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구특파원] 딩동댕~ 전국노래자랑 서울중구편! 예심에 누가 나왔나?
발행일 2023.09.06. 15:35
'전국노래자랑' 중구편 예심 현장은 여느 오디션 프로그램 못지않게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선미
지난 8월 31일, 중구 신당동 신당누리센터 5층 강당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올해로 방송 42주년을 맞은 장수 프로그램 KBS <전국노래자랑> 서울중구편 예심이 열린 날이다. 같은 날 오전에 진행된 1차 예심을 통과한 76명의 참가자가 2차 예심을 기다리고 있고, 응원하러 온 방청객들로 강당이 가득 찼다. 시간이 되자 참가자들이 차례로 무대에 올랐다. <전국노래자랑> PD와 작가가 매의 눈으로 참가자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했다.
마을 잔치 같았던 <전국노래자랑> 서울중구편 예심 현장 ©이선미
중구 토박이 어르신부터 직장인들과 초등학생까지 다양한 연령대와 직업과 사연을 가진 참가자들의 순서가 이어졌다. 신당동 떡볶이 사장님이 등장하더니, 떡볶이 가게에 떡을 납품하는 집 며느리도 출연했다. 중구에 사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노래와 함께 펼쳐졌다.
마치 마을 잔치 같았다. 서로가 경쟁자인 상황이지만 혼자 무대에 나선 심정을 더 공감해서인지 호응도 좋았다. 잘하면 잘하는 대로, 어색하면 더 즐겁게 하라는 격려의 박수도 보냈다.
마치 마을 잔치 같았다. 서로가 경쟁자인 상황이지만 혼자 무대에 나선 심정을 더 공감해서인지 호응도 좋았다. 잘하면 잘하는 대로, 어색하면 더 즐겁게 하라는 격려의 박수도 보냈다.
좀 ‘놀아봐서’ 놀 줄 아는 동생과 뭘 해도 어색한 형님의 협업 공연 ©이선미
50대 중반 형제도 많은 박수를 받았다. 온몸을 던져 춤을 추는데도 몸이 안 따라와주는 어색함이 좌중을 웃게 만들고, 한없이 진지한 표정 때문에도 사람들이 더 웃었다.
“동생은 식당을 하시고, 형님은 종교계에서 일하신다고요? 형제가 평소에도 자주 만나고 하세요?” 작가가 물었다.
“자주 교류는 하지만, 대화는 별로 없습니다.” 목회를 한다는 몸치 형이 대답했다. <전국노래자랑>에 나오자고 한 건 동생이었다고.
“동생은 식당을 하시고, 형님은 종교계에서 일하신다고요? 형제가 평소에도 자주 만나고 하세요?” 작가가 물었다.
“자주 교류는 하지만, 대화는 별로 없습니다.” 목회를 한다는 몸치 형이 대답했다. <전국노래자랑>에 나오자고 한 건 동생이었다고.
남자들이라 마음은 있어도
형제가 서로 표현은 못했는데
더 나이 들기 전에 한 번 해보자고 해서 나왔어요.
정신 없이 살기 바빴는데,
이렇게 전국노래자랑에도 도전해 보니
활기도 생기는 거 같고 좋습니다.
형제가 서로 표현은 못했는데
더 나이 들기 전에 한 번 해보자고 해서 나왔어요.
정신 없이 살기 바빴는데,
이렇게 전국노래자랑에도 도전해 보니
활기도 생기는 거 같고 좋습니다.
중구 50대 형제 참여자
중구청 직원인 두 청년이 노래면 노래, 코믹이면 코믹, 즐거운 시간을 만들어 주었다. ©이선미
하얀 후드 셔츠 차림의 뻘쭘한 콘셉트로 두 청년이 등장했다. 중구청 직원들이라고 했다. <전국노래자랑>의 참가자 신청을 받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2~3주간 연습해서 출연했다고 한다. 노래도 노래지만 코믹한 몸짓으로 아주 신나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다.
실직한 친구와 면접 합격한 친구가 온몸을 다해 부른 노래로 많은 박수를 받았다. ©이선미
며칠 전에 실직한 친구와 그 전날 면접 본 회사에서 합격 통지를 받은 두 친구는 배일호의 ‘폼나게 살거야’를 신나게 불렀다. 노래가 끝나고 이 사실을 알게 된 주민들이 격려의 박수로 힘을 보탰다.
엄마가 노래를 하자 아빠와 아이도 무대에 나와 함께 응원했다. ©이선미
<전국노래자랑> 예심 현장은 온 가족이 응원하러 와서 더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아이 엄마도 여럿 있었다. 엄마가 노래를 부르니 아빠 품에 안겨 있다가 '와앙' 울음을 터뜨린 아이도 있고, 엄마 무대에 ‘난입’한 아이도 있었다. 작가가 재빨리 “아빠도 같이 나오세요!”라고 해서 한 가족이 무대를 꾸미기도 했다. 젊은 엄마들이 노래를 예쁘게도 잘 부르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노래가 육아에도 큰 힘이 되면 좋겠다.
노래도 잘하고 끼도 많은 청년들이 멋진 솜씨를 보여주었다. ©이선미
마냥 즐거운 분위기로만 이어진 건 아니었다. <전국노래자랑>이 누군가에게는 인생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 그러니 그 간절함이 느껴지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청년들에게는 이 날이 또 다른 미래를 여는 출구가 되기를 바라는 절박함도 보였다.
어르신들의 무대에서는 깊은 맛이 났다. ©이선미
연세 지긋한 어르신들은 인생사 쓴맛과 단맛을 녹여내는 노래로 공감을 얻었다. ‘시니어의 자존심’을 걸고 노래하신다는 할아버지부터 기계체조로 노래를 시작하신 할머니까지 어르신들의 활약 또한 컸다.
빨간 모자에 선글라스로 한껏 멋을 내고 나오신 할머니는 아쉽게도 액세서리를 다 내려놓고 노래를 하셔야 했다. “모자랑 선글라스는 다 벗어야 해요. 표정을 봐야 해서요.”
한 할머니는 고음이 올라가지 않았지만, 어느 누구보다 큰 박수 갈채를 받았다.
빨간 모자에 선글라스로 한껏 멋을 내고 나오신 할머니는 아쉽게도 액세서리를 다 내려놓고 노래를 하셔야 했다. “모자랑 선글라스는 다 벗어야 해요. 표정을 봐야 해서요.”
한 할머니는 고음이 올라가지 않았지만, 어느 누구보다 큰 박수 갈채를 받았다.
고음이 안 올라가네.
내가 폐암 수술을 한 지 얼마 안 됐거든요.
아들이 셋인데, 아들들한테 내 걱정 말라고,
힘내라고 하고 싶어서 오늘 무대에 나왔어요.
내가 폐암 수술을 한 지 얼마 안 됐거든요.
아들이 셋인데, 아들들한테 내 걱정 말라고,
힘내라고 하고 싶어서 오늘 무대에 나왔어요.
얼마 전 수술을 하고 노래자랑에 도전한 어르신 참여자
초등학교 5학년 어린이들이 반전 매력 무대를 보여주었다. ©이선미
많은 어른들 사이에서 시선을 끄는 아이들도 있었다. 자그마한 몸에 작은 바이올린을 들고 잔뜩 긴장한 채 차례를 기다리던 아이들은 대광초등학교 5학년 다섯 친구였다. 차례가 되자 자리를 잡고 우아하게 바이올린 연주를 시작했다. 그러다 한순간 바이올린을 내려놓더니 소찬휘의 ‘티어스’를 온몸으로 노래했다. 막춤에 헤드뱅잉이 시작되자 그 반전에 모두가 박장대소했다.
한 친구가 <전국노라자랑> 포스터를 보고 도전해 보자고 해 의기투합했다는 아이들이 대견했다. 흔쾌히 허락하고 지원해준 아이들의 엄마들도 멋있어 보였다. “5학년이니까 곧 중학교에 가잖아요. 그 전에 꼭 한 번 해보겠다고 해서 허락했죠. 엄마들은 별로 한 게 없어요. 아이들이 알아서 선곡하고 안무도 짰어요. 학원은 빠졌지만 아이들이 즐거워하니까 좋네요.”
한 친구가 <전국노라자랑> 포스터를 보고 도전해 보자고 해 의기투합했다는 아이들이 대견했다. 흔쾌히 허락하고 지원해준 아이들의 엄마들도 멋있어 보였다. “5학년이니까 곧 중학교에 가잖아요. 그 전에 꼭 한 번 해보겠다고 해서 허락했죠. 엄마들은 별로 한 게 없어요. 아이들이 알아서 선곡하고 안무도 짰어요. 학원은 빠졌지만 아이들이 즐거워하니까 좋네요.”
대기자들이 긴장이 역력한 표정으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이선미
예심 현장을 함께하다 보니 장수 프로그램이 그냥 되는 게 아니라는 걸 새삼 알게 되었다. 작가와 PD는 참가자들이 사전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서 참가자의 장점을 최대한 끌어내려고 애썼다. 개인기부터 다양한 레퍼토리까지 기회를 주고, 음색에 따라 노래 장르를 바꿔 불러보도록 권하기도 했다. 무슨 일이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애쓰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한 현장이었다.
참가자들은 자신의 모든 걸 보여주려고 했다. 덕분에 현장은 그만큼 즐겁고 애절하고 따뜻해졌다. 최대한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중구청 직원들도 잔뜩 신경을 쓰고 있었다. 다음 참가자들을 미리 준비시켰다가 바로바로 진행되도록 하는 것도 큰일이었다. 차례를 마친 참가자들도 자리를 지키고 앉아 흥분이 채 가시지 않은 발그레한 얼굴로 응원을 했다.
참가자들은 자신의 모든 걸 보여주려고 했다. 덕분에 현장은 그만큼 즐겁고 애절하고 따뜻해졌다. 최대한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중구청 직원들도 잔뜩 신경을 쓰고 있었다. 다음 참가자들을 미리 준비시켰다가 바로바로 진행되도록 하는 것도 큰일이었다. 차례를 마친 참가자들도 자리를 지키고 앉아 흥분이 채 가시지 않은 발그레한 얼굴로 응원을 했다.
시각장애인이지만 끊임없이 도전하며 영화 <산티아고의 흰 지팡이>에 출연한 박재한 님 ©이선미
어느새 밤 10시가 넘었다. 저녁 7시부터 시작했으니, 2심 심사만 세 시간을 기다린 참가자들이었다. 76명 중 73번째 출연자의 노래가 끝났다.
“언제부터 장애가 있으셨어요?” 작가가 물었다.
“전 선천성 시각장애인이에요. 약간의 빛과 느낌으로만 사물을 볼 수 있어요.”
작가가 사전 자료를 보며 소개를 덧붙여주었다. “이 분은 플라멩코를 배워서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일 때 스페인에도 가셨어요. 유명한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고 대성당 앞에서 플라멩코를 추기도 했답니다. 그 과정이 영화로도 나왔군요?” 다큐멘터리 영화 <산티아고의 흰 지팡이>의 주인공 박재한 님이었다.
“언제부터 장애가 있으셨어요?” 작가가 물었다.
“전 선천성 시각장애인이에요. 약간의 빛과 느낌으로만 사물을 볼 수 있어요.”
작가가 사전 자료를 보며 소개를 덧붙여주었다. “이 분은 플라멩코를 배워서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일 때 스페인에도 가셨어요. 유명한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고 대성당 앞에서 플라멩코를 추기도 했답니다. 그 과정이 영화로도 나왔군요?” 다큐멘터리 영화 <산티아고의 흰 지팡이>의 주인공 박재한 님이었다.
장애 여성 가운데에도 재능 있는 여성이 많아요.
꿈을 향해 가는 시각장애 여성들에게
힘이 되고 싶어서
더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꿈을 향해 가는 시각장애 여성들에게
힘이 되고 싶어서
더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시각장애가 있지만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는 박재한 님
<전국노래자랑> 서울중구편 예심이 진행된 신당누리센터 현장 ©이선미
예심이 다 끝난 뒤 결과 발표를 앞두고 신당누리센터를 나섰다. 버스를 타러 가는 길에 자꾸 노래가 흘러나왔다. 수십 명의 참가자가 부른 수십 곡의 노래가 수십 권의 책처럼 마음을 스쳤다. 지구와 가장 가까이에 떠서 그만큼 크다는 블루 슈퍼문이 휘영청 밝았다. 교교한 달빛 아래 이날 출연한 모든 사람들의 행복을 기원했다.
이날 예심을 통과한 출연자들은 본선을 거쳐 오는 10월에 개최되는 중구의 대표 가을문화축제 ‘정동야행’ 즈음에 <전국노래자랑> 서울중구편에서 만나게 된다. 오랜 역사를 간직한 서울의 터줏대감 중구에서, 모처럼 진행된 <전국노래자랑> 예심은 치열한 삶의 현장이었지만 한편으로 마음 따뜻해지는 잔치였다.
이날 예심을 통과한 출연자들은 본선을 거쳐 오는 10월에 개최되는 중구의 대표 가을문화축제 ‘정동야행’ 즈음에 <전국노래자랑> 서울중구편에서 만나게 된다. 오랜 역사를 간직한 서울의 터줏대감 중구에서, 모처럼 진행된 <전국노래자랑> 예심은 치열한 삶의 현장이었지만 한편으로 마음 따뜻해지는 잔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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