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꿈이 있어요" 커리어플러스센터, 발달장애인 꿈을 지원해요

시민기자 윤혜숙

발행일 2023.07.14. 15:09

수정일 2023.11.08. 14:28

조회 1,837

'커리어플러스센터' 잡드림(Job Dream) 인턴십 지원으로 취업에 성공

2023년 5월 16일 오후, 배송 기사로 근무하는 김주호(가명) 씨는 사무실로 복귀 중이었다. 평소와 같이 서강대교를 지나던 도중, 서강대교 난간에 매달려 있는 여성을 발견했다. 김주호 씨와 동료 직원들은 가던 길을 멈추고 여성을 만류하려 애썼지만, 끝내 여성은 다리 아래로 추락했다. 모두가 놀라고 당황스러운 상황이었지만, 주호 씨는 침착하게 119에 신고하여 추락 위치와 상황을 자세하게 설명했고, 119 구조대에 의해 극적으로 구조된 여성은 다행히 병원으로 이송될 수 있었다.

자칫 목숨을 잃을 뻔한 여성을 구한 이 사건의 신고자 김주호 씨는, '커리어플러스센터' 를 통해 '서울시 장애인생산품판매시설' 배송 기사로 일하는 스무 살 발달장애인 청년이었다. 누구라도 선뜻 대처하기 어려운 위기의 순간에 그는 침착하게 119에 신고했다.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제 역할을 톡톡히 해 내고 있음을 몸소 보여 준, 이 미담의 주인공 김주호 씨를 인터뷰 하기 위해 그가 근무하는 서울시 장애인생산품판매시설로 향했다.
급박하고 당황스러운 상황에서 소중한 생명을 구한 발달장애인 청년 김주호(가명) 씨 ⓒ윤혜숙
급박하고 당황스러운 상황에서 소중한 생명을 구한 발달장애인 청년 김주호(가명) 씨 ⓒ윤혜숙

서울시 장애인생산품판매시설은 양천구 목동 월촌중학교 건너편 행복플러스카페 건물 2층에 있다. 김주호 씨를 채용한 커리어플러스센터는 서울시가 운영하는 발달장애인의 취업을 위한 고용 컨설팅 기관으로, 그는 부모님의 권유로 커리어플러스센터를 알게 되었고 취업에 이르게 되었다고 한다.

커리어플러스센터에서는 구직을 원하는 모든 발달장애인의 적성을 고려하여 기업에 추천하고, 기업의 면접 후 선발된 구직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근로 현장에서 훈련을 시행하고 있다. 기본 3개월을 원칙으로 '직무지원인'을 1:1로 배치해 교육과 실습을 지도한 후 평가로 고용을 결정한다. 이때 훈련 기간은 업체 측 사정이나 프로그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김주호 씨는 현재 서울시 장애인생산품판매시설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다. ⓒ윤혜숙
김주호 씨는 현재 서울시 장애인생산품판매시설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다. ⓒ윤혜숙
서울시 장애인생산품판매시설에서 생산된 다양한 제품이 전시되어 있다. ⓒ윤혜숙
서울시 장애인생산품판매시설에서 생산된 다양한 제품이 전시되어 있다. ⓒ윤혜숙

김주호 씨는 커리어플러스센터의 '잡드림(Job Dream) 인턴십'을 통해 채용된 사례이다. 취업에 필요한 선발 과정을 거쳐서 인턴으로 채용되었다. 커리어플러스센터는 차별화된 채용방식을 고수하고 있는데, 먼저 ▴발달장애인 근로자가 퇴사 시까지 담당 사회복지사가 지정되어 업체와 수시로 소통하며 요청에 응답하고 있다. ▴3개월 간 매월 모니터링을 하여 문제를 예방하고, 만약 문제가 발생하면 즉시 방문하여 해결과 개선을 도모하고 있다. ▴취업 전에는 '직무지원인'이, ▴취업 후에는 '근로지원인'이 발달장애인의 현장 안전을 도모하고 있다.

서울시 장애인생산품판매시설에서 현재 주호 씨가 하는 일은 상하차 및 납품 업무 보조이다. 출근하면서 해당 업체에 납품하려는 물건이 새로 들어왔을 경우 물품을 창고로 옮기고, 물품 주문이 들어 오면 물건을 차량에 옮겨 실어 주문한 업체에 간선 하차하는 일 등을 담당하고 있다. 커리어플러스센터에서 주호 씨를 대상으로 직무적성검사, 심층 면접을 거쳐서 주호 씨에게 적합한 직무를 분석해서 선정했고, 서울시 장애인생산품판매시설에 이력서를 제출하고 면접을 본 뒤 취업하게 된 것이다.

Q. 소중한 생명을 살렸다고 들었습니다. 그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A . “사람이 먼저입니다. 우리의 생명은 소중하니까요. 또 그런 사람을 발견하면 당장 119에 신고할 겁니다.”

Q. 이곳에서 근무하는 건 어때요?

A . "제가 일할 수 있도록 취업 자리를 알선해 주시고, 노동의 대가로 월급을 받는 기쁨까지 더해져 정말 좋습니다. 지금까지 아쉬운 점을 발견하지 못했어요. 저는 한 곳에 있는 것보다 이동하면서 일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지금 하는 일은 그런 제게 딱 맞는 일입니다. 납품 배송하면서 그동안 방문했던 적이 없는 공공시설이나 유명한 기업 등을 방문할 수 있어서 더욱 좋았습니다."

주호 씨는 평균 오후 2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하루 4시간 근무한다. 차로 이동하다 보니까 사무실에서 나가는 시간은 거의 일정한데 사무실로 복귀하는 시간은 교통 사정에 따라 달라진다. 근무 시간 내 일찍 복귀하면 주호 씨는 내일 아침에 업체로 배달할 물건을 트럭에 미리 실어 놓는다고 한다.
김주호 씨가 동료와 함께 업체에서 주문한 물품을 캐리어로 옮기고 있다.ⓒ윤혜숙
김주호 씨가 동료와 함께 업체에서 주문한 물품을 캐리어로 옮기고 있다. ⓒ윤혜숙

Q. 일하는 것 말고 다른 취미나 관심사는 어떤 게 있나요?

A . "전에 유튜브 영상을 촬영하고 편집해서 수익을 창출했던 경험이 있어요. 초등학생 시절 어머니가 피아노 연습 영상을 촬영해서 유튜브에 올리는 것을 어깨 너머로 지켜봤어요. 저는 엘리베이터에 관심이 많아서 엘리베이터 영상을 제작해서 올려봤습니다. 영상을 촬영하고 편집해서 올리는 과정을 전부 독학으로 익혔어요. 그런데 지금은 유튜브 영상 제작도 한 달에 1~2건으로 줄이고 일에 집중하고 있어요. 저도 우리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어요."

주호 씨는 제작한 영상 중 현재 조회 수가 119만 회를 기록한 영상도 있다면서 보여주었다.
김주호 씨가 동료와 함께  물품을 운반하고 있다. ⓒ윤혜숙
김주호 씨가 동료와 함께 물품을 운반하고 있다. ⓒ윤혜숙

직무지원인이 지켜본 주호 씨는 어땠을까? 서울시 장애인생산품판매시설 정재현 본부장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직무지원인으로서 주호 씨와 함께 한 3개월이 지나서 주호 씨가 오늘부터는 근로지원인과 함께 일하는데요. 주호 씨와 이별해야 하니 서운합니다. 제가 그동안 지켜본 주호 씨는 누가 시켜서 일한다기보다 자신이 이 일을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적극적으로 열심히 일해줬습니다. 주호 씨에게 정말 고맙죠.” 라고 말하는 정재현 본부장은 주호 씨와의 면접을 회상하면서 미소 지었다.

"발달장애인 채용에서도 면접을 꼼꼼하게 봅니다. 주호 씨 면접 당시 유난히 지원자들이 많았어요. 그 지원자들 중에서 주호 씨가 하고자 하는 의지와 적극적인 자세가 가장 눈에 띄었습니다. 일은 차차 배울 수 있지만 고객서비스를 위한 의사소통능력, 직무에 대한 열정과 동기 등을 면접에서 우선 살펴봅니다. 그런 점에서 주호 씨가 적임자였어요."
정재현 본부장의 말은 면접에 임하는 모든 구직자에게 적용되는 지침일 것이다.
직무지원인에게 일을 배우는 김주호 씨 ⓒ윤혜숙
직무지원인에게 일을 배우는 김주호 씨 ⓒ윤혜숙

Q. 지금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A . "취업할 수 있도록, 직장에서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사회복지사 선생님, 직무지원인 선생님을 지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발달장애든 신체장애든 원해서 장애가 있는 것은 아니니, 부정적인 시선으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제가 시설에서 일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어요. 늘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려고 노력해요. 예전에 컨디션이 나빠져서 물품 드는 게 힘들 때가 있었어요. 하지만 최대한 힘을 발휘해서 물품을 옮겼어요."

Q. 주호 씨는 어떤 꿈이 있나요?

A . 제 꿈은 두 가지입니다. 시설에서 최선을 다해서 일하고 인정을 받은 뒤 인턴에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고 싶어요. 또 기회가 된다면 MCN기업과 협업해서 장애인 관련 영상을 제작하고 싶어요."
김주호 씨가 동료와 함께 업체에서 주문한 물품을 차량에 싣고 있다. ⓒ윤혜숙
김주호 씨가 동료와 함께 업체에서 주문한 물품을 차량에 싣고 있다. ⓒ윤혜숙

발달장애인 청년 김주호 씨를 만나서 인터뷰하는 내내 유쾌하고 즐거웠다. 기자가 사전에 전달한 인터뷰 질문지에 빼곡하게 자신의 답변을 적어 와 또박또박 읽어가면서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덧붙여 당당하게 말하는 순수한 청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누구보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적극적이고 최선을 다해서 해내는 주호 씨였다.

김주호 씨에게도, 김주호 씨와 같은 발달장애인에게도 꿈이 있다. 주호 씨는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커리어플러스센터의 문을 두드렸다. 지레 포기하지 않고 자신에게 적합한 직무를 찾아 익히고 닦아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모습을 보여 주었고, 충분히 자립할 수 있는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그들의 뒤에서 커리어플러스센터가 든든하게 지원하고 있다.

커리어플러스센터

○ 위치 : 서울시 강남구 도곡로 416 5층(서울시립장애인행복플러스센터 건물)
○ 교통 : 수인분당선 한티역 3번 출구에서 도보 5분(4번 출구에서 에스컬레이터나 지하철 내 엘리베이터 이용)
○ 운영시간 : 월~금요일 09:00~18:00(점심시간 12:00~13:00)
○ 이용안내 : 전화 또는 방법 접수 후 내방하여 구직 상담
커리어플러스센터 누리집 
○ 문의 : 02-499-8721

서울시 장애인생산품판매시설

○ 위치 : 서울 양천구 목동서로 33
○ 운영시간 : 월~금요일 09:00~18:00 (토·일요일, 공휴일 휴무)
누리집
○ 문의 : 02-2647-4100

시민기자 윤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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