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대원 출동! 오늘은 소방호스 대신 삼계탕을 든 까닭은?

시민기자 김윤경

발행일 2024.07.31. 14:14

수정일 2024.07.31.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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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소방서와 종로의용소방대가 쪽방촌을 찾아 삼계탕을 나눠 주는 행사를 진행했다. ⓒ김윤경
종로소방서와 종로의용소방대가 쪽방촌을 찾아 삼계탕을 나눠 주는 행사를 진행했다. ⓒ김윤경
소방대원들 손에 삼계탕이 들려 있다. ⓒ김윤경
소방대원들 손에 삼계탕이 들려 있다. ⓒ김윤경

쪽방촌 골목은 몹시 좁았다. 두 사람이 나란히 걷기도 어려웠다. 그 길을 따라 종로소방서 대원들과 의용소방대원들이 걸어갔다. 저마다 손에는 삼계탕을 담은 봉투가 들려 있었다. 중복 아니랄까, 폭염 특보가 내린 날씨로 땀이 쏟아졌지만 아무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쪽방촌 철문을 열고 계단을 올라 삼계탕을 건네줬다. ⓒ김윤경
쪽방촌 철문을 열고 계단을 올라 삼계탕을 건네줬다. ⓒ김윤경

잠시 후 소방서장을 비롯한 소방대원들 서너 명이 작은 문을 열고 좁고 높은 계단을 따라 올라갔다. 소방대원들은 모두에게 안전을 위해 아래서 대기해 달라고 했다. 어둑어둑한 2층에서 안부 인사가 조그맣게 들려왔다.
  • 종로소방서 의용소방대가 함께 한 '사랑나눔 행복나눔 행사' ⓒ김윤경
    종로소방서와 종로의용소방대가 함께 한 '사랑나눔 행복나눔 행사' ⓒ김윤경
  • 올해는 삼계탕 팩으로 준비했다. ⓒ김윤경
    올해는 삼계탕 팩으로 준비했다. ⓒ김윤경
  • 종로소방서 의용소방대가 함께 한 '사랑나눔 행복나눔 행사' ⓒ김윤경
  • 올해는 삼계탕 팩으로 준비했다. ⓒ김윤경

7월 24일, 중복 하루 전 날, 종로소방서와 종로의용소방대는 창신동쪽방상담소 다목적실에서 쪽방촌 주민에게 삼계탕과 생수 등을 전달해주는 행사를 진행했다. ‘사랑나눔 행복나눔’이라 불리는 이 행사는 2021년부터 관내 쪽방촌을 중심으로 삼계탕을 전해 왔다.

“이번에는 고심하다 삼계탕 팩으로 준비했어요. 지난번에는 직접 끓여 드렸는데 데워 먹거나 보관하기 어렵다고 하시는 분도 계셔서요.”
쪽방 문을 열자 더운 열기가 전해졌다. ⓒ김윤경
쪽방 문을 열자 더운 열기가 전해졌다. ⓒ김윤경

소방대원과 의용소방대원은 거동이 힘든 몇몇 주민들을 위해 직접 배달을 도맡았다. 더운 날씨 속 쪽방 문이 열리자 열기가 올라왔다. “덥고 힘드셔서 그냥 계시는 듯한데 내가 청소라도 해드리고 싶네.” 한 여성 대원이 말했다. 소방서장과 상담소장은 어르신의 건강과 안부를 확인하고 삼계탕과 생수를 건네줬다. 두 봉지씩 넣은 삼계탕을 받아든 주민들은 고맙다는 인사를 건넸다.
  • 쪽방촌 골목에 설치된 소화기 ⓒ김윤경
    쪽방촌 골목에 설치된 소화기 ⓒ김윤경
  • 종로소방서는 쪽방촌 골목 곳곳마다 소방장비를 설치, 점검하고 있다. ⓒ김윤경
    종로소방서는 쪽방촌 골목 곳곳마다 소방장비를 설치, 점검하고 있다. ⓒ김윤경
  • 쪽방촌 골목에 설치된 소화기 ⓒ김윤경
  • 종로소방서는 쪽방촌 골목 곳곳마다 소방장비를 설치, 점검하고 있다. ⓒ김윤경

종로소방서는 이외에도 여름철이면 매일 쪽방촌 골목으로 나가 소방호수로 물을 뿌리고 골목에 소화기나 화재감지기를 설치, 점검하고 있다. 골목을 지나다 보니 소화기와 안전장치가 심심찮게 눈에 띄었다. 쿨링포그도 시원하게 물을 뿜고 있었다. 어딘들 필요하지 않은 곳은 없겠지만, 이곳에 설치돼 잘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종로소방서와 종로의용소방대가 쪽방촌 주민에게 삼계탕을 건네주고 있다. ⓒ종로소방서
종로소방서와 종로의용소방대가 쪽방촌 주민에게 삼계탕을 건네주고 있다. ⓒ종로소방서

“주민들이 좋아하시는 걸 보면 저희도 보람 있죠. 아무래도 환경이 열악하다 보니, 요즘 같은 더위에 무척 힘드시잖아요. 앞으로 이런 지원들이 많아지면 좋겠어요.” 행사를 마친 의용소방대원 박홍윤 총무가 답했다.  

서울특별시립 창신동 쪽방상담소

오늘 행사가 열린 <b>창신동쪽방상담소</b>는 2003년 동대문 쪽방상담센터로 개소해 2018년 서울특별시립 창신동쪽방상담소로 변경된 곳이다. 
서울특별시립 창신동쪽방상담소 ⓒ김윤경
서울특별시립 창신동쪽방상담소 ⓒ김윤경

이곳은 쪽방 주민의 인권을 보호하고 재활과 자립을 위한 기반을 조성하기 위한 취지로 운영되고 있다. 또 창신동 쪽방촌은 지난 2022년 서울시 오세훈 시장이 ‘약자와의 동행’을 본격화하며 첫 민생 현장 방문한 곳이기도 하다.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창신동쪽방상담소 내부에 세탁시설도 설치돼 있다. ⓒ김윤경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창신동쪽방상담소 내부에 세탁시설도 설치돼 있다. ⓒ김윤경

창신동쪽방상담소 문을 열자, 세탁기와 건조기가 2대씩 놓여 있었다. 세탁기 문에는 세탁시설은 평일 9~16시까지 이용 가능하다고 적혀 있다.

현재 이곳에는 간호사와 사회복지사 등 7명이 상주하며 거동이 어려운 주민을 위해 쪽방을 방문해 살피고 의료 기관에 연계하고 있다. 창신동쪽방상담소에는 현재 187여 명의 주민이 등록돼 있다. 성별, 거주 인원, 연령 등에 무관하게 쪽방으로 지정된 곳에 사는 사람이 대상이다.
쪽방 주민들이 만든 커피를 착한 가격에 판매하는 너나들이 카페 ⓒ김윤경
쪽방 주민들이 만든 커피를 착한 가격에 판매하는 너나들이 카페 ⓒ김윤경

이곳 상담소 특화사업은 두 가지. 자활작업장인 카페와 공동주방이다. 건물 왼편에 보이는 자활작업장 ‘너나들이 카페’를 통해 주민의 기술 습득 및 사회적 역량을 강화하고 자립하게끔 돕는다. 카페에서는 쪽방 주민들이 만든 아메리카노를 1,500원(아이스는 2,000원)이라는 착한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
공동주방지역사회와 함께 명절이나 마을 행사 동안 주민들이 모여 음식을 만들며 나눈다.

“주민들이 상담소에 오시면 세탁시설을 자주 이용해요. 특히 동행식당동행목욕탕도 좋아하시는데요. 동행식당은 일정하게 적립금을 넣어드리고, 동행목욕탕은 월 2~4회 이용권을 제공해드리고 있어요.” 창신동쪽방상담소 담당자가 관련 사업에 대해 들려줬다.
쪽방촌으로 향하는 소방대원들 ⓒ김윤경
쪽방촌으로 향하는 소방대원들 ⓒ김윤경

더운 여름, 물불을 가리지 않는 소방대원들이 주변의 쪽방촌을 찾아다니며 살피는 모습이 훈훈했다. 그런 훈훈함이 담긴 삼계탕 맛도 좋았으리라. 무더위 속에 더 더운 환경에서 지내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잊고 살았던 건 아닌지, 스스로 되물었다. 돌아오는 길 기온은 여전히 30도를 넘었지만, 기분은 확실히 달랐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꾸준히 이어지길 응원한다. 

서울시립 창신동쪽방상담소

○ 위치 : 서울시 종로구 종로 54길 29-3
○ 운영일시 : 평일 9:00~18:00(주말 및 공휴일 휴무)
○ 문의: 02-3672-1264          

시민기자 김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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