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대거 출현한 '원앙'을 찾아서…중랑천부터 창경궁까지
발행일 2024.01.25. 14:15
용비쉼터에는 ‘중랑천 하류 철새보호구역’ 조형물이 있다. 그 뒤로 봄날 튤립이 아름답게 조성됐던 용비휴식정원이 이어진다. ⓒ이선미
‘중랑천에 원앙 200마리가 찾아왔다’고 언론이 대서특필했다. 한겨울 무채색 중랑천에 화려한 외양을 가진 원앙새가 무리지어 모여 있는 풍경이 보고 싶었다. 금요일 저녁 무렵 응봉역에서 용비교 쪽으로 향했다. 지난해 봄날 튤립을 보러 왔던 용비휴식정원은 또 새로운 봄을 위해 더 많은 식물을 식재하는 것인지 조성공사 중이었다.
‘철새보호지역’인 중랑천이어서 하천 쪽으로 새들을 관측할 수 있도록 망원경을 설치해 놓았다. 새들이 멀리 있다 보니 육안으로 구별하기도 어려운데 망원경을 통해 아주 가깝게 잘 볼 수 있었다. 새들에게 위협이 되지 않으면서 잘 살펴볼 수 있어 좋았다.
시민들이 하천 쪽으로 설치해 놓은 망원경을 통해 새들을 관찰하고 있다. ⓒ이선미
그런데 아무리 봐도 원앙은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다른 곳에 모여 있는 모양이었다. 문득 중랑천 어디에 가서 원앙을 만날 수 있을까 막연해졌다. 기사를 보고 원앙을 찾아 온 시민들도 많아 보였다. 시민들이 조금 설레보였다. 오가며 서로에게 물었다.
“원앙 보셨어요?”
산책 나온 동네 아주머니들이 대답하며 지나갔다.
“저기 다리 아래 원앙이 몇 마리 있어요.”
용비교로 올라갔다. 망원렌즈로 새를 찍는 시민도 있고 오며가며 스마트폰을 꺼내 들기도 했다. 찬찬이 내려다보니 원앙들이 그늘 속 돌에 앉아 있었다. 별 움직임 없이 앉아 있어서 구분이 쉽지 않았다.
“원앙 보셨어요?”
산책 나온 동네 아주머니들이 대답하며 지나갔다.
“저기 다리 아래 원앙이 몇 마리 있어요.”
용비교로 올라갔다. 망원렌즈로 새를 찍는 시민도 있고 오며가며 스마트폰을 꺼내 들기도 했다. 찬찬이 내려다보니 원앙들이 그늘 속 돌에 앉아 있었다. 별 움직임 없이 앉아 있어서 구분이 쉽지 않았다.
한 시민이 스마트폰으로 용비교 아래 있는 원앙을 찍고 있다. ⓒ이선미
이틀 뒤, 이번에는 오전 시간에 다시 중랑천을 찾았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용비쉼터부터 성동교 사이에서 원앙을 만났다고 해서 오랫동안 걸으며 새들을 만날 생각이었다. 응봉교를 지나는데 물살이 급히 흐르는 여울에 많은 종류의 새들이 있었다. 먹이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겠지만 물길을 거슬러 오르거나 물살을 타고 노는 새들의 테마파크로 보이기도 했다.
응봉교 인근 여울에 많은 새들이 모여 있다. ⓒ이선미
이번에는 성동교 아래에 원앙이 많이 보였다. 저 멀리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이 너무 앙증맞았다. 더 잘 보고 싶었지만 멀리 있어서 아쉬웠다. 원앙 역시 많은 새들이 그런 것처럼 수컷이 화려하다. 잿빛을 띤 암컷은 좀처럼 눈에 들어오지 않지만, 가만히 잘 살펴보면 수컷들 틈에서 암컷을 발견할 수 있다.
성동교 아래에 많은 원앙이 무리지어 있다. ⓒ이선미
살곶이다리 쪽으로 데크가 조성돼 있었다. 원앙이 대거 출현했다는 기사에 염려스러운 이야기들도 보였다. 주변을 깨끗하게 정비하는 건 우리에게는 더 안전하고 좋아 보이는 환경이지만 새들에게는 우거진 덤불이 필요하다고 한다. 둥지를 만들고 알을 품고 천적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원래 응봉교 주변에 철새들이 많았는데 이 구간이 공사를 하고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져 성동교 쪽으로 옮긴 것으로 보인다고도 했다. 동시에 원앙 200마리가 찾아와 뉴스가 됐지만 실제로 중랑천을 찾아온 철새의 숫자는 예년에 비해 줄어들었다는 의견도 있었다.
산보 나온 어르신들도 여러 차례 얘기해주셨다. “전에는 원앙이 많았어요. 그리고 며칠 전에도 꽤 많이 보이더니 지금은 별로 없네요.” 어르신들은 매일 중랑천을 오가시다 보니 새들이 언제 어디에 나오는지도 자연스럽게 아시는 것 같았다. 원앙을 찾아 온 시민들에게도 몇 마리라도 볼 수 있는 곳을 알려주곤 하셨다.
산보 나온 어르신들도 여러 차례 얘기해주셨다. “전에는 원앙이 많았어요. 그리고 며칠 전에도 꽤 많이 보이더니 지금은 별로 없네요.” 어르신들은 매일 중랑천을 오가시다 보니 새들이 언제 어디에 나오는지도 자연스럽게 아시는 것 같았다. 원앙을 찾아 온 시민들에게도 몇 마리라도 볼 수 있는 곳을 알려주곤 하셨다.
잘 정비된 데크 길에서 시민이 중랑천의 새를 찍고 있다. ⓒ이선미
중랑천은 철새보호구역으로 관리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살곶이다리 동쪽 청계천과 만나는 지점부터 서쪽의 성동교를 지나 응봉교 근처가 특히 새들이 많이 찾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청계천과 중랑천이 만나는 곳이다 보니 서로 다른 물길에서 사는 생물들 덕분에 새들에게도 더 다양하고 풍부한 서식 환경이 된다고 한다.
살곶이다리를 중심으로 동서쪽 주변이 새들의 좋은 서식처라고 한다. ⓒ이선미
살곶이다리를 건너가 물길을 살펴보니 멀리 원앙들이 보였다. 흐린 날인데다 워낙 멀리 있어서 숨은 그림 찾기 하듯 원앙을 찾아야 했다. 갖고 있는 망원렌즈로는 선명하게 그 예쁜 모습을 담아올 수가 없었다. 하지만 망원렌즈로 들여다보는 물가 풍경은 참 좋아보였다. 갖가지 새들이 토닥이기도 하면서 함께 풍경을 이루고 있었다.
물가에서 어우러져 있는 새들. 잘 보면 원앙 수컷과 암컷, 물닭들이 놀고 있다. ⓒ이선미
물살이 센 곳에서 새들은 먹이를 찾고 돌 위에 앉아 휴식을 취하기도 한다. ⓒ이선미
창경궁에는 텃새가 된 원앙이 있어요
원앙은 부부의 화합을 상징하는 새로 천연기념물 제327호로 지정되기도 했다. 원래 철새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많은 수가 텃새화돼 전국에서 만날 수 있는 새이기도 하다. 중랑천에서 너무나 멀리 있는 원앙을 보다가 창경궁 춘당지 원앙이 생각났다. 일부러 원앙을 보러 간 적이 없었는데, 이날은 순전히 원앙을 보러 창경궁을 찾았다.
원앙들은 한자리에 앉아 꼼짝을 하지 않았다. ⓒ이선미
수많은 원앙이 중랑천을 찾았다는 소식이 반가워 가까이에도 ‘우리 원앙’이 있다는 사실을 깜빡 잊고 있었다. 유유히 수면을 노닐어주기를 바랐지만 춘당지의 원앙들도 섬에 앉아 움직이지 않았다. 한참을 기다려도 그 모습 그대로였다.
관람객들 가운데는 돌을 던지거나 먹이를 줌으로써 원앙들을 유인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았다. 원앙에게 먹이를 주지 말라는 안내표지가 세워져 있었다. “원앙은 카메라 렌즈보다 더 넓은 세상으로 가야 합니다.”
관람객들 가운데는 돌을 던지거나 먹이를 줌으로써 원앙들을 유인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았다. 원앙에게 먹이를 주지 말라는 안내표지가 세워져 있었다. “원앙은 카메라 렌즈보다 더 넓은 세상으로 가야 합니다.”
춘당지에는 원앙에게 먹이를 주지 말라는 당부 표지가 있었다. ⓒ이선미
새해의 첫 달, 문득 겨울철새 원앙 덕분에 가까이 있는 것들의 소중함을 생각해볼 수 있었다. 네잎클로버는 ‘행운’의 상징이지만 세잎클로버의 꽃말은 ‘행복’이라고 하는데, 일상에서 행복의 요소들을 알아보고 누리는 한 해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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