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급제요~” 한옥도서관서 펼쳐진 어린이 과거시험 체험

시민기자 방금숙

발행일 2024.04.22. 11:00

수정일 2024.04.22. 14:25

조회 253

4월 10일 못골한옥어린이도서관에서 과거시험을 재현한 행사가 진행됐다. ⓒ방금숙
4월 10일 못골한옥어린이도서관에서 과거시험을 재현한 행사가 진행됐다. ⓒ방금숙

봄꽃이 흩날리던 지난 4월 10일 토요일, 강남구립 못골한옥어린이도서관 마당에서는 때아닌 과거시험이 펼쳐졌다. 도서관 주간 행사로 열리는 ‘어린이 과거시험 일필휘지(一筆揮之)’ 프로그램이다.
어린이 과거시험 일필휘지 행사 ⓒ방금숙
어린이 과거시험 일필휘지 행사 ⓒ방금숙

2018년부터 시작한 어린이 과거시험 일필휘지는 옛 선조들의 등용문이었던 과거시험을 현대적으로 재현한 프로그램이다. 미리 선정된 책을 읽고 책에서 얻은 가르침을 되새기는 자리로 마련됐다. 매년 약 30명의 초등학생이 유생 의상을 입고 도서관 마당에서 글쓰기 경연과 오문오답 문제풀이를 해 오고 있다.
유생 의상을 입은 아이들이 시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방금숙
유생 의상을 입은 아이들이 시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방금숙

오후 4시가 되자 너른 앞마당에는 이색 풍경이 펼쳐졌다. 도포를 차려입은 고학년·저학년 26명의 학생들은 물론 지역 주민이 임금, 신하, 포졸 등으로 실감나게 분장해 과거시험의 현장감을 살렸다.
당일 자리에서 여행과 약속이라는 두 가지 글쓰기 시제가 발표됐다. ⓒ방금숙
당일 자리에서 여행과 약속이라는 두 가지 글쓰기 시제가 발표됐다. ⓒ방금숙

긴장한 아이들이 제 자리를 찾아 앉자 글쓰기 시제 ‘여행’과 ‘약속’이 발표됐다. 낯선 과거시험에 조금은 주춤하던 아이들은 골똘히 생각을 하고 이내 진지한 자세로 글을 빼곡하게 채워 나갔다. 
아이들이 진지한 자세로 과거시험에 임하고 있다. ⓒ방금숙
아이들이 진지한 자세로 과거시험에 임하고 있다. ⓒ방금숙
임금, 신하 등 복장을 한 지역 주민이 시험을 감독하고 있다. ⓒ방금숙
임금, 신하 등 복장을 한 지역 주민이 시험을 감독하고 있다. ⓒ방금숙

다음은 오문오답 독서퀴즈 시간이었다. 올해 선정도서는 고학년, 저학년으로 나눠 <사랑 손님과 어머니>, <고구마>로, 미리 책을 읽고 퀴즈를 풀면 된다. 얼마나 열심히 준비를 했는지 1분도 안 돼 쓱쓱 답을 적어 내려 가는 참가자도 눈에 띄었다.
막간을 이용해 학부모 오행시 짓기 행사가 열렸다. ⓒ방금숙
막간을 이용해 학부모 오행시 짓기 행사가 열렸다. ⓒ방금숙
'도서관 주간'을 주제로 오행시 짓기를 하고 있다. ⓒ방금숙
'도서관 주간'을 주제로 오행시 짓기를 하고 있다. ⓒ방금숙

심사위원들이 글짓기와 퀴즈를 채점을 하는 막간을 이용해 학부모 오행시 짓기 행사가 이어졌다. 오랜만에 보는 시험에 학부모들 역시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도서관 앞마당에서 전통극 춘향전 공연이 펼쳐졌다. ⓒ방금숙
도서관 앞마당에서 전통극 춘향전 공연이 펼쳐졌다. ⓒ방금숙

이어서 전통극 <춘향전> 공연도 펼쳐졌다. 춘향이와 이몽룡, 변사또까지 세 명만이 등장하는데도 내용이 다 전달되는 군더더기 없는 공연이었다. 고즈넉한 한옥 마당에서 울려 퍼지는 판소리는 극히 자연스러웠고 코앞에서 펼쳐지는 라이브 공연의 묘미 역시 색달랐다.
장원급제를 한 서울대왕초등학교 5학년 김민서 학생이 상을 받고 있다. ⓒ방금숙
장원급제를 한 서울대왕초등학교 5학년 김민서 학생이 상을 받고 있다. ⓒ방금숙

이날 장원급제를 한 김민서(서울대왕초 5학년), 김다빈(서울일원초 2학년) 학생에게는 마패와 상장이 수여됐다. 참가자 전원에게도 교지와 작은 선물이 주어졌다. 
장원급제를 한 김다빈, 김민서 학생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방금숙
장원급제를 한 김다빈, 김민서 학생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방금숙

행사를 주관한 못골한옥어린이도서 윤경희 관장은 “과거시험을 그대로 재현해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조상들의 현명한 삶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사자소학과 전통놀이 등 도서관 프로그램 못골서당을 맡고 있는 안소연 훈장도 “해를 거듭할수록 아이들이 진지하게 과거시험에 임하는 것 같다”며 “도서관의 작은 행사지만 부모의 노력으로 다양한 경험을 한 아이들에겐 이 자체가 미래를 위한 자양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온돌방에 앉아 책을 읽을 수 있는 자양당 ⓒ방금숙
온돌방에 앉아 책을 읽을 수 있는 자양당 ⓒ방금숙

못골한옥어린이도서관은 강남구 자곡동 대모산이 배경으로 펼쳐지는 곳에 자리했다. 수서역에서 버스로 10분이면 닿는다. 우리 고유의 멋스러운 한옥에서 독서를 즐기고 넓은 마당에서 마음껏 뛰놀며 누구나 쉬어갈 수 있는 힐링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곳은 ‘한옥’의 특색을 살려 과거시험은 물론 화롯불 동화, 못골서당, 전통 장 담그기 체험 등 전통문화 프로그램이 연중 다채롭게 진행 중이다. 설날, 추석, 단오, 동지 등 4대 명절에는 남산골한옥마을 못지않은 전통놀이 체험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도서관 누리집 공지를 통해 행사 참여 신청을 할 수 있다.

못골한옥어린이도서관

○ 위치 :서울시 강남구 자곡로 7길 3
○ 이용시간 : 화~금 09:00~18:00 / 주말 09:00~17:00
○ 휴관일 : 매주 월요일, 법정공휴일
누리집
○ 문의 : 02-2226-5930

시민기자 방금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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