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 설경이 아름다운 '창덕궁' 산책

시민기자 박성환

발행일 2025.03.04. 13:00

수정일 2025.03.04. 17:21

조회 1,150

창덕궁은 봄꽃이 필 때 ‘홍매화’를 보기 위해 가장 먼저 달려가는 고궁이다. 겨울에는 눈이 내리면 경회루와 향원정의 경이로운 모습을 보기 위해 경복궁으로 향하게 된다. 처음으로 눈이 내린 다음날, 창덕궁을 찾았다.

안국역 3번 출구로 나와 직진으로 가다 보면 김수근 건축가가 건축설계사무소로 사용했던 ‘공간’ 사옥이 보이고, 거기에서 몇 발짝 더 올라가면 기품 있는 창덕궁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창덕궁 출입문이었던 ‘창덕궁 돈화문’ 보수공사(2024. 08. 01~2027. 07. 31)로 인해 관람하고 나오던 출구가 당분간 표를 내고 들어가는 출입문이 됐다.

근래 가장 추운 날이라 그런지 건물 처마 끝마다 고드름이 매달려 있었다. 어린 시절 고드름은 장난의 도구가 되거나, 사탕 대신 맛있게 깨물어 먹던 추억의 놀이 재료였다. 전각의 처마와 어우러진 고드름이 그렇게 멋진 줄 처음 알았다.

홍매화가 필 때면 발 디딜 틈 없이 복잡하던 궁궐은 한산했다. 승화루, 성정각 앞에는 3월이면 환하게 꽃을 피울 만첩홍매가 추운 날씨를 견디며 소리 없이 봉오리를 키우고 있었다. 기다림의 긴 시간을 나무들도 지혜롭게 보내고 있는 것이다.

다른 계절에는 꽃과 나무에 몰입하게 되어 궁궐의 건축물을 제대로 살피거나 감상할 시간이 없었는데, 이 계절에는 건축물과 역사에 얽힌 이야기를 더 여유 있게 알아볼 수 있어 좋았다. 건물마다 주렁주렁 매달린 고드름이 햇살을 받아 별처럼 반짝여, 우리 건축물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한 날이다.

창덕궁은 ▴돈화문 ▴인정전 ▴선정전 ▴희정당 ▴대조전 ▴성정각 ▴궐내각사 ▴구 선원전 ▴낙선재 ▴부용지와 주합루 ▴애련지와 의두합 ▴연경당 ▴존덕정 ▴옥류천 등으로 돼 있다. 역사책에서 배우던 건물을 마주하게 되니 마음이 뭉클했다. 우리가 살아내고 있는 이 순간도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게 될 거라는 생각을 하니, 삶에 대한 책임감에 잠시 숙연해졌다.

겨울 창덕궁을 한 바퀴 돌고 나니 잊고 있던 ‘창덕궁 후원’이 생각나서 발매하려고 하니, 이미 마지막 관람 시간을 마쳤다고 한다. 후원도 관람 시간을 다른 계절보다 일찍 마친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미리 인터넷으로 예매하거나, 후원의 마지막 관람 시간을 알아 두고 가는 것이 관람을 놓치지 않는 비결이다.

아름다운 설경의 고궁이 아니더라도, 나무가 짐을 벗고 가벼운 모습으로 전각과 어우러져 있는 모습과 몇백 년 된 궁궐 자체의 고즈넉한 풍경을 막힘없이 즐기고 싶다면, 새순이 돋고 봄꽃이 피기 전에 한 번 다녀오길 바란다.
봄이 오는 것을 알린다는 의미의 누각 ‘보춘정’ ©박성환
봄이 오는 것을 알린다는 의미의 누각 ‘보춘정’ ©박성환
가뭄 때 단비를 기원하는 누각 ‘희우루’ 처마 끝 고드름이 예술 작품 같다. ©박성환
가뭄 때 단비를 기원하는 누각 ‘희우루’ 처마 끝 고드름이 예술 작품 같다. ©박성환
  • 칠분서, 삼삼와, 승화루 앞에는 매화나무가 봄을 기다리고 있다. ©박성환
    칠분서, 삼삼와, 승화루 앞에는 매화나무가 봄을 기다리고 있다. ©박성환
  • 400년 된 만첩홍매가 만개를 기다리며 겨우내 봉오리를 키우고 있다. ©박성환
    400년 된 만첩홍매가 만개를 기다리며 겨우내 봉오리를 키우고 있다. ©박성환
  • 칠분서, 삼삼와, 승화루 앞에는 매화나무가 봄을 기다리고 있다. ©박성환
  • 400년 된 만첩홍매가 만개를 기다리며 겨우내 봉오리를 키우고 있다. ©박성환
헌종의 서재 겸 사랑채로 사용했던 건물 ‘낙선재’ ©박성환
헌종의 서재 겸 사랑채로 사용했던 건물 ‘낙선재’ ©박성환
가는 곳마다 처마 끝에는 고드름이 매달려 있다. ©박성환
가는 곳마다 처마 끝에는 고드름이 매달려 있다. ©박성환
눈이 쌓인 소나무와 희정당 건물이 고궁의 운치를 더해 준다. ©박성환
눈이 쌓인 소나무와 희정당 건물이 고궁의 운치를 더해 준다. ©박성환
  • 왕의 침전 건물이었으나 조선 후기에는 편전으로 기능이 바뀐 ‘희정당’ ©박성환
    왕의 침전 건물이었으나 조선 후기에는 편전으로 기능이 바뀐 ‘희정당’ ©박성환
  • 전통 건물에서 볼 수 없는 현관의 형태로 돼 있는 ‘희정당’ ©박성환
    전통 건물에서 볼 수 없는 현관의 형태로 돼 있는 ‘희정당’ ©박성환
  • 왕의 침전 건물이었으나 조선 후기에는 편전으로 기능이 바뀐 ‘희정당’ ©박성환
  • 전통 건물에서 볼 수 없는 현관의 형태로 돼 있는 ‘희정당’ ©박성환
 희정당에서 바라본 바깥 풍경 ©박성환
희정당에서 바라본 바깥 풍경 ©박성환
  • 월대 위에 웅장한 중층 전각으로 지어진 ‘인정전’ ©박성환
    월대 위에 웅장한 중층 전각으로 지어진 ‘인정전’ ©박성환
  •  창덕궁의 정전으로 국가 행사를 치르던 ‘인정전’ ©박성환
    창덕궁의 정전으로 국가 행사를 치르던 ‘인정전’ ©박성환
  • 월대 위에 웅장한 중층 전각으로 지어진 ‘인정전’ ©박성환
  •  창덕궁의 정전으로 국가 행사를 치르던 ‘인정전’ ©박성환
인정전 앞에 있는 화재 예방과 불을 끄는 용도로 사용했던 ‘드므’ ©박성환
인정전 앞에 있는 화재 예방과 불을 끄는 용도로 사용했던 ‘드므’ ©박성환
벼슬의 높고 낮음을 새겨 정전 앞마당에 세운 ‘품계석’ ©박성환
벼슬의 높고 낮음을 새겨 정전 앞마당에 세운 ‘품계석’ ©박성환
왕이 신하와 각종 회의를 했던 편전으로 사용한 ‘선정전’ ©박성환
왕이 신하와 각종 회의를 했던 편전으로 사용한 ‘선정전’ ©박성환
창덕궁 궐내각사에 있는 ‘규장각’ ©박성환
창덕궁 궐내각사에 있는 ‘규장각’ ©박성환
창덕궁 궐내각사에 있는 ‘검서청’ ©박성환
창덕궁 궐내각사에 있는 ‘검서청’ ©박성환
고드름을 주렁주렁 매단 겨울에만 볼 수 있는 궁궐 전각의 진기한 풍경 ©박성환
고드름을 주렁주렁 매단 겨울에만 볼 수 있는 궁궐 전각의 진기한 풍경 ©박성환
  • 나뭇잎에 가려졌던 건물의 모습도 겨울에는 막힘없이 볼 수가 있다. ©박성환
    나뭇잎에 가려졌던 건물의 모습도 겨울에는 막힘없이 볼 수가 있다. ©박성환
  • 나뭇잎이 떨어지고 나니 새의 둥지도 환히 보인다. ©박성환
    나뭇잎이 떨어지고 나니 새의 둥지도 환히 보인다. ©박성환
  • 나뭇잎에 가려졌던 건물의 모습도 겨울에는 막힘없이 볼 수가 있다. ©박성환
  • 나뭇잎이 떨어지고 나니 새의 둥지도 환히 보인다. ©박성환
금천교 부근에는 각양각색의 꽃나무가 심어져 있어 다가올 봄이 기다려진다. ©박성환
금천교 부근에는 각양각색의 꽃나무가 심어져 있어 다가올 봄이 기다려진다. ©박성환
궁궐을 나서니 담장 안 회화나무와 낮달이 어우러져 멋진 풍경을 이루고 있다. ©박성환
궁궐을 나서니 담장 안 회화나무와 낮달이 어우러져 멋진 풍경을 이루고 있다. ©박성환

창덕궁

○ 위치 : 서울시 종로구 율곡로 99
○ 교통 : 지하철 3호선 안국역 3번 출구 도보 10분
○ 운영시간 : (11~1월) 9:00~17:30, (2~5월, 9~10월) 9:00~18:00, (6~8월) 9:00~18:30
○ 휴무 : 월요일
○ 입장료 : 대인 3,000원(만 24세 이하 청소년, 만 65세 이상 어르신, 장애인, 유공자 무료 / 한복 착용 시 무료) 후원 특별관람 5,000원
누리집
○ 문의 : 02-3668-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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