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구특파원] 눈치 보지 말고 예뻐지세요~ 서초 장애인 친화 미용실

시민기자 방금숙

발행일 2023.10.25. 13:52

수정일 2023.11.08. 13:46

조회 1,379

찾아가는 자치구 특파원
10월 16일, 서초구에 장애인 친화 미용실 '헤어 한우리'가 새롭게 문을 열었다. ©방금숙
10월 16일, 서초구에 장애인 친화 미용실 '헤어 한우리'가 새롭게 문을 열었다. ©방금숙

서울 시내에 장애인 친화 미용실이 새롭게 문을 열었다. 지난 10월 16일 서초구 관내 서초구립 한우리정보문화센터 1층에 개소한 ‘헤어 한우리’다. 이곳은 노원구에 이어 서울에서 두 번째로 문을 연 장애인 전용 미용실이다. 장애인 맞춤 미용실이 어떻게 운영 중인지 직접 찾아가 봤다.

서초구에서 운영하는 장애인종합복지관인 한우리정보문화센터는 지하 1층, 지상 3층으로 이뤄져 있으며 연면적 5,403㎡로 꽤 규모가 크다. 한우리정보문화센터 주차장에 들어서자마자 1층에 ‘헤어 한우리’ 간판이 눈에 띈다.
장애인종합복지관인 한우리정보문화센터 1층에 장애인 친화 미용실 '헤어 한우리'가 있다.  ©방금숙
장애인종합복지관인 한우리정보문화센터 1층에 장애인 친화 미용실 '헤어 한우리'가 있다. ©방금숙
헤어 한우리는 1층 공간에 위치해 있어 장애인도 이용하기 편리하다. ©방금숙
헤어 한우리는 1층 공간에 위치해 있어 장애인도 이용하기 편리하다. ©방금숙

헤어 한우리 내부(32㎡)는 아담하지만 일반 미용실보다 밝고 따뜻한 분위기가 풍겼다. 문턱을 없앤 커다란 자동문이 열리자 예약자가 지팡이를 짚고 들어섰다. 오늘 첫 고객인 뇌병변 장애를 가진 64세 어르신이었다.

“동네 이발소에서 20일에서 한 달에 한 번은 머리를 깎았어요. 지저분하게 다니는 걸 싫어해요.”
깔끔한 외모의 어르신은 이발소 이용이 마냥 편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일반 이발소에선 의자에 앉고 설 때마다 넘어지지 않으려 잔뜩 힘을 줘야 해 남모를 진땀을 뺐던 것.
“오늘 머리가 마음에 들면 단골 하려고요.”
정은주 전문 미용사가 고객의 머리를 정성스레 자르고 있다. ©방금숙
정은주 전문 미용사가 고객의 머리를 정성스레 자르고 있다. ©방금숙

25년 경력의 정은주 미용사는 이에 화답하기라도 하듯 사각사각 커트를 시작했다. 장애인 인식 개선 교육을 받은 전문 미용사는 단 한 명의 이용자를 위해 가위질에 집중했다. 1인 미용실에서 어르신은 주위 눈치 볼 필요 없이 편하게 대화를 주고받으며 자신이 주인공이 되는 시간을 보냈다. 이곳은 장애인의 편의를 위해 사전 예약 시스템으로 운영하고 있다.
고객이 앉은 자리에서 그대로 머리를 감을 수 있게 특수 제작된 일체형 미용 의자와 샴푸대 ©방금숙
고객이 앉은 자리에서 그대로 머리를 감을 수 있게 특수 제작된 일체형 미용 의자와 샴푸대 ©방금숙

장애인 친화 미용실은 장애인을 위한 다양한 장비와 편의 시설을 갖췄다. 많은 장애인이 미용실에서 머리를 자르고도 이동이 어려워 머리를 감지 못하고 집에 가는 것에서 착안해 미용 의자와 샴푸대를 특수 제작해 앉은 자리에서 그대로 머리를 감을 수 있도록 했다.

또 보행에 어려움이 있는 장애인을 휠체어에서 미용 의자로 옮겨주는 이동 리프트를 갖춘 점도 눈길을 끈다. 이동식 20인치 모니터를 통해 TV 시청이 가능했고, 보호자가 차를 마시며 편안히 대기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됐다.
미용사가 휠체어 이용자를 옮겨주는 리프트 장비 시범을 보이고 있다. ©방금숙
미용사가 휠체어 이용자를 옮겨주는 리프트 장비 시범을 보이고 있다. ©방금숙
커트 가격은 6,000원이며,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은 50% 추가 할인된다. ©방금숙
커트 가격은 6,000원이며,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은 50% 추가 할인된다. ©방금숙

가격은 시중가의 절반 수준으로 저렴하다. 커트가 6,000원, 염색이 1만 5,000원, 일반 펌이 1만 9,000원, 열 펌이 3만 9,000원이다. 여기에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대상자는 추가로 50%를 더 할인해 준다. 단돈 3,000원에 나만의 프라이빗한 미용실을 이용할 수 있는 셈이다.

어르신은 “한우리정보문화센터를 6년 정도 이용해 오고 있다”며 “병원에 갈 때 빼고는 매일 오는 곳에 미용실까지 생겨서 정말 좋다”고 말했다.

이곳에선 새롭게 바뀐 모습을 간직할 수 있도록 희망하는 분들께 즉석 사진을 찍어드리고 있는데, 어르신은 기념 사진까지 찍은 후 산뜻한 기분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장애인 친화 미용실 '헤어 한우리' ©방금숙
장애인 친화 미용실 '헤어 한우리' ©방금숙

정은주 미용사는 “미용실 가는 게 평범한 일상이지만 장애인 중에서는 이를 누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아이를 데려와 다른 사람들 눈치 안 보고 편하게 머리를 다듬고 가시면서 보호자들이 울컥해 하기도 하고 정말 좋아하신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용 대상은 서초구 등록 장애인이나 한우리정보문화센터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등록 장애인이다. 미용실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하며, 주말과 공휴일은 휴무다. 전화(070-7209-2884) 또는 방문 접수로 사전 예약 후 이용할 수 있다.

한우리정보문화센터 안수현 사회복지사는 “장애인, 비장애인 누구나 예뻐 보이고 싶은 욕구를 갖고 있지 않겠냐”라며 “헤어 한우리는 금액 부담 없이 평범한 일상을 누리고 새롭게 변화된 모습을 보며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어가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미용실에 상주하는 안수현 사회복지사와 정은주 전문 미용사 ©방금숙
미용실에 상주하는 안수현 사회복지사와 정은주 전문 미용사 ©방금숙

서초구는 올해 장애인 친화 미용실을 안정적으로 자리매김한 후, 내년부터 온라인 예약 채널을 확대하고, 바깥 외출이 어려운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달에 한 번 방문 미용도 예정하고 있다. 더 나아가 이곳을 장애인의 이·미용 취업을 위한 직업 훈련 공간으로 활용해 채용 기회도 넓혀 나간다는 계획이다.

노원구, 서초구에 이어 서울시 여러 자치구들에서 장애인 친화 미용실이 문을 열어 평범한 일상을 모두 함께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

서초구 장애인 친화 미용실 '헤어 한우리'

○ 위치 : 서울시 서초구 남부순환로340길 15 서초구립 한우리정보문화센터 1층
○ 운영시간 : 월~금요일 09:00~18:00(점심시간 12:00~13:00)
○ 휴무 : 주말, 공휴일
○ 예약 및 이용 문의 : 070-7209-2884

시민기자 방금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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