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의 초록! 푸른수목원에서 여유를 즐기다

시민기자 이선미

발행일 2023.07.10. 11:28

수정일 2023.07.10. 11:29

조회 2,385

푸른수목원‘우리들의 푸른날, Chilling’ 프로그램을 신청했는데 비 예보가 심상찮았다. 그래도 기왕 신청했으니 비를 무릅쓰고 다녀오기로 했다.

3시까지는 흐림이었는데 2시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버스에서 내려 수목원 후문 쪽으로 들어서자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항동저수지 풍경에 순간적으로 대도시를 벗어난 듯한 기분이 들었다.
빗속의 푸른수목원 항동저수지 ⓒ이선미
빗속의 푸른수목원 항동저수지 ⓒ이선미
예보보다 일찍부터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이선미
예보보다 일찍부터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이선미

3시부터 시작하는 프로그램은 숲해설가와 함께 푸른수목원의 여름꽃들을 찾아 돌아보고, 그 꽃들을 활용해 칠링백을 만들어 보는 시간이었다. 5분쯤 늦게 도착해서 곧바로 오색정원 쪽으로 찾아갔다. 비가 점점 더 쏟아져서 벌써 옷이 젖었다.

우산을 쓰고 내리는 빗속의 꽃들을 만났다. 사실 빗속의 꽃들은 더 예쁘고 더 푸르렀다. 해설사는 애정을 가득 담아 각각의 꽃들과 꽃길들을 안내해 주었다. 매일 보는 수목원의 풍경 가운데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정원도 소개해 주었다. 조금 불편하긴 해도 비 내리는 수목원도 좋았다.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해설사와 함께 빗속의 푸른수목원을 둘러보고 있다. ⓒ이선미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해설사와 함께 빗속의 푸른수목원을 둘러보고 있다. ⓒ이선미
빗속의 수목원 산책 ⓒ이선미
빗속의 수목원 산책 ⓒ이선미
비 내리는 수목원은 더 푸르렀다. ⓒ이선미
비 내리는 수목원은 더 푸르렀다. ⓒ이선미

KB숲교육센터로 들어가 이날의 프로그램 ‘우리들의 푸른날, Chilling’이 진행되었다. 식물문화활동가 이지선 님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Chilling’은 ‘휴식을 취하다, 친구들과 편하게 논다’와 같은 휴식의 의미인데 수목원은 “자연 속에서 일상의 스트레스와 더위를 식히고 여유를 느끼고자” 이 프로그램을 준비했다고 한다. 와인을 차가운 온도로 보관할 때 사용하는 칠링백에 꽃을 담아 보면서 여유로운 시간을 누려 보자는 것이었다. 비가 쏟아지는 날이어도 휴식과 여유는 필요했다.
나만의 칠링백 만들기가 진행됐다. ⓒ이선미
나만의 칠링백 만들기가 진행됐다. ⓒ이선미

먼저 ‘나에게 해 주고픈 말’을 생각해 보자고 했다. 위로 받았던 말이나 지금의 나에게 하고 싶은 말, 듣고 싶었던 말 등을 칠링백에 쓰고 색색의 마커펜으로 장식할 시간이었다. 비 때문에 여러 사람이 예약을 취소해서 참석자들은 덕분에 더 여유 있게 프로그램을 즐기게 됐다.

칠링백을 꾸미고 드디어 푸른수목원에서 핀 여름꽃으로 꽃다발을 만들었다. 에키네시아, 루드베키아, 미국미역취, 부처꽃, 강아지풀, 돌피, 샐비어 빅토리아블루 등 일곱 종이었다. 모두 수목원에서 나온 꽃이었다.
비 때문에 취소가 많아서 참석자들은 더 호젓하게 프로그램을 즐겼다. ⓒ이선미
비 때문에 취소가 많아서 참석자들은 더 호젓하게 프로그램을 즐겼다. ⓒ이선미
푸른수목원에서 나온 버려질 뻔한 꽃들이 프로그램을 위해 준비됐다. ⓒ이선미
푸른수목원에서 나온 버려질 뻔한 꽃들이 프로그램을 위해 준비됐다. ⓒ이선미

꽃들에 대해 하나하나 짧은 소개가 있었다. 꽃의 특성과 꽃말 등을 듣다 보니 꽃들과 통성명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나라 곳곳에서 볼 수 있는 루드베키아도 그렇지만 여러 종이 외래종이었다. 부처꽃과 돌피 정도가 우리나라 자생식물이었다. 

꽃이 좀 거칠 수도 있으니 꼭 장갑을 끼라고 하여 장갑을 끼고 루드베키아와 에키네시아도 처음으로 만져 보았다. 털이 있어서 장갑을 끼었는데도 까슬했다. 생각보다 줄기가 단단했다. 뜻밖이었다. 
에키네시아와 루드베키아는 생각보다 단단한 줄기를 가지고 있었다. ⓒ이선미
에키네시아와 루드베키아는 생각보다 단단한 줄기를 가지고 있었다. ⓒ이선미

일곱 종의 꽃을 적당한 크기로 자르고 칠링백에 넣을 수 있도록 모양을 잡아 보았다. 같은 꽃이지만 각자 조금씩 느낌이 다른 꽃다발이 만들어졌다. 

집으로 가지고 가서 관리하는 방법도 알려 주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꽃을 만지다 보니 예정 시간이 지났다. 세 명뿐이었지만 참석자들은 아주 만족했다. 소박하게 즐겨 본 시간이었다. 
수목원에서 피는 여름꽃으로 만들어 본 소박한 꽃다발 ⓒ이선미
수목원에서 피는 여름꽃으로 만들어 본 소박한 꽃다발 ⓒ이선미

“다음에도 또 오세요.” “네. 프로그램 찾아 보고 또 신청할게요.”
“우리 연꽃축제도 해요. 연꽃 피면 꼭 보러 오세요.” 수목원 직원도 거들었다.

푸른수목원에서는 7월 14일부터 16일까지 ‘꽃 기억해’ 연꽃 테마 여름축제가 열린다. 탐스럽게 피어오를 연꽃과 수련의 생태 해설 프로그램과 문학 투어, 공연과 물놀이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고 한다.
항동저수지에 가득한 연꽃들이 곧 피어날 예정이다. ⓒ이선미
항동저수지에 가득한 연꽃들이 곧 피어날 예정이다. ⓒ이선미
작은 수련 한 송이가 피어 있다. ⓒ이선미
작은 수련 한 송이가 피어 있다. ⓒ이선미

푸른수목원의 여름맞이 프로그램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수목원의 수생식물을 주제로 한 ‘여름꽃을 만난 하루’는 7월 16일까지 진행되는데, 수생식물에 대한 해설을 듣고 연잎차를 마시며 꽃부채를 만들거나 연꽃 종이공예를 배울 수도 있다. 서울시 공공서비스예약 누리집을 통해 신청이 가능하다.

‘우리들의 푸른날, Chilling’ 프로그램은 칠링백을 만들어 보는 것도 좋았지만 수목원에서 버려질 뻔한 꽃들을 활용해 더 의미 있었다. 한 송이 꽃도 허투루 버리지 않고 즐거운 프로그램을 마련해 준 푸른수목원에 박수를 보낸다. ‘우리들의 푸른날, Chilling’은 7월 11일까지 총 3회 진행된다.
여름꽃들이 피고 지는 푸른수목원 정경 ⓒ이선미
여름꽃들이 피고 지는 푸른수목원 정경 ⓒ이선미

푸른수목원

○ 위치 : 서울시 구로구 서해안로 2117
○ 이용시간 : 05:00 ~ 22:00 (연중무휴)
○ 프로그램 신청 : 서울시 공공서비스예약 누리집 ☞바로가기
누리집
○ 문의 : 02-2686-3200

시민기자 이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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