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차 출동도 어려운 '테헤란로' 교통혼잡 이대로 괜찮은가?
시민기자 한우진
발행일 2023.05.02. 16:50
왜 서울의 길 이름에 중동에 있는 이란의 수도 이름이 붙었는지 궁금할 수 있다. 이는 1977년 테헤란 시장이 서울에 방문한 것에 맞춰 서로 우호 협력 증진 차원에서 길 이름을 교환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테헤란에도 '서울로(Seoul Street)'가 있다.
강남구에서 테헤란로는 매우 중요한 길이다. 우선 강남구를 남북으로 구분할 때 기준선이 된다. 또한 길가 주변에만 좁게 상업지역으로 지정되어 있는 다른 길들과 달리, 테헤란로는 양 옆으로 두텁게 상업지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이 때문에 테헤란로 양 옆으로는 고층빌딩들이 줄을 서서 계속 이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즉 강남의 스카이라인은 테헤란로가 담당하고 있다.
그런데 테헤란로의 큰 문제는 교통정체가 너무 심하다는 것이다. 특히 평일 퇴근시간은 '교통지옥'이라는 말이 절로 떠오를 정도로 차가 너무 막힌다.
지난 3월 기록에 따르면 오후 기준으로 테헤란로의 통행속도는 15.2km/h에 불과했다. 이는 느린 순서로 서울시 4위에 해당한다. 1위가 월곡로(왕복 2차선)의 12.5km/h이긴 했지만, 두 도로의 폭 차이를 생각해보면 테헤란로가 얼마나 느린지 알 수 있다.
구간과 시간을 쪼개보면 더 심각해진다. 저녁 7시 기준으로 지난 3월의 일간 기록을 살펴보았다. 그랬더니 3월 24일 금요일 역삼역에서 국기원 앞까지의 속도는 5.60km/h였고, 3월 16일 목요일의 선릉역부터 포스코사거리까지의 속도는 5.68km/h였다. 이쯤 되면 걷는 것보다 약간 빠른 수준이고, 자전거나 킥보드보다는 확실히 느린 속도다. 물론 퇴근 시간에 서울에 길이 안 막히는 곳이 어디 있겠냐마는, 강남구 대표 도로라는 테헤란로의 위상을 생각하면 이건 좀 너무했다.
우선 보행자 우대 정책에 따라 횡단보도가 많이 생겼다. 과거에 테헤란로에서 보행자들은 지하보도와 지하철역 출입구를 통해 교차로를 건너는 것이 보통이었다. 특히 강남은 체계적으로 개발되었기에 테헤란로 주변에 지하보도가 잘 정비되어 있는 편이다. 하지만 현재는 같은 위치에 횡단보도가 새로 생긴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자동차 교통소통이 예전보다 나빠졌다.
물론 교차로 신호대기 때문에 어차피 정차해야 하는 시간에 횡단보도 녹색불을 주는 것뿐이라는 말도 있지만, 이는 직진 교통량 이야기이다. 교차하는 도로쪽 횡단보도에 녹색 신호가 들어오면 많은 보행자 때문에 사실상 우회전을 할 수 없게 되는데, 이 때문에 뒤에 우회전 차량이 꼬리를 물어 직진 차량까지 방해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이 같은 테헤란로의 혼잡 때문에 주변의 거주자들과 유동인구는 큰 고통을 겪고 있다. 특히 문제가 되는 부분은 구급차나 소방차 같은 긴급자동차이다. 실제로 강남소방서는 테헤란로 동쪽 끝에 위치하고 있는데, 저녁 정체 시간에 출동을 해야 할 상황이 되면 테헤란로 통과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교통이 불편한 것을 넘어 도시의 안전을 위협하는 수준인 것이다.
하지만 이는 좀 안이한 생각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다. 물론 나 홀로 자가용 승객을 지하철로 유도해야 하는 건 맞다. 하지만 도로도 필요하다. 긴급자동차 문제도 그렇고, 도로가 막히면서 애꿎은 버스까지 피해를 입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테헤란로에는 원래 버스 노선이 많지 않았다. 2호선에 대한 깊은 의존도를 볼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수도권 광역교통대책 강화에 따라 광역버스가 꾸준히 늘어나서 현재 테헤란로 전 구간을 관통하는 광역버스가 7개 이상이다. 이런 버스들이 테헤란로 정체에 갇혀 버리면, 회전율 감소, 운행원가 증가, 차내 혼잡도 증가, 정시성 하락, 통행시간 증가 등 버스 운행에 큰 차질을 빚는다.
가로변 버스전용차로는 여러 장점이 있다. 우선 도로 중앙에 정류장 시설물을 새로 만들지 않아도 되므로 비용이 적게 들고 빠른 시간 안에 만들 수 있다. 또한 24시간제로 운영해야 하는 중앙차로와 달리 아침과 저녁만 운행하는 등 시간제로 운행할 수 있어서 유연성이 높다. 일반차로의 좌회전이나 U턴이 어려워지는 중앙차로와 달리 기존 교통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는 것도 장점이다.
실제로 테헤란로에는 버스전용차로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고, 삼성역부터 강남경찰서(삼성교)까지 약 350m 구간에 매우 짧은 길이로 설치가 되어 있긴 하다. 테헤란로의 다른 곳에는 없는데 이곳만 전용차로가 있는 이유는, 영동대로를 거쳐서 삼성역 사거리까지 온 후 여기서 회전하여 잠실역 쪽으로 가는 버스들이 꽤 많기 때문이다.
서울시 발표에서는 주로 전용차로의 폐지나 변경이 언급되었으나, 필요한 곳에는 신설도 해야 한다고 본다. 무엇보다 극심한 저녁 교통정체에 시달리고 있는 강남 대표 도로 테헤란로에 신설을 고려해주면 좋을 것이다. 특히 과거 시내버스만 달리던 테헤란로에 지금은 광역버스가 많이 늘어난 만큼 여건 변화를 고려할 이유가 충분하다고 본다.
서울시는 테헤란로에 통과교통, 생활교통, 물류수송 등이 혼재되어 극심한 교통정체가 발생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입체 복합화 구상을 하고 있다. 물류복합 지하도로라는 개념으로 물류차량들을 지하로 통행시키고, 지하에 물류시스템과 상하차 공간 등을 마련하여 테헤란로변 물류수요처와의 물류처리를 지하에서 하겠다는 개념이다.
그동안 테헤란로의 정체를 가중시키는 변화가 많았지만, 이렇게 추가된 정체를 다시 해소하려는 정책이 부족했던 것은 아쉬운 일이다. 어떤 식으로든 추가 투자를 하여 나빠진 교통흐름을 회복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노래 ‘강남스타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강남에는 대중교통을 주로 타는 외국인 관광객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서울시가 추진 중인 국제교류복합지구가 지어질수록 더욱 그릴 것이다. 또한 버스 이용 승객이 국무총리에게 직접 첫차를 앞당겨 달라는 요청을 해서 유명해진 146번도 테헤란로를 지나는 노선이다. ☞ [참고] 새벽 근로자들의 고단한 출근길, 서울시 맞춤버스(8146번)가 새벽을 함께 달린다!(2023.1.11.)
강남을 찾고 강남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서 테헤란로 혼잡 완화에 대한 서울시의 더 만큼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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