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 시니어스토어 1호점을 가다! 편의점에 어르신 직원이?!

시민기자 김윤경

발행일 2024.12.16. 13:52

수정일 2024.12.16. 17:22

조회 1,288

중림동 센트럴타워 1층에는 중구 시니어 스토어 1호점, GS25 디오센터가 있다. ⓒ김윤경
중림동 센트럴타워 1층에는 중구 시니어 스토어 1호점, GS25 디오센터가 있다. ⓒ김윤경
“1만 2,000원입니다. 카드 꽂아주세요”

중림동 센트럴타워 1층에는 조금 특별한 편의점이 있다. 얼핏 보면 보통 편의점과 별 차이 없어 보인다. 빌딩 내에 위치해 주말과 공휴일은 쉬고 평일 7시~21시까지만 운영하고 있다. 이곳 계산대에는 평균 연령 75세인 머리가 희끗희끗한 어르신들이 교대로 근무하고 있다. 이곳은 중구 시니어 스토어 1호점, GS25 디오센터점이다. 지난 11월 21일 중림동에 개소한 GS25 디오센터점은 충정로역 4번 출구에 인접해 있다.
한 손님이  중구 시니어 스토어 1호점  GS25 디오센터점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김윤경
한 손님이 중구 시니어 스토어 1호점 GS25 디오센터점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김윤경
‘편의점 알바는 다양한 사람이 찾는 곳인 만큼 시니어분들이 일하기에 쉽진 않을 거 같은데…’, 궁금증을 갖고 이곳을 방문해 보기로 했다. 
      
“올 2월에 만학도로 졸업을 했어요. 그냥 집에 있으니 지루하고 울적해지더라고요. 친구들이 일하는 걸 보고 뭔가를 해야겠는데 쉽사리 용기가 나지 않았어요. 그래도 주위의 권유로 시니어클럽에 가서 상담을 받았어요.” 
중구 시니어클럽을 통해 편의점에서 일하고 있는 이현숙 어르신 ⓒ김윤경
중구 시니어클럽을 통해 편의점에서 일하고 있는 이현숙 어르신 ⓒ김윤경
편의점 계산대에 선 이현숙(68세) 어르신이 말했다. 중구 시니어클럽에서 여러 일자리를 소개해주는 과정에서 편의점이 눈에 띄었단다. ‘이거면 할 수 있겠다’는 용기가 났다. 그는 예전에 편의점을 운영했던 경험이 있었다. 일하는 시간도 딱 맞았다. 

“요즘 주위에서 저를 보고 그런 말을 하더라고요. 표정이 엄청 활기차 보인다고. 저는 일단 그것으로도 만족해요. 계속 일할 수 있다는 점이 얼마나 힘이  되는데요.”
이현숙 어르신은 편의점에서 일한 이후로 삶이 더 활기차졌다고 만족해했다. ⓒ김윤경
이현숙 어르신은 편의점에서 일한 이후로 삶이 더 활기차졌다고 만족해 했다. ⓒ김윤경
말 그대로 어르신 표정은 편의점에서 봐왔던 여느 알바생보다도 생기가 넘쳐 보였다. 어르신은 일할 용기를 냈다는 게 참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편의점 알바생은 많은 손님과 만나는 만큼 별별 경우를 겪을 수 있지 않을까 싶은 걱정도 들었다. 염려스러운 마음에 묻자, 어르신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저희는 주로 건물 직원들이 많이 오시는데요. 시니어가 하는 곳이라는 안내문을 보고 어찌나 친절한지 몰라요. 꼬박꼬박 존댓말 써주고 인사도 해요. 저희도 그래 주니까 참 고맙더라고요.”

일을 하기 전에 여러 이야기를 들어 걱정도 없잖았는데, 오히려 고객들이 친절하게 대해줘 놀랐단다. 이 지점은 직장인들이 많아선지 보통 음료수나 삼각김밥 등이 많이 팔린다고. 혹시 일하면서 바라는 점이 있냐고 묻자 어르신은 일자리가 많아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제가 바라는 점은 없어요. 지금도 참 좋은데요. 다만 다른 사람도 할 수 있게끔 일자리가 많이 생겼으면 싶네요. 지금 주 2회 5시간씩 근무하고 있는데요. 저는 처음인만큼 이 정도 일하는 게 좋아요. 그렇지만 사람에 따라 다르니까요.”

어르신은 이곳에서 받은 월급을 모두 후원하고 있다고. 해외, 동네에도 하고 어떤 때는 좀 더 자신의 돈을 보태서 할 때도 있다. 열심히 일해 번 돈을 기부한다는 건 쉽지 않을텐데, 그래도 어르신은 “내 조그마한 정성으로 필요한 사람이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다. 참 뿌듯하다”라고 말했다. 또 1호점이 잘 돼서 2, 3호점이 나오기를 바란다는 점도 잊지 않았다.
중구 시니어클럽 박대현 실장 ⓒ김윤경
중구 시니어클럽 박대현 실장 ⓒ김윤경
이곳 편의점은 현재 중구 시니어클럽이 가맹주로 돼 있으며, 당분간 한두 명씩 센터에서 파견돼 적응을 도울 예정이다. 급여는 이현숙 어르신 경우 25만 원 정도, 내년부터는 좀 더 인상될 전망이다. 편의점 매출이 증가하면 좀 더 혜택이 돌아갈 거란다.

“저희 중구 시니어클럽은 서울 지역에서는 늦게 시작한 편이죠. 올해 개관해서 어르신 일자리 사업을 운영하게 되었어요.” 중구 시니어클럽 박대현 실장이 말했다.

그는 시장형 사업단 운영을 하게 되며 여러 의견을 들었다고 했다. 중구 내 소상공인들과 겹치는 업종은 안 될 것 같아 맞는 많이 고심했다. 그때 GS25에서 비슷한 사업을 하고 있는 걸 알게 됐고, 임대료 지원과 가맹비 면제, 매장지원금과 상생지원금 등을 제공 받아 문을 열었다.
중구 시니어클럽은 GS25와 임대료 지원, 가맹비 면제, 매장지원금 및 상생징원금 제공 등을 협업했다. ⓒ김윤경
중구 시니어클럽은 GS25와 임대료 지원, 가맹비 면제, 매장지원금 및 상생징원금 제공 등을 협업했다. ⓒ김윤경
장소는 어떻게 선정했는지 궁금해 하자 박대현 실장은 “이전에도 이곳이 편의점이었는데 계약 종료로 나가며 시니어 편의점 문을 열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구 시니어클럽에서 일하기 원하는 어르신을 선발해 CS 교육과 포스기 사용법 등 교육을 했다. 지금 편의점에서 근무하시는 분은 총 12명, 어르신들이 4시간씩 돌아가며 근무하고 있다.

사람들의 반응은 어떨까. 박대현 실장은 사례를 들려줬다. 편의점에서 일하는 어르신들이 담배 이름이 어려워서 손님이 원하는 제품을 잘 못 찾을 때가 있는데, 그러면 손님들이 어르신들에게 위치를 알려주거나 기다려주고 있다고. 또 매장을 나가면서 어르신을 격려하는 말을 전하는 손님들도 많다고 한다.

시니어클럽 어르신 일자리 사업유형▴사회서비스형 ▴시장형사업단, ▴공익활동, ▴취업알선형 등이 있다. 각각의 성격이나 대상, 분야, 비용도 다른 만큼 서울시 누리집을 통해 알아두거나 서울시 어르신복지과(02-2133-9534)로 문의해도 좋겠다.
한 손님이 물건을 사고 있다. ⓒ김윤경
한 손님이 물건을 사고 있다. ⓒ김윤경
“올해 저희 시니어클럽에 계시는 어르신이 약 300명 정도예요. 아직 신규 기간이라 모집을 더 하진 않았는데, 내년은 또 다를거예요.”

시니어 편의점 외에도 중구 시니어클럽에서는 관내에 사회서비스형 어르신 일자리 사업으로 스마트팜도 운영하고 있다. 스마트팜 관리를 하고 아이들을 대상으로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어르신들이 직접 스마트팜을 조성해 관리하고 재배된 채소를 주변 경로당이나 시설들에 나눔을 하고 있다.

어르신들은 어떤 일자리를 원할까? 물론 소득이 높은 일자리면 좋겠지만, 어르신들은 높은 임금보다 더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 있을 거 같아 물어봤다.
“어르신 중 아이들과 함께 하는 걸 좋아하는 경우가 많아요. 또 제가 다른 곳에서 근무하면서 뵌 어르신 중에는 예전 해오던 일의 경험을 살리고 싶어하는 분들도 많이 계셨고요.”
GS25 디오센터 편의점 내부 ⓒ김윤경
GS25 디오센터 편의점 내부 ⓒ김윤경
이전에는 어르신이 일할 수 있는 업종에 제한이 있었다. 그렇지만 그는 스마트팜이 생기며 어르신들에게 꼭 맞는 업무가 되었 듯 앞으로 어르신에게 적합한 더 다양한 직업들을 기대해 본다고 했다.  <br /><br />

“저는 어르신들이 일하면서 경제활동도 중요하지만,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어르신들의 역할이 크다고 생각해요. 자신에게 맞는 직업을 찾아 즐겁고 건강하게 일하셨으면 좋겠어요. 또 어르신들이 만족하며 일할 수 있는 좋은 일자리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고요.”
중구 시니어 스토어 1호점, GS25 디오센터로 가는 길 ⓒ김윤경
중구 시니어 스토어 1호점, GS25 디오센터로 가는 길 ⓒ김윤경
서울시는 어르신이 활기차고 건강한 노후 생활을 보내도록 다양한 일자리·사회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자치구(몇 개 구 제외)마다 시니어클럽을 두고 지원하고 있는데, 중구는 올해 서울시의 ‘어르신 일자리 사업장 운영지원사업’에 선정됐다. ‘어르신 일자리 사업장 운영지원사업’은 어르신 일자리 사업 활성화를 통한 소득 제고를 지원하고 있다. 2018년 기금사업을 신설하고 어르신일자리 사업단에 관한 운영자금을 지원해 저소득 어르신 소득 제고와 복지 증진에 앞장서고 있다.

편의점에 손님이 들어오자 이현숙 어르신은 바쁘게 움직이셨다. 포스기를 다루는 모습은 젊은 직원들과 다를 바 없었다. 나이는 정말 숫자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더 강해진다. 모쪼록 양질의 어르신 일자리가 많이 생겨 일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만족스러운 일이 주어지면 좋겠다.

중구 시니어클럽

○ 위치 : 서울시 중구 퇴계로80길 52 2층
○ 교통 : 2호선, 6호선 신당역 6번 출구에서 296m
○ 운영일시 : 월~금요일 09:00~18:00(휴게시간 12:00~13:00), 매주 토·일요일 휴무
중구 시니어클럽 누리집
한국시니어클럽협회 누리집
○ 문의 : 중구 시니어클럽 02-2235-3566, 서울시 어르신복지과 02-2133-9534

시민기자 김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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