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보는 곳에서 즐기는 곳으로…'신중앙시장' 맛집 탐방

서울사랑

발행일 2023.07.31. 13:59

수정일 2023.07.31. 13:59

조회 4,657

신중앙시장
서울중앙시장은 1946년에 세워졌다.

역동적으로 변모한 중앙 통로, 신중앙시장

원래 서울중앙시장(이하 중앙시장)은 성동시장이라는 이름으로 해방 후인 1946년에 세워졌다. 당시 시장이 거의 그랬듯이 쌀과 잡곡, 채소를 팔았다. 밥과 채소 반찬(김치류) 핵심이던 당시 서울 시민의 음식과 연결된 것이었다. 당시엔 남대문시장, 동대문시장과 함께 3대 시장이었다. 특히 미곡이 유명해서 서울 소비량의 70%를 차지하기도 했다. 서울시 중구문화원에서 펴낸 <중구의 시장, 어제와 오늘>에 따르면 서울 토박이 상인이 쌀과 여러 잡곡을 팔았다고 한다.

중앙시장은 이후 서울 성동권의 핵심 시장으로 융성했다. 그러다가 황학동 중고시장이 이전하면서 시장의 전체 형세가 위축되는 위기를 맞기도 했다. 또 서울의 다른 전통시장이 공통적으로 겪는 일이었지만 새로운 형태의 소비문화, 즉 마트의 대약진으로 긴 침체기를 겪었다. 최근에는 ‘힙당동’이라는 이름으로 불릴 만큼 새로운 지명도를 얻고 있다. 특히 인근의 황학동 가구거리, 그릇도매상가 등을 포괄해 그냥 중앙시장이라고 부르던 모호함을 벗고 원래 있던 중앙 통로만을 ‘신중앙시장’이라고 호칭하면서 중앙시장의 면모를 바꾸고 있다.

이 골목은 대단히 역동적이며, 볼거리가 많이 생겼다. 또 지난 5월에는 서울시가 ‘디자인 혁신 전통시장 조성 사업’ 대상지로 신중앙시장과 통인시장을 선정하면서 다시 한번 탈바꿈할 기회를 맞았다. 전통시장의 지역성과 역사성을 살린 독창적 외관에 예술적 실내디자인을 접목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추진하고 있다.
야장으로도 인기인 신중앙시장
야장으로도 인기인 신중앙시장

장 보는 곳에서 즐기는 곳으로 변화하다

지금 중앙시장에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것은 이른바 맛집이다. 반건조 생선구이가 주 종목인 ‘옥경이네건생선’, ‘간판없는떡볶이집’, 외국 풍의 어묵 술집 ‘산전’ 등이 전통시장에 오지 않던 세대를 불러 모으며 새로운 수요층을 만들어내고 있다. 시장이 기존 모습에서 내부적으로 변화하기 어려운 사정에 봉착하면 이처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시민에게 어필할 수 있어야 한다. 

셰프의 등장으로 화제를 모으며 성장한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보케리아 시장, 영국식 샌드위치와 전통 음식으로 관광객을 모아 환골탈태한 런던의 여러 재래시장, 전통적인 절임 음식 중심에서 골목의 여러 식당과 술집까지 결합해 거대한 시민의 자랑이 된 교토의 니시키 시장 등이 그 예다. 시장은 장 보는 곳에서 즐기는 곳이라는 이미지가 더해지고 있는 것이 세계적 추세다.
먹음직스러운 수제 어묵이 발길을 사로잡는다.
먹음직스러운 수제 어묵이 발길을 사로잡는다.

역시 그 핵은 맛있는 음식이다. 좌판 음식도 좋고, 기존에 상인들이 사랑하던 식당과 새롭게 합류한 젊은 식당이 공존하는 게 바람직하다고들 하는데 중앙시장이 대체로 이에 부합한다. 옥경이네건생선은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는 곳으로, 이 시장 맛집의 얼굴인 셈이다. 게다가 중앙시장의 과거에서 출발한 곳이라 더욱 상징성이 있다. 갑오징어·민어 등 호남 지역에서 올라오는 생선을 즉석에서 구워 파는데, 서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식당을 종목과 지역 불문하고 랭킹을 매기라면 이 집이 3등 안에 들어갈 듯하다. 대낮부터 인파가 몰려 사람 구경하는 식당으로도 유명하다.
숯불에 구운 갑오징어 등 먹거리가 넘친다.
숯불에 구운 갑오징어 등 먹거리가 넘친다.

문화 벨트의 중심점에 자리한 시장

실은 필자는 이 시장의 오랜 단골이다. 길 건너 황학동 중고시장(개미시장, 벼룩시장으로도 불린다)에서 돼지 곱창을 많이 먹었다. 중고 전자 제품 상가를 구경하다가 중앙시장으로 넘어오곤 했다. 황학동의 유명한 돼지 곱창집은 원래 이 시장에서 손질하는 곱창을 갖다 썼다. 지금도 서울 전역에 단골 가게를 두고 있는 도매상들이 모여 돼지 부산물을 손질하느라 바쁘다.

1970년대 이후 형성되어 크게 번성하던 골목이 바로 중앙시장에 있다. 또 직업이 요리사다 보니 여러 도구와 장비를 보러 시장에 붙은 그릇 전문 상가를 들르곤 한다. 특히 고기구이 장비와 불판이 가장 싸고 다양해서 서울의 서민 구잇집 사장님들이 애용하는 곳이다. 고기구이와 관련해 없는 게 없으며, 심지어 없는 것은 주문 제작할 능력을 가진 기술자들이 포진해 있다. 포장마차, 떡볶이용 철판 등을 제작하는 곳도 바로 이 지역이라는 사실.

중앙시장은 새롭게 형성된 동묘 구제시장과 인근의 DDP, 청계천 라인으로 연계 관광과 탐방이 가능하다는 것도 특징이다. 볼거리와 쇼핑, 먹거리, 문화가 넘쳐나는 하나의 거대한 서울 동부 지역 문화 벨트가 바로 시장을 중심으로 연결된다는 점이 놀라울 따름이다.
저녁이 되니 청년들이 더 많이 모인다.
저녁이 되니 청년들이 더 많이 모인다.
곳곳에 다양한 맛집이 눈에 띈다.
곳곳에 다양한 맛집이 눈에 띈다.

맛이면 맛! 정성이면 정성! 신중앙시장 맛집


간판이 없어도 찾아오는 ‘간판없는떡볶이집’ 따로 간판을 달지 않아 ‘간판없는떡볶이집’이라 불리는 이곳은 늘 단골손님이 줄을 선다. 시장에서 가볍게, 맛있게 먹는 분식이 그리운 이들에게는 단연 최고의 맛집. 특히 신선한 재료로 맛있게 튀겨낸 튀김에도 많은 이가 엄지를 치켜세운다. 오징어튀김 맛집으로 매스컴에도 소개됐을 정도다.

가격 떡볶이 3,000원, 순대 3,000원, 튀김 2,000원(3개)


근사한 맛, 저렴한 가격 ‘장충동 한방 왕족발’ 한약재를 넣은 육수에 삶아 돼지 냄새가 나지 않는 데다 감칠맛까지 더했다. 한번 먹어보면 자연히 다시 찾게 되는 이곳 족발은 가격으로도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이렇게 맛있는 족발을 이렇게 저렴한 가격에 먹을 수 있다니! 손님들 주머니 사정을 생각해 포장할 경우 더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다.

가격 왕족발 1만 2,000원(소), 미니 족발 8,000원(소), 닭발 8,000원(소)


좋은 재료로 알차게 만든 어묵 ‘산전’ 밀가루는 들어가지 않는다. 오로지 생선 살과 감자 전분으로만 만든 수제 어묵. 게다가 생선 살도 무조건 최고급만 취급한다. 좋은 재료를 사용한다는 것은 어묵 맛에서도 바로 느껴질 정도다. 맛도 분위기도 좋아 인기 맛집으로 통하는데, 어묵과 잘 어울리는 주류도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어 취향에 맞게 즐길 수 있다.

가격 어묵탕 2만 5,000원, 수제 어묵 1만 5,000원(3개), 가마보코 1만 3,000원(5개)


진실한 맛으로 승부하는 맛집 ‘옥경이네건생선’ 목포에서 올라온 100% 국산 생선만을 취급하는 이곳은 그야말로 진실한 맛으로 승부하는 곳이다. 언제나 손님이 꽉꽉 차서 기다림을 감수해야 하지만, 그럼에도 손님들은 늘 줄을 선다. 특히 숯불에 구운 갑오징어는 꼭 먹어봐야 하는 메뉴로 꼽힌다. 싱싱하고 쫀득한 맛은 남녀노소 모두의 사랑을 받는다.

가격 갑오징어구이 3만 9000원(소), 간재미회무침 3만 9,000원, 민어찜 3만 7,000원(소)
박찬일

박찬일

1966년 서울 출생. <백년식당>, <노포의 장사법> 등의 책을 쓰며 ‘글 잘 쓰는 요리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서울이 사랑하는 음식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찾아내 널리 알리면서 사람들의 입맛을 돋우고 있다.


박찬일   취재 임산하   사진 한유리

출처 서울사랑 (☞ 원문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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