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와 달라! 헬리콥터는 어쩌다 한국에서 빛을 발했을까?
곽재식 교수
발행일 2025.04.09. 15:53


곽재식 교수의 ‘서울 속 숨은 과학 찾기’ (29) 헬리콥터와 UAM
가끔 영화에 정말 바쁜 일을 해야 하는 정부 고위 관계자나 대기업의 경영자들이 급하게 이동하기 위해 빌딩 옥상에서 헬리콥터를 타고 이동하는 장면이 나올 때가 있다. UAM은 그와 같은 방식으로 이동하는 일을 누구나 해볼 수 있도록 해보자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니 만약 미래에 UAM이 대중화된다면 택시나 버스를 타듯이 하늘을 날아다니는 교통수단을 타고 가볍게 도시 곳곳을 이동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헬리콥터와 인연이 많은 나라
백과사전을 찾아보면 헬리콥터가 처음 비행에 성공한 시점으로 자주 언급되는 사건은 프랑스의 자전거 기술자 폴 코르뉘(Paul Cornu)가 1907년 헬리콥터를 만들어 시험 비행에 성공했던 일이다. 그러나 그 직후만 하더라도 헬리콥터가 그렇게 인기 있는 장비는 아니었다. 세계 사람들이 헬리콥터가 유용한 장비라는 사실을 깨달아 다양한 분야에 대량으로 헬리콥터를 도입하고 생산하게 된 계기는 바로 1950년에 발발한 한국전쟁, 6.25였다.
한국전쟁에 참전한 미군은 산이 많은 한국 지형에서 급하게 물자를 옮기거나 부상 당한 병사를 구조하는 것이 대단히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평지가 많은 유럽이나 미국 땅에서는 훈련이나 전투 중에 급한 일이 생긴다고 해도 4륜 구동 차량으로 들판과 황무지를 가로질러 가기만 하면 충분했다. 그러나 한반도는 그렇지 않았다. 한국에는 도저히 자동차가 올라갈 수 없는 산이 곳곳에 너무 많았다.
아예 알프스나 로키산맥의 험준한 높은 지역처럼 사람이 접근할 수조차 없는 큰 산이 많다면 그런 산에는 애초에 사람이 갈 리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산은 그 정도로 높고 험하지는 않다. 게다가 마을과 도시 근처에 산이 있는 경우도 많다. 그렇다 보니 산속에서 사건과 사고가 생기거나 산을 끼고 전투를 벌여야 하는 일이 계속해서 생겨났다. 미군은 이런 상황이라면 하늘 위에서 정확한 장소에 가서 사람을 싣거나 내려 줄 수 있는 헬리콥터가 대단히 요긴하다는 점을 깨달았다.

비행기의 ‘프로펠러’와 헬리콥터의 ‘로터’
그에 비해 헬리콥터는 몸체 위에 있는 길쭉한 날개를 빠르게 돌려서 그 힘으로 날아오른다. 몸체는 움직이지 않아도 된다. 비행기에서 앞으로 가기 위해 빠르게 돌리는 것을 흔히 프로펠러(propeller)라고 부르는데, 헬리콥터는 앞으로 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위로 떠오르기 위해 빠르게 장치를 돌리는 것이므로 헬리콥터 업계에서는 프로펠러라고 부르지 않고 로터(rotor)라는 말을 사용한다.
즉, 헬리콥터는 로터 덕분에 굳이 앞으로 나아가지 않으면서도 공중에 떠 있을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공중에 가만히 떠 있을 수 있기에 헬리콥터는 산골짜기에 누워 있는 부상병 머리 위의 하늘에 머무르면서 사다리를 내려서 부상병을 실어 올 수 있다.
헬리콥터는 대단히 큰 로터를 빠르게 돌리며 공기를 휘저으므로 굉장히 큰 소음을 만들어 낸다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한 전쟁터의 부상병들 입장에서는 멀리서 구조 헬리콥터의 그 시끄러운 소음이 들려오면 그 소리가 마치 천사가 내려오는 소리같이 들렸다.
그 때문에 미국에서는 한국전쟁을 계기로 많은 헬리콥터들을 개발하고 도입했다. 개발하면서 보니 헬리콥터가 좁은 지역에서도 뜨고 내릴 수 있다는 것 역시 도시나 민가가 많은 지역에서는 큰 장점이었다. 이런 흐름에 따라 전 세계에서 다양한 헬리콥터들이 등장해 여러 목적으로 쓰일 수 있게 되었다. 그러므로 보기에 따라서는 한국이야말로 헬리콥터의 고향이라고 해도 큰 과장은 아니라는 게 내 생각이다.
한국군의 헬리콥터 보유 대수는?
군용 헬리콥터 외에 한국의 산불 진화용 헬리콥터 숫자도 적다고 만은 할 수 없다. 한 번에 7,000리터, 8,000리터씩 물을 싣고 갈 수 있는 ‘스카이크레인’ 같은 대형 헬리콥터 기종을 산불 진화용으로 한국만큼 많이 도입한 나라는 몇 나라 되지 않는다. 물론 보유 헬리콥터 중에 오래된 기종이 많다는 점은 문제다. 또 점점 기후변화 때문에 점점 심해지는 산불을 감안하면 여전히 한국에 헬리콥터 숫자가 충분치 않다는 이야기도 자주 나오는 편이다.
아쉽게도 한국의 헬리콥터 산업은 아직 크게 발달하지는 못했다. 다른 분야와 비교해 보면 아쉬움은 더 커진다. 한국의 자동차 수출량은 매년 수백만 대에 달하는 것이 이제는 당연한 일상이 되었다. 배를 만들어 파는 조선업계의 수주량 역시 세계 2위 수준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그에 비해 한국에서 국산 헬리콥터를 만들어 수출해 본 사례는 매우 드물다. 그나마 2024년 하반기에 드디어 이라크에 역사상 최초로 국산 헬리콥터를 수출하게 되었다는 소식이 나오기는 했다. 그래서 그 물량이 2대 이상은 되지 않겠느냐는 추측이 나오는 정도다.
헬리콥터를 만드는 기술은?
이런 모든 조건을 다 만족시키는 재료를 구해서 완벽한 모양의 로터를 만드는 것은 대단히 복잡한 일이다. 헬리콥터를 만들기 위해 국산 로터를 개발하는 팀을 취재한 기사를 보면, 유리, 탄소, 플라스틱계 물질 같은 다양한 재료를 동시에 사용하는 복합 재료 방식을 연구한 끝에 마침내 현대 헬리콥터의 품질에 어울리는 로터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게다가 헬리콥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더 어려운 기술도 여럿 갖추어야 한다. 예를 들어 로터의 움직임을 조절하는 기어 박스와 동력 전달 장치를 만드는 기술은 더욱더 복잡하다. 헬리콥터를 자유자재로 조종하기 위해서는 그 커다란 로터를 빠르게 몇 시간 동안 돌릴 수 있도록 하면서도 필요하다면 돌아가는 속력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수많은 톱니바퀴 부품이 꼭 맞물려 돌아가게 하면서 동시에 조종하는 데 따라 톱니바퀴 장치가 이리저리 바뀔 수도 있어야 한다. 그러면서 항상 헬리콥터의 무게를 견딜 수 있을 만큼 모든 장치가 튼튼해야 한다.
헬리콥터는 위로 떠오른 뒤에 앞으로 가기 위해서 로터의 움직임을 조절해 자세를 바꾸는 방식을 자주 쓴다. 헬리콥터는 대개 위로 떠오르는 로터는 있지만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장치는 별도로 없다. 제트기처럼 뒤로 불꽃을 내뿜는다든가 하는 식으로 헬리콥터가 앞으로 갈 수는 없다. 그래서 헬리콥터는 약간 앞쪽으로 고개를 숙이는 듯한 모습으로 자세를 바꾸어 마치 비스듬하게 위쪽으로 나아가는 듯이 움직여 전진한다. 그러니까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말이 있다면, 헬리콥터는 빠를수록 고개를 숙인다.
이렇게 헬리콥터의 움직임을 조절하려면 로터가 움직이고 있는 동안에 방향과 각도를 바꿀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그 바뀌는 정도가 조종하는 데에 따라 세밀하고 정확해야 한다. 이런 장치를 만들어 내는 기술은 최고의 과학 기술 선진국들만이 갖고 있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한국이 헬리콥터 기술의 여러 분야에 도전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은 다양한 기계 부품을 정밀하게 가공하는 제조업의 기반을 갖춘 나라다. 또 화학 공업과 철강 산업이 발달해 있어서 여러 가지 특수 소재를 다루어 본 경험도 풍부한 편이다. 이만하면 미국, 러시아,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같은 헬리콥터 선진국들을 추격할 만한 바탕은 갖추고 있어 보인다.

UAM 시대가 찾아올 서울, 지금 필요한 전략은?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색다른 전략으로 미래의 하늘을 노려볼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중국 기업들의 전략을 유의해서 살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과거에 중국 회사에서 만든 비행기나 헬리콥터는 세계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 그렇지만 중국 회사들은 강력한 중국 전자 산업의 기술을 과감하게 하늘에 활용하는 데 도전했다. 그래서 보통 비행기가 아니라 전기를 이용한 드론을 만드는 사업에서 중국 기업들은 빠르게 성장해 나갔다.
처음에는 하늘을 날아다니는 전기 장난감 같은 소형 드론들을 잘 만드는 중국 회사들이 많은 정도였다. 그런데 빠르게 혁신을 거듭한 결과 지금은 온갖 목적으로 쓰는 크고 작은 전기 드론들을 중국 회사들이 대단히 잘 만들어 내고 있다. 그렇다 보니 비록 비행기나 헬리콥터를 만드는 데서는 중국이 선진국 업체들보다 뒤떨어져 있다고 해도, 전기 드론 분야에서만큼은 세계 시장을 반쯤 중국이 독점하고 있다고 할 정도로 중국 기업의 위세가 막강하다.
그렇기에 드론 시장에서 쌓아 놓은 뛰어난 실력을 바탕으로 중국 기업들은 이제 사람이 탈 수 있는 드론, 교통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 드론, 드론 택시 등을 만드는 일 등등에서 어느 선진국 기업 못지않게 앞서 나가고 있다.
만약 그와 비슷한 수준의 혁신을 서울의 하늘에서, 서울의 기업이 이루어낼 수 있다면, 성공적으로 UAM을 도입해 교통 체증에서 날아갈 듯 후련하게 벗어날 수 있는 날도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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