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길, 단풍으로 물들다! 시월마다 열리는 정동문화축제

시민기자 윤혜숙

발행일 2023.10.25. 13:00

수정일 2023.10.25. 15:19

조회 1,012

지금 정동길 곳곳을 거닐면 가로수에 단풍이 물들어가는 풍경을 볼 수 있다. ⓒ윤혜숙
지금 정동길 곳곳을 거닐면 가로수에 단풍이 물들어가는 풍경을 볼 수 있다. ⓒ윤혜숙

서울시가 가을의 정취를 즐길 수 있는 ‘서울 단풍길 99선’을 선정했다. ☞ [관련 기사] 요즘 가을 뭐봄? 秋향저격 '서울 단풍길 99선'

새롭게 추가된 3개 노선에 ‘중구 정동길’이 있었다. 정동길은 우리나라 근대의 역사를 품고 있는 건축물과 함께 노란색 은행나무 단풍이 어우러져 가을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지금쯤 정동길 가로수 단풍은 어떨까? 파아란 하늘 아래 울긋불긋 물들어가는 단풍을 바라보는 것이야말로 이 가을을 대하는 우리의 바람직한 자세일 것이다. 평일 늦은 저녁 귀갓길에 정동길을 걸어보기로 했다.
덕수궁 돌담길 아래 환하게 불을 밝힌 작가들의 부스가 마련되어 있었다. ⓒ윤혜숙
덕수궁 돌담길 아래 환하게 불을 밝힌 작가들의 부스가 마련되어 있었다. ⓒ윤혜숙

정동길은 덕수궁 정문인 대한문에서 정동로터리를 지나 경향신문사 건물이 자리한 곳까지 이어져 있다. 흔히 정동길을 가리켜 '덕수궁 돌담길'이라고도 부르지만, 그것은 정동길의 일부 구간에 불과하다. 가시적으로 보면 덕수궁 돌담이 이어지는 곳까지를 덕수궁 돌담길이라고 보면 된다.

덕수궁 대한문 앞을 가로막고 있었던 높다란 공사장 담벼락도 사라졌다. 어두워지는 저녁 거리의 정동길 풍경을 마주한다면 어떨까? 정동길 초입에 들어서자마자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진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작가들이 참여하는 전시를 겸한 판매 부스가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었다. '가던 날이 장날'이라는 속담이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이날은 ‘제25회 정동문화축제’가 열리는 첫날이었다. '정동문화축제'는 해마다 10월 셋째 주 목, 금, 토요일에 열리고 있다. 올해는 10월 19일부터 3일간 열렸다.
'제25회 정동문화축제'에서 평소 접하기 어려운 작가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었다. ⓒ윤혜숙
'제25회 정동문화축제'에서 평소 접하기 어려운 작가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었다.ⓒ윤혜숙

첫 번째 부스를 방문했다. 손그림공방 제이다락방이다. 패브릭아트페인팅작가인 안영성 씨가 모자의 앞부분에 밑그림을 그린 뒤 채색을 하고 있었다. 안영성 작가는 29세부터 참여해서 지금 47세란다. 그동안 아이를 출산하면서 한 해 빠진 것을 제외하곤 매년 '정동문화축제'에 참가하고 있단다. 그에겐 '정동문화축제'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지 궁금했다. 안영성 작가를 즉석에서 인터뷰했다.
패브릭아트페인팅작가 안영성 씨는 해마다 '정동문화축제'에 참가하고 있다. ⓒ윤혜숙
패브릭아트페인팅작가 안영성 씨는 해마다 '정동문화축제'에 참가하고 있다. ⓒ윤혜숙

Q. ‘제25회 정동문화축제’가 열리고 있는데요. ‘정동문화축제’를 소개해 주세요.
A. 작가인 제 입장에서 본다면 ‘정동문화축제’는 작가 의식이 있는 사람들의 만남의 장이자 모임입니다. 홍대 인근에서 작품 활동하던 작가들이 이곳에 모여서 작품을 선보이는 자리입니다. '정동문화축제'가 열리면 일 년에 한 번씩 이곳에서 여러 작가들이 만납니다.

Q. 정동길은 오가는 행인이 많아요. 정동길에 펼쳐진 부스를 본 행인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A. 서울 시민뿐만 아니라 국내외 많은 분이 이 길을 걷고 있어요. 길을 가다가 부스가 있으니 호기심에 들르는 것 같아요. 제 작품을 살펴보다가 구입하기도 합니다. 제가 판매하는 모자는 시중에서 볼 수 있는 모자완 다릅니다. 모자에 제가 그린 그림이 덧붙여지면서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모자로 변신합니다.

Q. 모자의 앞부분에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요. 작품을 설명해 주실래요?
A. 남성과 여성의 모자에 그리는 그림이 달라요. 여성의 모자에는 들꽃을, 남성의 모자에는 민화를, 그중에 용, 호랑이를 주로 그립니다. 저는 그림을 그릴 때마다 그림으로 꽉 채우지 않아요. 우리의 전통 그림인 민화나 사군자를 보면 여백이 많잖아요. 모자를 보시면 작품보다 여백이 더 많이 차지하고 있어요. 모자에 따라 어울리는 분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분도 있어요. 모자의 여백이 있어서 각자가 착용한 모자를 완성해주고 있어요.
'정동문화축제'를 통해서 작가들은 자신의 작품을 일반인에게 알릴 수 있다. ⓒ윤혜숙
'정동문화축제'를 통해서 작가들은 자신의 작품을 일반인에게 알릴 수 있다. ⓒ윤혜숙

안영성 작가 옆에 어머니를 도우러 나온 박준형 군이 있었다. 청년 세대인 그에겐 '정동문화축제'가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물어봤다.

Q. ‘정동문화축제’의 현장에 있어보니 어떤가요?
A. 저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소통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정동문화축제’에선 내외국인,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정말 많은 분을 만날 수 있어요. 아마도 길거리 축제가 가진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죠.

Q. ‘정동문화축제’가 갖는 의미가 무엇일까요?
A. 수원 청년몰에 어머니 공방이 있어요. 수원 안에서만 만날 수 있는 어머니의 작품입니다. 그런데 이런 축제를 통해서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 심지어 해외에까지 어머니 작품을 알릴 수 있어요. 어머니 같은 작가들은 '정동문화축제'를 통해서 자신의 작품을 알리고 있죠.
한낮에 정동길을 거니는 행인들은 우연히 '정동문화축제'를 즐길 수 있다.ⓒ윤혜숙
한낮에 정동길을 거니는 행인들은 우연히 '정동문화축제'를 즐길 수 있다.ⓒ윤혜숙

길거리 축제에 길러리 갤러리가 있었다. 단순한 판매 부스가 아니었다. 다양한 작가의 작품을 만날 기회라고 하니 부스마다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다. 해가 져서 어둑해져 서둘러 정동길을 걷는 행인들이건만, 작가들의 부스를 보면서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그들은 우연히 길거리에서 작가의 작품을 구경하는 행운을 누리고 있었다. 기자도 그중 한 명이었다.
정동길을 오가는 행인들이 정오의 정동콘서트를 즐기고 있다. ⓒ윤혜숙
정동길을 오가는 행인들이 정오의 정동콘서트를 즐기고 있다. ⓒ윤혜숙

다음 날 낮 12시 공연을 보러 다시 정동길에 들렀다. 정동로터리에 무대가 설치되어 있고 객석도 마련되어 있었다. 아나운서 이유나가 사회를 봤다. 준서, 김유안, 강버터, 제이세라가 차례대로 노래를 불렀다. 처음엔 한두 명이 자리에 앉아 있었는데 가수들의 공연 소리가 정동길에 울려 퍼지자 행인들이 점차 모여들기 시작했다. 객석뿐만 아니라 로터리 전체를 가득 채운 행인들이 박수로 호응해줬다. 대다수 직장인들의 점심시간인 낮 12시부터 1시간 동안 공연이 이어지면서 인근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직장인들도 정오의 정동콘서트를 즐기기에 충분했다.
정동길을 오가는 행인들 누구나 참여해서 정동 곳곳의 풍경을 채색하고 있다. ⓒ윤혜숙
정동길을 오가는 행인들 누구나 참여해서 정동 곳곳의 풍경을 채색하고 있다. ⓒ윤혜숙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작가들의 부스만 있는 게 아니었다. ‘정동 물들이기’는 정동의 모습을 담은 밑그림에 각자 채색할 수 있는 부스였다. 테이블에 둘러앉은 사람들이 뭐하는지 가까이 다가가 봤더니 각자 솜씨를 뽐내면서 채색하고 있었다. 각자 바라보는 정동의 풍경은 어떨지 채색하는 모습이 진지해 보인다. 정장을 차려입은 남성들도 있었다.
문구점 앞에 있을 법한 간이오락실에서 게임을 즐기는 어른들 모습이 정겹다. ⓒ윤혜숙
문구점 앞에 있을 법한 간이오락실에서 게임을 즐기는 어른들 모습이 정겹다. ⓒ윤혜숙

‘추억의 오락실’도 마련되어 있다. 문구점 앞 간이오락실은 늘 아이들 차지다. 그런 오락실을 '정동문화축제'의 현장에서도 만날 수 있었다. 동전을 넣지 않고 무료로 즐길 수 있다. 길 가던 어른들이 길거리에 앉아서 아이들처럼 신나게 오락에 열중한다. 그 뒷모습이 정겨워 보인다. 다 '정동문화축제' 덕분이다.
덕수궁 돌담길을 배경으로 한 흑백사진 앞에 서면 빛바랜 그시절의 추억속에 빠져든다. ⓒ윤혜숙
덕수궁 돌담길을 배경으로 한 흑백사진 앞에 서면 빛바랜 그시절의 추억 속에 빠져든다. ⓒ윤혜숙

‘이렇게 찍어보세요’ 코너도 있다. 포토존이다. 덕수궁 담벼락을 찍은 커다란 흑백사진이 세워져 있다. 레트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그곳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 어떨까?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의 한때로 되돌아간 듯한 느낌이 든다. 청춘의 한때 덕수궁 돌담길을 무수히 걸어본 이라면 이곳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청명한 가을하늘 아래 간간이 부는 바람은 서늘했어도 한낮의 햇살은 뜨거웠다. '정동문화축제'는 해마다 10월 셋째 주 목, 금, 토 단 3일간 열리고 있다. '정동문화축제'가 벌써 25회를 맞이하고 있다. 서울에서 오래 살아온 기자도 이번에 인지했으니,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서울은 일부에 불과하다. 가을을 맞아서 서울은 곳곳에서 다양한 축제가 많이 열리고, 또 그런 축제가 수많은 국내외 관광객을 불러들이고 있다. 정동길에서도 수시로 외국인들과 마주칠 수 있었다.
어둑해진 저녁에도 은은한 가로등 불빛 아래, 정동길은 운치가 있어 보인다. ⓒ윤혜숙
어둑해진 저녁에도 은은한 가로등 불빛 아래, 정동길은 운치가 있어 보인다. ⓒ윤혜숙

정동길은 1999년 서울시에서 ‘걷고 싶은 거리’ 1호로 지정하였다. 이때 2차선 도로를 1차선 일방통행 도로로 만들면서 보행자 도로를 확장하였다. 도로 형태를 구불구불하게 만들어 차량이 속도를 내지 못 하게 하였다. 또한 '낙엽 쓸지 않는 길'로 지정하여, 2006년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서 최우수상을 차지한 바 있다. 그 길에서 3일간 축제가 열렸다. '정동문화축제'는 끝났지만, 아쉬움을 뒤로 한 채 가을이 가기 전에 정동길을 걷는 행인들은 더욱더 많아질 것이다.

내년 10월 셋째 주 목, 금, 토요일에 열릴 '정동문화축제'를 기약해야겠다. 그땐 미리 일정을 비워두고 여유롭게 축제에 참여하는 모습을 그려본다. 바쁜 일상에 여유를 찾으려면 정동길을 거닐어보자. 지금 정동길에도 가을이 물씬 느껴진다.

제25회 정동문화축제

시민기자 윤혜숙

시와 에세이를 쓰는 작가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면서 다양한 현장의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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