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이 그리울 때, 나들이 가기 좋은 서울의 온실 5곳

시민기자 박혜진

발행일 2023.03.20. 15:09

수정일 2023.04.27. 19:36

조회 7,338

연둣빛 봄이 찾아오니 초록이 더욱 그립다. 다행히 우리 주변에는 사시사철 언제든지 초록빛을 만날 수 있는 온실이 있다. 궂은 날씨여도 괜찮다. 온실은 흐린 날 더욱 운치 있는 산책 코스가 된다.

10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창경궁 대온실부터 세계 12개 도시 식물이 전시된 ▴서울식물원 온실, 초승달 모양의 ▴푸른수목원 KB숲교육센터, ▴서울숲 곤충식물원, 섬 위에 자리한 ▴선유도공원 수생식물원까지 편한 마음으로 들르기 좋은 서울의 온실 5곳을 소개한다.
서울식물원 스카이워크에서 바라본 식물들. 온실은 사시사철 변함없이 초록빛을 품고 있다. ⓒ박혜진
서울식물원 스카이워크에서 바라본 식물들. 온실은 사시사철 변함없이 초록빛을 품고 있다. ⓒ박혜진

① 고궁의 아취를 품은 창경궁 대온실

도심의 소음이 잦아드는 고궁 산책길, 창덕궁 후원 연못 ‘춘당지’를 빙 둘러 가면 하얀 골조의 유리 온실이 모습을 드러낸다. 1909년 지어진 창경궁 대온실이다.

오랜 역사를 간직한 온실답게 어디를 둘러보든 우아한 멋이 있다. 연못에는 잉어가 헤엄치고 동백과 백량금, 수선화의 화사한 아름다움이 관람객을 반긴다. 해송과 눈향나무, 철쭉 등을 정교하게 가꾼 분재 화분을 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어렴풋이 실려오는 꽃향기에 옷자락을 적시니 ‘이보다 더한 호사가 있을까’ 싶다.

천연기념물 후계목과 식충식물류를 전시한 공간도 볼거리를 제공한다. 천연기념물 후계목은 전국 각지의 천연기념물 모수(母樹)에서 직접 채취해 키워냈다고 한다. 창덕궁 향나무를 비롯해 멀리 남해, 섬의 자생지에서 채취한 나무들도 있었다.

관람료가 전혀 아깝지 않은 곳이지만 관람 팁을 제공하자면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고궁을 무료 개방하는 날인 ‘문화가 있는 날’에 방문하면 더욱 부담 없이 온실을 만끽할 수 있다.
고궁에 자리한 창경궁 대온실은 우아한 정취가 가득하다. ⓒ박혜진
고궁에 자리한 창경궁 대온실은 우아한 정취가 가득하다. ⓒ박혜진
정교하게 가꿔진 창경궁 대온실의 분재들 ⓒ박혜진
정교하게 가꿔진 창경궁 대온실의 분재들 ⓒ박혜진
잉어들이 헤엄치는 연못은 시간이 멈춘 듯한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박혜진
잉어들이 헤엄치는 연못은 시간이 멈춘 듯한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박혜진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창경궁 대온실은 1909년 완공된 건축물로 조선 왕실의 상징인 오얏꽃 장식이 특징이다. ⓒ박혜진
창경궁 대온실은 1909년 완공된 건축물로 조선 왕실의 상징인 오얏꽃 장식이 특징이다. ⓒ박혜진

② 세계 식물이 모인 테마파크, 서울식물원 온실

서울식물원 온실에 들른 날은 비 내리는 주말이었다. 등산 갈 마음을 먹고 있다가 궂은 날씨로 꼼짝 못하게 된 답답함을 달래고자 온실을 찾았다. 1,300여 종의 세계 식물을 전시한 서울식물원 온실은 아파트 8층 높이의 스카이워크가 따로 있을 정도로 방대한 규모다. 수 백여 명의 관람 인원을 동시 수용 가능한 온실은 마치 놀이공원을 방불케 한다.

온실 내부에는 인공 폭포와 함께 시선을 사로잡는 식물들이 가득해 여기저기 사진을 찍는 시민들로 붐볐다. 커다란 야자나무와 선인장, 형형색색의 베고니아, 한창 인기 있는 틸란드시아와 튤립 등 눈에 띄는 식물들만 구경해도 시간이 쏜살같이 흐른다.

스카이워크에서는 나무들의 꼭대기를 바라볼 수 있다. 일상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광경이다. 야자잎이 그리는 시원한 곡선을 보노라면 마음은 여름을 마중 나간다. 식물이 좋아하는 온, 습도 속에서 초록 그늘을 원 없이 즐겼다.
서울식물원은 1,300여 종의 세계 식물을 전시하는 방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박혜진
서울식물원은 1,300여 종의 세계 식물을 전시하는 방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박혜진
서울식물원에서 주말 오후를 보내는 시민들
서울식물원에서 주말 오후를 보내는 시민들 ⓒ박혜진
선인장을 비롯해 평소 접하기 어려운 이국적인 식물들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박혜진
선인장을 비롯해 평소 접하기 어려운 이국적인 식물들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박혜진

서울식물원 온실을 방문했다면 같은 건물 2층에 위치한 '식물전문도서관'도 둘러보자. 평소 접할 수 없는 양질의 식물 관련 전문 서적과 해외 도서들을 만날 수 있다. 한두 페이지만 읽어 봐도 자연에 관심을 기울이는 시도로 충분할 성싶다. 휴대폰 충전을 할 수 있는 콘센트도 있어 편안하게 잠시 쉬어가기에 제격이다.
식물문화센터 2층 식물전문도서관. 편안한 분위기에서 진귀한 식물 전문 서적을 접할 수 있다. ⓒ박혜진
식물문화센터 2층 식물전문도서관. 편안한 분위기에서 진귀한 식물 전문 서적을 접할 수 있다. ⓒ박혜진

③ 나무 데크의 자연스러움, 푸른수목원 KB숲교육센터

푸른수목원은 서울시 제1호 공립수목원이다. 항동저수지를 중심으로 20개의 주제정원과 잔디마당, 전시온실인 KB숲교육센터 등이 조성돼 있다. 이중 초승달 모양의 정남향 유리 온실로 지어진 KB숲교육센터는 나무를 활용한 바닥이 매력적인 아담한 공간이다. 호주와 아프리카 등 각 나라의 특색 있는 유용자원식물이 전시돼 있다. 처음 보는 호주매화를 지나 라벤더, 유칼립투스 등 반가운 식물들과 인사하며 편안한 산책을 즐길 수 있었다.

온실 주변은 6만여 평 부지에 저수지를 끼고 있어 식물뿐 아니라 다양한 생물들이 서식한다. 왜가리가 너울너울 날아가고 물가에는 민물가마우지와 흰뺨검둥오리가 쉬고 있다. 딱새 한 마리도 꼬리를 흔들며 포로롱 앉았다 날아갔다. 저수지 둘레를 천천히 걷는 시민들과 노을 물드는 하늘이 어우러져 더없이 한가로운 풍경이었다.
푸른수목원 KB숲교육센터는 초승달 모양의 유리 온실로 나무 데크가 깔려 있다. ⓒ박혜진
푸른수목원 KB숲교육센터는 초승달 모양의 유리 온실로 나무 데크가 깔려 있다. ⓒ박혜진
푸른수목원 KB숲교육센터에서 만난 스코파리움 호주매화 ⓒ박혜진
푸른수목원 KB숲교육센터에서 만난 스코파리움 호주매화 ⓒ박혜진

④ 알찬 생태 학습장, 서울숲 곤충식물원

서울숲 곤충식물원은 온실과 곤충 표본 전시실을 함께 갖추고 있다. 민물고기가 헤엄치는 수조와 설가타육지거북을 실제로 만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온실에는 서울식물원 온실처럼 2층을 둘러볼 수 있는 계단을 뒀다. 구석구석 알차게 생태 학습을 할 수 있어 아이들을 데리고 오면 좋을 것 같다.

탐스럽게 열린 레몬 나무에는 ‘많은 시민들이 관람할 수 있도록 꽃과 열매를 지켜 주세요’ 라는 관람 에티켓이 적혀 있고 식물들 사이로 곧잘 ‘from 서울식물원’이라는 표찰이 보였다. 움직이지 못하는 식물도 정원사의 손길이 닿아 여행을 하는구나 싶어 웃음이 나왔다.

온실은 단순히 식물을 보여줄 뿐 아니라 사라져 가는 식물, 보존해야 할 식물을 알리고 식물 문화를 널리 확산하는 기능도 한다. 식물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정성껏 매단 표찰을 하나하나 따라 가다 보면 보다 편안하고 열린 마음으로 식물을 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서울숲 곤충식물원에도 서울식물원의 스카이워크처럼 2층 관람로가 조성되어 있다. ⓒ박혜진
서울숲 곤충식물원에도 서울식물원의 스카이워크처럼 2층 관람로가 조성되어 있다. ⓒ박혜진
'from 서울식물원' 표찰이 달린 베고니아 화분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박혜진
'from 서울식물원' 표찰이 달린 베고니아 화분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박혜진
서울숲 곤충식물원 표본전시실. 장수풍뎅이, 하늘소, 딱정벌레 등 다양한 곤충 표본이 전시되어 있다. ⓒ박혜진
서울숲 곤충식물원 표본전시실. 장수풍뎅이, 하늘소, 딱정벌레 등 다양한 곤충 표본이 전시되어 있다. ⓒ박혜진

⑤ 섬 위의 온실, 선유도공원 수생식물원

선유도공원 수생식물원은 한강 양화대교에서 선유도공원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자리한다. 수생식물원 옆으로 한강이 유유히 흐르는 이른바 ‘섬 위의 온실’이다.

이곳은 겨울철에도 수생식물을 이용한 수질정화 과정을 볼 수 있게 해줄 뿐 아니라 선유도의 다양한 식물을 번식시키고 기르는 역할을 한다. 관람 편의를 위해 사진 촬영이 금지된 내부는 눈으로만 담아가기 아까울 정도로 아름다웠다. 한여름인 양 연못에 수련이 피어 있고 벽을 따라 덩굴 식물이 자란다. 고목에 틸란드시아를 꾸며 놓은 감각도 범상치 않다.

수생식물원을 나와 버드나무 새순 돋은 가지가 살랑이는 선유교를 건넜다. 한강에는 부서진 햇빛이 반짝였다. 겨우내 웅크린 동식물이 깨어나는 시기, 서울의 온실들을 둘러보며 초록의 기억을 되새길 수 있었다. 망망한 바다에서 등대를 만나는 반가움에 견줄 수 있을까? 삭막한 도시에서 언제든 따뜻한 초록의 기억을 펼쳐 볼 수 있는 쉼터, 온실의 소중함은 쌀쌀한 이맘때 더욱 빛을 발한다.
선유도공원 수생식물원 전경 ⓒ박혜진
선유도공원 수생식물원 전경 ⓒ박혜진

창경궁 대온실

○ 위치 : 서울 종로구 창경궁로 185
○ 교통 : 지하철 4호선 혜화역 4번 출구 도보 13분
○ 운영시간 : 화~일 09:00~21:00(입장 20:00), 12~2월 09:00~18:00
○ 휴관 : 매주 월요일
누리집
○ 문의 : 02-762-4868

서울식물원

○ 위치 : 서울 강서구 마곡동로 161
○ 교통 : 지하철 9호선·공항철도 마곡나루역 연결통로 이용, 9호선 양천향교역 8번 출구(주제원 7번 진입구)
○ 운영시간 : 주제원 (온실 및 주제정원) 3~10월 09:30~18:00, 11~2월 09:30~17:00
○ 휴관 : 매주 월요일
누리집
○ 문의 : 02-2104-9716

푸른수목원 KB숲교육센터

○ 위치 : 서울 구로구 서해안로 2117
○ 교통 : 지하철 1·7호선 온수역 2번 출구 구로 07번 버스, 7호선 천왕역 2번 출구 6615, 56-1, 27번 버스
○ 운영시간 : 4~10월 09:00~18:00, 11~3월 09:00~17:00
누리집
○ 문의 : 02-2686-3200

서울숲 곤충식물원

○ 위치 : 서울 성동구 뚝섬로 273
○ 교통 : 수인분당선 서울숲역 4번 출구
○ 운영시간 : 3~10월 10:00~17:00, 11~2월 11:00~16:00
○ 휴관일 : 매주 월요일
누리집
○ 문의 : 02-460-2905

선유도공원 수생식물원

○ 위치 : 서울 영등포구 선유로 343
○ 교통 : 지하철 9호선 선유도역 2번 출구 도보 12분
○ 운영시간 : 06:00~24:00 (연중무휴)
누리집
○ 문의 : 02-2631-9368

시민기자 박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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