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는 '전세사기' 피해와 '전세 지원제도'의 함정
채상욱 애널리스트
발행일 2023.06.07. 16:05
‘전세제도’ 우리나라에 필요한가
임대인 기준으로 전세의 단점은 임차소득이 월세보다 적다는 것이다. 전세와 월세를 전환하는 ‘전월세전환율’이 존재하나, 실제 전세금을 끼고 주택을 매수하는 갭매수가 매우 일반적인 관행이어서, 이 경우 임대인은 주택의 임차소득이 있는 것이 아니라, 사실은 매매가 상승에 대한 차익만 기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부분에서 전세의 장점이 나오는데, 이때의 전세는 그래서 무조건 레버리지, 즉 전세가율이 높을수록 자기자본 부담이 적어져서 유리하다.
그리고 높은 전세가율 추구 현상은 전세가율을 극단적으로 100%까지 치솟게 만들면서 ‘깡통전세’로 스스로 몰아가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 전세가율의 상한제(가령 주택담보대출 LTV 70%처럼 전세가율 70% 상한제)를 주장하는 것도 일견 타당해 보인다. 왜냐하면 과도한 전세가율로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임대인들이 대거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며, 이 과정의 끝에 전세사기범들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임차인 기준으로 전세의 장점은 ‘전세대출’을 해준다는 것으로, 이는 ‘월세’보다 더 싼 주거비를 허용케 한다는 점에 있다. 특히 전세대출을 전세의 80%까지 해주기에 매우 높은 레버리지로 허용해준다는 점이 가장 결정적인 부분이다. 아마도 전세대출을 전세의 50%만 해주었다면 현재처럼 전세가 성장하진 않았을 것이나, 80%까지 허용한 대출로 인해서 소위 6억원 이하 전세까지는 자본금 1억만 있어도 가능한 수준이 되었고, 이것이 전세 6억까지 빠르게 전세금을 높이고, 높아진 전세에 레버리지 갭매수가 유입되는 현상을 초래했다.
실제로 2017년 ‘자금조달계획서’가 등장한 이래, 주택가격이 초과상승한 지역에서는 한 지역도 예외 없이 ‘보증금 승계’한 갭투자 매수세 비중이 50%를 넘었고, 이는 해당 지역의 자가수요보다 외부의 투자수요가 초과적으로 발생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임차인 기준 전세의 단점은 대출 없이 전세금을 조달하기가 어렵다는 것이고, 둘째는 전세금을 제때 받지 못할 미반환 리스크가 상당히 높은 편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전세금을 다음 임차인을 통해서 지급하는 관행으로 인해 임차인의 이사 등에서 매우 불편한 상황이 펼쳐진다.
전세대출 등 공공지원 제도가 갭투자자 돕는 도구로 전락
정부 등 공공의 개입이 있으려면 해당 제도가 국민 생활에 도움이 되어야 할 것인데, 현재의 전세를 지원하는 다양한 공공서비스 등은 초창기의 서민주거에서 벗어나 갭투자를 더 용이하게 해주는 투자자들을 위한 도구로 전락한 지 오래다.
임차인 피해 키우는 전세 지원제도, 원점에서 재검토할 시기
세상 어느 나라에서도 ‘무제한 레버리지’를 허용하는 나라는 없다. 그러나 우리의 전세제도는 임대인의 소득과 무관하게 소액의 자금만으로 잘만 세팅하면 무제한 레버리지를 허용한다. 비트코인 등 바이낸스(암호화폐 거래소)의 30배, 50배 레버리지 상품보다 더 위험한 것임이 이번 전세사기 사건에서 밝혀졌다. 상황이 이러한데 정부의 공적개입이 제도적으로 존재한다는 점에서, 현재의 전세지원제도는 전세사기의 방관자가 아닐까?
☞‘전세사기 특별법’ 제정에 따른 전세사기 피해자 신청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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