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버스·기차 타는 플랫폼 높이는 왜 다 다를까?

한우진 시민기자

발행일 2022.08.23. 15:20

수정일 2022.09.26. 11:23

조회 5,557

알아두면 도움되는 교통상식 (221) 교통수단별 다양한 저상과 고상 플랫폼과 객실 살펴보기
한우진 시민기자
탈 때 계단이 필요 없는 지하철과 계단이 필요한 일반열차 ©한우진
탈 때 계단이 필요 없는 지하철과 계단이 필요한 일반열차 ©한우진

우리가 편리하게 이용하는 대도시의 교통수단들을 살펴보면 승하차 하는 곳의 높이가 다름을 알 수 있다. 차량을 기다리는 정류장이나 플랫폼, 그리고 차량 내부 객실의 높이가 제각각이다. 교통에서는 이를 '저상(低床)''고상(高床)'으로 구분한다. 여기서 상(床)이란 밥상이나 책상의 바로 그 ‘상’이다. 낮으면 저상이고 높으면 고상이다.

저상버스라는 말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버스 내부 객실 바닥이 길에 가깝게 낮은 버스를 말한다. 철도에서는 고상홈과 저상홈이라는 용어도 쓰인다. 홈이란 영어의 home이 아니라, 플랫폼(platform)의 마지막 글자를 일본식(プラットホーム)으로 줄여서 발음한 것이다.

이에 따라 객실의 높이와 타는 곳의 높이를 조합하여 표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교통수단에 따른 승하차 플랫폼과 객실의 높이

교통수단에 따른 객실과 승하차 플랫폼의 높이
타는 곳 객실 계단여부 철도/지하철 트램(노면전차) 시내버스
저상 저상 X (국내에는 없음) 신형 트램(위례선) 저상 버스
저상 고상 O KTX, SRT, 무궁화호 구형 트램(서울 전차) 일반 버스
고상 고상 X 지하철, 광역전철 - 외국 고급 BRT
(브라질 꾸리찌바 등)
고상 저상 O ITX-청춘(경춘선
특급열차) 하층 객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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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타는 곳의 높이와 객실의 높이가 같으면 탈 때 계단이 필요가 없다. 이는 교통 약자들에게 매우 강력한 장점이 된다. 또한 계단이 없으면 일반인도 편리해지는데 이는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 누구나 손쉽게 쓸 수 있는 제품 및 사용 환경을 만드는 디자인)의 개념으로 볼 수 있다.

철도의 저상과 고상

원래 우리나라 철도는 낮은 승강장에서 기다렸다가 열차가 오면 계단을 올라가서 객실로 들어가는 형태였다. 이는 무궁화호는 물론이고 고속철도에서도 쓰는 방식이다.

하지만 1974년에 서울지하철이 개통하면서 우리나라에 고상 플랫폼이 최초로 등장하였다. 승객들은 높은 승강장에서 기다렸다가 계단 없이 지하철 열차 내부로 들어갈 수 있게 되어 편리해졌다. 특히 이렇게 하면 승객이 타고 내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는데 좁은 간격으로 열차가 운행되는 지하철의 특성상 이는 꼭 필요한 것이었다. 승객이 빨리 타고 내리지 못하면 30초가 원칙인 승강장 정차 시간이 길어져서 후속열차가 자꾸 지연된다.

다만 고상플랫폼에서는 승객이 떨어질 때 다치기 쉽다는 문제가 있다. 고상홈의 높이는 1.15m나 되는데 이 정도 높이에서 돌과 쇠가 있는 선로 쪽으로 떨어지면 위험하다. 혹시 떨어졌을 때 플랫폼 놓이가 워낙 높이가 높다 보니 스스로 올라오기도 어렵다. 이 때문에 서울지하철에서는 모든 역에 승강장 안전문(스크린도어)을 설치하여 승객의 추락을 방지하고 있다.
고상홈에 정차중인 KTX-이음 ©문화체육관광부
고상홈에 정차중인 KTX-이음 ©문화체육관광부

한편 서울지하철이 개통된 지 48년이나 되자 고상홈의 장점도 널리 알려졌다. 그래서 기존에 저상홈을 쓰던 일반 철도에서도 차츰 고상홈을 쓰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다만 전국의 모든 저상홈 철도역을 한꺼번에 고상홈으로 바꾸기는 어렵기 때문에, 절충적이고 단계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일단 시설 측면에서는 새로 짓거나 개량하는 철도역에 저상홈과 고상홈을 동시에 설치하여 추후 고상홈을 활용할 수 있게 대비하고 있다. 또한 차량 측면에서는 저상홈과 고상홈에서 동시에 운용할 수 있는 차량을 도입하고 있다. 2009년에 도입된 ‘누리로’ 와 작년부터 운행을 시작한 준고속열차 ‘KTX-이음’ 이 그것이다. 이들 차량은 각각 차량 내부와 외부에 가변식 계단이 설치되어 있어서 저상홈과 고상홈에서 모두 승객 취급이 가능하다.

현재 누리로는 서울에서 볼 수 없지만, KTX-이음은 서울역과 청량리역(중앙선, 강릉선 방면)에서 볼 수 있다. 이들 역에서는 저상홈에 정차하지만, 지방의 역들에서는 고상홈에 정차하기도 한다.
부산시에 도입 예정인 무가선 저상트램 조감도 ©한국철도기술연구원
부산시에 도입 예정인 무가선 저상트램 조감도 ©한국철도기술연구원

트램의 저상과 고상

아울러 향후 새로운 도시교통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는 트램(노면전차)에도 고상과 저상이 있다. 노면전차는 그 특성상 길거리에서 바로 타기 때문에 승강장 쪽은 저상인 것이 기본이다. 다만 과거에는 차량 기술이 좋지 못했기 때문에 구한말부터 60년대까지 운행되던 서울 전차는 고상 차량이었다. 즉 계단을 통해 객실로 올라가는 식이었다.

그러나 현재 위례신도시에 지어지고 있는 신형 트램은, 현가장치와 구동장치 등의 기술 발전 덕분에 객실 바닥 전체가 낮은 높이인 저상트램이다. 따라서 노약자, 휠체어, 유모차 등이 트램 정류장에서 트램 내부로 쉽게 들어갈 수 있다. 특히 버스와 달리 트램은 지하철처럼 정차 위치가 정확히 정해져 있기 때문에, 저상 트램은 교통약자들에게 최적화된 교통수단이다.

아무리 지하철이 엘리베이터 같은 평면 동선이 지원되는 승강 설비를 완비한다고 해도, 길에서 바로 타는 저상 트램보다 편리할 수가 없다. 실제로 휠체어 장애인들이 지하철을 이용할 경우, 대부분의 역에서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수 있기는 하지만 동선이 매우 길어지는 어려움을 감수해야 한다. 그래서 도로에서 달리는 트램의 속도가 지하철보다 낮다고 해도, 승강장까지 왕복하는 시간을 고려하면 총통행시간은 트램이 더 짧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이는 유모차나 노인 같은 교통약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 [관련 기사] 위례선 완공 후 모습은? 조감도로 살펴보는 위례신도시 트램
저상버스의 모습 ©서울시
저상버스의 모습 ©서울시

버스의 저상과 고상

과거에는 시내버스를 탈 때 높은 계단을 두 칸이나 올라가야 했다. 또한 객실에 올라가서도 무게중심이 높다 보니 이리저리 흔들리며 승차감이 떨어졌다.

하지만 저상버스가 등장하자 많은 것이 달라졌다. 저상버스는 실내 바닥이 낮다. 그래서 보도에 있는 정류장에서 객실 내부로 갈 때 계단이 필요 없다. 교통약자는 물론이고 일반인들도 편하다. 계단이 없다 보니 승하차 시간이 짧아져서 버스가 지연되는 일도 적어진다.

문제는 저상버스가 일반버스보다 가격이 비싸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저상버스 도입에는 지자체의 보조금이 투입되었다. 당연히 지자체의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 실제로 서울은 2018년부터 저상버스 출고를 의무화했다. 타 시도는 국토교통부 정책에 따라 내년부터 의무화가 되는 것을 비교하면 서울시가 매우 적극적이었음을 알 수 있다. 덕분에 서울시의 저상버스 보급률은 올 상반기 기준 70% 수준인데, 이는 전국 보급률을 두 배 이상 앞서는 수치다.

아울러 전기버스는 구조적으로 저상버스를 만들기가 쉽다 보니, 전기버스 시대가 도래한 후 중형 저상버스들이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과거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마을버스 노선에도 저상버스가 들어가고 있는 것이 주목된다. 사실 간선노선은 지하철이라는 대체재가 있기 때문에, 교통약자를 위한 저상버스는 지선노선에 먼저 필요하다. 따라서 마을버스 노선에 저상버스들이 투입되고 있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모습이다.

한편 외국에서는 고상버스를 고상정류장에서 운행하는 사례도 있다. 언뜻 보면 지하철에서 차량만 버스로 대체된 모습인데 ‘땅 위의 지하철’로 불리는 BRT(Bus Rapid Transit 간선급행버스체제)가 이런 모습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이 정도 수준의 고급 BRT는 아직 없다. ☞ [관련 기사] 중앙버스전용차로의 진화, 간선급행버스체계(BRT)시대가 온다!
브라질 꾸리찌바의 BRT – 고상정류장에서 고상버스를 이용하는 모습 ©Chumwa
브라질 꾸리찌바의 BRT – 고상정류장에서 고상버스를 이용하는 모습 ©Chumwa

한우진 시민기자

시민 입장에서 알기 쉽게 교통정보를 제공합니다. 수년간 교통 전문칼럼을 연재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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