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비싼 물질'로 미세 먼지를 찾는 놀라운 기술!

곽재식 교수

발행일 2025.04.23. 15:22

수정일 2025.04.23.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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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식교수의 서울속 숨은 과학 찾기
서울의 맑은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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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식 교수의 ‘서울 속 숨은 과학 찾기’ (30) 세상에서 가장 비싼 물질, 반물질

세상에서 가장 비싼 물질이 뭘까? 황금일까? 다이아몬드일까? 사람들의 많은 노력과 오랜 과학 연구의 결과를 활용해 만들어 내는 첨단 기술의 산물 중에는 황금이나 다이아몬드보다도 더 비싼 물질들이 있다. 예를 들어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특수 스텔스 폭격기 같은 장비들은 같은 무게의 금덩어리보다도 더 무거울 때가 있다. 그러니 아마도 무엇인가 고도의 기술을 이용해서 만들어 내는 것들 중에 세상에서 가장 비싼 물질이 있을 것이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비싼 물질을 꼽아 볼 때 반물질(antimatter)도 좋은 후보라고 생각한다. 반물질의 말뜻은 보통 물질의 반대되는 물질을 말한다. 그렇게 보면 세상에서 가장 비싼 물질이 반물질이라는 말은 괴상한 말장난 같기도 하다. 그러나 확실히 반물질은 세상에서 가장 비싼 물질의 괜찮은 후보다. 2023년 2월 호주의 ABC 뉴스에서는 0.1 그램의 반물질을 만드는데 한국 돈으로 대략 8,000조 원의 돈이 들 거라는 예상을 보도한 적도 있다.

반물질이란 보통 물질과 무게와 형상은 똑같지만 전기를 비롯한 몇 가지 성질은 정반대인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과학 실험에서 작고 가벼우면서도 간단한 물질의 대표로 자주 사용되는 전자는 보통 물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세상에는 전자의 반물질이라고 할 수 있는 물질이 있다. 이런 물질을 반전자(anti-electron) 또는 양전자(positron)라고 한다. 반전자는 전자와 무게도 똑같고 움직이는 방식도 똑같지만 전자가 음전기를 띄고 있는데 비해 반전자는 양전기를 띄고 있다.

이와 비슷하게 세상에는 보통 원자(atom)의 반물질인 반원자(anti-atom)도 있다. 반원자를 종류별로 잘만 모아 놓으면 이론 상으로는 보통 물질의 덩어리처럼 반물질의 덩어리를 만들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보통 돌멩이의 반물질인 반돌멩이를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사람의 반물질인 반사람을 만드는 것도 상상해 볼 수 있다.

물론 반물질을 구하기란 대단히 어렵다. 거대한 최첨단 연구 장비를 이용해서 밤낮 없이 실험을 반복해야만 굉장히 적은 양의 반물질을 겨우 얻을 수 있는 정도다. 그렇지만 반물질이 있기만 하다면 온갖 신기한 실험을 많이 해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반물질을 얻기가 어려운데도 세계 각국에서는 막대한 비용을 들여가며 반물질을 만들어 여러 실험을 해 보고 있다.

반물질과 물질 만나면 강한 빛과 열 내뿜으며 ‘쌍소멸’

반물질이 일으키는 현상 중에 가장 눈에 띄는 것으로는 쌍소멸(pair annihilation)이라는 현상이 있다. 이것은 반물질이 자기 짝인 보통 물질을 만났을 때 완전히 사라지면서 엄청나게 강한 빛과 열을 내뿜는 현상을 말한다. 즉 전자와 반전자가 만난다면 전자와 반전자는 즉시 사라지면서 강력한 빛과 열을 낸다. 원자와 반원자가 만날 때에도 마찬가지 현상이 일어날 것이다.

이런 현상이 벌어질 때에 발생하는 빛과 열의 세기는 이론 상 같은 무게의 물질로 만들어 낼 수 있는 한계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하다. 아주 작은 먼지 만큼 밖에 안 되는 반물질이 그 짝이 되는 보통 물질을 만나기만 해도 그 힘은 거대한 폭발이 일어날 정도로 강력할 것이다.

만약 사람 몸무게 정도 되는 반물질로 된 반사람이 정말로 세상에 출현한다고 하면, 그 반사람이 보통 사람을 만났을 때 쌍소멸로 사라지면서 내뿜는 힘은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수소 폭탄 몇 만 개를 동시에 터뜨리는 것보다도 훨씬 더 강력할 것이다. 그렇기에 SF 물에서 반물질 폭탄이 행성 하나를 파괴할 수 있는 무시무시한 무기로 종종 언급되기도 한다.

우리 곁에도 반물질이 있다?!

이렇게 말하면 반물질이 굉장히 희귀하고 아주 이상한 물질인 것만 같다. 그렇지만 그 양이 작아서 그렇지 사실 반물질은 우리 곁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심지어 우리의 몸속에서도 반물질은 아주 조금씩이지만 생겨난다.

지구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몸속에는 약간의 방사능 물질이 있다. 몸속의 단백질이나 지방의 주재료는 탄소인데 이런 탄소 속에는 항상 조금이지만 방사능을 띈 특이한 탄소가 섞여 있다. 요즘에는 포타슘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칼륨 속에는 그보다 좀 더 많은 방사능을 띈 특이한 칼륨이 섞여 있다. 사람 몸속에는 칼륨 성분도 들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몸속을 돌아다니는 방사능 물질이 언제나 조금은 있다. 만약 방사능 물질이 몸속에 전혀 없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우리가 사는 지구가 아니라 방사능이 없는 특수한 외계 행성에서 태어난 외계인일 것이다.

이렇게 방사능을 띈 탄소나 칼륨은 시간이 지나면 다른 물질로 변하면서 방사선을 내뿜는다. 이런 현상은 일정한 비율로 언제나 누구에게나 일어나고 있다. 사람 뿐만 아니라 지구에 사는 모든 생명체는 항상 이런 일을 겪고 있다. 방사능이라고 하면 섬뜩할 수도 있는데 이렇게 몸속에서 나오는 방사선은 그 양이 너무나도 적기 때문에 별다른 해를 끼치지 않는다.
만약 방사능 물질이
몸속에 전혀 없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우리가 사는 지구가 아니라
방사능이 없는 특수한 외계 행성에서 
태어난 외계인일 것이다.

지금도 우리 몸속에서 튀어나오는 ‘전자’와 ‘반중성미자’

그리고 이럴 때 몸속에서 나오는 방사선이 어떤 방사선인지 확인해 보면 그 정체는 흔히 베타선이라고도 부르는 빠른 속력으로 날아 가는 전자다. 즉, 평범한 사람이라면 그냥 가만히 있어도 몸에서 전자가 마치 기관총을 쏘듯 사방으로 튀어나온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나오는 전자의 양은 대략 1초에 4,000개 정도는 된다. 여기에 더해서 과학자들은 이런 현상이 일어날 때 항상 반중성미자라고 하는 반물질도 그만큼 같이 튀어나온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만약 지금 독자님께서 손가락 끝을 들어 쳐다본다면 거기서 적어도 몇 초에 하나씩은 반물질 중에 우리가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반중성미자가 나올 것이고, 그것이 그대로 직진해 독자님의 얼굴을 때릴 것이다.

물론 반중성미자는 워낙에 가벼운 물질이고 반중성미자의 짝이 되는 중성미자를 만날 기회를 찾기도 어려운 물질이다. 그렇기 때문에 반중성미자는 쌍소멸이 일어나기 어렵다. 그래서 설령 반중성미자가 연속으로 끝없이 얼굴을 때린다고 해도 폭발이 일어나기는 커녕 간질이는 느낌조차도 전혀 느낄 수 없다. 눈에 보이지도 않고 냄새도 나지 않는다. 그래서 몸에서 나오는 반중성미자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베타선이 생겨나는 곳에서는 항상 반중성미자라고 하는 반물질이 같이 나온다는 점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것은 베타 붕괴라고 하는 자연 현상의 기본 성질이다.

미세 먼지 측정에 쓰이는 기술 ‘베타선 흡수법’

그렇다면 이런 현상을 무엇인가 우리 생활에 유용한 용도로도 사용할 수도 있을까?

반물질과 전자가 튀어나오는 베타 붕괴 현상으로 작동하는 장비를 세계 어느 곳 못지 않게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도시는 바로 서울이다. 베타 붕괴를 이용해 미세 먼지 감지 장치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은평구 한국환경산업기술원 내 수도권대기오염집중측정소
서울 은평구 한국환경산업기술원 내 수도권대기오염집중측정소
몸속의 방사능을 띈 탄소나 칼륨처럼 베타 붕괴 현상이 일어나는 물질을 잘 골라서 한 군데에 잘 모아 놓으면, 그곳에서는 항상 일정한 정도로 반물질인 반중성미자와 전자가 나온다.

이렇게 튀어나오는 전자는 다른 물체에 닿으면 조금씩은 통과하기도 하고, 어떤 때에는 다른 물체에 부딪혀 튕겨 나오거나 흡수되어 사라지기도 한다. 과학자들은 그 정도를 잘 관찰하여 베타 붕괴 때 나타나는 전자가 먼지에 부딪힐 경우 얼마나 잘 통과하는지, 혹은 흡수되는지를 알아냈다.

그래서 미세 먼지 감지 장치 속에는 주변 공기를 빨아들이고 거기에다가 베타 붕괴에서 나오는 전자를 쏘는 장치가 있다. 만약 공기가 맑다면 전자가 지나갈 때 아무 걸리적거리는 것이 없을 것이다. 전자가 자연스럽게 잘 날아다니는 모양이 관찰될 것이다. 그러나 공기 속에 미세 먼지가 많다면, 전자가 지나가다가 먼지에 부딪히는 바람에 잘 지나다니지 못할 것이다. 돌아다니는 전자는 덜 감지될 것이다. 전자를 감지하는 기술은 각종 전자 회로를 이용하면 어렵잖게 만들 수 있다.

그렇기에 이 방식은 미세 먼지가 어느 정도인지 측정할 때 국내에서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을 베타선 흡수법이라고 부른다.

한국은 지리 조건 때문에 예로부터 미세 먼지에 시달리던 나라다. 멀리 아시아 대륙 중부의 사막 지대에서부터 봄철 황사가 몰아닥치면 매년 공기 속의 먼지는 급격히 많아진다. 게다가 최근에는 미세 먼지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그렇기에 각급 공공 기관에서는 바로 베타선 흡수법을 이용하는 공기 측정 장치를 곳곳에서 가동하면서 미세 먼지의 양을 감시하고 있다.
서울시 대기환경측정망 현황 (‘서울특별시 대기환경정보’ 누리집)
서울시 대기환경측정망 현황 (‘서울특별시 대기환경정보’ 누리집)
서울시에서 운영하고 있는 ‘대기환경측정망’만 하더라도, ‘도시대기측정망’이라고 하여 각 구마다 한 개씩 기본으로 측정소를 갖추어 두었고, 추가로 ‘도로변대기측정망’, ‘도시입체측정망’이라는 이름으로 다른 여러 곳에서도 수십 군데의 측정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렇게 측정한 자료를 동원해서 우리는 미세 먼지의 상황을 파악하고 또 대비한다.

따라서 일기예보에서 미세 먼지에 대한 소식을 듣거나 혹은 미세 먼지를 조심하라는 보도를 보게 된다면, 그 때마다 그 이야기의 뒤편에는 반물질과 전자와 엮여 있는 베타 붕괴 현상이 활약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앞으로 기후 변화가 더 심각해져 온난화가 진행되면 겨울철 추운 지역의 눈은 더 빨리 녹게 되고 봄철 건조한 날씨는 더 심해진다고 한다. 그렇다면 아시아 중부 지역 사막을 덮고 있던 눈도 사라져 갈 것이고 사막의 모래 먼지가 건조한 공기 속에서 더 많이 날릴 확률도 높아질 것이다.

자연히 봄철 서울 시민의 건강을 위협할 황사의 강도가 더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그런 만큼 우리는 미세 먼지를 측정하고 관리하기 위한 다양한 기술에도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다행히 2010년대 이후로는 한국 업체들도 꽤 성능이 좋은 베타선 흡수법 미세 먼지 측정기를 자체 개발해 내고 있다. 이대로만 개발이 진행된다면 더 정확하고 더 저렴한 미세 먼지 측정 장치를 곳곳에 더 많이 설치해서 조직적으로 운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후에는 이 골치 아픈 미세 먼지가 언제 어떻게 흘러왔다가 어디를 통해서 어떤 조건을 갖추었을 때 빠져 나가는 지를 보다 명확히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미래의 우리는 반물질과 함께 일어나는 이 독특한 과학 현상의 도움 덕택에 드디어 맑은 공기를 되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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