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장 담그기 딱 좋은 때, 못골한옥어린이도서관 '장 담그기' 행사

시민기자 최윤정

발행일 2022.03.04. 11:06

수정일 2022.03.04. 17:54

조회 1,311

못골한옥어린이박물관에서 전통 장 담그기 나눔행사가 열렸다
못골한옥어린이박물관에서 전통 장 담그기 나눔행사가 열렸다 ©최윤정

장맛이 좋은 집이 복도 많다

'뚝배기보다 장맛이다. 장맛이 있는 집이 복도 있다'란 속담에서 알 수 있듯이 장은 우리나라 음식의 뿌리이자 없어서는 안 될 양념이다. 조선의 궁궐에서는 장고마마를 따로 두어 아침 저녁으로 관리하였다고 한다. 

어떤 음식과도 잘 어울리는데다 건강에도 도움되는 과학적인 발효식품인 장은 이맘 때가 가장 담그기 좋은 계절이라고 한다. 농가의 1년을 담은 <농가월령가>에서도 “3월은 인가의 요긴한 일, 장 담그는 정사로다”라 하여 이른 봄, 손 없는 날을 특별히 정해 장을 담궜다고 한다. 

2019년부터 전통 발효식문화육성 장류반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서울시농업기술센터는 전통방식의 우수성을 알리고 바른 먹거리 인식을 위해 '장 담그기 체험나눔의 행사'를 지난 2월 26일 강남구 자곡동 못골한옥어린이도서관에서 열었다. 

본 행사는 장 담그기를 시작으로 4월은 장 가르기, 10월은 장 나누기로 마무리된다. 사전 신청으로 참여한 초등학생부터 어른까지 전통방식을 이해하고 힘을 모은 현장이었다.  
장 담그는 날은 마을의 잔치였다. 노인복지관의 사물놀이 버스킹도 분위기를 한껏  돋웠다.
장 담그는 날은 마을의 잔치였다. 노인복지관의 사물놀이 버스킹도 분위기를 한껏 돋웠다. ©최윤정

달아 달아 밝은 달이 장독대에 비춰주네~

옛날 장 담그는 날은 가정뿐 아니라 온 마을의 중요한 행사요, 잔치였다. 그 분위기가 2022년 서울에서 재현되는 듯했다. 인근 강남노인종합복지관 사물놀이 공연단의 흥겨운 입장과 그 해 농사와 장류가 잘 되기를 기원하는 어르신들의 덕담에 시작부터 어깨가 들썩거린다. 못골한옥어린이도서관의 멋스러움과 한복을 곱게 입은 어른과 아이들, 신명나는 사물놀이까지 장 담그는 일이 이렇게 즐거울 수 있을까 모두들 기대가 되는 표정이다.   

과학적인 전통방식에 놀랐어요

“은근한 온기를 담은 황토 온돌방에 볏짚을 깔고 7일 간 흰곰팡이를 피우고 그 이후 18도를 유지해서 45일 간 띄운 메주….” 장의 기본이 되는 메주 만들기부터 항아리 소독, 간수를 내린 소금, 시기별 달라지는 소금의 양 등 전통 방식의 장은 상당히 체계적이고 과학적이다. 게다가 장독대의 위치, 바람의 영향, 햇볕을 받고, 덜 받고도 맛에 영향을 준다. 같은 재료를 써도 집집마다 장맛이 달라지는 이유다.   
얘들아! 메주 냄새 처음 맡아보니 구~수하지?
얘들아! 메주 냄새 처음 맡아보니 구~수하지? ©최윤정
메주콩을 삶아 네모지게 만들어 말려 발효된 메주는 영양덩어리다.
메주콩을 삶아 네모지게 만들어 말려 발효된 메주는 영양덩어리다. ©최윤정

고추장의 공업화율이 90%인 것에 반해 된장은 30% 수준이라고 한다. 그만큼 시제품이 집된장의 깊은 맛을 내기가 어렵다는 의미이다.  당일 행사는 메주 띄우기와 장독대 소독을 제외했음에도 1시간 가까운 수작업을 거쳤다. 아이들이 직접 메주의 먼지를 닦아내고 손이 시려운 것도 참아내며 소금물의 염도를 재본다. 처음 보는 시루에 면보를 씌워 소금물을 내리는 과정에 신기해 한다. 어른들은 무거운 것을 옮겨주고 강사의 지휘 아래 온 가족이 힘을 모으니 박자도 착착 맞는다. 메주에서 된장과 간장이 나온다는 사실, 장맛이 변하지 않도록 장독에 고추와 숯으로 금줄을 치는 것도 새롭게 배웠다는 아이들이다.
전통방식을 최대한 살려본다. 낯선 시루가 신기하다.
전통방식을 최대한 살려본다. 낯선 시루가 신기하다. ©최윤정
맛을 유지하고 부정을 막기위한 금줄. 장독대는 가족의 건강보고였다.
맛을 유지하고 부정을 막기위한 금줄. 장독대는 가족의 건강보고였다. ©최윤정

어릴 때 먹었던 칼칼한 조선간장 맛 그리워

옛날 먹었던 칼칼한 조선 간장맛이 그리워서 혹은 부드럽고 덜 짠 집 된장의 맛을 배우고 싶어서 참여하게 된 가족들은 “오늘 행사 과정 모두를 사진에 담고 싶을 정도로 좋은 추억을 만들었다”며 만족했다. 오늘 담근 장은  2달 후 된장과 간장으로 가르기를 거쳐 10월 참여한 가족 식탁에 오를 예정이다.         

진행을 맡은 서울 3대째 장 담그기 내림솜씨 보유자인 조숙자 강사는 “어머님들이 배워서 자녀들에게 꼭 인수인계해야 한다”며 장류만큼은 집에서 꼭 담궈먹기를 여러 번 당부했다. 우리 세대가 배우기를 거부하면 우리 아이들은 더 더욱 집된장과 조선간장의 깊은 맛에서 멀어지게 된다.  

메주콩 삶기, 띄우기란 힘든 과정을 뺐으니 올해 깨끗한 항아리에 적당한 소금을 넣어 우리집만의 맛있는 장을 담궈보는게 어떨까?
장 담그기 나눔행사가 열린 자곡동 못골어린이한옥도서관
장 담그기 나눔행사가 열린 자곡동 못골어린이한옥도서관 ©최윤정

서울시 농업기술센터

○ 우리음식교육: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전통장 담그기, 전통차, 전통장아찌, 전통음식 만들기 대면·비대면 프로그램이 서울시농업기술센터 홈페이지를 통해 공고된다. 참여는 서울시농업기술센터 홈페이지 내 우리음식교육을 통해서 하면 된다.
○ 서울시 농업기술센터 주소 : 서울시 서초구 헌인릉 1길 83-9 (내곡동 1-774)
○ 문의 : 02-459-8005

시민기자 최윤정

서울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서울의 혜택을 누리며 살았으니 좋은 장소와 취지를 공유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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