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다시 퍼지는 신탁 재건축, 그 이유는?
채상욱 애널리스트
발행일 2023.07.06. 14:30
현재는 대구의 용운주공재건축 등의 사례에서 신탁 재건축이 완공까지 된 바 있으나, 서울을 포함한 주요 사업지의 경우 신탁 재건축이 준공까지 이른 사례가 적다. 신탁방식 재건축의 장단점은 무엇이고, 서울은 앞으로 신탁 재건축을 어떻게 다루게 될지를 전망해보자.
2017년 활성화된 ‘신탁 재건축’의 무기는 ‘속도’였다
2017년은 문재인 정부에서 8.2 대책을 발표하면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를 다시 적용할 것을 예고한 상태였다. 다만, 2017년 말까지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한 단지는 이를 예외시켜주기로 했기 때문에, 당시 서울의 거의 모든 재건축 조합들은 ‘조합설립인가’와 ‘사업시행인가’까지 최대한 신속하게 처리하고, 이후 ‘관리처분인가’ 신청서를 12월 중에만 내면 된다는 각오로 어마어마한 속도전을 치르게 된다.
통상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단지들이 관리처분인가를 합의하고 신청서를 보내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이때는 조합설립인가를 받지도 않은 단지들조차도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를 회피하기 위한 노력을 벌였다. 그런데 당시 여의도 시범아파트단지를 신탁 재건축으로 수주하는 과정에서, 신탁방식 재건축은 조합설립인가 과정을 회피할 수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신탁 재건축이 화두가 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신탁 재건축이라 하더라도 결국 본 소유주들이 신탁사에 3/4 이상을 위탁해야 하는 과정이 필요했던 만큼, 신탁사를 통한 재건축을 하자고 합의하더라도 사실은 조합설립인가를 하는 것과 진배없었다. 결과적으로 ‘속도’를 무기로 한 신탁 재건축의 역사는 2017년이 종료하면서 일단락됐다.
2022년 ‘신탁 재건축’ 다시 등장한 이유는?
이에, 조합은 자신들의 부족한 전문성을 신탁회사에게 위임하려고 하는데, 특히 공사비 관련 갈등이 있는 조합, 혹은 조합 및 집행부의 비리가 있는 경우에 신탁을 사용하려는 경향이 관측된다.
통상 신탁회사는 관리형·차입형 토지신탁의 본 사업 영역에서 건설사들을 관리해 온 역량이 있으니, 공사단계에서 공사비 상승부분에 대해서 신탁사의 관리 전문성을 기대하는 조합들이 생겨나는 것이다.
신탁사 ‘소규모 재건축’에도 진출하도록…제도적 지원 필요
그런데 2016년 도시정비법 개정과, 2017년의 빈집법이 만들어질 당시에는, ‘500가구 이상 중규모 재건축’은 민간 건설사와 조합이 잘 화합하여 재건축이 꾸준히 이뤄졌지만, ‘2~300가구 미만의 소규모 재건축’은 건설사도 관심이 없고 조합 집행부에도 인원이 부족했다. 이에 신탁사가 이런 소규모 정비사업에 적극 진출해 대‧중‧소규모 정비사업이 차별화되지 않도록 하려는 목적으로, 신탁사를 시행주체로 도입했던 것이다.
막상 도입하고 보니, 신탁사들도 소규모 정비사업에는 관심이 없었고, 오히려 중·대규모 및 강남 알짜 재건축에 관심을 보이면서 법 개정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상황이 됐다.
서울 등에는 소규모 단지가 경기도권 일반 도시보다 많아, 신탁사의 개입 명분이 필요한 지역이 많다. 소규모 정비사업들에도 관심을 가지고 제도적으로 이런 사업들이 진행되도록 지원을 해줘야 할 시기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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