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가 가로막았던 '창경궁-종묘', 궁궐담장길 따라 드디어 개방

시민기자 이선미

발행일 2024.10.21. 14:02

수정일 2024.10.21.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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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덕궁 단봉문 앞에서 이어지는 작은 공원을 통해 ‘궁궐담장길’로 올라갈 수 있다. ⓒ이선미
창덕궁 단봉문 앞에서 이어지는 작은 공원을 통해 ‘궁궐담장길’로 올라갈 수 있다. ⓒ이선미
‘2024 가을 궁중문화축전’과 함께 새로운 소식이 들렸다. 지난 2022년 90년 만에 이어진 창경궁과 종묘를 오갈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원래 창경궁과 종묘는 담장을 사이에 두고 숲으로 이어져 있었는데 일제가 ‘종묘관통도로’를 내면서 양쪽을 갈라놨다.
2022년 ‘창경궁-종묘 연결 역사복원사업’으로 일제가 없애버린 창경궁과 종묘 사이 궁궐담장과 임금이 비공식적으로 종묘를 찾아가던 북신문을 최대한 원형을 살려 복원했다. 서순라길과 창덕궁, 원남동과 창경궁 방향에서도 이어지는 ‘궁궐담장길’은 많은 시민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정작 ‘궁궐담장길’에서 창경궁이나 종묘로 들어가는 길은 막혀 있었다. 늘 아쉬운 마음이었는데 드디어 열린 것이다.
궁궐담장길은 아침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개방한다. ⓒ이선미
궁궐담장길은 아침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개방한다. ⓒ이선미

종묘

종묘에 들어서자 이 반가운 소식을 전해주는 배너가 앞에 서 있었다. 시민들의 관심도 커보였다. 궁중문화축전이 시작되는 10월 9일부터 창경궁과 종묘 사이에 있는 율곡로 ‘궁궐담장길’에서 양쪽 출입문이 개방되었다.
종묘·창경궁 율곡로 출입구에 개방 안내 배너가 서 있다. ⓒ이선미
종묘·창경궁 율곡로 출입구에 개방 안내 배너가 서 있다. ⓒ이선미
삼도 옆 연못이 싱그러웠다. 긴 여름을 지나고 가을에 접어들었지만 연못의 나무들은 아직 신록이었다. 연못 안의 작은 섬에 심어진 오래된 향나무의 자태가 종묘의 세월을 느끼게 해주었다.
종묘 정문을 들어서면 이상향을 담아 조성한 연못이 있다. ⓒ이선미
종묘 정문을 들어서면 이상향을 담아 조성한 연못이 있다. ⓒ이선미
축전이 열리고 있어 곳곳에 관람객이 많았다. 정전은 아직 보수 중이었다. 정전의 대대적인 보수는 고종황제 이후 처음이어서 백 년 만에 진행되는 것이라고 한다. 2025년 4월까지 복원을 마치고 궁중문화축전에서 새롭게 관람객을 맞이할 예정이다. 
아직 보수공사 중인 정전, 내년에 복원을 완료해 개방한다고 한다. ⓒ이선미
아직 보수공사 중인 정전, 내년에 복원을 완료해 개방한다고 한다. ⓒ이선미
관람객이 정전 앞에 설치된 안내판에서 정전에 대해 알아보고 있다. ⓒ이선미
관람객이 정전 앞에 설치된 안내판에서 정전에 대해 알아보고 있다. ⓒ이선미
정전을 나와 다시 삼도를 걸어 영녕전으로 들어섰다. 제2의 정전인 영녕전에는 재위 기간이 짧았던 왕과 왕비의 신위가 모셔져 있다. 지붕의 모습이나 박석의 단도 정전과는 조금 다르게 배치돼 있다.
  • 제2의 정전인 영녕전 ⓒ이선미
    제2의 정전인 영녕전 ⓒ이선미
  • 제2의 정전인 영녕전 ⓒ이선미
    제2의 정전인 영녕전 ⓒ이선미
  • 제2의 정전인 영녕전 ⓒ이선미
  • 제2의 정전인 영녕전 ⓒ이선미
종묘에서 북신문 방향으로 내려가는 길에 접어들자 아름다운 풍광이 발아래 펼쳐졌다. 이곳이 고개였다는 사실이 실감났다. 저 멀리 북한산 보현봉이 환히 드러나 보였다. 임금이 사적으로 이 길을 오가면서 참 많은 상념이 일었겠다는 감성적인 생각도 스쳤다.
  • 호젓하게 산책로를 걷다가 불현듯 나타난 풍광에 관람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이선미
    호젓하게 산책로를 걷다가 불현듯 나타난 풍광에 관람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이선미
  • 북신문 너머로 북한산이 환하다. ⓒ이선미
    북신문 너머로 북한산이 환하다. ⓒ이선미
  • 호젓하게 산책로를 걷다가 불현듯 나타난 풍광에 관람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이선미
  • 북신문 너머로 북한산이 환하다. ⓒ이선미
궁중문화축전 기간에 스탬프 투어도 진행되었다. ⓒ이선미
궁중문화축전 기간에 스탬프 투어도 진행되었다. ⓒ이선미
북신문 안쪽에는 종묘에 입장할 수 있는 입구가 있었다. 이 문을 나서면 종묘로 돌아올 수 없다. 다시 입장권을 구매해야만 가능하다. 다시 한 번 종묘의 언덕길을 뒤돌아보고 문을 나섰다. ‘궁궐담장길’에 무인발권기가 있었다. 종묘와 창경궁 발권기가 따로 있으니 신경써서 봐야 한다. 창경궁을 한 장 매표했다. 할인대상을 선택할 수 있어서 주민할인도 받을 수 있었다. 창경궁과 종묘 입장권이 각각 1,000원이다.
무인발권기에서 입장권을 사고 있다. ⓒ이선미
무인발권기에서 입장권을 사고 있다. ⓒ이선미
창경궁 쪽에서 바라본 북신문 ⓒ이선미
창경궁 쪽에서 바라본 북신문 ⓒ이선미

창경궁

창경궁에 들어서자 길이 살짝 경사지게 이어져서 휠체어나 유아차도 무리 없이 오갈 수 있었다. 잠시 의자에 앉아 쉬었다. 길이 이어진다는 것, 닫혔던 문이 열린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었다. 오가는 시민들의 표정도 아주 밝았다.
율곡로 출입문에서 들어선 창경궁은 무장애시설로 조성돼 있다. ⓒ이선미
율곡로 출입문에서 들어선 창경궁은 무장애시설로 조성돼 있다. ⓒ이선미
옛 동궁 권역으로 내려섰다. 지금은 수많은 나무들이 세월의 그림자를 드리우는 곳이지만 궁궐로 기능할 때는 많은 전각들이 있었고 국정의 일부가 이뤄지는 공간이었다. 이곳에 궐내각사가 자리하고 있었고, 군무를 담당하던 오위도총부도 있었다고 한다. 왕세자가 지내던 ‘동궁’ 권역이지만 지금은 남은 건물 하나 없다. 
옛 동궁 권역에는 남은 건물이 하나도 없다. ⓒ이선미
옛 동궁 권역에는 남은 건물이 하나도 없다. ⓒ이선미
나무 사이로 보물 제851호인 '관천대'가 보였다. 숙종 때 세워진 천문관측대로 조선시대 천문대 양식을 보여주는 유물인데 이 역시 일제 때 한 번 이전됐다가 1970년대 후반에 이곳으로 옮겨왔다고 한다. 
조선시대 천문대 양식을 보여주는 관천대가 창경궁에 있다. ⓒ이선미
조선시대 천문대 양식을 보여주는 관천대가 창경궁에 있다. ⓒ이선미
문정전 옆의 숲도 조만간 단풍으로 물들 것이다. ⓒ이선미
문정전 옆의 숲도 조만간 단풍으로 물들 것이다. ⓒ이선미
단풍이 물들어가는 가을이다. 창경궁과 종묘의 단풍 또한 일품이다. 창덕궁에서 ‘궁궐담장길’로 올라가는 작은 공원의 단풍도 ‘나만 알고 싶은 단풍 명소’일 만큼 어여쁜 곳이다. 올가을에는 끊어졌던 것들, 닫혔던 것들이 이어진 ‘궁궐담장길’에 올라 고궁과 종묘의 단풍에 물들어보면 어떨까.

율곡로 궁궐담장길

○ 위치 : 서울시 종로구 와룡동
○ 교통 :  지하철 3호선 안국역 3번 출구에서 도보 12분
○ 개방시간 :  09:00~18:00

율곡로 궁궐담장길 쪽 출입문(창경궁 율곡로 출입문, 종묘 북신문) 개방

○ 개방일 : 매주 토·일요일, 공휴일, 문화가 있는 날(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 관람시간 : 창경궁과 종묘의 관람시간이 다르므로 궁능유적본부 누리집을 통해 확인 후 관람 추천
○ 관람요금 : 창경궁과 종묘 각각 1000원. 입장권은 각 출입문의 무인발권시스템을 통해 구매 가능

시민기자 이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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