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정지 시민 구한 '펌뷸런스' 대원들, 긴박했던 3분 20초!

시민기자 김재형

발행일 2022.02.28. 16:54

수정일 2022.05.11. 16:25

조회 1,618

[우리동네 시민영웅] ① '펌뷸런스' 있어 안심! 서대문구 소방대원을 만나다
서울 곳곳을 밝히는 '우리동네 시민영웅'을 찾아서...
서울 곳곳을 밝히는 '우리동네 시민영웅'을 찾아서...
코로나19로 더욱 웃을 일이 없어진 요즘입니다. 각박한 세상살이지만, 찬찬히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빙그레' 웃음 짓게 하는 숨은 영웅도 참 많습니다. 내 주머니보다는 이웃의 한끼를 걱정하는 영웅, 위험한 순간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웃을 먼저 생각하는 영웅, 세상의 변화를 이끌고자 작은 실천을 옮기는 영웅... 우리 주변의 많은 영웅들 덕분에 세상은 아직 살맛 나는 곳이 됩니다. <내 손안에 서울> 에서는 세상을 훈훈하게 만드는 영웅, 주변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영웅, 우리동네 화제의 영웅을 찾아 소개합니다. 세상을 훤하게 비추는 '우리동네 시민영웅' 그 첫번째 시리즈로 서대문소방관들을 만나 보았습니다.  
연희동에서 심정지 환자를 구한 서대문소방서의 소방관들을 만났다. ⓒ김재형
연희동에서 심정지 환자를 구한 서대문소방서의 소방관들을 만났다.ⓒ김재형

지난 1월 12일,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50대의 한 남성이 길을 걷던 중 심정지를 일으켰다. 이런 위급한 상황에서는 보통 119구급대가 출동한다.  

하지만 이날은 심정지 환자를 응급 처치하기 위해 서대문소방서의 '펌뷸런스'가 출동했다. 당시 연희동 인근 구급대는 다른 신고로 전부 출동하여 서대문소방서 현장대응단 펌프차가 출동할 수밖에 없었다.

커다란 '펌뷸런스'에서 내린 서대문소방서 이근세 진압대장과 장세진 소방관은 구급장비를 사용해서 즉시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펌뷸런스(Pumbulance)'란 소방펌프차(Pump)와 구급차(Ambulance)의 합성어이다. 화재를 진압하는 데 사용하는 소방펌프차에 응급구조자 자격을 보유한 소방관을 대동하고 응급장비를 비치해 119구급대의 공백을 메우고 있다.

이어서 곧바로 119구급대가 도착했고, 김정은 구급대원은 보다 전문적인 응급처치를 실시해서 안전하게 환자를 병원으로 이송했다.
서대문소방서에 출동 대기 중인 차량 ⓒ김재형
서대문소방서에 출동 대기 중인 차량 ⓒ김재형

서대문소방서에 따르면 코로나로 인해 119구급대의 출동이 많아지고, 환자를 돌보는 시간도 지연되면서 '펌뷸런스'가 출동하는 빈도가 코로나 이전보다 늘었다고 한다. 

이날 사고 현장에 출동했던 소방대원들을 만나 당시의 생생한 상황을 확인해 봤다.
평소 훈련한 대로 침착하게 
현장에서 각자 역할에 충실했을 뿐이죠
이근세 진압대장
현장대응단 이근세 진압대장ⓒ김재형
현장대응단 이근세 진압대장 ⓒ김재형

"사고 당일 구급대원들은 다른 현장에 나가 있었지요. 그러던 중 심정지 환자가 발생했다는 출동명령을 받고 곧바로 현장에 투입됐습니다. 펌프차는 화재를 진압하는 데 사용되지만, 비상 상황을 대비해서 자동심장충격기, 경추보호대, 붕대 등을 비치해 두고 응급구조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심정지와 같은 응급상황에서는 4분 이내에 조치를 하는 골든타임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이근세 진압대장은 심정지로 인해 행인이 쓰러지자, 목격한 시민들이 곧바로 구조요청을 해줬고 다행히 대로변이라서 펌뷸런스가 곧바로 도착할 수 있었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2급 응급구조사 자격증을 취득했고 소방경력 30년이 넘는 현장 경험까지 겸비한 베테랑 소방관이다.

"현장에 도착하는 순간까지 계속 상황을 파악합니다. 소방관마다 각자 임무가 있기 때문에 저는 곧바로 환자의 의식을 확인했습니다. 호흡과 맥박이 없는 것을 확인했으며, 총 2회 전기 충격을 시도했습니다. 수시로 펌프차 대원들이 응급상황을 가정해 연습하고 있기 때문에, 손발이 척척 맞게 각자 역할을 수행할 수 있었습니다" 

이근세 진압대장은 당시 화재진압을 마치고 소방서로 돌아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 장비정비를 하던 찰나에 곧바로 심정지 환자 응급처치에 나서게 됐고, 다행히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같이 출동한 대원들 역시 자신감도 생겼고 사기도 충전됐다"며 "대원들에게 고맙다"는 인사의 말도 잊지 않았다.
소방펌프차를 타고 처음으로 살린 응급환자라
스스로도 많이 놀랐고 뿌듯했어요
장세진 소방관
장세진 소방관 ⓒ김재형
장세진 소방관 ⓒ김재형

"저는 지난 1년여 간 소방펌프차를 탔고 그전에는 행정과 구급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소방펌프차 보직을 맡은 상황에서 응급환자를 살린 게 처음인데 스스로에게도 많이 놀랐습니다. 대개 응급환자는 119구급대가 출동하지만, 최근에는 소방펌프차에도 장비를 비치하고 교육을 통해 응급구조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이처럼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어서 보람을 느낍니다."

장세진 소방관은 이근세 진압대장의 현장 판단에 따라 곧바로 자동심장충격기를 이용해 흉부압박을 시작했다. 이내 맥박이 서서히 회복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현장 도착 후 3분 20초만이었다.

현장에선 코로나 확진을 대비하기 위해 5종 보호복까지 추가로 착용해야 한다. 응급상황을 대비해 열심히 훈련한 결과, 시민의 소중한 생명을 살릴 수 있었다며 그는 웃음을 보였다.

"나중에 CCTV를 보니 시민들이 사고 현장을 빠르게 발견했고  곧바로 신고를 해주셨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자신의 옷을 벗어 환자 체온을 유지시켜주고 팔다리를 주물러 주는 등 대처를 잘 해주셨습니다. 시민들의 도움도 아주 컸습니다."

장세진 소방관은 "소방관으로 근무하다 보니 위험한 일을 겪을 때도 많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기에 현장을 일일이 기억하지 못하지만, 몇 년 후에라도 도움을 받은 시민들이 찾아와서 고맙다는 인사를 건넬 때 소방관이 되길 잘 했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시민들의 빠르게 신고한 점, 차량 진입이 용이했던 점,
소방관들이 침착하게 처치한 점,
삼박자가 척척 잘 맞았어요 
김정은 구급대원
구급대 김정은 구급대원ⓒ김재형
구급대 김정은 구급대원ⓒ김재형

"코로나로 인해서 현장에 출동하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더구나 환자 한 명, 한 명에게 투입되는 시간이 늘어나서 위급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출동이 지연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당시에 저는 화재 현장에서 대기하던 중 주변에 심정지 환자가 발생했다는 무전을 듣고 현장으로 이동했습니다. 다행히 몇 분 먼저 도착한 펌뷸런스 대원들이 심정지 환자에게 일차적으로 조치를 해줘서, 맥박이 뛰고 자가 호흡을 하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구급대 김정은 구급대원은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을 떠올리면서 '삼박자'가 잘 맞아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고 전했다. "가장 먼저 심정지 환자를 발견한 시민들이 신고를 빨리해 준 점, 펌뷸런스 차량이 곧바로 진입할 수 있는 대로변이었던 점, 평소 화재를 진압하는 펌뷸런스 소방관들이 침착하게 심폐소생술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점, 삼박자가 척척 맞았다"고 말했다.

"119구급대의 출동 공백을 펌뷸런스구조대가 너무 잘 채워줘서 감사할 뿐입니다. 초동조치가 잘 이뤄진 채 환자분을 병원으로 이송할 수 있었습니다.

김정은 구급대원은 현장에서 구조된 50대 시민이 다행히 치료를 잘 받아 현재는 퇴원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119구급대의 출동 공백을 대비해 준 펌뷸런스 출동 시스템에 대해 다시 한번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김정은 구급대원은 "일반 시민들도 심폐소생술에 대한 교육을 받으면 구급대가 도착하기 전 가장 빠른 조치를 해 줄 수 있습니다. 그만큼 귀중한 시민들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것이죠"라며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예전처럼 심폐소생술 실습교육을 자주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우울한 소식이 많았던 요즘, 모처럼 서대문구소방대원을 만나고 행복한 기운을 가득 얻었다. 귀한 목숨을 구하고도 주변에 있던 시민들에게 기꺼이 공을 돌리며, 할 일을 했을 뿐이라던 소방대원들. 그들이 전하는 훈훈한 온기에 가슴이 뜨거워졌다. "당신이 바로 우리의 영웅입니다!"

시민기자 김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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