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파란 컨테이너에서 북한이탈주민 되어 보니...

시민기자 김윤경

발행일 2023.11.13. 09:02

수정일 2023.11.13. 10:32

조회 820

청계광장에 새로운 파란색 컨테이너가 나타났다. 간판에는 '덴바람 마파람’이라고 쓰여 있다. “덴바람이 뭐지?” 지나가던 사람들이 기웃거리거나 문을 열고 들어와 물어보곤 했다.
‘덴바람 마파람’ 컨테이너 앞을 지나던 시민이 잠시 멈춰 서서 간판을 바라보고 있다. ©김윤경
‘덴바람 마파람’ 컨테이너 앞을 지나던 시민이 잠시 멈춰 서서 간판을 바라보고 있다. ©김윤경

청계광장에서는 서울시와 (사)북한인권시민연합이 주최하는 ‘덴바람 마파람’ 행사가 11월 7일부터 19일까지 열리고 있다. '덴바람 마파람'은 북한 주민의 삶을 간접 체험하고 인권 문제에 관한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 기획된 행사로, 탈북 과정 체험 프로그램과 전시가 함께 운영 중이다.

행사가 열린 첫 날, 청계광장을 찾았다. 입구에 들어와 안내에 따라 실내화로 갈아 신고 짐 보관함에 짐을 넣었다. 이어 탈북 과정 체험에 필요한 스마트폰과 안내문을 받은 뒤, 설명을 듣고 미션이 주어진 곳으로 이동했다.
스토리 내용 당부와 함께 제공되는 스마트폰 ©김윤경
스토리 내용 당부와 함께 제공되는 스마트폰 ©김윤경

탈출하는 데 주어진 시간은 60분, 늦는 만큼 체험 시간이 차감된다. 안내자는 보통 예약 시간 15분 전에 도착하면 여유롭게 체험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예약은 누리집을 통해 받는다. 체험 비용은 무료이며 북한 인권에 관해 생각해 보는 기회라 뜻 깊었다.
탈북 과정 체험을 통해 탈북민들에 대해 좀 더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 ©김윤경
탈북 과정 체험을 통해 탈북민들에 대해 좀 더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 ©김윤경

첫 공간에 들어서자, 향이 가족이 왜 북한을 떠나야 했는지를 설명하며 체험이 시작되었다. 북한 가정집에서부터 노동교화소나 두만강 접경지대 등 북한 주민이 실제 탈북 과정에서 겪는 과정을 현실감 있게 꾸몄으며, 스토리텔링에 따라 미션을 완수해 나가는 과정에서 몰입도와 긴장감을 더했다.

시간 제한의 어려움과 탈출 방법을 빨리 구해야 한다는 초조함 속에 조금이나마 북한 이탈 주민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공감할 수 있었다. 특히 미션을 성공하기 위해서는 방안의 모든 소품과 언제 나올지 모르는 음성 등을 자세히 살펴야 힌트가 되므로 큰 집중력이 요구된다. 다양한 미션을 통과하며 마지막 태국에서 대한민국으로 나오는 설정이다.
북한 이탈 주민 증언을 바탕으로 한 전시도 열리고 있다. ©김윤경
북한 이탈 주민 증언을 바탕으로 한 전시도 열리고 있다. ©김윤경

모든 관문을 통과하면 마지막 공간에는 전시가 기다리고 있다. 벽에 걸린 자료 사진을 보고 헤드셋을 통해 북한 이탈 주민이 말하는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영상 속에서 김혜숙 씨는 “영양실조인데 무슨 죄가 있어서 이래야 하나”라고 말하고 있다. 마음이 무거웠다. 김 씨는 13세 때 정치범 수용소에 수감되었다.
 북한의 가정집을 재현해 놓았다. ©김윤경
북한의 가정집을 재현해 놓았다. ©김윤경

탈출 과정 체험은 목숨을 걸고 새로운 삶을 찾는 북한 이탈 주민을 다시 생각해 볼 좋은 기회다. 탈출 과정이 어려우면 주어진 스마트폰으로 힌트를 찾을 수 있어 난이도를 조절할 수 있었다. 안전에 대비해 소화기나 비상장치, 호출법 등도 마련됐다.

“덴바람은 북쪽에서 부는 바람, 마파람은 남쪽에서 부는 바람이란 뜻이에요.” 차미리 담당자((사)북한인권시민연합)가 이야기했다. 이어 그는 "남과 북이 마음을 모아 함께 자유와 인권의 바람을 보낸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차미리 담당자는 “북한인권시민연합은 사단법인으로 캠페인 및 북한 이탈 주민들 정착을 위한 활동 등을 하고 있어요. 크게 중국에 있는 탈북 북한 난민을 보호하기 위해서 구호 사업을 벌이고 있고, 국내외적으로 캠페인 활동을 펼치면서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해 알리는 등 다양한 일을 하고 있어요.”라고 덧붙였다.

"엽서는 북한 이탈 주민이 직접 그린 그림이에요. 또 여행 네임태그에는 이들이 자유롭게 여행을 할 날을 꿈꾸며 제작했어요.”

체험을 마치자 엽서와 여행 네임태그, 마그네틱 같은 기념품을 받았다. 굿즈를 보던 담당자는 하나하나 큰 의미가 있다며 설명을 해줬다.

북한 인권을 주제로 했지만, 기본 인권에 대해 어렵지 않게 다가갈 수 있도록 했어요. 또 저는 많은 것을 얻어간다기보다는 북한 주민들의 인권에 관해 좀 더 관심이 많아지면 좋겠어요. 이런 어려운 과정을 통해서 한국에 정착하는구나 하는 생각과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인권 침해를 받거나 받을 수 있는 위험에 노출됐다는 점도 함께 고려해주시면 좋겠어요.”
북한 주민의 삶과 인권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전시와 탈북과정의 체험 공간으로 구성됐다. ©김윤경
북한 주민의 삶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전시와 탈북 과정 체험 공간으로 구성됐다. ©김윤경

행사는 그간 전국 주요 도시를 돌았고 많은 사람이 참여했다. 설문 조사 결과 그들은 모두 좋은 콘텐츠였다는 평가했다. 특히 북한 인권 교육에 관해 강의나 컨퍼런스 형식으로 진행된 게 많았는데, 젊은 세대가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교육 콘텐츠라서 좋았다는 의견들이 많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시 남북협력과 담당자는 “북한 이탈 주민이 3만 명이 넘는다고 하는데요"라며 "이 중 20% 가 서울에 거주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그 숫자를 듣자 생각보다 많은 북한 이탈 주민이 함께 살고 있구나 싶었다.

“서울 시민으로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교육, 일자리, 의료 등을 일상생활 등을 지원하거나 연계하고 있어요.”

서울시는 얼마 전 남북하나재단, 기술교육원과 북한 이탈 주민 취업 지원을 했다. 또 서울 생활 안내서 정보 책자를 만들어 제공하고 있다. 이 외에도 치과 진료를 포함한 종합건강검진과 치료 연계를 해주며 서울런 및 심리, 찾아가는 가정 돌봄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또 북한 이탈 주민을 위한 송년의 밤 행사 및 서울시민되기 길라잡이 행사를 예정하고 있다.

행사를 직접 즐기고 싶다면? 누리집 내는 마감돼 있기도 했지만, 전날 취소되기도 하므로 눈여겨보길 바란다. 또한 인스타그램 등을 참조해 예약할 수도 있다. 혹 체험 프로그램이 어려우면 전시만 둘러봐도 좋다.
 북한 인권을 알리기 위한 체험 프로그램인 ‘덴바람마파람’ ©김윤경
북한 인권을 알리기 위한 체험 프로그램인 ‘덴바람마파람’ ©김윤경

요즘 가자지구를 비롯해 전 세계 곳곳에서 마음 아픈 소식들이 들리고 있다. 행사가 열리는 청계천에서 여행객들이 즐겁게 인증 사진을 찍는 모습이 전보다 더 깊이 느껴지는 건 그 때문일까. ‘덴바람 마파람’을 통해 남과 북의 평화로운 통일과 북한 이탈 주민들이 삶과 인권을 체감하며 우리 가까이에 있는 북녘의 사람들을 떠올려보길 바란다. 전 세게 누구나 존중받으며 평화롭고 자유롭게 웃게 되길 소망한다.

'덴바람 마파람'

○ 일시 : 2023. 11. 7.~11. 19.
○ 위치 : 서울시 중구 태평로1가 1 청계광장
누리집
인스타그램
○ 문의 : 010-3868-4311

시민기자 김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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