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길 잘했다!" 보름달만큼 넉넉한 정이 넘치는 외국인 벼룩시장

시민기자 이정민

발행일 2023.09.27. 11:00

수정일 2023.09.27. 15:51

조회 5,059

이촌글로벌빌리지센터에서 열린 외국인 벼룩시장 ©이정민
이촌글로벌빌리지센터에서 열린 외국인 벼룩시장 ©이정민

“바람막이 얼마예요?” “5,000원이요.”

양손에 옷을 들고 와 가격을 묻는 손님의 표정이 밝다. 예상보다 저렴한 가격이 반가워 다른 물품들도 찬찬히 둘러보며 쇼핑을 이어간다. 지난 9월 22일 오전, 이촌글로벌빌리지센터에서 열린 외국인 벼룩시장을 찾는 시민들이 많았다.
일본인 거주자가 많은 이촌글로벌빌리지센터 입구 ©이정민
일본인 거주자가 많은 이촌글로벌빌리지센터 입구 ©이정민

용산구 이촌동에 자리한 이곳은 일본인 거주자가 많아 일본어가 가능한 직원이 상주하고 있다. 이처럼 서울에는 외국인들의 생활 지원과 상호 교류를 위한 글로벌빌리지센터 7곳이 운영 중이다. 평소 한국어 강좌와 문화 체험 프로그램 등을 통해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와 내외국인이 함께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
벼룩시장에 진열된 옷들을 정리하는 황향화 센터장 ©이정민
벼룩시장에 진열된 옷들을 정리하는 황향화 센터장 ©이정민

“플리마켓은 환경을 사랑한다는 의미에서 서로 나눔과 물품 재활용 그리고 이웃끼리 친해질 수 있는 시간이 되는 것 같아요.”

매년 두 번씩 개최된다는 외국인 벼룩시장에 관한 황향화 센터장의 말이다. 대부분 센터 이용자들이 사용하던 생활용품과 일부 기증받은 새 상품들을 선보이는 이 행사는 각 부스마다 약 50점 이상의 품목들로 알차게 채워졌다.
두 번째 플리마켓에 참여하게 된 요시자와 마야 씨가 물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정민
두 번째 플리마켓에 참여하게 된 요시자와 마야 씨가 물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정민

헤어드라이어 5,000원, 욕실 매트 2,000원, 도시락통 1,000원 등 가격표를 꼼꼼히 붙이며 손님을 기다리는 요시자와 마야 씨를 만났다. 이번이 두 번째로 참가한 플리마켓이라는 그녀는 직접 판매하는 즐거움과 더불어 기부로 얻는 보람도 크다며 수줍게 웃었다.
친구와 같이 가져온 물품들로 채운 아사노 씨의 판매 부스 ©이정민
친구와 같이 가져온 물품들로 채운 아사노 씨의 판매 부스 ©이정민

“블라우스는 새 것이에요. 3,000원입니다.” 정확한 발음과 억양이 인상적인 아사노 씨는 “한국에 산 지 20년이 넘었어요"라며 "센터에서 어린이 공예 수업과 어른들에게 뜨개질을 가르치고 있습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친한 친구와 같이 가져왔다는 물품들 중 가방과 의류, 신발, 목걸이, 헤어 핀까지 모두 인기를 모았다.
이촌글로벌빌리지센터 공예 수업에서 만든 작품들 ©이정민
이촌글로벌빌리지센터 공예 수업에서 만든 작품들 ©이정민

한편, 이곳에선 아사노 씨와 같은 거주 외국인이나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신청자를 모집, 자원봉사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있다. 이들은 정기적으로 급식 봉사와 아로마 핸드 마사지, 그리고 겨울철 김장 나눔과 마을 환경 정화 등에 참여하고 있다.
이촌글로벌빌리지센터에서는 신청자를 모집해 다양한 체험 및 봉사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정민
이촌글로벌빌리지센터에서는 신청자를 모집해 다양한 체험 및 봉사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정민

“이런 플리마켓도 그렇고 환경보호 활동으로 플로깅을 하고 있습니다.” 월 1회씩 적게는 5~6명의 이촌글로벌빌리지센터 이용자들이 하수구에 버려진 낙엽과 담배꽁초를 치우러 다닌다고 한다. 지난 6월에는 내외국인을 합쳐 100명 정도의 인원이 한강공원에서 플로깅을 했다.
이촌글로벌빌리지센터 이용자들이 사용하던 생활용품과 새 물품 등을 기증받아 마련한 플리마켓 ©이정민
이촌글로벌빌리지센터 이용자들이 사용하던 생활용품과 새 물품 등을 기증받아 마련한 플리마켓 ©이정민

이촌글로벌빌리지센터 이용자들을 위한 도서와 한국 드라마 DVD 대출 서비스를 해주는 공간인 작은 도서관도 오늘만큼은 잠시 쉬어 간다. 기증 도서 코너에 현수막이 걸리고, 그 앞에 물품들이 진열되어 있기 때문이다. 안내 책자용 간이 책꽂이에는 1,000원짜리 카디건이 주인을 기다리며 방문객들을 맞이한다.
몇 년째 잊지 않고 찾는다는 단골 방문객들이 조카에게 줄 선물을 고르고 있다. ©이정민
몇 년째 잊지 않고 찾는다는 단골 방문객들이 조카에게 줄 선물을 고르고 있다. ©이정민

“애가 일곱 살인데 잘 맞을까?” 몇 년째 잊지 않고 즐겨 찾는다는 한 시민은 오랜만에 만날 조카에게 줄 선물을 고르고 있다. 같이 온 친구와 사이즈를 비교하며 고민하다 결국 사진을 찍어 보냈다. 전에 구매한 운동화도 잘 신었다며 이번에도 알뜰 쇼핑을 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했다.
아이를 데리고 온 엄마들이 장난감과 책을 열심히 고르고 있다. ©이정민
아이를 데리고 온 엄마들이 장난감과 책을 열심히 고르고 있다. ©이정민

반대편에서 어린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아이를 데리고 온 엄마들이 일본어로 대화를 나누는 사이 양해를 구하고 물었다. “장난감이랑 책 사는 데 얼마나 쓰셨나요?” “1만 5,000원 정도요. 정말 싸요.” 23개월 아이를 위해 구입한 책과 장난감이 한가득이다. 지하철 타고 20분 걸려서 오길 잘했다며 진열된 아이들 옷도 놓치지 않고 꼼꼼히 살피는 모습이다.
이촌글로벌빌리지센터 근처를 지나던 주민들이 외국인 벼룩시장에 참여해 물건을 고르고 있다. ©이정민
이촌글로벌빌리지센터 근처를 지나던 주민들이 외국인 벼룩시장에 참여해 물건을 고르고 있다. ©이정민
방문객들을 위한 무료 차 시음 테이블을 운영했다. ©이정민
방문객들을 위한 무료 차 시음 테이블을 운영했다. ©이정민

“차 한잔 드시고 가세요.” 이촌글로벌빌리지센터 내 가장 안쪽에 무료 차 시음 테이블을 마련해 방문객들에게 권한다. 6종류의 차를 천천히 마시며 이야기하다 보니, 서로가 마음을 열고 조금 더 가까워지는 것 같다. 추석을 앞두고 외국인들과 이웃의 따뜻한 정을 나누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이촌글로벌빌리지센터

○ 위치 : 서울 용산구 이촌로 224 한강쇼핑센터 304호
○ 교통 : 지하철 중앙선 4호선 4번 출구, 버스 149‧6211‧0015번 한가람아파트 또는 한강맨션 정류소 하차
○ 운영시간 : 월~금요일 09:00~18:00
○ 휴무 : 일요일, 법정공휴일
블로그
○ 문의 : 02-2199-8881

시민기자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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