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리수 찐팬! 아리수 커피, 아리수 라면을 맞혀라!

시민기자 김윤경

발행일 2024.09.06. 15:27

수정일 2024.09.09. 09:47

조회 2,201

청계광장에서 열린 'My Soul Water 아리수 축제'

“이제 여러분 앞에 두 개의 컵이 놓일 거예요. 이 중 하나가 아리수인데요. 신중하게 생각하고 하나의 푯말을 들어 주세요.”

조우종 아나운서 말이 끝나기 무섭게, 운영 요원들이 참가자 테이블마다 두 개의 컵을 놓았다. 참가자들은 컵 속 물을 번갈아 마시며 연신 고개를 갸우뚱했다. 머리에는 저마다 ‘아리수 찐팬은 바로 나’라고 적힌 머리띠를 쓰고 있었다.
청계광장에서 아리수를 든 해치 ⓒ김윤경
청계광장에서 아리수를 든 해치 ⓒ김윤경

지난 9월 5일 청계광장에서는 ‘My Soul Water 아리수 축제’가 열렸다. 특히 올해 서울 수돗물 통수 116주년을 기념해 사전 신청한 시민 116명이 아리수를 알아맞히는 블라인드 테스트가 진행됐다. 얼마 전 서울시 소식을 통해 모집 공고를 본 후, 이 행사는 꼭 신청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참 많은 아리수와 만나 왔기 때문이다.

그러다 문득, 아리수만 먹고 있으니 오히려 다른 물과 구별이 되지 않을까 싶은 걱정도 들었다. 최소 1단계에서 떨어지고 싶진 않아서 며칠 전부터 생수를 사 비교해 가며 마셔 봤다. 또 인터넷에서도 이것저것 검색하고 행사장에 일찍 가 홍보 요원에게 슬쩍 물어봤다. 그렇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저도 아리수가 워낙 물맛이 좋아서 비교가 어렵더라고요”였다. 그래, 요령을 피우지 말고 느낀 그대로 도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각 참가자 자리마다 머리띠와 푯말 등이 놓여 있다. ⓒ김윤경
각 참가자 자리마다 머리띠와 푯말 등이 놓여 있다. ⓒ김윤경

조우종 아나운서가 사회를 맡은 ‘My Soul Water 아리수 축제’는 1·2부로 구성됐다. 1부에서는 아리수 블라인드 테스트(아리수 찐팬을 찾아라)서울시 마스코트 해치 홍보 대사 위촉식이 있었으며, 2부에서는 ‘브로콜리 너마저’와 아카펠라 그룹 ‘오직 목소리’의 콘서트가 열렸다.
  • 음료 한잔 마시며 파라솔 밑에 있으니 카페에 온 것 같다. ⓒ김윤경
    음료 한잔 마시며 파라솔 밑에 있으니 카페에 온 것 같다. ⓒ김윤경
  • 파라솔 아래서 쉬고 있는 시민들 ⓒ김윤경
    파라솔 아래서 쉬고 있는 시민들 ⓒ김윤경
  • 음료 한잔 마시며 파라솔 밑에 있으니 카페에 온 것 같다. ⓒ김윤경
  • 파라솔 아래서 쉬고 있는 시민들 ⓒ김윤경

1부 행사에 앞서 오후 3시부터는 청계광장에 아리수 캠페인 존, 리프레쉬 존 등 다채로운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SNS 이벤트를 통해 아리수로 만든 주스, 커피, 수박 화채나 라면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 시식할 수 있었다. 일찍 온 시민들은 텀블러나 다회용기 컵에 아리수 음료를 받아 시원하게 즐기고 있었다.
116명의 시민 아리수 블라인드 테스트가 열렸다. ⓒ김윤경
116명의 시민 아리수 블라인드 테스트가 열렸다. ⓒ김윤경

4시 30분이 되자 본격적으로 ‘My Soul Water 아리수 축제’가 시작됐다. 치열한 경쟁률 속에 선정된 116명이 도전하는 ‘아리수 찐팬을 찾아라’가 가장 눈길을 끌었다. 시작 전 거센 비로 불참한 사람들 대신 현장 참여도 가능했다.

참가한 116명 모두 긴 테이블 아래 마련된 의자에 앉았다. 각각의 시민들 앞에는 찐팬을 인증하는 머리띠와 A, B 푯말이 놓여 있었다. 행사에는 서울 시장 및 서울시의회 환경수자원위원장, 서울시 홍보 대사인 배우 박진희와 방송인 크리스 존슨도 참여했다.

행사에는 가족 서포터즈와 대학생 서포터즈를 비롯해 다양한 연령대가 참가했다. 내 옆에는 한 아빠가 올망졸망한 3명의 아이와 참여해 주위의 관심을 받았다.

신청자를 선정할 때 동기를 많이 봤다는데 “50살 평생 아리수를 먹어 와 찐팬이다”, “손주에게 수돗물 안정성을 알리고 싶어서” 등 다양한 사연이 접수됐고 그 사연을 중심으로 선정했다고.
블라인드 테스트 테이블에 놓인 A, B 푯말 ⓒ김윤경
블라인드 테스트 테이블에 놓인 A, B 푯말 ⓒ김윤경

드디어 아리수를 알아맞히는 블라인드 테스트가 시작됐다. 작은 긴장감 속에 1단계가 시작됐다. 아리수를 골라야 하는데 쉽진 않았다. 색깔을 유심히 보던 옆 참가자는 “색깔도 차이가 안나네.”라고 말했다. 나 역시 고민하다가 소신껏 던져 봤다.

“아니 어떻게 된 건가요. 초등학교 때부터 아리수를 드셨다는 김원기 대학생 서포터즈님, 1단계에서 다른 선택을 하셨어요.”
“저는 아리수가 너무 청량해서 생수랑 비교해 마시면서도 정말 아리수일까 싶었어요.”
“네, 그만큼 취수 단계에서 깔끔하게 한다는 거겠죠.”
2단계 아리수 얼음 찾기. ⓒ김윤경
2단계 아리수 얼음 찾기 ⓒ김윤경

1단계에서 생각보다 많은 탈락자가 나왔다. 어쩌면 그만큼 생수와 차이가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나도 이렇게 아리수가 맛있었나 싶어 반신반의하며 골랐는데 맞혔다.

116명 중 49명만이 2단계로 올라갔다. 탈락자들은 자리에 앉아 머리띠를 벗어 표시했다. 머리띠가 없는 탈락자는 그 자리에 앉아 있지만, 다음 단계의 문제는 받지 않는다.

2단계 아리수로 만든 얼음 테스트는 1단계에 비해 난이도가 높았다. 솔직히 생각할수록 알기 어려웠다. 얼음 두 개를 번갈아 먹다 보니 감각이 얼얼해졌다. 좀 더 시원하다고 느껴지는 것을 뽑았다.
3단계 아리수 커피 찾기. ⓒ김윤경
3단계 아리수 커피 찾기 ⓒ김윤경
테스트 3단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윤경
테스트 3단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윤경

3단계아리수로 만든 커피를 선택하는 거였다. 솔직히 색깔도 어렵지만, 커피의 향과 맛에 가려 물맛만 느껴 봐야 할지 고민됐다. 망설이다가 느낌이 좋은 것, 좀 더 맛있는 커피로 골랐다.
4단계 아리수 라면 찾기. ⓒ김윤경
4단계 아리수 라면 찾기. ⓒ김윤경

마지막 4단계는 최고 레벨이었다. 아리수로 끓인 서울라면을 구분해야 한다. 물을 끓였다니 정말 쉽지 않아 면보다 국물만 계속 마셨다. 이제 오감을 다 살려 냄새부터 미각 하나까지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

먹다 보니 어떤 부분에서 좀 더 맛있는 느낌이 살아났다. 이거다 싶은 라면에 확실하게 표시했다. 정답을 말하는 순간 약간 귀를 의심했다.
마지막 단계를 통과하면 주어지는  해피박스 ⓒ김윤경
마지막 단계를 통과하면 주어지는 해피박스 ⓒ김윤경

어쩌다 보니 최종 단계에 도달한 12명 중 한 명으로 선정됐다. 오세훈 서울 시장이 직접 아리수 찐팬이라고 적힌 머플러를 걸어 줬다.

상품으로는 참가한 116명의 시민에게 서울시 해치 굿즈가 들어 있는 가방이, 4단계를 통과한 12명의 찐팬에게는 서울굿즈 해피박스가 제공됐다. 모두 '아낄수록 아리수로'라는 구호와 함께 1부 행사를 마쳤다.
아리수 홍보 대사로 임명된 해치 ⓒ김윤경
아리수 홍보 대사로 임명된 해치 ⓒ김윤경

1·2 단계가 끝난 시간에는 아리수 캠페인 송과 댄스 공연이 펼쳐졌다. 이어 ‘해치’가 아리수 홍보 대사로 임명됐고, 서울 시장과 환경수자원위원장의 응원이 이어졌다.

이어 1부 행사가 끝나고 2부 버스킹 공연이 시작됐다. 인디밴드 ‘브로콜리 너마저’와 아카펠라 그룹 ‘오직 목소리’가 은은하고 흥겨운 노래를 선사했다. 

버스킹 공연은 퇴근하던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노래 중간중간 사회자는 아리수에 관해 질문하며 재미를 더했다. 
아리수 스토리텔러가 퀴즈를 보며 이야기를 들려줬다. ⓒ김윤경
아리수 스토리텔러가 퀴즈를 보며 이야기를 들려줬다. ⓒ김윤경
아리수 스토리텔러들. ⓒ김윤경
아리수 스토리텔러들. ⓒ김윤경

“여기 아리수 재료가 무엇일까요?”
“지하수인가 한강인가.”
“네, 많은 사람이 지하수로 알고 있어요. 지하수로 수돗물을 만들면 가장 큰 문제가 온도를 낮춰 주질 못해요. 점점 여름이 더워지고 있잖아요.”

아리수 스토리텔러는 부스에서 사람들에게 퀴즈를 내고 이야기를 들려줬다.현재 서울시는 12명의 아리수 스토리텔러가 어린이집부터 고등학교까지 방문해 아리수를 소개하고 있다.
10초를 맞히는 게임을 하고 있는 시민. ⓒ김윤경
10초를 맞히는 게임을 하고 있는 시민 ⓒ김윤경

옆 부스에서는 담당자가 아리수는 한강에서 취수장을 거쳐 배수지까지 가는 동안 10단계를 거친다는 이야기를 강조하며 10초에 맞게 버튼을 누르면 성공하는 게임을 진행했다.

이 외에도 아리수 홍보 대사인 해치를 그려 주는 페이스 페인팅과 캘리그라피, SNS 이벤트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아리수를 홍보하며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각 체험 부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시민들. ⓒ김윤경
각 체험 부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시민들 ⓒ김윤경

아리수로 커피를 만들어 주는 바리스타에게 아리수에 관해 물었다. 

바리스타는 “아리수에 관한 사람들 인식이 중요한 거 같아요. 저는 커피를 내릴 때 아무래도 아리수를 쓰면 좋죠. 바로 수도에서 쓸 수 있고 정수기가 필요하지 않으니까요. 그런데 매장에서는 아직 사람들 인식 때문에 일반 정수기나 생수를 사용하게 돼요.”라고 전했다. 
중랑구에서 온 가족이 참가해 모녀가 찐팬을 인증했다. ⓒ김윤경
중랑구에서 온 가족이 참가해 모녀가 찐팬을 인증했다. ⓒ김윤경

“사전 신청은 저만 겨우 했거든요. 가족 모두 함께 오면서 아쉬워 했는데 현장에서 오지 못한 분들 대신 참가할 수 있었어요. 더욱이 엄마와 제가 찐팬이 돼서 진짜 흐뭇해요.” 중랑구에서 온 엄마와 아빠, 딸은 커다란 해피박스를 받고 즐거운 표정이었다. 아깝게도 아빠는 2단계에서 탈락했지만, 가족이 같이 참가한 보람이 있어 흐뭇하다고. 

“원래 아리수가 깨끗한 건 알고 있었지만 맛은 잘 몰랐어요. 행사를 통해 아리수로 이것저것 만든 걸 먹다 보니 좀 더 익숙해지는 거 같아요.” 더욱이 가족 모두 아리수에 대한 신뢰가 쌓인 것이 달라진 점이라고 말했다.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해피박스. ⓒ김윤경
우승자에게 주어진 해피박스 ⓒ김윤경

서울아리수본부 담당자는 행사의 취지에 대해 “보통 시민들이 수돗물을 먹을 기회가 별로 없잖아요. 행사를 통해 수돗물을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걸 직접 느껴 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또 아리수를 마시면 환경과 경제,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걸 알리고 싶었어요.”라고 말했다.

해치가 홍보 대사가 된 이유로는 “서울시 마스코트인 해치가 인기가 많고 아이들이 좋아하니까 아리수가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해치를 홍보 대사로 위촉하고 싶다는 요청을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 아리수로 만든 음료수를 스스로 따라 마실 수 있었다. ⓒ김윤경
    아리수로 만든 음료수를 스스로 따라 마실 수 있었다. ⓒ김윤경
  • 아리수 와우카. ⓒ김윤경
    아리수 와우카 ⓒ김윤경
  • 아리수로 만든 음료수를 스스로 따라 마실 수 있었다. ⓒ김윤경
  • 아리수 와우카. ⓒ김윤경

아리수 와우카가 1년에 한 60회 정도 행사나 학교 축제 등을 다니고 있는데요, 아직도 일반 행사에서 병물을 많이 나눠 주지만 아리수는 와우카가 가서 텀블러나 다회용기 컵으로 마실 수 있으니 참 좋아하세요. 저희 역시 아리수 홍보가 돼 좋고요. 특히 와우카도 올해 8월부터 전기차로 바꿔 좀 더 친환경에 신경을 썼습니다.”
아리수 댄스를 배우고 있는 시민들. ⓒ김윤경
아리수 댄스를 배우고 있는 시민들 ⓒ김윤경

비가 그쳐 더위는 한풀 꺾였지만, 청계천 광장은 시민들의 열기로 저녁까지 후끈 달아올랐다. 어스름해진 저녁 7시 공연을 끝으로 ‘My Soul Water 아리수 축제’는 마무리를 지었다. 

행사를 통해 서울을 대표하는 아리수와 해치가 함께 하게 돼 흐뭇하고, 시민들이 아리수를 좀 더 자세히 알게 된 만큼 신뢰하고 많이 이용하면 좋겠다. ‘My Soul Water 아리수 축제’에서 먹었던 화채나 음료, 라면의 맛을 기억하고 가정에서도 아리수를 더 많이 사용하게 되길 바라 본다.    

시민기자 김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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