는 8분의 6박자의 리듬을 들으니 한때 감명 깊게 봤던 일본 드라마가 떠올라 추억에 잠기기도 했다.

술과 관련된 오페라 3곡이 계속 이어졌다. 바리톤 김지훈이 무대에 올라 도니체티 <사랑의 묘약> 중 ‘들어 봐요, 들어 봐요, 시골 사람들이여!’, 모차르트 <돈 조반니> 중 ‘포도주는 넘쳐 흐르고’, 비제 <카르멘> 중 ‘당신을 위해 축배를’을 들려주었다. 각각 저렴한 포도주를 만병 통치약이자 사랑의 묘약이라고 속여 파는 이야기, 바람둥이 돈 조반니의 파티, 스페인의 남성적인 축제를 그리는 장면을 그려냈다.
마지막 곡은 소화제이자 숙취 해소제로 선택된 마스네의 <타이스> 명상곡이었다. 이 음악은 칸 영화제 감독상을 받은 <프렌치 수프>에 나오기도 했는, 원래 영화 제목이었던 <포토푀>는 소고기와 채소를 오래 끓여낸 프랑스식 수프를 말한다. 영화에서는 20년에 걸친 두 주인공의 사랑을 포토푀에 비유하며, 시간이 만들어내는 깊이를 보여준다. 마스네의 <타이스> 명상곡 역시 세속적 쾌락에서 영적 깨달음으로 나아가는 타이스의 변화를 서정적으로 그려내, 이 흐름과 잘 어울렸다.
마천루 사이로 보이는 서울미래유산 남대문교회는 밤이 되면 더욱 아름답다. ©정수민
마천루 사이로 보이는 서울미래유산 남대문교회는 밤이 되면 더욱 아름답다. ©정수민
보통 연주회에서는 한 곡을 처음부터 끝까지 선보인다. 그럴 경우 한 곡당 3~40분을 쉬지 않고 들어야 한다. 하지만 '퇴근길 토크 콘서트'처럼 주제에 따라 서곡이나 1악장 등 일부를 선별해 듣는 방식은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했다. 짧은 시간 안에 다양한 곡을 연결해 들려주는 구성은 마치 한 편의 전시회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덕분에 짧은 시간 더욱 집중해 감상할 수 있었고, 클래식을 한층 친숙하게 느낄 수 있었다.
5월에도 클래식 공연은 계속된다. ©서울시향 누리집
5월에도 클래식 공연은 계속된다. ©서울시향 누리집
4월의 '퇴근길 토크 콘서트'는 끝이 났지만, 시민을 찾아가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의 공연은 계속된다. 아름다운 계절, 5월에는 클래식 한 곡으로 일상에 작은 여유를 더해보는 건 어떨까요? 바쁜 일상 속 지친 마음에 스며드는 선율 한 조각이, 마음 깊은 곳을 따뜻하게 채워줄 것이다.  

서울시향 퇴근길 토크 콘서트

서울시립교향악단 누리집
○ 문의 : 1588-1210

시민기자 정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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