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홀경 그 자체! 숨은 단풍 명소 '창경궁' 후원 춘당지

시민기자 최용수

발행일 2024.11.28. 12:07

수정일 2024.11.28.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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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못에 비친 창경궁 춘당지 단풍은 황홀경 그 자체다. ©최용수
연못에 비친 창경궁 춘당지 단풍은 황홀경 그 자체다. ©최용수
1701년 제19대 숙종이 희빈 장씨에게 사약을 내린 곳, 1762년 제21대 영조가 사도세자를 뒤주에 가둬 죽인 곳, 제22대 정조가 승하한 곳. 조선 왕실 비극의 주무대였던 궁궐이 바로 창경궁이다. 과거의 슬픈 역사를 모르는 걸까? 가을 끝자락 창경궁 단풍은 얄미울 정도로 아름답다.

북한산, 관악산을 찾았어도 날씨 때문인지 올해 단풍은 예년만큼 곱지 않았다. 그런데 도심 한복판, 고궁 속 단풍은 예사롭지 않다. 단풍 하면 경복궁 자경전 은행나무나 창덕궁 후원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지만 창경궁 후원 춘당지 주변 단풍을 보게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다른 고궁에 비해 한적하면서도 흐드러진 단풍은 마지막 가을 정취를 채워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창경궁 전각 뒤 산책로에서 바라보면 남산 서울타워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최용수
창경궁 전각 뒤 산책로에서 바라보면 남산 서울타워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최용수
창경궁은 지하철 4호선 혜화역에서 도보 12분 거리이다. 4번출구로 나와 성균관대 방면 300m 직진 후 창경궁, 종로 방향 300m를 더 가면 창경궁 정문 홍화문이 나온다. 홍화문을 이용해도 좋고 창덕궁을 통해도 좋다. 창덕궁 정문 돈화문은 정비 중이어서 서쪽 금호문을 이용하면 된다. 창덕궁 후원 옆에 출입문이 있다
창덕궁 출입문 금호문과 안쪽의 400여 년 된 회화나무, 촬영하기 좋은 뷰포인트다. ©최용수
창덕궁 출입문 금호문과 안쪽의 400여 년 된 회화나무, 촬영하기 좋은 뷰포인트다. ©최용수
창경궁 후원은 늦가을 단풍을 즐기려는 시민들이 즐겨 찾는 명소다. ©최용수
창경궁 후원은 늦가을 단풍을 즐기려는 시민들이 즐겨 찾는 명소다. ©최용수
‘창경궁(昌慶宮)’은 태종이 세종에게 양위하고 상왕으로 물러났을 때 창덕궁 옆에 별궁을 지어 거처로 삼았는데 이를 수강궁(壽康宮)이라 했다. 이것이 창경궁의 시작이었다. 창경궁도 조선 정궁인 창덕궁 못지않은 넓은 정원과 연못이 있다. 가을 끝자락 단풍의 백미는 바로 후원 춘당지 일원이다. 단풍을 구경하며 조선 왕조의 유물을 찾는 창경궁 나들이, 좀 더 색다르지 않을까?
조선 왕실 비운의 역사를 간직한 창경궁 전각들 ©최용수
조선 왕실 비운의 역사를 간직한 창경궁 전각들 ©최용수
창경궁 춘당지 옆 거대한 팥배나무, 단풍과 어우러진 모습이 장관이다. ©최용수
창경궁 춘당지 옆 거대한 팥배나무, 단풍과 어우러진 모습이 장관이다. ©최용수
창경궁 후원의 첫 번째 볼거리는 단연 ‘춘당지(春塘池)’ 일원이다. 2개의 크고 작은 연못이 호리병 형태로 이어졌다. 궁궐 조성 당시에는 북악산 물길이 모이는 자연 연못 형태의 작은 춘당지만 있었다. 아래쪽의 큰 춘당지는 본래 왕과 왕비가 농사와 양잠 의식을 행하는 내농포(內農圃)였다. 한일합방을 기도하던 일제가 1909년 대한제국 순종 황제를 달래기 위해 놀이공원(창경원)을 조성하면서 내농포에 만든 연못이다. 1984~1986년 창경궁 복원 공사를 하면서 전통 양식으로 재구성했고, 오늘에 이른다.
춘당지 물 위에 비친 나무들과 물위에 떨어진 단풍이 가을의 정취를 완성한다. ©최용수
춘당지 물 위에 비친 나무들과 물위에 떨어진 단풍이 가을의 정취를 완성한다. ©최용수
창경궁 후원 단풍 백미는 춘당지 가운데 섬의 단풍이다. ©최용수
창경궁 후원 단풍 백미는 춘당지 가운데 섬의 단풍이다. ©최용수
창경궁 단풍은 춘당지 주변을 빼놓을 수 없다. 연못 주변과 춘당지 가운데 섬의 단풍이 어우러져 물에 반사된 모습은 황홀경에 이른다. 가까이 물속을 들여다보면 수선화 전설의 나르키소스처럼 금방이라도 물속으로 뛰어들 것 같은 아름다움이다. “서울의 단풍 명소는 단연 창경궁 춘당지가 제일 아닌가요?” 사진 동호회 회원들은 작품 사진을 찍으러 매년 창경궁을 찾는다고 했다.
창경궁 후원 춘당지 주변 산책로 단풍은 11월 말에 절정을 이룬다. ©최용수
창경궁 후원 춘당지 주변 산책로 단풍은 11월 말에 절정을 이룬다. ©최용수
빼어난 단풍의 창경궁 후원, 가을이면 사진작가들이 즐겨 찾는 출사 명당이다. ©최용수
빼어난 단풍의 창경궁 후원, 가을이면 사진작가들이 즐겨 찾는 출사 명당이다. ©최용수
춘당지 옆 산책로를 걷다 보면 우뚝한 팔각칠층석탑을 만난다. 15세기에 제작된 높이 6.5m의 중국식 화강암 석조불탑이다.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유일한 중국식 석탑으로 석탑사 연구에 귀중한 자료다. 보존 가치를 인정받아 1992년 1월 15일 보물 제1119호 지정됐다. 춘당지 물위에 길게 탑의 그림자를 드리우면 불국사 석가탑(무영탑) 이야기가 귓전을 맴돈다.
보물로 지정된 춘당지 옆 팔각칠층석탑, 물에 그림자를 드리우면 더욱 아름답다. ©최용수
보물로 지정된 춘당지 옆 팔각칠층석탑, 물에 그림자를 드리우면 더욱 아름답다. ©최용수
춘당지 옆 팔각칠층석탑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시민들을 만날 수 있다. ©최용수
춘당지 옆 팔각칠층석탑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시민들을 만날 수 있다. ©최용수
춘당지 동쪽에는 백송(白松) 3형제가 있다. 그동안 울창한 숲에 가려져 볼 수 없었는데, 새롭게 백송 주변을 단장하자 춘당지 단풍과 함께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한다. 백송은 소나무의 한 종류로서 바둑판 문양의 하얀색 껍질이 특징이다. 중국에 갔던 조선 사신들이 귀국 시 솔방울을 가져와 심었다고 한다. 이곳 백송은 100여 년 이상 된 수령으로, 3그루가 군락을 이루며 춘당지 주변 단풍과 어우러져 고궁(古宮)의 품격을 높여준다. 번식이 어려워 대부분의 백송은 천연기념물로 지정, 관리되고 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백송 3형제, 창경궁 춘당지 옆에서 만날 수 있다. ©최용수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백송 3형제, 창경궁 춘당지 옆에서 만날 수 있다. ©최용수
 창경궁 후원 춘당지에 나들이 온 시민들 ©최용수
창경궁 후원 춘당지에 나들이 온 시민들 ©최용수
춘당지 서쪽 숲길을 따라 언덕에 오르면 낯선 석조 구조물이 보인다. 성종대왕태실(成宗大王胎室)이다. 성종의 태와 태반을 태 항아리에 넣어 봉안한 것이다. 경기도 광주에 있었으나 1928년 즈음 조선 왕실의 태실 대부분을 서삼릉으로 모으는 과정에서 외양이 가장 수려한 성종태실만은 이왕가박물관이 있던 창경궁에 옮겼다고 한다. 태실과 태실비 2개의 석물은 연구용으로 활용되는 귀중한 유물이다.
창경궁 후원에 있는 성종대왕태실, 태실비 ©최용수
창경궁 후원에 있는 성종대왕태실, 태실비 ©최용수
태실비 주변 산책로 단풍은 11월 말 즈음 절정기에 접어든다. ©최용수
태실비 주변 산책로 단풍은 11월 말 즈음 절정기에 접어든다. ©최용수
태실비에서 내려오면 창덕궁 후원으로 가는 산책로와 연결된다. 궁궐 전각 뒤편의 고지대 산책로여서 탁 트인 조망이 큰 매력이다. 창경궁 전각들이 한눈에 들어오고 고개를 들면 멀리 남산 서울타워도 손에 잡힐 듯 가깝다.

이쯤 모퉁이에 또 다른 유물이 하나 있다. 세종 16년에 처음 만들어진 천문의기인 ‘앙부일구’‘풍기대’이다. 앙부일구(仰釜日晷)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던 해시계의 일종이다. 17세기 후반에 제작된 보물 앙부일구의 모사품이란다. 바로 옆에는 풍기대(風旗臺)가 있다. 대 위에 구멍을 뚫어 깃대를 꽂고 기를 매달아 바람의 방향과 속도를 가늠했던 기상 관측 기구이다. 18세기 유물로 추정되며 탁자 모양의 돌 위에 긴 팔각 기둥을 세우고 넝쿨무늬가 정교하게 새겨져 있다.
창경궁 전각 뒤 산책로에서 만나는 풍기대와 앙부일구 ©최용수
창경궁 전각 뒤 산책로에서 만나는 풍기대와 앙부일구 ©최용수
앙부일구, 해시계 보는 법이 자세히 설명되어 있어 아이들과 함께라면 더욱 좋다. ©최용수
앙부일구, 해시계 보는 법이 자세히 설명되어 있어 아이들과 함께라면 더욱 좋다. ©최용수
조선 왕실부터 일제강점기까지 비운의 역사를 지닌 창경궁, 지난 일은 잊고 아름다운 가을 단풍처럼 시민들의 사랑받는 궁궐이 됐으면 싶다. 서울관광재단에서 아이가 있는 가족, 장애인, 고령자와 함께 즐길 수 있는 무장애 단풍 명소로 창경궁을 소개한 바 있다. 주 출입구 경사가 완만하고 궁궐 내의 점자 안내판, 휠체어 및 유모차 대여까지 가능하다니 단풍 명소로는 최고가 아닐까? 보행이 불편해 아직 단풍 나들이를 못했다면 창경궁 후원 나들이를 추천한다.
창경궁 전각 처마 아래에서 웨딩 촬영 중인 신혼부부 ©최용수
창경궁 전각 처마 아래에서 웨딩 촬영 중인 신혼부부 ©최용수
창경궁 외곽 담장 밖에도 단풍이 절정이다. ©최용수
창경궁 외곽 담장 밖에도 단풍이 절정이다. ©최용수

창경궁

○ 위치 : 서울시 종로구 창경궁로 185
○ 운영시간 : 화~일요일 09:00~21:00
○ 휴무 : 월요일
○ 입장료 : 대인 1,000원(만 24세 이하 청소년, 만 65세 이상 어르신, 장애인, 유공자 무료, 한복 착용 시 무료)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 누리집
○ 문의 : 02-762-4868

시민기자 최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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