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길, 하늘길, 물길 두루두루 품은 전망 명소 '개화산 둘레길'

시민기자 최용수

발행일 2023.11.13. 14:30

수정일 2023.11.13. 17:08

조회 2,354

가을의 끝자락, 아름다운 단풍의 개화산 신선바위 일대 Ⓒ최용수
가을의 끝자락, 아름다운 단풍의 개화산 신선바위 일대 Ⓒ최용수

갑갑하고 우울할 때면 늘 개화산을 찾는다. 이곳은 신라시대 주룡거사(駐龍居士)가 득도하기 위해 머물렀던 자리에서 꽃이 피어난 것에서 '열 개(開)', '꽃 화(花)'란 의미의 '개화산(開花山)'이란 이름을 얻었다.

김포공항을 내려다보고 강 건너 행주산성과 함께 서울 서측 방어의 교두보 역할을 해 온 개화산에는 산허리를 휘감으며 3.35km의 둘레길이 조성되어 있다. 이곳에 가슴을 뻥 뚫리게 하는 특별한 조망의 전망대가 세 곳 있어 소개한다. 서울시 우수 조망 명소로 선정된 개화산 전망대를 비롯하여 하늘길, 뱃길, 물길을 두루두루 조망할 수 있는 명당들이다.

① 김포국제공항을 한눈에, ‘하늘길 전망대’

지하철 5호선 개화산역 출구를 나와 횡단보도를 건넌다. 마을 안길을 따라 10여 분 오르면 개화산 둘레길(강서둘레길 1코스)을 만난다. 둘레길 탐방은 시계 방향이다. 흙길을 지나 나무 데크 무장애 숲길로 들어서면 이내 ‘하늘길 전망대’가 있다.

탁 트인 시야, 연신 뜨고 내리는 다국적 비행기들, 광활한 공항 활주로 등 다양한 공항시설들이 어느새 내 발 아래 들어와 있다. 비행기 뜨는 하늘길을 보노라면 추수 끝난 드넓은 김포 들녘이 펼쳐져 있고, 멀리에는 계양산의 개선장군 같은 위세가 돋보인다.
개화산 둘레길에서 만나는 하늘길 전망대 Ⓒ최용수
개화산 둘레길에서 만나는 하늘길 전망대 Ⓒ최용수
하늘길 전망대에서 바라본 김포국제공항 일대 Ⓒ최용수
하늘길 전망대에서 바라본 김포국제공항 일대 Ⓒ최용수

“가슴이 답답하거나 걱정거리가 생기면 우린 이곳 하늘길 전망대에 오는 걸요.” 
전망대에서 만난 방화동에서 온 중년 부부는 공항을 보면 생각난다며 가수 문주란의 노래를 흥얼거린다. 
“하고 싶은 말들이 쌓였는데도 / 하늘 저 멀리 떠나 버린 당신을 못 잊어 애태우며 / 쓸쓸한 발길 돌리면서...” 
가슴이 갑갑할 때면 하늘길 전망대를 찾는다는 부부가 조망을 즐기고 있다. Ⓒ최용수
가슴이 갑갑할 때면 하늘길 전망대를 찾는다는 부부가 조망을 즐기고 있다. Ⓒ최용수

② 멀리 서해까지 아라뱃길이 한눈에, ‘아라뱃길 전망대’

하늘길 전망대를 나와 시계 방향으로 개화산 둘레길을 걷는다. ‘단풍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 진정한 가을의 임자’라 했던가, 늦깎이 단풍에 자꾸 눈길이 간다. 신선바위, 숲속쉼터도 일품이다. 쉬엄쉬엄 걷다 보니 어느새 ‘아라뱃길 전망대’다.

숲속에 감춰진 전망대에, 숨바꼭질 하듯 눈을 크게 뜨니 고촌 지역 아라뱃길이 눈에 들어온다. 우뚝 선 아라한강갑문, 아라김포여객터미널, 요트선착장 아라마리나, 각종 상업시설들이 오밀조밀하다. 이곳 고촌 마리나에서는 매년 카약 축제, 마린 페스티벌, 국제 드래곤보트 페스티벌이 열린다.

아라뱃길은 한강 하구 아라한강갑문에서 정서진 인천갑문까지 이어진 18km의 인공 뱃길이다. 예쁜 이름 ‘아라’는 우리 민요 ‘아리랑’의 후렴구인 ‘아라리오’에서 따온 말이라 한다. 이름에 걸맞게 우리의 멋과 정서, 문화를 담아내는 ‘글로벌 명품 뱃길’로서 거듭나길 염원해 본다.
개화산 둘레길에서 만나는 두 번째 전망대인 아라뱃길 전망대 Ⓒ최용수
개화산 둘레길에서 만나는 두 번째 전망대인 아라뱃길 전망대 Ⓒ최용수
아라뱃길 전망대에서 바라본 아라마리나 시설과 고촌 일대 Ⓒ최용수
아라뱃길 전망대에서 바라본 아라마리나 시설과 고촌 일대 Ⓒ최용수
개화산 둘레길에서 막바지 가을 산책을 즐기고 있는 시민들 Ⓒ최용수
개화산 둘레길에서 막바지 가을 산책을 즐기고 있는 시민들 Ⓒ최용수

③ 겸재 정선이 되어 둘러보는 한강, ‘개화산 전망대’

아라뱃길 전망대에서 개화산 전망대까지는 이색적인 탐방로이다. 과거 군부대의 훈련장으로 쓰였던 갖가지 흔적과 임진왜란의 이야기를 품은 봉화정, 봉수대, 그리고 널찍한 헬기장과 포진지를 따라 내려오면 마침내 ‘개화산 전망대’가 보인다.

전망대에 올랐다. 우수 조망 명소답게 경관이 빼어나다. 이른 아침인데도 시민들로 북적인다. 한강이 비단처럼 펼쳐져 흐르고 방화대교, 강 건너 행주산성, 멀리 남산, 북한산까지 한 폭의 산수화처럼 한눈에 담긴다.

40년 만에 초등학교 친구들과 왔다면서 연신 인증샷을 찍는 시민, 자신이 겸재 정선인 양 진경산수화 속에 있는 옛 한강 모습을 지금의 한강과 비교하며 설명하는 아이 아빠, 연로하신 할머니를 모시고 나온 딸 등, 저마다의 방식으로 전망을 즐긴다.
개화산 전망대에서는 한강 하류, 행주산성, 방화대교, 북한산까지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최용수
개화산 전망대에서는 한강 하류, 행주산성, 방화대교, 북한산까지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최용수
개화산 전망대를 찾아 한강 하류 일대의 조망과 휴식을 즐기는 시민들 Ⓒ최용수
개화산 전망대를 찾아 한강 하류 일대의 조망과 휴식을 즐기는 시민들 Ⓒ최용수
겸재 정선이 한강을 바라보고 그린 진경산수화와 현재의 모습을 비교할 수 있는 안내판 Ⓒ최용수
겸재 정선이 한강을 바라보고 그린 진경산수화와 현재의 모습을 비교할 수 있는 안내판 Ⓒ최용수

한국전쟁 당시 격전지였던 개화산은 오랫동안 군부대 훈련장으로 사용되다가 2011년 공원화사업을 통해 시민들에게 돌아왔다.

전망대 외에도 미타사, 약사사 등 고찰과 함께 한국전쟁 개화산 전투에서 산화한 호국 영령을 모신 개화산호국공원, 임진왜란 때 설치한 봉수대, 군 훈련장으로 사용한 군사시설 등 볼거리가 풍성하여 한나절 나들이 장소로는 알토란이다. 크게 험하거나 위험하지도 않으니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자신 있게 권하고픈 개화산이다.
하늘길 전망대 인근에는 한국전쟁 시 산화한 국군 용사 호국 영령을 기리는 호국공원이 있다. Ⓒ최용수
하늘길 전망대 인근에는 한국전쟁 시 산화한 국군 용사 호국 영령을 기리는 호국공원이 있다. Ⓒ최용수
한국전쟁 당시 격전지였던 개화산은 오랫동안 군부대 훈련장으로 사용되었다. Ⓒ최용수
한국전쟁 당시 격전지였던 개화산은 오랫동안 군부대 훈련장으로 사용되었다. Ⓒ최용수
개화산 전망대 인근에는 임진왜란 때 사용한 옛 봉수대가 복원되어 있다. Ⓒ최용수
개화산 전망대 인근에는 임진왜란 때 사용한 옛 봉수대가 복원되어 있다. Ⓒ최용수

가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바쁜 도시 속 일상으로 아직도 가을 여행 한 번 떠나 보지 못했다면 개화산을 추천한다. 서울이면서도 서울 같지 않은 풍광이 일품이다. 지하철 5호선 개화산역 외에 9호선 개화역을 이용해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전망대에 올라 계묘년(癸卯年) 버킷 리스트를 점검하며 쌓인 스트레스를 날리자. 그리고 다가오는 갑진년 '청룡의 해'를 계획해 본다면 뜻깊은 나들이가 되지 않을까.
하늘길 전망대 구간은 김포평야와 계양산까지 조망할 수 있어 사진작가들의 출사 명당이다. Ⓒ최용수
하늘길 전망대 구간은 김포평야와 계양산까지 조망할 수 있어 사진작가들의 출사 명당이다. Ⓒ최용수
일몰 후 어둠이 내리는 김포국제공항 일대 Ⓒ최용수
일몰 후 어둠이 내리는 김포국제공항 일대 Ⓒ최용수

개화산 둘레길

○ 구간 : 서울 강서구 개화동 산83-3 약 5km 구간 (둘레길 3.35km, 지하철역에서부터 왕복이동거리 1.64km)
○ 교통 : 지하철 5호선 개화산역 2번 출구, 지하철 9호선 개화역 1번 출구
○ 소요시간 : 3~4시간

시민기자 최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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