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현궁에서 동지 맞이 팥죽 먹고, 역사도 공부하고! 뜻깊은 하루

시민기자 박세호

발행일 2023.12.27. 09:00

수정일 2023.12.27. 11:20

조회 1,429

12월 22일 운현궁에서는 동지 맞이 행사를 진행했다. ⓒ박세호
12월 22일 운현궁에서는 동지 맞이 행사를 진행했다. ⓒ박세호

운현궁은 그 유명한 역사의 주인공인 흥선대원군의 사저(私邸)이며, 대원군의 아들이면서 조선왕조 최후의 왕인 고종 임금의 잠저(潛邸: 왕이 되기 전 거주하였던 가옥)이기도 하였다. 대원군이 최고 권력의 정점에 있던 기간이었기에 운현궁은 사저이면서도 그 규모와 시설이 궁의 규모에 필적할만한 곳이었다(지금은 아주 많이 축소된 형태임).

이곳 운현궁에서 <운현궁에서 맞이하는 작은 설, 동지> 행사를 지난 12월 22일 오전 11시~오후 4시까지 진행하여 시민들을 즐겁게 해주었다. ‘작은 설’로 불리는 동지를 맞이해 절기상 동지에 접어드는 오후 12시 27분, 시민들과 팥죽을 나눠 먹으며 액운을 쫓아내고, 2024년 청룡의 해를 맞아 행운을 맞이하기를 기원하였다. 동지는 일 년 중에서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이다.
동지 팥죽 나눔 장소에서 누구에게나 따뜻한 한 그릇을 선사한다. ⓒ박세호
동지 팥죽 나눔 장소에서 누구에게나 따뜻한 한 그릇을 선사한다. ⓒ박세호

조상들은 동지를 '작은 설'이라고 해서 “동지에 팥죽을 먹어야 나이가 한 살 더 먹는다”고 했다. 팥죽은 찹쌀로 경단을 빚은 후 팥을 고아 만든 죽에 넣고 끓여서 만든다. 기자의 어린 시절에는 세시절기에 따라 반드시 먹어야 하는 음식이어서, 온 식구가 둘러앉아 추운 겨울 뜨거운 팥죽을 먹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행사에 늦지 않으려고 12시 반경 헐레벌떡 운현궁에 도착했는데, 벌써 사람들이 많이 와 있었고 한 편에서는 팥죽을 먹는 사람들로 제법 열기를 돋우고 있었다.
운현궁의 따뜻한 팥죽 한 그룻 ⓒ박세호
운현궁의 따뜻한 팥죽 한 그룻 ⓒ박세호

이날 ‘액운타파’ 팥죽나눔, ‘팥들었슈’ 팥 막걸리 나눔 등 재미있는 이름으로 즐겁게 액운을 쫓는 행사를 열어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 주었다. 공예체험(팔버선 열쇠고리 만들기, 한지 제기 만들기 등)과 전통놀이체험(투호, 윷놀이, 딱지치기 등)을 자유롭게 즐길 수 있다고 했는데, 일찍 나오느라 공예체험은 해보지 못했다.

동지를 맞아 가까운 친구들이나 동료들 그리고 가족 단위로 많이 왔는데, 특히 눈에 띈 것은 아이들을 데리고 온 부모들과 단체였다.
남녀노소, 내외국인 할 것 없이 전통 놀이마당을 찾았다. ⓒ박세호
남녀노소, 내외국인 할 것 없이 전통 놀이마당을 찾았다. ⓒ박세호
 차례대로 서서 활쏘기를 해보는 어린이들 ⓒ박세호
차례대로 서서 활쏘기를 해보는 어린이들 ⓒ박세호
 윷놀이를 즐기는 시민들 모습 ⓒ박세호
윷놀이를 즐기는 시민들 모습 ⓒ박세호

그리고 외국인들도 두 세 팀이 섞여 있었는데, 이들은 자연스럽게 주변 사람들과 어울렸다. 어린이들은 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활쏘기에 여념이 없었고, 그 뒤쪽에서는 윳놀이 판이 벌어졌다. 큰 윳가락을 두 손 모아 하늘 높이 던지는 모습이 마치 두 손 모아 소원을 비는 모양 같이 보였다. 그러나 어른들처럼 윳판을 놓고 말을 쓰면서 왁자지껄 떠드는 광경은 보이지 않는다. 

거기서 한참 떨어진 곳은 투호 던지는 장소인데, 어른아이 가리지 않고 이 사람 저 사람 도전을 해보는데 모두들 던지는 창이 생각만큼 통 속에 잘 안 들어간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어르신들이 따뜻한 양지에서 두런두런 옛 이야기를 나누신다. ⓒ박세호
어르신들이 따뜻한 양지에서 두런두런 옛 이야기를 나누신다. ⓒ박세호

오후 들어서 햇빛이 활짝 눈부시게 빛나자 화살촉도 그렇고, 윷가락도 그렇고 또 투호 기구들도 반짝반짝 빛나면서 흥취를 돋워준다. 전통놀이 코스를 여기 저기 섭렵한 후엔, 소슬 대문 아래를 통과하여 이로당, 노안당, 노락당 등 집안에 또 집이 있고, 방들이 있는 사랑채와 안채로 들어가 오래된 고가에서 세월의 자취를 따라 둘러보며 견학을 하는 모습들이 정겹게 보였다. 툇마루엔 햇볕을 쬐려고 양지가에 어르신들이 한 줄로 앉아서 두런두런 대화에 여념이 없다. 
상설 유물전시실에서 유물과 설명도표를 꼭 보고 오자. ⓒ박세호
상설 유물전시실에서 유물과 설명도표를 꼭 보고 오자. ⓒ박세호

이번 동지 행사를 준비하면서 서울시 문화재관리과장은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시점에 우리 민족의 전통을 이어받은 다채로운 세시풍속 행사를 마련했다”며 “재미와 의미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는 운현궁의 동지 행사를 통해 액운은 쫓고 행운을 맞이하며 새해를 맞이하시길 바란다”고 메시지를 전했다.

유물전시실에 들어가면 몇 가지 간단한 전시품(원본은 역사박물관에 있다고 한다)과 함께 설명 해설판이 잘 만들어져 있어서 역사 공부에 실감 나는 재미를 더하여 주어서 좋다.
 신미양요, 병인양요의 설명과 격전지 지도 ⓒ박세호
신미양요, 병인양요의 설명과 격전지 지도 ⓒ박세호
1870년대의 역사적 사건과 국제정세 ⓒ박세호
1870년대의 역사적 사건과 국제정세 ⓒ박세호

1870년 무렵 대원군의 권력이 무소불위 전성기를 누리고 있었고, 외세가 틈을 타서 들어오려 할 때면 쇄국 정책으로 완강하게 맞섰다. 척화비도 여기저기에 세웠는데, 운현궁에서 사진과 전시물을 볼 수 있다. 그런가 하면 1866년 병인양요(프랑스함대의 침입), 1871년 신미양요(미국 선박의 침입) 등 외세의 침입을 다룬 사진과 설명문과 도표 등을 한 눈에 볼 수 있게 해놓아 역사공부를 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해준다.

안타깝게도 오늘날 한반도를 둘러싸고 전개되고 있는 중국, 일본, 러시아, 미국 등 강대국과의 각축전이 이미 150여년 전에 그 뿌리를 내린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운현궁 대문은 누구에게나 무료로 활짝 열려 있다. ⓒ박세호
운현궁 대문은 누구에게나 무료로 활짝 열려 있다. ⓒ박세호
운현궁에서는'고종-명성황후 가례제전'을 비롯해 다양한 전시, 문화 체험 등이 열린다. 사진은 왕비와 상궁의 복식 전시 ⓒ박세호
운현궁에서는'고종-명성황후 가례제전'을 비롯해 다양한 전시, 문화 체험 등이 열린다. 사진은 왕비와 상궁의 복식 전시 ⓒ박세호
운현궁에서는 체험하고 배울 것이 많다. ⓒ박세호
운현궁에서는 체험하고 배울 것이 많다. ⓒ박세호

운현궁에서는 이번 동지 세시풍속 행사뿐 아니라 설, 추석 등 다양한 명절 행사가 매년 열리고 있다. 그 외에도 운현궁에서는 '고종-명성황후 가례제전' 행사가 열려 시민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으며, 문화체험, 전시체험, 예절교실 등의 행사로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올해에도 별헤는 밤, 다도체험, 플리마켓, 복도각 투어 등 행사와 이벤트로 문화적 감각을 높이고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적극적인 노력을 벌여왔다.

운현궁 행사 소식은 누리집인스타그램 채널을 통해 확인 가능하다. 청소년과 학생들을 위한 '2023 문화해설 겨울방학 프로그램'도 12월 27일부터 내년 2월 13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운현궁은 평소 아무 때나 국내외인을 막론하고 답사를 원하는 사람 누구에게나 개방되어 있으며, 사전 신청 시에는 지정된 시간에 해설사와 동행하여 둘러볼 수 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개장하며 입장 마감은 오후 5시 30분까지이다. 매주 월요일 휴관이며 입장료는 무료다.

운현궁

○ 위치 : 서울시 종로구 삼일대로 464
○ 운영일시 : 화~일요일 09:00~18:00(17:30 입장 마감, 12:00~13:00 휴게시간)
○ 휴무일 : 매주 월요일(단, 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 정상 개장)
○ 입장료 : 무료
누리집
인스타그램
○ 문의 : 02-766-9090

시민기자 박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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