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의 실핏줄, '위기의 마을버스' 어디로 가야하나?
시민기자 한우진
발행일 2023.05.30. 15:16
그런데 요즘 마을버스가 위기라는 소식이 자주 들려오고 있다. 지난 3년간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운수업종이 어려웠지만 마을버스는 워낙 영세하다보니 더욱 힘들었다는 것이다. 마을버스가 이렇게 어려워진 이유로는 다음 것들이 꼽힌다.
- 물가와 연료비 등의 상승
- 대체 교통수단(경전철 등)의 증가로 승객 감소
- 배달 등 다른 운전직종의 활성화로 기사 구하기가 힘듦
- 시내버스와 달리 환승할인 보전을 충분히 받지 못함
- 지나치게 낮은 운임 (900원) (경기도는 최대 1350원(1.5배))
이로 인해 마을버스 업계의 적자가 급증하고 있으며, 흑자를 내다가 적자로 바뀐 업체도 많다고 한다. 이렇게 회사가 적자를 내는 상황에서는 경영이 잘 될 수가 없으며 당연히 서비스 수준도 떨어지게 된다. 회사도 적자에 대한 자구책으로 운행횟수를 줄이거나 아예 운행을 중단하는 식으로 대응하기 때문이다.
물론 서울시에서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고, 지원도 하고 있다. 특히 서울시는 지난 4월 말, 2023년 마을버스 적자업체 재정지원 확대계획을 수립하고 지원 대상 확대, 지원 한도액 확대, 지원 비율 확대 등을 시행하여 마을버스들이 실질적인 지원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였다.
아직 초기라서 효과는 지켜보아야겠지만, 과거보다 커진 지원책인 만큼 마을버스 운영 정상화 및 개선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한편 이 같은 상황에서 향후 마을버스 정책이 어떤 모습을 가져야할지 근본부터 다시 생각해보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첫 번째로 굳이 시내버스와 마을버스를 나누어서 관리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결국 지역주민들은 스스로 작은 버스를 운영하기 시작하였다. 당연히 이는 불법이었다. 자가용으로 유상운송을 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현실을 외면할 수는 없었기에 1982년 4월 정부는 이런 버스들의 운행을 허용하였다. 단, 운영사는 사회복지단체(새마을단체, 노인복지회 등)로 제한하고, 승객과 미리 계약을 맺도록 하며 승차시 요금을 따로 받지도 못하게 했다. 결정적으로는 기존 시내버스 노선과 경합되지 않는 노선만 허용했다. 기존 민영 시내버스회사들의 반발을 고려한 것이었다.
그러다가 1986년 5월에는 개인사업자도 마을버스 운행사업을 할 수 있도록 교통부 지침이 바뀌었다. 또한 승객마다 요금을 받을 수 있도록 되었고, 노선도 가까운 지하철역까지 연장할 수 있게 되었다. 마을버스 입장에서는 규제가 완화된 것이다. 그러나 기존 시내버스 회사에게는 경쟁자가 늘어난 것이니 기분이 좋을 리 없었다. 민영버스에서 경쟁자가 늘어난다는 것은 곧 수익의 감소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1991년 6월에는 본격적인 마을버스 양성화가 이루어졌다. 영세사업이라는 점을 고려해도 무보험이나 노후차량 등 그동안 너무 관리가 안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종합보험 의무가입, 7년 이상 노후차량 폐차, 각종 과징금 제도 등이 신설되었다. 우리가 아는 마을버스의 모습을 갖추게 된 시기다.
무엇보다 시내버스가 마을버스를 경계했던 첫 번째 원인이었던 서울시내버스의 민영제 자체가 지금은 없어진 상태다. 서울시내버스는 준공영제로 운영 중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마을버스를 당장 공영화하지는 않더라도, 이제는 시내버스와 마을버스를 보다 통합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미래지향적인 방향일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버스와 전혀 다른 새로운 교통수단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당장 서울시에서 직접 운영하는 공공자전거 따릉이가 있고, 사설 업체들이 운영하는 각종 전동킥보드, 전기자전거 등이 등장하고 있다. 모두 짧은 구간을 운행하는 마을버스와 수요가 겹칠 수 있는 교통수단이다.
특히 서울시에서는 경전철이 2개 노선이나 개통되었고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예정인데, 경전철 역시 마을버스와 기능이 겹친다고 할 수 있다. 마을버스의 애초 취지가 가까운 지하철역까지 연결하는 것인데 경전철 역시 같은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경전철은 마을버스와 달리 승강편의시설이 잘 되어 있고 결정적으로 노인들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마을버스의 승객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처럼 시내버스와 마을버스를 구분하여 관리하기보다는, 지하철의 보완역할을 할 수 있는 버스 자체의 기능을 강조하며 둘을 함께 묶어 폭넓게 운영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좋을 수 있다.
둘째로 버스 서비스 내에서의 자원 배분이 더 원활해져야 한다.
물론 시간적, 공간적으로 지하철과 차별화해서 잘 운행되는 버스 노선들도 많다. 지하철이 하기 힘든 새벽 운행과 심야 운행에서 버스는 빠른 첫차와 올빼미버스라는 심야버스로 시민들의 이동을 돕고 있다. 또한 지하철 노선이 없어서 크게 돌아가야 하는 구간을 빠르게 이어주는 역할도 버스가 한다. 이런 곳은 버스가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 [관련 기사] 지하철보다 빠른 ‘지름길 버스들’
또한 지하철로는 환승을 해야 하지만 버스는 바로 이어주는 노선들도 있고, 지하철역과 지하철역 사이의 버스정류장에 버스가 정차하여 승객을 실어 나르기도 한다. 이런 곳들은 버스가 ‘있으면 좋은’ 구간이다. 조금 불편하긴 하지만, 대체수단이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지하철역 사이는 시설 개선을 통해 보행이나 자전거, 개인형 교통수단 등을 활성화시킬 수도 있다. 또한 이런 곳은 도심지이기 때문에 버스노선들도 많다.
결국 ‘반드시 있어야 하는’ 시내버스를 지원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있으면 좋은’ 시내버스 노선과 ‘반드시 있어야 하는’ 마을버스 노선을 비교하면 서울시 전체 교통 입장에서는 반드시 있어야 하는 마을버스 노선 쪽에 더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그 지원의 균형이 잘못되어 있다면 이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시내버스는 준공영제, 마을버스는 민영제로 운영 중이고 이에 따라 회사도 다르고, 요금도 다르고 심지어 버스정류장까지 다른 상황이다. 당연히 양쪽간의 자원 배분이 원활할 수가 없다. 이런 경직적인 제도야말로 과도한 규제이고, 새로운 교통수단들이 등장하는 상황에서 버스의 경쟁력을 낮추는 일일 뿐이다.
결론적으로 서울시와 모든 관계당국들은 지금보다 시야를 더 넓혀 마을버스 하나만 바라보지 말고, 전체 교통시스템 측면에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이 무엇인지를 심사숙고하여 정책을 실행해나갈 필요가 있을 것이다.
마을버스의 기능을 대체할 수 있는 다양한 교통수단의 육성에 힘써야 할 것이다.
현재 마을버스의 수요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물론 일시적인 것일 수도 있으나 사회 변화에 따른 큰 흐름일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과거의 마을버스를 고집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은 아닐 수 있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새로운 교통수단들은 계속 나오고 있다. 특히 요즘은 IT기술과 결합하여 ‘모빌리티(Mobility)’라는 이름으로 등장하고 있으며, 기존 교통수단의 서비스 수준을 높이고 효율성을 개선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적지만 복잡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수요응답형 교통체계(Demand Responsive Transport, DRT)를 들 수 있다. 이러한 신교통수단들이 마을버스의 대체역할을 할 수 있다면 승객 입장에서 더 좋은 서비스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 [관련 기사] 버스정보안내단말기, 마을버스 정류장에도 많이 생긴다!
이런 경우에는 버스시각표를 제공하는 게 효과적이다. 회사가 영세하여 시각표 부착조차 힘들다면, 어제 또는 일주일 전의 버스도착시각 정보를 서울시가 버스정보시스템을 통해 제공하면 좋다.(경기도에서는 시행중) 마을버스는 운행거리가 짧기 때문에 버스 간격을 비교적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어서, 과거 운행기록 시각표의 정확성이 높다.
이 같은 마을버스를 둘러싼 서비스 개선 노력 속에서, 교통이 불편한 지역의 유일한 대중교통수단이라는 마을버스의 가치가 더욱 빛나게 될 것이다.
이렇듯 누구나 추억 한두 개쯤은 갖고 있는 게 서울의 마을버스다. 하지만 세상은 변하고 있고, 마을버스를 둘러싼 환경도 마찬가지다. 교통 소외 지역에 편리한 교통 제공이라는 마을버스의 취지에 맞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기다.
* 참고문헌: 서울시의회, “마을버스와 시내버스 간 중복 정류소의 합리적 조정 방안 수립을 위한 토론회”2023.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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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 한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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